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쁜 책 한 권이 비내음과 함께 도착했다. 누군가의 여행에세이거니 생각했는데 책은 생각보다 예뻐서 읽기도 전에 맘에 들어버렸다. 팔랑팔랑 넘겨보니 사진들도 참 예쁘게 편집되어 있었다. 마치 새해가 오기 전에 나만의 다이어리를 고를때처럼 신나서 계속 구경만 하고 있다가 달달하게 커피 한 잔을 타들고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글을 읽기 시작했다. 지역여행이든, 인생여행이든 간에 누군가의 여행서적을 읽을 때면 눈오는 날이 떠올려지곤 했다. 소복히 쌓인 눈 밭에서 단 한 사람만 지나간 그 발자국을 따라 발을 쏘옥쏘옥 넣으며 따라가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여행서적을 소개할때면 함께 나누는 추억서적이라고 밝혀둔다. [그냥 눈물이 나]는 노래방가면 꼭 불러대는 윤하의 "오디션"의 작사가인 사람이 쓴 책이다. 공항에 가는 시간을 제일 즐거워하고, 지루한 것을 잘 참지 못해다보니 훌쩍 20여 개의 나라에 발자국을 찍고 돌아왔다는 그녀. 처음 만났지만 성격이 비슷해 금새 친해진 친구를 만난 것마냥 반가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첫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3초만에 결정된다던 첫인상이 맞아 떨어져 첫장부터 나는 맘에 드는 문장과 만났다. 사랑하고 있지 않다면 여행하라 그리고 여행하고 있지 않다면 사랑하라 맘에 드는 문장을 카톡의 프로필 상태메시지로 띄우면서 이렇게 살아간다면 인생이 참 행복하겠다 싶어졌다. 만족이란 결국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선택에 의해 나아갔을때 주어지는 상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몇 장을 더 넘어가면 물론 이런 문장도 만날 수 있다. 하나님 : 넌 무엇이 되고 싶니? 강낭콩 : 꼭 무엇이 되어야 하나요? 세상에 전지전능한 창조주에게 반항하는 것일까?콩알 한쪽이!!! 어쩌면 괘씸하게 여겨질지도 모를 이 강낭콩이 나는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무언가 이루어내라~어떤 사람이 되라~어느 학과에 가라~결혼은 언제 해라~온통 타인에 의한 명령문이 귓속을 파고드는 세상 속에서 강요된 무언가를 이루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가고자하는 의지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무언가 되어야 세상을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는 것. 나는 큰 깨달음을 강낭콩 한 쪽에게서 얻어냈다. 고마운 녀석!!! 그녀 주변인들은 이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최 선배는 기자 때려치우고 의사가 되겠다며 의대에 갔고, 박 선배는 부동산쪽 담당하더니 아예 해외건설 투자회사에 들어가서 짭짤히 돈 벌었고 "갑질"하던 날라리 김 기자는 마케팅 회사 들어가서 "을질"하고 있고. 라고. 내용은 달라도 내 주변인들도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 16년지기 녀석의 말마따나 "먹고사는 일"에 매달려 20살 무렵의 멋진 모습은 온데간데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 친구들은 여전히 멋있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모양이다. 책을 읽다가 이 대목에서 제일 먼저 떠올려진 그 친구는 주말에 시간을 내 드럼을 배우고 있다. 제작년 한 해 기타를 배우더니 이번에는 드럼이었다. 그저 즐거워서라고 말하는 녀석은 참 바쁘게 살면서 어떻게 시간을 이렇게 내고 있는 것일까. 그러고보면 나나 저자만큼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걸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참 드문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시크릿의 명구절처럼 꿈꾸는 때로 이루기 위해서는 이루어진 것처럼 굴어야 할때가 있는데, 저자 역시 그런 마인드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미래를 현재인 것처럼 말하면 미래가 현재가 된다! 한 달 전에 이 기적을 직접 체험했던 나로서는 이 문장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르는 삶 속에서 같은 것에 공감할 수 있고 공감으로 설득을 끌어낼 수 있다면 그가 바로 달변가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좋아하는 노래의 작사가인 그녀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책을 읽고나서야 알 수 있었지만-. 겪어본 사람이 전하는 지혜와 떠나본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설레임이 가득한 [그냥 눈물이 나]는 가장 좋아하는 책장 코너에 꽃으면서 그 앞에 고양이 스티커 하나를 붙여두었다. 즐겨꺼내 볼 책들에 나만이 하는 표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