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피아노
에우헤니오 미라 감독, 엘리야 우드 외 출연 / 미디어허브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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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Grand Piano , 2013

  감독 - 유헤니오 미라

  출연 - 일라이저 우드, 존 쿠색, 케리 비쉐, 탬신 에거튼

 

 

 

 

 

  ‘일라이저 우드’라는 본명보다‘ 프로도’라는 이름이 더 알려진 배우가 나오는 스릴러 영화이다.

 

  천재 피아니스트인 톰은 한동안 음악계를 떠나 있었다. 과거 공연에서 사고가 있은 후, 연주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하지만 5년 만에 화려하게 재기 공연을 갖게 되는데, 그를 기다리는 것은 관객만이 아니었다. 공연 준비를 하는 그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관객석에 있는 부인을 죽여 버리겠다는 내용이었다. 협박범이 원하는 것은 바로 톰이 ‘라 신케트’를 연주하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그것을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작곡자이자 톰의 스승밖에 없다는 소문이 파다한, 전설적인 명곡이었다. 왜 협박범은 그 곡을 연주하라고 하는 것일까? 톰은 부인과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스릴러 장르이지만, 보면서 좀 어이없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했다.

 

  피아노를 조금 배우다 말았기에 오래 배운 사람은 다들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수많은 관객을 앞에 두고 연주하면서 다른 짓을 할 수 있을까? 설마 주인공 버프에 천재라는 설정 때문에 가능한 걸까? 5년 전 공연에서 한 실수 때문에 공연 공포증에 걸렸던 남자가, 재기하는 무대에서 연주하다가 문자도 보내고 통화도 하는 게 가능할까? 음, 혹시 부인에 대한 사랑과 살아야겠다는 일념이 그런 행동을 가능하게 한 걸까? 위기의 순간에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간혹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협박범. 전화로 주인공에게 명령을 내릴 때는 무척 음산하고 위협적이었는데, 모습을 드러낸 다음에는……. 무척 실망이었다. 그 역할을 맡은 배우 역시 꽤 알려진 사람이었는데, 그 이름에 비하면 좀 시시했다.

 

  무엇보다 왜 굳이 그 곡을 연주하라고 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연주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면 튀어나오는 열쇠를 찾기 위해서라는데, 그냥 피아노를 부수는 게 더 빠르지 않았을까? 마구잡이로 깨부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분해하다보면 열쇠 하나 찾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을 여럿 죽이면서 위험을 감수하느니 그게 더 쉬웠을 것 같다. 그게 아니면 톰을 납치하는 게 더 빠르지 않았나?

 

  그래서 극이 흘러가는 분위기나 상황 설정이 어딘지 모르게 억지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주자가 딴 짓을 한다는 것부터 이상하더니만, 범인의 동기도 어색하고, 중간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죽어나가는 사람들도 어쩐지 심각하다기보다는 웃기기만 했다.

 

  그나마 괜찮았던 것은 프로도, 아니 일라이저 우드의 병약하면서 신경질적인 표정과 눈매였다. 무대 공포증이 있고, 협박을 받고 갈팡질팡하는 사람의 심리가 잘 와 닿았다. 어떻게 보면, 혼자 심각하게 상황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를 둘러싼 분위기가 조금만 더 심각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그나저나 프로도, 아니 일라이저 우드 이 배우는 스릴러 영화에 출연은 자주 하는데, 어떻게 다 별로인지. 저번에 본 ‘매니악 : 슬픈 살인의 기록 Maniac, 2012’도 그저 그랬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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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사랑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베르벨 레츠 지음, 김이섭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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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esses Frauen

  부제 - 순수함을 열망한 문학적 천재의 이면

  저자 - 베르벨 레츠

 

 

 

 

  미리 말해두지만, 헤세의 작품은 어린 시절 어린이 버전으로 접한 게 다이다. 완역본이나 청소년 내지 성인 버전은 읽어본 적이 없다. 어린이 버전으로 읽었을 때 무척이나 지루하다는 느낌이 남아있어서, 커서도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리도 두 번째로 말해두고 싶은 것은, 난 이혼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불륜이라든가 책임과 의무를 갖지 않는 결혼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못한다.

