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다 - 한국의 여성리더들, 조선 개화기편
김세라 지음 / 세림출판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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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라는 외국소설을 읽으며 [칼라퍼플]을 보던 시대에서 몇발자국 더 멀리 온 것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는 가장 감동깊게 읽었다는 헬프가 내겐 칼라퍼플의 연장선에서 읽혀져 그저 무한히 슬펐던 기억이 난다. 미국 드라마 [콜드케이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한 편 등장했었는데 피부색에 차별을 두던 사람들이 평등을 외치던 사람들에게 퍼붓는 폭력은 비단 힘으로 행해지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도 여권이 묻혀 있던 시대가 있으니 바로 조선의 여인들은 자신의 삶을 살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다갔다고 해도 좋을 삶을 산 것 같은데, 놀랍게도 이 시대 역시 자신의 삶을 살아낸 여인들이 있었다. 가문의 그늘이나 남편의 그늘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삶을 헤쳐나가기까지 그들에게 닥친 수많은 고난은 이 책 한 권으로 담아내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 12명이 있었기에 조선은 변화를 꿈꾸게 되지 않았을까.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다고해도 나는 그들처럼 살아낼 용기는 없었다. 모든 것이 벽이고 좌절인 가운데서 혼자 목소리를 낸다고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서 그저 실망하고 절망하며 버티지 않았을까. 하지만 윤희숙과 강완숙은 그러지 않았다. 그녀들은 "안사람 의병가"를 만들어 의병활동을 돕고 천주교의 포교활동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그녀들을 움직인 것은 신념이었던 것이다. 반면 김금원,바우덕이, 나혜석 등은 여성 꼭두쇠,최초의 여성 서양화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라들의 이목 속에서 살았지만 뜻을 굽히며 살지 않았다. 작은 일에도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요즘의 우리들과 달리 그 대범함으로 시대를 휘어잡았으니 그녀들은 진정 여장부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외 백선행과 김만덕처럼 하늘이 내린 부자가 되었건만 그 부유함을 나누며 살아 귀감이 된 여성들이 바로 우리네 조상이었던 것이다.

 

여성의 역사를 살펴보면 남성의 역사에 비해 다양한 배우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정복의 힘을 가진 남성들의 역사에만 치중되어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찰라 신념과 뚝심으로 한 세상을 살면서도 나눔의 자세를 잃지 않았던 12명의 조선 여인들을 알게 되어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들도 여자였고 글쓴 이도 여자였지만 읽고 있는 나 역시 여자다. 그래서 오늘은 여성임이 무한히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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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 밖으로 - 마르꼬복음 영성심리 묵상집
홍성남 지음 / 아니무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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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큰 새장에 가두어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옛 중국영화 속에선 부자들이 자금성보단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큰 성이라 불려도 좋을만큼의 높은 담이 있는 저택 속에 큰 부인, 작은 부인, 셋째 부인등을 마치 가두어 둔 것처럼 두고 사는 모습을 본 일도 있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소유욕이였을까. 아니면 자신의 자산에 대한 보호장치였을까.

 

가둔다는 의미는 어떤 의미였을지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나는 한참을 생각해야만 했다. 그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보이는 감금이 있는가 하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맘 속에 자신만의 새장을 갖고 태어나 있다. 아무에게도 보이진 않지만 그 새장 속에는 감추어야할 비밀이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과거 혹은 소중한 것들로 채워져 있어 마음 속 깊숙이 넣어둘 수 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런데 한 신부님은 그 곳을 마음의 감옥이라 명명하며 새장밖으로 나와 마음을 치유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성당이 종교적인 의식을 치르는 곳이 아닌 지치고 다친 마음을 치유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그가 바로 홍성남 신부님이다.

