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든,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3
데이비드 비커스 지음, 김병화 옮김 / 포노(PHONO)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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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피아노를 배우면서 음악과 더 가까워졌는데, 감상할 때의 편안함과 달리 직접 연주하면서 연주를 듣는 일은 어린 내겐 어려운 일이었다. 몰입해버리니 그 음악이 들리는 것이 아니라 진공무음의 상태에서 음표들의 박자와 속도 그리고 그들이 춤추는 시간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꽤 숙달되고 나서야 그 음악들이 다시 귀에 들리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나는 쉽게 연주되는 그 음악들이 실로 얼마나 연주하기 까다로운 작업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이후 연주회를 가거나 독주회를 가게 되면 "잘했다""못했다"를 평하기보다는 그 연주자가 다른 연주자와 다른 테크닉을 가졌는지, 그 전달되는 음악이 어떻게 상이한지를 염두에 두고 감상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어렸을 적엔 쇼팽의 달콤함이나 모짜르트의 현란함, 베토벤의 장엄함, 리스트의 짜릿함을 선호했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고요하면서도 오래된 느낌이 드는 곡들이 좋아져버렸다. 개인적으로 하이든이나 바흐 같은 음악가의 음반을 걸어놓고 휴일을 보내고 있는데, 바흐의 음악이 주는 그 오래된 느낌은 마치 중세 유럽에라도 와 있는 듯한 착각이 일 정도여서 커피 한잔을 타 창 너머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꼭 그 거리가 마차가 지나다니는 어느 타국의 거리처럼 상상되어 즐겁기도 했다.

 

반면에 하이든은 주로 소품 위주로 감상하곤 했는데, 이 책의 도착으로 인해 함께 들어 있던 2장의 CD덕분에 다양한 음악을 갖추게 되어 기쁜 마음이 충만해졌다. 살아있는 동안 영광을 누리고 죽은 뒤에도 명성이 이어지는 몇되지 않는 예술가 중의 한 사람인 하이든, 모짜르트를 친구로 베토벤을 제자로 둔 이 멋진 양반은 귀에 쏘옥 들어오는 전채요리같은 음악보다는 있어서 더 상큼한 양념같은 곡들을 세상에 내어놓은 사람이다.

 

하지만 모든 선택이 올발랐던 것 같지는 않다. 모짜르트 역시 낭비벽 심한 아내를 얻었듯 하이든은 사랑하는 여인이 수도원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그 언니와 결혼했던 그는 가정사가 그다지 평탄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맥과 사회적 인지도, 성공가도, 음악적 성공은 눈이 부실 정도다. 이만큼 누리며 살다간 음악가도 그리 흔치 않았는데....그는 살아생전 과연 '행복한 사람'이었을까?

 

오랜만이었다. 빼곡하게 읽을거리로 가득찬 책은. 그것도 한 사람의 생애를 다룬 채에 이토록 많은 읽을거리가 수록되었다니 나처럼 활자중독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겐 딱 맞는 책이었다. 하이든 외에도 모짜르트와 베토벤, 멘델스존등등의 음악가의 생애를 출판사에서 다루고 있는 모양인데 그 중 베토벤의 그 삶과 음악은 신청해둔 상태라 배송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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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이블 - 그와 함께 밥을 먹었다
조경아 지음 / 미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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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대한 어떤 기록.

나는 이 책을 두고 기존의 책에서 보여지던 예쁜 사진이 가득한 책을 기대했었다. 거기에 담뿍 담긴 레시피까지. 그 맛깔스런 음식들이 눈 앞에 펼쳐지길 고대했으나 그 기대를 저버린 대신 책은 맛깔나는 글들로 가득채워져 있었다. 게다가 그 음식을 함께한 사람들과의 추억까지 가득 담은 채로.

 

내 앞에 나타난 책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지만 결코 실망스럽지 않았다. <GQ>와 <W>의 에디터 조경아의 책은 [더 테이블]이라는 이름으로 초록색 싱그런 표지만큼이나 다정한 추억들이 방울방울 달고 도착했다. 그녀가 추억하는 음식에 대한 기록들은 가수 이문세와 배우 박상원과 함께한 해기스를 먹는 것으로부터 출발되었는데, 해기스가 양이나 송아지 다진 내장을 오트밀과 섞어 위장에 넣어 삶은 스코틀랜드 최고의 요리라는 것을 태어나 처음 알게 되었다. 문득 떠올려지는 것은 순대. 좋아하는 순대처럼 해기스도 담백한 맛이 날까 모르겠다. 암튼 스코틀랜드의 비싼 요리라는 해기스를 시작으로 연극배우 박정자와 만났던 곳은 대나무 빨대로 먹어야했던 탕빠오나 샤오롱 빠오를 내는 <난시앙>이었으며 A.O.C에서는 샌드위치 안에 추억을 담고 있었다.