 

  애인님이 내가 어떤 책을 읽고 있냐고 묻기에, 헤세의 전기라면서 이렇게 대답해줬다.

 

  “그러니까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픈 유약한 청년이 자기 좋다고 나대는 여자랑 결혼을 했어. 그녀가 생활력이 아주 강해서, 자기가 글만 쓰고 있어도 문제없을 거 같았거든. 그러면서 섹스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는지 아들만 셋을 낳았지. 그리고는 글 쓴다는 핑계로 가정을 돌보지 않고 싸돌아다닌 거야. 부인은 아이들 키우고 집안 관리하는데, 자기는 여러 사람 만나고 좋다는 곳으로 여행을 다닌 거지. 일종의 방치 플레이를 한 거야. 그래서 부인이 신경쇠약에 걸려서 상담도 받고 그러니까, 옳다구나 하고는 부인이 정신병에 걸렸다고 이혼하자고 한 거야.

 

  사실 그 당시 부인보다 더 어리고 돈 많은 집안 딸내미가 그를 따라다니고 있었거든.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결혼을 하면 어쩐지 얽매이는 것 같아서, 부하 여직원과 사귀는 유부남 상사들이 하는 것처럼 질질 관계를 끌었어. 부인과 이혼만 하면 너랑 살 거야라면서 단물만 빼먹는 짓을 한 거지. 하지만 여자애 아빠가 길길이 날뛰니까, 궁시렁대면서 첫 번째 부인하고 겨우겨우 이혼하고 그 애랑 재혼을 했어. 그런데 결혼하고 나니까 얘한테 관심이 팍 식은 거야. 여자애도 자기가 생각하던 남자의 이미지와 좀 다르니까 실망도 하고 말이지.

 

  그래서 어떻게 했냐면, 결국 또 이혼했어. 그리고 이 남자는 마지막으로, 어릴 때부터 자기 팬클럽 회장이었던 빠순이하고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지. 그런데 이 팬클럽 회장이 말이야, 앞의 두 여자하고는 좀 달랐어. 그 남자의 여성 편력을 다 보았기 때문에, 자기가 통제하려고 했었지. 남자는 이미 나이가 많아서 싸우기 지쳐서, 좋을 대로 하라고 했고. 웃기는 건, 이 남자가 세 번째 부인과 살면서 첫 번째 부인과 화해를 했다는 거지. 그제야 그녀가 얼마나 좋은 여자였는지 깨달은 거야. 그리고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들과 그 가족들, 며느리와 손자손녀와도 자주 왕래를 했대.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노벨상도 받고 유명세를 누리다가 늙어 죽었어.”

 

  그러자 잠시 침묵을 하던 애인님이 말했다. “그 책, 설마 헤세의 안티가 적은 거 아니야?” 순간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내가 알 수가 없는 일이다.

 

  원제의 Frauen은 부인이 아니라, 여자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헤세의 여인들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면, 세 명의 부인 말고도 그와 교감을 가졌던 여자들은 훨씬 더 많았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헤세의 친구로만 남은 것이 행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부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은 여자들은, 그리 행복한 결혼 생활을 누리지 못했다. 친구일 때는 어느 정도 예의와 거리를 두고 있어서 몰랐지만, 막상 살을 맞대고 살아보니 실상은 달랐던 것이다.

 

  세 명의 부인에게 결혼은 영혼과 육체의 완전한 합일로 함께 가는 것이었겠지만, 헤세에게 결혼은 피할 수 없는 어떤 상황으로부터의 도피이자 집안일을 대신 돌봐주는 경제적 조력자를 얻는 것과 비슷했다. 또는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여자를 막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일수도 있다.