 

[새장밖으로]라는 책으로 인해 신부님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내겐 양날의 칼 같던 마음속 새장 속 못난 마음들을 털어버리라고 독려하는 신부님은 그 자신조차 늦깎이 신부님이었다.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도 제대하고 다시 공부해서 신부님이 된 그에게는 모태신앙의 빛보다는 자신의 깨달음과 필요에 의해 택해진 종교에 대한 성찰이 묻어났고 그래서 무조건 믿어라 라는 조언보다는 주님께 손을 내미는 순간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그 말이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자라나 학창시절 가장 친한 친구가 일주일에 한번씩 포교원에 가 종교활동을 하는 까닭에 따라가 좋은 불경말씀을 듣기도 했고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미션스쿨을 주욱 다닌 결과 항상 따로 예배시간을 갖기도 했으면서도 나는 특별한 종교가 없다. 교리가 주는 좋은 말씀들은 책을 통해 더러 읽기도 하지만 그 좋은 말씀만 쫓을 뿐 종교인입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여지를 두고 있진 않고 있다.

 

다만 일어나면 새벽감사기도와 저녁기도는 게을리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편인데 하루에 대한 감사와 내 마음에 대한 고백정도라 말로하는 일기쯤으로 생각하며 몇 년째 해오고 있다. 신부님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기도라 책 속에서 말씀하셨는데 내 기도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꾸준히 해 볼 요량이다. 지금은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할 시기인 것만 같아서 욕심내기 보다는 신부님을 책을 찬찬히 다시 읽으며 버리기받아들이기를 행하는 한 해를 보내기로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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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 - 한 권으로 읽는 도덕경과 한비자
상화 지음, 고예지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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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그 땅의 넓이도 넓거니와 나라가 세워졌다가 없어지고 하는 일이 태반이라 그들의 역사를 순차적으로 다 기억해내는 것은 일반인들에겐 어려운 일이다. 어느 왕조의 어느 왕이 유명했다더라 정도만 알아도 중국 역사의 반은 꿰고 있는 거라고 내 친구는 우스갯소리로 말을 건네곤 하는데, 역사에 꽤 관심을 두고 있던 나 조차도 전공자가 아닌지라 대학교때 그들의 역사를 파보다가 그만 손을 들어버렸다. 무슨 왕도 그렇게 많고 영웅도 많으며 미녀도 많아 바람잘날 없는 나라인지. 중국은 그랬다.

 

하지만 묵과할 수 없는 사실은 중국이 우리에게 사상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영향을 준 나라이며 그들의 사상이 조선에 들어와 유교 사상으로 나라의 국교사상이 된 것 또한 간과할 수만은 없는 사실이다.

 

흔히 중국의 사상가 하면 공자,맹자,를 떠올리기 쉽지만 책의 저자는 어째선지 [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고 충고한다. 노자라하면 들어본 바 있는 사상가지만 한비라니….나의 지식의 옅음이 부끄러워 얼른 한비에 대해 검색에 들어갔는데 그들은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사상가였다. 공자나 맹자가 아닌 노자와 한비의 어떤 점 때문에 현대의 우리는 그들에게 불멸의 지혜를 빌려야 하는 것일까.

 

읽어보니 그들은 겉치레를 중요시 여기지 않고 도리어 실용적 가치를 높이 사 스승인 순자의 유가사상의 폐해를 짚어냈으며 또 현명하고 지혜로운 군주는 교활한 신하가 감히 그를 속일 수 없게 하며 우둔한 신하가 그 관직에서 버티지 못하게 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절대자가 되면 초심을 읽고 아첨하는 사람들을 가까이 두기 마련인데 그를 경계로 삼기에 이만큼 좋은 문장을 나는 알지 못한다.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보내고 싶을 만큼 좋은 문장들이 많은 책이지만 그 말 속에 인생의 현명한 처세가 담겨 있어 읽는 이의 구미를 더 끌어당긴다.