 

미식가들이 선호하는 곳들인가? 아니면 사는 지역이 달라서일까. 그녀가 소개하는 곳들은 하나같이 모르는 곳 일색이었다. 파워블로거들의 소개나 잡지 책 같은 곳에서 봤을 법도 한데 이름들이 생소했다. 그 생소함만큼이나 호기심이 일었고 궁금증이 일었다. 이런 추억,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이 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머릿속에 쉬이 그려지지 않는 것은 그 곳의 인테리어 뿐만이 아니었다. 음식들에 대한 냄새와 맛과 모양도 알 수 없으니 책의 묘사를 따라 머릿속에서 상상의 음식으로 그려지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따로 음식에 대한 검색을 해 보진 않았다. 책이 전달해주는 그 1차적인 느낌에 푹 젖어 [더 테이블]을 읽어내고 싶었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상상하고 나눌 수 있는 것들은 오롯이 저자와 나 사이의 것이어야 했으므로 그 신비스런 분위기를 시각적인 것에 홀려 놓쳐버리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상상력으로 읽다가 공감지대로 들어서게 된 것은 "엄마"와 "시어머니"사이의 음식과 추억에 대해 언급된 부분이었는데, 짜지 않고 양이 많은 이북풍의 음식을 내곤 했다는 "엄마"의 음식과 손에 물한방울 묻히지 않고 살아왔으나 음식맛 평가는 장금이 급인 듯한 "시어머니"사이에서 칭찬받고 인정받았던 순간에 대한 그녀의 추억에 대한 공감이라기 보다는 나도 누군가의 딸이며, 누군가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기에 공감이 자연스레 묻어 옮겨졌던것 같았다.

 

엄마 음식에 대한 추억이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으나 결혼식을 계기로 이별해야했던 [고몽]의 추억도, 27세 잡지 촬영장에서 마셨던 에소프레소에 대한 추억도 밀어내며 최고의 공감 페이지로 접혀졌다. 그 페이지를 접어 다음에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은 내 오래된 습관 중 하나였는데, 이 책에서는 그 부분이 접혀졌던 것이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우리는 다른 추억을 남긴다. 인간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누군가의 음식에 대한 추억이 개인의 것이 아닌 사람의 것으로 읽혀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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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미술관 - 그림, 한눈에 역사를 통찰하다 이주헌 미술관 시리즈
이주헌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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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지난 3개월동안 르네상스 시대부터 찬찬히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 누가 시켜서 한 일은 아니지만 그저 재미로 공부해나가다보니 미술과 역사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미술의 발자취 속엔 사람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었고 화가나 그림탄생 배경을 쫓다보면 인물로 귀결되어졌기 때문이다.

 

한 눈에 역사를 담는 일은 전문가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몇몇 미술사 강연을 들어보면 그 중 절반은 지루하기 짝이없다. 걔중 신나게 들을 수 있는 강연을 발견하지만 그런 강연은 이어지질 않아 짧은 길이에 아쉬움만 남겨버리곤 했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홀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참 많은 책들을 넘겨보면서 저자들이 같은 시대, 같은 그림, 같은 역사를 두고도 포커스를 맞추는 부분이 다름을 발견해냈다.

 

저자 이주헌이 소개하는 [역사의 미술관] 속 인물들도 이미 다 알고 있을만큼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들이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읽게 된 그들의 삶들은 지루함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다. 인간이 창조한 최고의 예술이 역사 다 라는 그의 생각에 공감표를 100% 던지면서 책 속 문장 중 그 어떤 문장보다 멋진 이 문장을 이 책의 주제 문장으로 나는 꼽고 있다.

 

명강사 이주헌이 바라본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는 인물-사건-개념으로 이어져 인물을 쫓다보면 자연스레 그 역사의 흐름을 알게 하고 사건의 흐름을 쫓다보면 반드시 인물로 귀결되어지도록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해두어서 더 재미있었다. 왕정시대 인물들부터 근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까지 세계사에 통달하지 못한 청소년들에게도, 교양을 위해 다시금 공부가 필요하다 여긴 일반인들에게도 이 책은 나름의 좋은 자료로 남을 듯 싶다.