 

  그러니 부인들은 옆에 자기 남편이 있어도, 그가 자기 남자라고 여겨지지 않았고 방치되어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부인들보다는 친구들과 더 자주 여행을 다녔다. 부부지만 각자 생활을 한 것이다. 자연스레 여자는 자신이 그의 부인인지 아니면 그의 집사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는 어머니를 원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하건 따뜻한 눈길로 바라봐주고,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두며 언제나 갈아입을 깨끗한 옷과 단정한 집 그리고 먹을 것을 준비해놓는 어머니. 그렇기에 세 번째 부인인 니논이 아이를 갖고 싶다는 말을 하자 헤세가 불임 수술을 받은 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는 건 중대한 범죄이니까. 그 대목에서 니논이 무척이나 불쌍하게 여겨졌고, 헤세에게는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다 해댔다.

 

  책을 읽으면서, 어쩐지 헤세는 여자보다 남자를 더 좋아했던 게 아닐까하는 의심이 자꾸 들었다. 부인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사랑하는’이라는 말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는데, 성별이 남자인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그 단어가 종종 눈에 들어왔다. 절대로 내 눈에 음란마귀 스캐너가 장착되어서 더 잘 찾은 건 아니다.

 

  결혼보다는 썸과 연애 단계에서의 밀당을 더 좋아한 남자,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그게 호적에 이름을 올리는 건 아니었던 남자. 여자보다는 남자들과 더 친밀하게 지냈던 남자. 젊은 시절에는 정신과 의사의 처방이 없이는 살 수 없었던 남자. 바로 헤르만 헤세였다. 부제에서는 순수함을 열망했다고 하는데, 글쎄? 하는 짓을 보면, 자기중심 적에다가 자기주장만 있고 책임이나 의무는 지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 꼭 어린애 같기는 했다. 그리고 순수하다기보다는 부인들의 등골을 쏙 빼먹은 것 같은데…….

 

  하지만 언제나 양쪽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하는 법. 다른 작가가 쓴 책에서는 또 다르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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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오인천

  출연 - 강하늘, 김소은, 김정태, 한혜린  

 

 

 

 

 

  포스터에 속으면 안 된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한 영화였다. 너무 많은 것을 말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표현하려고 하는 것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신을 볼 줄 아는 소년, 학교를 휘어잡고 있는 일진 무리, 왕따의 희생양이 되어 자살한 소녀 그리고 그것을 방관했던 반 친구들과 선생님. 이런 기본 설정에 귀신을 보는 소년의 어린 시절 사건에 대한 죄책감과 역시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삼촌과 성불하지 않고 눌러 붙어사는 개그 캐릭이 분명한 여자 귀신이 곁가지를 이루고 있다.

 

  그러니까 영화는 일진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여학생이 귀신으로 나타나 복수를 하고, 때마침 전학 온 귀신을 볼 줄 아는 소년이 그녀를 진정시켜 성불시킨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와 동시에 왕따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이라는 걸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당하는 사람에게는 죽고 싶을 정도로, 죽어서도 복수하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일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하지만 영화는 뭐랄까……. 위에 적은 얘기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였다. 단순히 공포 영화라면 딱 저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을 텐데, 이 영화는 거기에 다른 것을 첨가시켰다. 바로 소년과 소녀의 풋풋한 사랑이다. 어쩌면 설레는 학창 시절의 첫사랑도 못해보고 죽은 소녀를 위해서, 귀신을 본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에게 마음의 평화를 주기 위해서 집어넣은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부분을 넣으면서 영화는 늘어지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이건 공포 영화도 아니고, 달콤 살벌한 학교생활을 다룬 것도 아닌 애매한 작품이 되어버렸다.

 

