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Adam Brody - The Kid Detective (키드 디텍티브) (2020)(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Various Artists / Sony Pictures Home Entertainment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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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Kid Detective, 2020

  감독 에반 모건

  출연 아담 브로디소피 넬리스사라 서덜랜드웬디 크로슨

 

 

 

 

 

  열두 살이던 때, ‘에이브는 몇몇 작은 사건을 해결하면서 꼬마 탐정이라 불린다하지만 친구였던 그레이스가 실종되면서 그의 인생은 바뀌고 만다그레이스의 아버지는 슬픔을 못 이기고 자살하고에이브는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그리고 20년 후에이브는 그저 그런 탐정이 되어 시답잖은 심부름 같은 사건을 맡으며 살고 있다그러던 어느 날, ‘패트릭이라는 소년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소년의 여자친구인 캐롤라인은 에이브에게 범인을 찾아달라며 찾아온다에이브의 부모는 그가 또다시 좌절할까 봐 능력이 되지 않는다며 사건 수임을 반대하고 급기야 그를 미행까지 하는데…….

 

  제목만 보고는 꼬마 탐정이 나오는 영화일까 생각했다귀염뽀작 똘망똘망한 꼬꼬마들이 나와서 어른들의 눈을 피해 마을을 누비며 사건을 해결하는 훈훈 힐링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어릴 때 천재라 불리며 모두의 기대를 모았던 꼬마가 자라면서 그 기대에 짓눌려 망가진 이후를 그리고 있었다그리고 다행스럽게도그런 어른이 되어버린 주인공이 자신을 억누르던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20년 동안 그를 옭아맸던 그레이스 실종 사건을 다시 다룬다는 얘기다어쩌다 보니 패트릭의 살인 사건이 그 사건과 얽히면서영화는 마을의 온갖 추악한 비밀을 드러낸다그런 식의 이야기 진행은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사건을 다루는 작품들의 기본 설정이기도 하다하여간 에이브는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그러니까 캐롤라인을 제외한 사람들이 다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소아성애자로 몰리는 수모까지 감수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에이브는 왜 그렇게까지 사건 해결에 몰두했을까부모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말이다어쩌면 그도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이번이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걸바닥을 치다 못해 지구 내핵까지 깊게 파고 들어간 그의 자존감을 되찾고위축된 탐정으로의 재능을 다시 꽃피우며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무능력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사랑할 계기가 될 그런 기회라는 걸 말이다.

 

  영화의 결말 부분은 좀 먹먹한 분위기였다대개 사건을 해결하면 마지막에 왁자지껄한 축제 분위기 내지는 함성이나 행복한 미소로 마무리 짓는 편이 많다하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박수도 미소도 시끌시끌한 분위기는 하나도 없었다그냥 조용한 가운데 건조한 목소리로 이후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알려주고에이브의 울음소리만 가득할 뿐이었다. 20년 동안 억눌렸던 그의 감정이 분출되는 거 같아서 그게 더 인상적이었다.

 

  그나저나 자식이 어느 정도 크면 자기 뜻대로 나아가도록 옆에서 지켜봐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물론 그 길로 가면 실패할 것 같지만의외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법이다앞일은 모르는 거니까 말이다그런 의미에서에이브의 부모는 과보호의 강도가 너무 지나쳤다서른이 넘은 아들이 사건을 맡겠다는데 능력이 안 되니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부터 아들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게 참그것도 아들이 알아볼까 봐 남의 차를 빌려 타고 말이다그건 보호가 아니라 감금이 아닐까 싶다위에서 언급한에이브가 사건에 매달린 이유 중의 하나엔부모에게서 벗어나고픈 심정도 있지 않았나 싶다.

 

  아이에게 너무 과한 기대를 하거나 막중한 책임을 지우는 건다른 의미로 아동 학대라는 생각이 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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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Emelie, 2015

  감독 마이클 텔린

  출연 사라 볼거조슈아 러시칼리 애덤스토마스 베어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톰슨 부부는 제이콥과 샐리’ 그리고 크리스토퍼’ 세 남매를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외출한다원래 그들을 봐주던 사람은 메기였지만부득이한 사정으로 애나라는 새로운 사람이 오게 된다처음에는 셋과 잘 지내던 애나였지만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맏이인 제이콥은 수상함을 느끼고그녀를 주시한다애나는 막내인 아기 크리스토퍼에게 집착하며전화선을 끊고 제이콥과 샐리를 고립시킨다제이콥은 애나의 가방에서 에멜리라는 이름이 적힌 신분증을 발견하는데…….