 

1장에서는 나폴레옹을 비롯한 루이 14세 등이 등장해 영웅과 지도자의 삶을 구경하게 만들었는데 거의 대부분이 남자의 역사 즉 정복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2장에서는 여성의 역사를 담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클레오파트라나 한 나라의 통치와 역사,예술까지 뒤흔들었던 루이 15세의 정부, 퐁파두르 부인 등의 삶이 다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카이사르나 안토니우스, 이집트 역사를 논할때 빼먹지 않고 등장하는 고대 이집트 대표 미의 상징인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보다는 몇몇 책에서보고 베르사유의 장미에 잠시 등장했다 사라진 퐁파두르 부인편이 개인적으로는 더 재미난 페이지였다. 잘 알지 못하지만 이름만은 알고 있었던 그녀가 그림처럼 우아한 아름다움을 지닌 귀부인이었다면 루이 15세의 사랑도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퐁파두르 부인은 다른 왕녀들처럼 왕가의 여인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진 못했지만 신라의 미실처럼 자신의 매력을 십분 발휘할 만큼 뛰어난 여성이었으며 특히 그녀가 미모와 관능이 아닌 여인의 품격으로 사내를 사로잡았다는 해석이 그녀의 사회적 위치였던 "정부"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한 이미지를 덮고 한 사람으로 이해하게 만드는데 큰 일조를 해냈다. 이제껏 알고 있던 편견의 고리를 끊고 그녀를 아름다운 여성, 예술의 가치를 알고 예술인들을 향한 후원을 아끼지 않아 문화 부흥의 불을 지폈던 품위있는 여인이었음을 이해하고 나지 그녀에 대한 호기심과 호의가 싹트기 시작해 다른 책들까지 뒤적거려보고 있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스탈린, 케네디, 히틀러에 이르는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굵직한 인물들의 삶을 사회적 흐름과 맞물려 자연스레 이해하게 만든다는 면에서 마치 학창시절 참 좋은 역사선생님을 만나 책을 통해서가 아닌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서 자연스레 역사를 익힐 수 있었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기분좋은 착각을 다시 맛보게 만들었다. 그 점이 너무나 고마워 나는 이 책을 두고두고 다시금 꺼내보려한다. 재벌 읽기를 통해서는 퐁파두르 부인 외에 또 다른 인물의 삶에 꽂히고, 또 다음에 꺼내 읽을 때엔 또 다른 인물들에 꽂혀 각각의 소개된 인물들에 대해 통달하게 될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되기를 기대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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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행복해 - 같이 있어서 더 행복한 벗들의 이야기 행복해, 고마워
제니퍼 홀랜드 지음, 노지양 옮김 / 북라이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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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주는 책 한 권이 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얼마나 잘 만들었든지 간에 하잘것 없이 느껴지게 만드는 책. 자연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주는 이 책은 기자이자 과학전문 저널리스트인 제니퍼 홀랜드의 책이다. 동물애호가이기도 한 제니퍼가 바라보던 감동적인 순간들이 사진으로 남아 이 먼 땅, 대한민국까지 감동으로 물들이고 있다.

 

동물의 세계에서 일어난 46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지만 우리가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엔 이런 광경들이 너무나 많다. 다만 인간의 눈에 띄이지 않을 뿐이다.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 고양이와 쥐는 천적관계다. 고양이는 병아리를 잡아먹는다 등등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의 틀은 나는 매주 [동물농장]을 보며 깨고 있다.

 

닭장을 지키는 고양이도 있고, 병아리와 함께 사는 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일요일 아침마다 힘겹지만 눈을 떠 이른 잠을 깨면 제일 먼저 TV를 켜는 이유는 감동을 선물받기 위해서였다. 그 감동이 고스란히 이 책 한 권에 들어 있어 나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눈과 마음이 따뜻해져 포근한 오후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개와 원숭이, 고릴라와 고양이, 샴고양이와 개와 병아리, 호랑이와 오랑우탄, 고양이와 개, 북극곰과 개, 개와 돌고래, 다람쥐와 개,개,누견과 아기돼지, 사슴과 푸들 등등 우리가 알고 있는 편견의 고리를 끊고 맺어진 관계 속에는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자연의 이치가 숨겨져 있다. 책으로도, 학교에서도 배우지 못했던 것을 나는 자연을 통해 얻어나가고 있다.

 

세상을 이만큼이나 살기 좋은 곳처럼 느끼게 만들어준 고마운 동물들!!!이 동물들이 오래오래 이 세상에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 아울러 책에 실리지 않았으나 오늘도 지구의 어느 한 귀퉁이에서 오늘을 따뜻하게 만들었을 동물들이 편안하게 잠들었기를 기도했다. 이렇게 평화로운 동물들을 인간이 해치지 않기를, 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전까지 행복한 세상만을 경험하고 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랬다.

 

얼마전 고양이를 잃어버렸던 나로서는 그 작은 생명이 내게 전해주었던 일상의 따뜻함을 빼앗긴 느낌이 들어 꽤 오랫동안 먹지도 잠들지도 못했다. 어디에서 비를 맞고 있거나 굶고 있거나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할까봐 걱정이 쌓이고 또 쌓여갔다. 그래서 이 책이 가슴을 비집고 들어와 감동이 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게 소중함의 의미가 남달라졌기 때문에.