  차라리 소년소녀의 풋풋한 만남을 통한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면 태국 영화 '나의 유령 친구 Dorm, 2005'처럼 진행하면 귀신이 나오긴 하지만 충분히 예쁜 화면으로 가득한 치유물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소년은 소녀로 인해 학교생활을 해나갈 용기와 세상에 맞설 기회를 얻고, 소녀는 소년덕분에 아쉬움이 가득했던 학창 생활을 마무리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간혹 깜짝 놀라게 하는 귀신 등장 장면이 있어도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소년소녀의 관계는 부수적인 것이었고, 공포심을 주는 것이 주목적이었나 보다. 그런데 문제는 전혀 공포심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청초한 모습의 소녀가 나왔기 때문에 아무리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 나와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게다가 귀신이 복수를 하는 과정이 조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방관자인 다른 반 아이들에게 위협을 가하기 위해서라면, 일진 애들이 하나둘씩 당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하는 게 아닐까? 왜 처음에는 그들이 실종된 것으로 설정했는지 모르겠다. 제목엔 괴담이라고 적혀있지만, 영화 안에서는 괴담이 나오지 않았다. 한두 사람만 안다고 괴담이 되는 게 아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알고 무서워해야만 괴담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영화 안에서는 괴담이 그리 효과적으로 사용되지 않았다. 방관했던 다른 아이들에게 공포심을 주려면, 학교에서 자기들이 자살한 소녀에게 했던 짓 그대로 당한 채로 죽어서 발견되어야 했다. 그래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괴담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되어야 아이들 사이에 흐르는 팽팽하고 숨 막힐 듯한 긴장감이 흐를 수 있다. 그 감정들을 더 조이는 것이 바로 소녀의 역할이어야 했고, 그것을 툭하고 끊어버리는 것이 전학 온 소년의 임무였다. 하지만 아이들의 감정은 귀신보다는 일진 아이들에게 더 공포심을 느꼈고, 소녀 귀신은 무능력했으며 소년은 방관자였다.

 

  그리고 결말은……. 휴……. 너무나 전형적인 흐름이어서 보는 내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건 무슨 '월하의 공동묘지, 1967' 시대도 아닌데 신파조로 흐른담. 사실 다운로드 가격이 4000원으로 내렸기에 봤는데, 그 돈도 아까웠다.

 

  갑자기 든 생각. 귀신의 복수보다 일진 아이들의 행패가 더 무서운 것은, 설마 현실이 더 지옥 같다는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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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3구문 기본편, 매일 3단계로 끝내는 영어구문 훈련 (예비고, 고1,2) - 모의고사 기출문장으로 구문원리를 이해하는 新개념 공부방법, 2014년 매3 시리즈 2014년
키출판사 영어학습방법연구소 엮음 / 키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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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는 어렵다. 웬만한 독해를 하려면 단어부터 시작해서 구문, 문장, 문단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마치 게임에서 렙업하는 것과 비슷하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하고, 중간에 너무 지겨워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가는 데 성공하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값진 부상이 따라온다. 물론 게임은 해킹당하지만 않으면 자기 것이지만, 영어 공부는 복습해주지 않으면 까먹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복습을 해두면 절대로 까먹지 않는다.

 

  이 책은 구문 연습을 다루고 있다. 단어와 문법은 어느 정도 알지만, 긴 문장 독해에 약한 경우에 학습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 한국어도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 술어 찾는 게 어려워지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애매한 경우가 있다. 한국어야 어떻게 답을 찾아내지만, 영어 같은 경우에는 그게 힘들 수도 있다. 어디서 끊어 읽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술어가 무엇인지 찾았는데 그게 잘못된 경우엔 전체적인 의미가 이상해지기도 하다.

 

  그래서 이 교재는 문장에서 자주 쓰이는 단어를 기본으로 알려주고, 간단한 문법 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문장들을 예시로 보여준다. 그런데 그 길이가 만만치 않다. 다행히 처음에는 끊어 읽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 순서대로 하다보면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는 혼자서 문장들을 해석해보게 한다. 앞에서 연습한 것들이 다시 나오지만, 처음에 했을 때보다 자연스러워졌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리고 혹시나 시간이 지나면 까먹을까봐 이틀에 한 번씩 테스트를 하도록 구성해놓았다. 이 테스트는 앞부분과 달리 문장만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험처럼 준비해놓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어떻게 시험에서 응용되는지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은 어느 정도 단어와 문법을 알고 있는 학생들에게 적합할 것 같다. 이 교재를 끝낸 다음에는 전에 나왔던 독해 교재나 구문 단어 교재를 풀면 될 것이다. 바라는 점은 이 책보다 좀 더 쉬운 중학생용 교재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요즘은 중학생도 구문이나 독해 공부를 필요로 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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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성난사람들 - [초특가판]
시드니 루멧 감독, 헨리 폰다 출연 / 피터팬픽쳐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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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12 Angry Men , 1957