 

  베이비시터가 나오는 영화는 종종 볼 수 있다그 중의 어떤 작품들은 베이비시터가 문제의 중심에 놓인다이번 영화도 그러하다왜 그녀가 아기인 크리스토퍼에게 집착하는지는극 중에 밝혀진다불쌍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그래서 뭐이 세상에 사연 없는 범죄자는 없고그 사연은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불쌍하게도 미친 것으로도 보일 수 있다.

 

  이 작품의 애나아니 에멜리는 중반까지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 인물로 편집되었다하지만 후반으로 가면서점차 이상해진다막내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면 질수록첫째와 둘째에게는 더없이 가혹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영화는첫째 제이콥의 시점으로 보이는 장면이 꽤 많다그래서 에멜리의 행동은 광기에 찌든 모습으로 보였다다행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잔잔한 것처럼 보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조마조마했다제이콥이 과연 에멜리의 마수에서 동생들을 구할 수 있을지그리고 안전하게 벗어날 수 있을지 불안했기 때문이다자기 집에서 도망쳐야 한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지만하여간 제이콥은 동생 둘을 데리고 에멜리에게서 멀어져 안전한 외부로 탈출해야 한다문제는 한 명은 잠이 들어 깨지 않았고다른 하나는 아직 아기라서 누군가 손을 잡아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감독님제이콥에게 왜 그래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드는 건중후반에 엄마아빠가 탄 차가 사고를 당하는데그것도 에멜리의 계획이었는지 아닌지였다왜냐하면그 차에서아차스포일러를 할 뻔했다그것도 그녀의 계획이었다면좀 허무했을 거 같다그 정도로 치밀하게 일을 짜왔는데…….

 

  베이비시터를 구할 때는신원을 확실히 알아봐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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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nna and the Apocalypse, 2017

  감독 존 맥페일

  출연 엘라 헌트말콤 커밍세라 스와이어벤 위긴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안나는 졸업 후 여행 문제로 아빠와 다툰다한편전국적으로 신종 감기 바이러스가 돌고 있는데사실 그게 감기가 아니라는 사실이 보도된다그리고 다음 날세상은 바뀌었다좀비가 된 사람이 아직 인간인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안나는 친구들과 함께 볼링장에 숨고구조를 기다린다하지만 들리는 소식은 다 암울할 뿐결국안나는 아빠를 찾기 위해 학교로 향하고거기서 좀비보다 더 사악한 존재를 만나는데…….

 

  포스터를 보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와 라라랜드가 만났다고 적혀 있다. ‘라라랜드는 안 봐서 모르겠고, ‘새벽의 황당한 저주가 왜 쓰여 있는지는 알 것 같다안나가 등교를 하면서 해맑게 노래를 부르는데그 뒤로는 사람들이 좀비의 공격을 받아 죽어 나가고 있었다안나와 은 자신의 결심과 미래에 관한 노래를 부르느라그런 건 하나도 눈치채지 못하고 자기 갈 길을 간다.

 

  아노래가 왜 나오는지 말을 안 했다이 영화좀비가 나오는 뮤지컬이다그렇다고 좀비가 노래를 부르지는 않는다그러면 더 재미있었겠지만 말이다좀비와 싸우는 장면은 잔인하면서 통쾌했고 시원시원했다또한주인공들이 십 대 후반의 청소년인데 나름 그들의 감성에 맞춰 적당히 코믹하고 적당히 심각하고 그랬다좀비를 죽이면서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며 자랑하기도 하고가슴 아픈 짝사랑에 눈물도 흘리는 등등그리고 노래는가사가 참 멋졌다안나와 친구들의 상황이나 심리를 잘 표현하고진지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그 좀비와 노래의 조합은 그냥 그랬다인도 영화를 보면노래와 춤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그런데 그게 극의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보다 보면 흥겹고 그랬다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노래가 그런 역할을 잘 하지 못했다다 그런 건 아니고어떤 부분에서는 노래가 잘 어울렸는데 그러지 않은 장면이 더 많았다.

 

  그러니까 좀비 장면이 엉망이거나노래가 형편없다는 얘기가 아니다위에서도 말했지만좀비와 싸우는 장면은 멋졌고 노래는 멜로디나 가사가 꽤 좋았다단지 그 둘이 합쳐지니까 어색하고 흐름이 끊기는 느낌이었다는 말이다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나저나 이 영화에서 최대 빌런이 좀비가 아닌 인간이었다는 사실이 좀 안타까웠다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이이제는 좀비보다 인간이 더 사악하다는 걸로 바뀌고 기본 설정이 되는 모양이다하긴 좀비는 힘이 세고 물리면 전염되고 여럿이 몰려다녀서 문제지단일 객체로만 보면 생각이 없고 단순하다반면에 인간은 단일 객체로 있어도 위험할 수가 있다.