 

예를 들어 요즘 한참 재미나게 보56고 있는 [인수대비]에서 단종은 어린 나이에 즉위하여 누가 자신의 방패막이 되어주는 신하인지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목숨을 잃어야 했다. 하지만 비슷한 나이인 열 셋에 즉위한 진의 영정이나 강희대제는 어린 나이에 즉위했지만 그들의 나라를 굳건히 하고 강성하게 만든 군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단종과 그들의 차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SNS의 발달로 인해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국민들에게 정치란 드라마보다 더 흥미가 없는 대상이다. [도덕경]에서 천하에 금지하는 것이 많을수록 백성은 더 가난해지고 백성이 편리한 도구를 많이 가질수록 나라는 더욱 어지러워진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편리한 도구도 더 많아지고 법령이 많아질수록 도둑도 더 많아진다고 했는데, 세월이 한참이나 흐른 지금 현실을 보아도 그들의 사상은 마치 예언자의 예언처럼 딱 들어맞아가고 있지 않은가 싶어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했다.

 

삶은 더 편리해졋으나 시민들의 불만은 더 높아만지고 기술의 발달 뒤엔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니 현대인의 삶은 옛사람들의 삶보다 고달프기 그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 옛날로 돌아가 살아보면 어떻겠는가 라고 누가 묻는다면 편리함에 길들여진 게으른 인간이기에 거절하겠지만 옛 사상가들과 달밝은 밤에 술한잔 나누면서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들을 수 있는 한 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 순간을 결코 놓치지 않을 것 같다.

 

[노자처럼 생각하고 한비처럼 행동하라]는 읽을 거리가 많아 어쩌면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찬찬히 시간을 들여 읽어나가다보면 그 말의 한뜻한뜻이 결코 어려운 구석이 없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특히 리더들에게 익히면 좋을 책 같아 최근 관리자가 된 지인을 수소문해보고 있다. 도움이 될 이에게 읽은 책을 선물해주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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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배웅
심은이 지음 / 푸른향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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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장의사]라는 영화가 있다. 너무나 오래전에 봤던 영화고 극장에서 봤던 것이 아니라 집에서 TV를 통해 봤던 영화라 가물가물하지만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파리만 날리던 장의사업을 귀농한 두 젊은이가 이어받아 펼쳐지는 잔잔한 코미디 영화다. 잔잔하지만 그 나름의 재미가 있고 순박하면서도 엉뚱한 내용전개들이 담백한 음식을 맛보듯 지켜보게 만들어서 기억에 남아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뜬금없이 생각난 까닭은 [아름다운 배웅]이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부터다. 특이하게도 국내 첫 여성 장례지도사로 활동중인 저자 심은이씨는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유명한 인물이었다. 장례지도사 하면 숭고함보다는 시체를 만지는 무서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아직은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가운데 그 편견의 고리를 깨고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배웅하고 있다는 그녀의 소갯말에서 나는 장인정신을 배운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라지만 살면서보니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이웃들을 발견하게 되면 그 발견만으로도 무척이나 반가운 마음이 들고 신뢰감이 쌓이곤 했는데 그녀가 자신의 일을 자랑스러워하고 그 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흐뭇해졌다.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며 이승의 삶이 끝난 사람들을 직원들이 함부로 대하는 모습에서 사람이 아닌 물건으로 비춰져 마음이 편치 못했다는 맘고운 그녀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어머니의 추천으로 이 길로 들어섰다고 했다.

 

보통의 어머니들이라면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직업을 추천하기 마련인데 그녀의 어머니 또한 남다름을 알 수 있었다. 자식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을 추천하고 이해해주며 격려해주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딸이기에 그녀는 오늘도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큰 깨달음은 우리 모두 시간이 정해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라고 했다. 당연한 말이었는데, 적혀진 문장을 입으로 소리내어 읽다보니 이처럼 또 무섭고 경건하게 받아들여지는 문장이 근래에 있었나 싶다. 시간이 정해진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나이는 숫자일 따름이라지만 나이는 세면서도 그 시간이 줄어가고 있음엔 둔하게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직업, 꺼려하는 직업일 수도 있는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바꿔가면서 그녀는 누군가의 가족을 외롭지 않게 배웅해주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늙은 할머니나 수녀원에서 생을 마감한 신자들, 감전으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검어진 청년,반드시 화장대신 매장을 택한다는 화재사망자, 채 가슴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낸 사산아, 멀쩡했다가 갑자기 죽어버린 100일된 아이, 마지막 가는 길조차 기증으로 따뜻한 마음을 전한 사람들이나 외국인 후처에게 재산이 한푼이라도 갈까봐 장례장까지 와서 망자의 죽음을 소란스레 만들었던 한국인 전처 가족들 등등 각양각색의 사연이 소개되고 있었다.