  감독 - 시드니 루멧

  출연 - 헨리 폰다, 리 J. 콥, 에드 비글리, E.G. 마셜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일급살인혐의로 재판을 받는 한 소년이 있다. 이제 그의 운명은 12명의 배심원에게 달려있다. 평결을 내리기 위해 회의에 들어간 배심원들은 모든 것이 명백한 사건이라며 소년의 유죄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이 더운 여름날에 빨리 표결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단 한 사람(헨리 폰다)만 빼고. 그는 목격자의 증언이나 검사가 내놓은 증거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며, 좀 더 토론을 해보자고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5분 만에 결정하는 건 너무 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재판을 보면서 이상했던 점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거의 한 장소, 그러니까 배심원 실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처음과 마지막 부분의 법원 전경, 그리고 그들이 가는 화장실을 빼고는 좁은 방 하나가 배경의 전부이다. 당연히 배우들의 움직임도 그리 크지 않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았다를 하거나, 창가에 서서 바깥을 보기도 하고, 증인의 움직임을 재연해보고, 성질을 내며 책상에 걸터앉는 게 다이다.

 

  그런데 영화가 지루하지 않다.

 

  어릴 적에 텔레비전에서 처음 봤을 때는 어려서 그런지 보다가 졸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보니,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헨리 폰다가 자신의 품고 있던 합리적인 의심을 하나둘씩 얘기할수록, 다른 11명의 반응이 참으로 다양하고 흥미로웠다. 소년이 사는 빈민가를 들먹이며 그런 곳에서 자란 아이는 뻔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 줏대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 단순히 아무 생각 없이 상대방이 싫어서 다른 의견을 지지하는 사람 등등 어쩌면 이렇게 특징을 잘 잡아냈는지 놀랄 정도이다. 그와 동시에 목격자 증언의 허점을 찾아내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끼쳤다.

 

  도대체 변호사는 뭐하고 있던 거야! 아무리 의욕이 없다고 해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얼굴도 이름도 나오지 않은 변호사였지만, 멱살을 잡고 흔들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만약에 헨리 폰다가 합리적인 의심을 품지 않았다면? 배심원장이 처음부터 만장일치가 아닌 다수결로 결정하자고 했다면? 그랬다면 소년은 아버지를 죽인 일급 살인죄로 사형을 당했을 것이다.

 

  50년도 전의 영화지만, 저런 일이 지금도 수없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오싹했다. 아니, 일어날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일어나고 있다. 편견이나 첫인상 때문에 상대에 대해 오해를 하고, 사람 자체가 아닌 주위 환경으로 상대를 판단하거나, 남의 일이라고 방관하듯이 구경만 한다든가, 진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할까봐 은폐하려는 일이 너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헨리 폰다가 맡은 배역의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영화에서 그가 반대 의견을 홀로 냈을 때, 다른 사람들이 그를 원망했다. 집에 가야하는데, 야구 경기 보러 가야하는데 왜 발목을 잡냐며 뭐라고 했다. 영화에서는 11명만 상대하면 되지만, 현실에서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것이다. 헨리 폰다에게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생겼지만, 현실에서는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의로운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걸지도…….

 

  영화를 보면서, 감독이 참 꼼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 토론을 시작했을 때 사람들의 옷은 단정했다. 아무래도 배심원으로 오는 것이니 잘 차려입고 왔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분위기가 과열되고 설상가상으로 선풍기까지 고장 나면서, 사람들은 겨드랑이는 물론이고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거나 주르륵 흘러내리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상대에게 화를 낸다. 감독은 땀의 양과 복장 상태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고장 난 줄 알았던 선풍기가 작동을 시작하고 밖에서는 소나기가 시원하게 내리는 가운데, 사람들은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결론을 내린다.

 

  논리적인 토론이란 바로 이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영화였다. 또한 사람이란 얼마나 남의 말에 좌우되기 쉬운 동물인지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다 보고나서도 아직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 그들은 왜 넥타이는 안 풀었던 걸까? 더웠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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