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과학/예술 분야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책 리뷰를 안 쓴지 너무 오래되었다. 뭐 안 쓰는 것까지는 좋은데, 나같이 뇌가 손 끝에 달린 인간은 쓰는 과정을 중단하면, 생각하는 과정도 중단해버리고 만다. 예전에 리뷰를 남길 때에는 책을 한 권 읽게 되면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고는 했었는데, 요즘에는 어떤 책을 보더라도,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 뭐..괜찮네, 이걸로 끝내버리고 만다. 또 한편으로는 영화 파트도 내친 알라딘에 영화에 대한 뻘글들만 계속 올리다보니 그것도 영 민망하다. 명색이 도서 이야기를 하는 곳인데, 계속 이렇게 영화 얘기만 하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그래서 나름 큰마음 먹고 서평단을 해보기로 했다. 누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고 했던가. 나같은 인간은 강제적으로 시키지 않으면 영 하려는 의지가 없는 인간이다(이른바 군대형 인간). 예전에도 그랬는지 모르지만, 규칙을 보니 한번만 안써도 바로 탈락이니 뭐 어쨌든 쓰게(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서평단에도 '나는 가수다' 방식을 도입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매주 가장 잘 쓴 리뷰와 가장 못 쓴 리뷰 각각 한 명씩 투표를 거쳐 탈락. 그럼 어떤 글들이 살아남게 될까. 아이고, 여기에서까지 이런 생각이니 나도 참..문제 있다.) 뭐 그래도 안쓰게 되면 깨끗이 그만둬야겠지.
그래서 강제적으로 쓰는 이 달의 인문/사회/과학/예술 추천도서. 분야가 늘어나니 선택이 영 쉽지가 않다.
1,2,3 그리고 무한 / 조지 가모브 / 김영사
전체적인 내용을 보니 숫자를 탐구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공간과 시간을 거쳐 미시우주(원자와 원자핵), 거시우주에까지 나아간다. 이런 류의 도서는 늘 "과연 내가 읽을 수 있는 수준의 도서인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한데, 부분적으로 살짝 읽어보니 차분히 독자를 이해시키려는 저자의 솜씨를 어느 정도 믿어도 될 것 같다.
김수영을 위하여 - 우리 인문학의 자긍심 / 강신주 / 천년의상상
우리는 그를 저항정신의 시인, 모더니스트 시인으로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김수영을 시인 김수영으로서가 아니라, 1950-60년대 독재에 맞서, '불온'이라는 키워드로 한국 인문학의 뿌리를 세운 인물의 하나로서 기억하려는 시도다. 지금도 많은 김수영의 후예들이 오른손에는 인문서를 왼손에는 촛불을 든 이 때, 한번쯤 읽어보아도 괜찮을 듯 싶다.
로저 에버트 -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 로저 에버트 / 연암서가
로저 에버트는 오랫동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글을 써왔으며, 그 글들은 영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기도 하였다. 아마도 어려운 영화를 어렵게 이야기하는 글들은 많았지만, 로저 에버트처럼 어려운 영화를 쉽게 이야기하는 글들은 드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회고록을 내놓았다. 회고록이란 무릇 마지막에 가까워서야 나오는 것. <빌리지 보이스>의 짐 호버먼의 해고와 더불어 그의 회고록 출간은 영화평론을 둘러싼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동시에 그의 회고록을 읽는 것은 동시대의 미국영화들, 할리우드를 읽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평론가들은 원래 이렇게 생겨야 하나보다. 사진을 보니 우리나라의 모 평론가와 너무 닮아보여 깜놀.)
가장 최근의 미국사 1980-2011 / 딘 베이커 / 시대의창
FTA나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광우병과 관련한 논란들을 보아도 그렇지만, 우리는 싫든 좋든 미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 딘 베이커가 쓴 이 책도 그런 의미에서 필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80년은 미국에 있어서 민주당의 조지 카터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배하고, 급격한 경제적 보수화가 시작된 상징적인 해였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보수화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최근의 세계 경제위기에까지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 현재 많은 부분에서 미국에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흥미롭고도 필요한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수학의 몽상 / 이진경 / 휴머니스트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대학에 막 들어갔던 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이진경의 책들은 또다른 의미에서 신입생들의 필독서였고, 선배들이 신입생들의 생일날 허세담긴 이야기를 안쪽 표지에 적어 건네는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도 김용호의 <영상화두 와우!>와 더불어 이진경의 <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7편의 영화>라는 책을 읽고 영화라는 매체의 힘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이진경의 이 책은 2008년에 재출간되었는데, 7편이 10편이 되었다). 그런 이진경이 이번에는 수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니 신입생이 된 기분으로 새롭게 읽어보고 싶다.
* 생각해보니 4월 신간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네요. 제목을 바꿔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