 

  영화는 슬프기도 하고 낙관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이기도 한다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말의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

 

  난 꿈도 희망도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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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클래식 수업 - 알아두면 쓸모 있는 최소한의 클래식 이야기
나웅준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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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나웅준

 

 

 

 

  제목이 어쩐지 친숙하면서 과연?’ 하는 의문이 든다퇴근길에 수업을 듣다니그것도 클래식자고로 퇴근길이라면 온종일 시달린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면서 동시에 집에 간다는 즐거움으로 없던 활력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시간대다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할 때자리에 앉으면 눈꺼풀이 저절로 감기고 그렇지 않으면 앞자리 사람이 언제 내릴지 기다리기 일쑤다그런 시간대에 클래식에 관련된 책이라니흥미가 갈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Part 1 일상 속의 클래식Part 2 이야기로 즐기는 클래식 음악사Part 3 매혹적인 클래식 악기의 모든 것그리고 Part 4 클래식 사용법이다각 파트의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이 나올지 대충 짐작이 간다.

 

  『Part 1 일상 속의 클래식은 그야말로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한 번쯤은 들어봤을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다. ‘토요명화의 오프닝 노래라든지, ‘장학퀴즈’ 주제곡 같은 것들 말이다그리고 그 곡에 얽힌 짧은 이야기도 같이 얘기한다예를 들면, ‘바흐의 커피칸타타의 주된 내용은 커피를 좋아하는 딸과 그런 자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버지의 대립이라는 것이다딸이 커피를 많이 마셔서 잠을 안 자서 건강이 염려스러운 거였을까딸은 밤샘작업을 해야 해서 커피를 끊을 수 없는 거고그리고 놀라운 사실은결혼식장에서 당연히 울려 퍼져야 하는 바그너의 혼례의 합창 The bridal chorus’이 사실 그리 좋지 않은 분위기의 노래라는 것이다그 곡이 수록된 오페라 로엔그린 Lohengrin’이 비극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그 노래를 배경 삼아 결혼했던 주인공 커플이 결국 헤어지고 마는……로엔그린의 대략적인 내용을 한국 드라마의 인물들로 바꾸어 설명한 부분은 재미있었다.

 

 

  『Part 2 이야기로 즐기는 클래식 음악사는 제목 그대로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귀도 다레초라는 처음 듣는 인물이 등장한다. 1025년경에 계이름그러니까 도레미파솔라까지 처음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도대체 그 전에는 어떻게 음악을 만들었는지 상상이 안 된다아니그것보다 그 전에 음계가 없을 때 만들었던 곡을 음계에 맞춰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것 같다이후 르네상스바로크고전주의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까지각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가와 그에 관련된 일화를 소개한다예전에 학교 다닐 때음악 필기시험을 위해 외운 기억이 난다다시 떠올리며 읽으니학창 시절도 생각나고 내 기억력이 그래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뿌듯함도 든다.

 

  『Part 3 매혹적인 클래식 악기의 모든 것은 클래식 곡 연주에서 사용되는 악기들을 설명한다목관악기금관악기타악기현악기 그리고 파이프 오르간까지각 악기의 특징을 말하고 있다또한악기의 역사도 간략하게 덧붙인다그런데 왜 피아노에 관한 얘기는 없는 걸까파이프 오르간에 묻어가는 걸까?

 

  『Part 4 클래식 사용법은 어떤 상황에 어떤 노래가 좋을지 추천하고 있다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할 때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3악장고민이나 생각이 많아질 때는 타이스 명상곡교통 체증으로 짜증 날 때는 파리의 미국인」 다양한 상황과 거기에 어울리는 노래를 알려준다물론사람마다 다르니까 저자의 의도와 일치한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다만 이런 분위기의 곡이 적절하다는 가이드를 해준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각 파트 끝부분에는 클래식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TMI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챕터에는 넣지 못했지만 그래도 알아두면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예를 들면옛날 작곡가들의 수입이라든지 음악용어에 관한 이야기다.

 

  아책을 읽으면 다양한 노래가 소개되는데 그걸 다 찾아 들으려면 귀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아도 좋다몇몇 곡들은 QR 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에서 일일이 검색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물론 시간이 되면 검색해서 들어도 된다사실 그게 더 좋기는 하다.