 

사람을 사랑하는 일도, 동물을 아끼는 일도 그 경중의 차이를 두기보다는 모두 다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져 학대받는 동물들의 소식을 들을 일이 없기를...나는 두손 모아 기도했다. 오늘의 기도는 그래서 길어지고 또 길어졌다. 내가 행복한 이유가 담긴 이 책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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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물이 나 - 아직 삶의 지향점을 찾아 헤매는 그녀들을 위한 감성 에세이
이애경 지음 / 시공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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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쁜 책 한 권이 비내음과 함께 도착했다. 누군가의 여행에세이거니 생각했는데 책은 생각보다 예뻐서 읽기도 전에 맘에 들어버렸다. 팔랑팔랑 넘겨보니 사진들도 참 예쁘게 편집되어 있었다. 마치 새해가 오기 전에 나만의 다이어리를 고를때처럼 신나서 계속 구경만 하고 있다가 달달하게 커피 한 잔을 타들고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글을 읽기 시작했다.

 

지역여행이든, 인생여행이든 간에 누군가의 여행서적을 읽을 때면 눈오는 날이 떠올려지곤 했다. 소복히 쌓인 눈 밭에서 단 한 사람만 지나간 그 발자국을 따라 발을 쏘옥쏘옥 넣으며 따라가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여행서적을 소개할때면 함께 나누는 추억서적이라고  밝혀둔다.

 

[그냥 눈물이 나]는 노래방가면 꼭 불러대는 윤하의 "오디션"의 작사가인 사람이 쓴 책이다. 공항에 가는 시간을 제일 즐거워하고, 지루한 것을 잘 참지 못해다보니 훌쩍 20여 개의 나라에 발자국을 찍고 돌아왔다는 그녀. 처음 만났지만 성격이 비슷해 금새 친해진 친구를 만난 것마냥 반가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첫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3초만에 결정된다던 첫인상이 맞아 떨어져 첫장부터 나는 맘에 드는 문장과 만났다.

 

사랑하고 있지 않다면 여행하라

그리고 여행하고 있지 않다면 사랑하라

 

맘에 드는 문장을 카톡의 프로필 상태메시지로 띄우면서 이렇게 살아간다면 인생이 참 행복하겠다 싶어졌다. 만족이란 결국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선택에 의해 나아갔을때 주어지는 상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몇 장을 더 넘어가면 물론 이런 문장도 만날 수 있다.

 

하나님 : 넌 무엇이 되고 싶니?

강낭콩 : 꼭 무엇이 되어야 하나요?

 

세상에 전지전능한 창조주에게 반항하는 것일까?콩알 한쪽이!!!

어쩌면 괘씸하게 여겨질지도 모를 이 강낭콩이 나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무언가 이루어내라~어떤 사람이 되라~어느 학과에 가라~결혼은 언제 해라~온통 타인에 의한 명령문이 귓속을 파고드는 세상 속에서 강요된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고자하는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되어야 세상을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나는 큰 깨달음을 강낭콩 한 쪽에게서 얻어냈다. 고마운 녀석!!!

 

그녀 주변인들은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최 선배는 기자 때려치우고 의사가 되겠다며 의대에 갔고,

박 선배는 부동산쪽 담당하더니 아예 해외건설 투자회사에 들어가서 짭짤히 돈 벌었고

"갑질"하던 날라리 김 기자는 마케팅 회사 들어가서 "을질"하고 있고.

 

라고. 내용은 달라도 내 주변인들도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 16년지기 녀석의 말마따나 "먹고사는 일"에 매달려 20살 무렵의 멋진 모습은 온데간데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멋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책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 제일 먼저 떠올려진 그 친구는 주말에 시간을 내 드럼을 배우고 있다. 제작년 한 해 기타를 배우더니 이번에는 드럼이었다. 그저 즐거워서라고 말하는 녀석은 참 바쁘게 살면서 어떻게 시간을 이렇게 내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보면 나나 저자만큼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걸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참 드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크릿의 명구절처럼 꿈꾸는 때로 이루기 위해서는 이루어진 것처럼 굴어야 할때가 있는데, 저자 역시 그런 마인드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미래를 현재인 것처럼 말하면 미래가 현재가 된다!

 

한 달 전에 이 기적을 직접 체험했던 나로서는 이 문장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는 삶 속에서 같은 것에 공감할 수 있고 공감으로 설득을 끌어낼 수 있다면 그가 바로 달변가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노래의 작사가인 그녀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책을 읽고나서야 알 수 있었지만-.

 

겪어본 사람이 전하는 지혜와 떠나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설레임이 가득한 [그냥 눈물이 나]는 가장 좋아하는 책장 코너에 꽃으면서 그 앞에 고양이 스티커 하나를 붙여두었다. 즐겨꺼내 볼 책들에 나만이 하는 표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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