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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나라의 어린이 ㅣ 푸른숲 역사 동화 8
김남중 지음, 안재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4월
평점 :
나는 기억력이 안 좋으니까 일기를 써야겠다. 죽을 때까지 간직할 일기다. 그래야 잊지 않는다. 잊지 않아야 뭔가 할 수 있다. 아직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뭔가 할거다. 영영 바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새 나라가 되었으니 살기 좋은 시절이 올 거라 생각했다. 기다리던
형이 와서 이제는 다리 뻗고 자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친일파는 무엇이고, 빨갱이는 무엇인가? 야마다를 찾아야 한다는 형의 모습이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주인공 어린이 노마는 그저 마음 편히 살고 싶을 뿐이다.
해방되기 전 노마의 형 정식이와 친구들을 강제징용에 끌려가게 한 장본인이 바로 야마다이다. 그런데 해방이 된 지금 야마다는 ‘대한민국’의 경찰이 되었다. 정식은 야마다에게 복수하고 싶었지만, 경찰이 된 야마다 앞에서 자신이 빨갱이라는 자백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친일 청산을 위해 반민특위가 결성되어 거물급 친일 인사들이 잡혀들어가는 듯 했지만, 어느 날 경찰들이 반민특위 사무실을 덮친다. 정식은 이 때 야마다에게
끌려가 바보가 되어 돌아온다.
‘교과서 속 한 줄의 역사에 숨어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꺼내 들려주는’ 푸른숲 역사동화 시리즈 중 한 권인 <새 나라의 어린이>는 해방 후 대한민국의 모습을 노마라는 어린이의 눈으로 그려 내었다.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살기만을 바라는 그 시대의 평범한 소년, 노마는 돈과 권력을 붙잡고 일제 강점기에
자신의 살 길을 찾은 친일파들이 해방이 된 이후에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민특위를 무너뜨리고 자신들의 앞날을 도모하는 부조리함 속에서 동시대의
각각 다른 입장을 가진 등장인물들의 행로를 보면서 세상을 배운다. 형과 그 친구들을 강제로 끌고 갔으며, 형의 애인인 순희 누나를 정신대로 끌고 간 야마다. 조국을 등지고
살아가는 프랑스인 알리스, 세상이 어찌 되든 자신만 잘 살면 된다는 당숙을 보면서, 노마는 바보가 되어 돌아온 형을 끌어 안고 ‘우리’가 당한 일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아직은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지만 잊지 않아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이라는 역사적인 사실 속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통해 친일파 청산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부조리한 상황은 존재한다. 비록
실패할지라도 침묵하고 순응하지 않고 바로잡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 것, 그것이 정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렇지 않으면 그 동안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과 상처는 또 다시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아픔과 과오를 잊지 않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 나가기 위함이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함을 이 책에서 얘기해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푸른숲주니어 역사동화 시리즈는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로 풀어내어 독자들에게 역사를 배우는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깨달음을 얻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