 

  퇴근길이라는 제목이 있지만퇴근길이 아닌 집에서 편하게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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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Woman of Fire 火女, 1971

  감독 김기영

  출연 윤여정남궁원전계현최무룡

   

 

 

 

 

  ‘명자는 자신을 강간하려는 남자를 돌로 내려쳐 다치게 하고 친구인 경희와 도망치듯 서울로 올라온다거기서 그녀는 양계장을 하는 정숙의 눈에 띈다정숙은 월급을 주는 대신 좋은 집에 시집보내주는 조건으로 명자를 고용하다명자는 그 말을 굳게 믿으며 양계장 일과 가정부 일을 해낸다정숙의 남편인 동식은 작곡가로 일하며가수 지망생들과 집에서 일하고 있었다정숙이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간 날술에 취한 동식은 명자를 강간한다이후 명자는 임신을 하고동식은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고백한다정숙은 남편을 탓하면서 명자의 아이를 낙태시킨다강간과 임신과 낙태그리고 자신이 꿈꾸던 좋은 집에 시집가는 게 무산되었다는 사실에 명자는 이성을 잃는데…….

 

  영화를 보면서 기본 설정이나 흐름그리고 몇몇 장면이 낯이 익었다그렇다. ‘하녀 The Housemaid, 下女, 1960’를 만든 감독이었다그러니까 음자기 복제라고 해야 할까아니면 음악을 하는 남편과 그 아내 그리고 하녀의 삼각관계를 60년대와 70년대의 각 특징에 맞춰 리메이크했다고 해야 할까?

 

  두 작품을 비교해보면아내의 변화가 제일 크다. ‘하녀에서는 경제권 없이 그냥 남편에게 순종하며 다소곳한 이미지였는데, ‘화녀에서는 가정의 경제권을 쥐고 남편에게 화도 내고 할 말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10년이라는 시간 속에강산만 변한 게 아니라 그 시대의 여성상도 많이 바뀐 모양이다이 영화에서 아내인 정숙은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그의 바람기를 의심하고남편의 배신에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남편은전작보다 더 쓰레기로 나온다아니이 영화에 등장하는 남자 중에 쓰레기가 아닌 사람은 없어 보인다아니아니그들을 쓰레기라고 부르는 건 쓰레기한테 미안한 일이다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몇 가지 적어봤는데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포기어휘력이 부족하다…….

 

  하여간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이 작품은 강도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한 남자와살해당한 피해자의 부인이 경찰서에서 조사받는 것으로 시작한다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인 하녀의 친구 경희가 역시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찰서로 찾아온다그런데여기서 형사가 말인지 똥인지 모를개쓰레기 같은(쓰레기야 미안해), 직업 차별적이면서 혐오로 가득 찬 대사를 내뱉는다처음부터 영화를 꺼버리고 싶은 충동이 드는 작품은 오랜만이었다그리고 술집에서 일하는 경희를 어떻게 해보려는 남자 손님이나 바텐더의 대사도 그렇고명자와 경희가 방문했던 직업 소개소장의 짓거리도 그렇고어떻게 등장한 남자들의 행동이나 대사가 다 그 모양인지 모르겠다그 당시에는 저런 대사가 용인되었던 시절이니까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마음에 들지 않지만그런 시대였으니까……그래도 싫다.

 

  ‘하녀에서는 하녀와 아내의 대립이 별로 드러나지 않고 하녀의 독주였다면, ‘화녀는 달랐다명자와 정숙두 사람의 대립은 첨예했고 눈에서 불꽃이 튈 정도였다사실 처음에 두 사람의 화목한 모습에 동식 따위 갖다 버리고 둘이 알콩달콩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시골 처녀와 그런 그녀를 도닥이며 도시의 삶을 알려주는 마나님의 관계도 괜찮을 거 같아서였다.

 

  그런데 시골 아가씨의 순진함은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과 합쳐지면서 똘끼를 넘어선 광기로 변했다전작에서는 주인집 아들을 계단에서 밀어 죽였는데여기서는 아기를……. ‘내 아기는 죽였으면서!’라는 절규가 참 안타까우면서 오싹했다그리고 그런 일을 겪으면서 세상 물정을 알려주던 마나님의 차분함과 친절함은 독을 품은 기만과 냉철함을 넘어선 냉혈한으로 바뀌었다그래서 만약 정숙이 동식을 죽인다고 해도 하나도 놀랍지 않고도리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생각할 거 같았다진짜 그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아까도 말했지만동식은 죽여버리고 명자와 정숙 둘이 행복하게 아이들 키우면서 사는 결말도 괜찮지 않았을까……흐음나 GL 좋아했나?

 

  이 작품 화녀는 80년대에도 또 만들어졌다고 한다그 영화는 80년대의 특성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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