 

어떤 죽음이든 그녀에겐 평등했다. 유족들의 참관 하에 몸을 알코올 솜으로 깨끗이 소독하고 수의를 입힌 다음 머리를 빗기고 화장을 해주고 유족에겐 상복을 내어주는 일. 그러나 이때 자신의 가족을 만진 그녀의 손길을 더러운 것마냥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고해 놀라웠다. 자신의 가족을 만진 손인데 그 손을 피하면 망자의 마지막을 대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대체 어떤 마음이라는 말인지.

 

P.9 죽음은 늘 삶 곁에 있다

 

그러나 오만하게도 우리는 이 사실을 잊고 오늘을 산다.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내야할 하루가 더 주어졌음에 감사함을 잊지 않도록 나는 언제부턴가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있다. 특별한 종교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늘 눈 떠 생긴 하루에 감사하며 어떻게 보내야할지 해야할 일들을 하나하나 챙겨본다.

 

생각난 김에 그 옛날 [행복한 장의사]를 다시 찾아 보아야겠다. 어딘가에 그 영상이 남겨져 있을텐데 찾아서 그때봤던 그 기분과 책을 읽고 난 다음 보는 기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해봐야겠다. 그리고 영화가 선물하는 아름다운 배웅은 어떤 의미였는지 되새겨보고 싶어졌다.

 

국내 첫 여성 장례지도사의 책은 늘 함께 있는 죽음뿐만 아니라 주어진 삶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고맙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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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날 2012-02-2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장의사는 가벼운듯 보이는 영화였지만 장의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인지 알게 해준 영화였어요. 저도 오랜 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은 영화인데..
일본영화 굿바이 보다 행복한 장의사가 훨씬 좋은것 같아요

마법사의도시 2012-03-01 14:16   좋아요 0 | URL
^^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 - 사랑하지만 벗어나고 싶은 우리시대 가족의 심리학
한기연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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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이보다 더 충격적이고 슬픈 제목의 책이 또 있을까. [나는 더 이상 당신의 가족이 아니다]라니. 어른들이 툭툭 던지듯 말하던 "어느 집이나 문제 없는 가정은 없고, 한 명 정도는 문제적인 가족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입닫길 종용해왔던 일들에 대해 파헤치고 든 이 책의 용기에 나는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가족과 마주서서 행복할 권리를 행사해야만 하는 건 아침드라마 [태양의 신부]에 등장하는 효원이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그 드라마 속에서 너무나 착한 딸이고 너무나 착한 후처로 등장해 오히려 사랑하는 이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는 그녀의 "착한 아이 컴플렉스"에 속이 뒤집어지는 한 시청자로써 가정내에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도 그 답답한 상황에서 벗어나라고 말해주고 싶어진다.

 

서른이 넘은 자식에게 시도때도 없이 전화해서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하거나 진로,여행계획,남자친구 문제까지도 개입하면서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라는 엄마들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긴 했다. 세상이 워낙 흉흉하니 그렇다는데 뭐라 딱히 대꾸할 말도 없는 딸들은 답답하기만 할 것이다. 또한 다른 형제들은 다 제처두고 딸자식에게만 금전적으로 기대 희생을 요구해 4년제 나와 번듯한 형제들에 비해 몇년째 딸을 가난하게 살게 만드는 아버지나 술만 마시면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붓는 가장, 주인 없는 사이 신혼집을 들락거리며 딸과 사위가 불편해 하는데도 아랑곳 없이 자신의 멋대로 청소하다가 결국 고마움을 모른다며 아이가 생기기 전에 갈라서라고 폭언을 일삼는 친정엄마,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면 식당일을 고되게 시켜 헤어지게 만들고선 아들의 사랑이나 서로의 성격이 잘 맞는 것과는 상관없이 지나치게 책임만을 강조해 자신에게 맞는 며느리를 고르려는 엄마 등등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남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근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였고, 가까이는 매일 보는 드라마에서 일상적으로 나오는 단골 소재들이었으며 직장내에선 누군가의 입을 통해 하소연으로 들어봄직했던 사연들이 하나씩 끼워져 있다. 심지어는 동생과 언니의 뒷담화를 일삼는 엄마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어린 여동생 몫의 재산까지 가로챈 언니가 고아처럼 자란 동생에게 세월이 흘러 자신을 의탁하러 당당하게 나타나는 경우까지 있다니 세상은 정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별별 억울한 사연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비난이 두렵고 화를 낼까 두렵고 혼자가 되는 것이 두렵고 죄를 짓는 것 같아 두려워 그저 침묵해야 하는 쪽은 속이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리가 없다. 문제가 없는 가족은 없다지만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자하는 착한 마음을 이용하고 버리고 무시하는 태도 역시 폭력임을 책은 집고 넘어가고 있다. 가족이니까 "괜찮아" 라는 환상에서 벗어나게 만든다는 점에서 나는 이 책이 최근 읽었던 가족관계 서적 중에서 가장 속시원하게 제 할말을 다하고 있는 책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어졌다.

 

가족안에 무언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족간에 분란을 일으킨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쉽게 입을 열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책의 도움을 받아 나를 더욱 힘들게 한 가족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기를 독려해본다. 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마음의 병이 더 무섭고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리며 사는 것이 더 어리석다.

 

가족이라면 어떤 이야기도 다 털어놓을 수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환상이다. 가족이 우리 인생의 목표나 대단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듯 뚜렷한 결과를 제시하면서 가족의 "비난"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주며 가족을 놓아야 할 때 를 깨닫게 만드는 까닭은 최선을 다했지만 더이상 자신을 상처입히는 상황에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서다. "떠나있기" 와 "한계설정" ,"무관심하기" , 를 통한 가족과의 거리두기는 견디고 희생하고 그래서 가난해지거나 버려지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보다 훨씬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선택이된다. 현명하게 대처하라! 결국 책은 우리에게 이 말을 해주기 위해 많은 예시들을 늘어놓고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못난 부분과 잘난 부분을 함께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한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는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를 변화시키거나 그가 변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삶을 살아보자. 가족보다 나은 이웃이나 가족보다 더 소중히 여겨주는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는 동안 자신을 맘껏 사랑해보자. 그러다보면 어느새 건강한 어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비난할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서양에 비해 오랫동안 가족과 묶여 살아야하는 대한민국에서 시원하게 가족문제를 건드려 곪은 곳을 터뜨리고 소독하는 책들이 더 많이 출판되기를 기대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속이 다 시원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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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연금, 보험, 저축을 능가하는 노후대비'책'
    from 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2012-10-30 16:09 
    '두통에는 진통제', '우울증엔 항우울제', '불면증엔 수면제'라는 것이 공식처럼 각인되고 있다. 그러나 시댁과 갈등을 겪는 전업주부의 두통과 학습우울증에 걸린 청소년의 두통이 과연 같은 질병일까. 또 시댁과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 어깨 결림, 두통, 불면증, 소화불량, 생리통이 동시에 나타났다면, 이는 각각 정형외과, 신경과, 정신과, 내과, 산부인과에서 따로 해결해야 할 병일까. ─강용혁, 『닥터K의 마음문제 상담소』, 12쪽 예전에 손발이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