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의 시계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황해선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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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Clocks, 1963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속기 타이피스트 셰일라는 고객의 요청으로 어느 집을 방문한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것은 신원불명의 남자 시체와 네 개의 시계였다. 사건을 담당한 형사들은 타이피스트를 부르지 않았다는 집 주인의 주장과, 현장에 있던 시계가 한 개 사라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게다가 셰일라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다른 타이피스트마저 살해당하자, 사건은 미궁에 빠지는데……. 결국 우연히 그 사건에 휘말린 콜린이 포와로에게 조언을 요청한다. 그는 배틀 총경의 아들로, 스파이를 잡기 위해 근처를 탐색하다가 사건에 휘말린 것이다.

 

  읽는 내내 도대체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 것인지 궁금했고, 결말을 읽으면서는 놀라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허탈했던 책이다. 거기다 우연이 너무 겹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너무 자세히 밝히면 모든 것을 다 까발리는 거 같아서 패스하려니, 감상을 어떻게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처음에는 콜린이 수사하던 스파이와 연쇄 살인이 연관이 있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토미와 터펜서 부부가 나왔던 ‘N 또는 M N or M?, 1941'과 너무 흡사해질 것 같았다. 물론 크리스티의 작품 중에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흐음.

 

  그러다가 스파이 얘기는 쏙 들어갔다. 아, 이건 상관없는 거구나. 그러다가 잉? 아니 어떻게 그렇게 연결이 되는 거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건 너무 지나친 우연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포와로의 논리에서 우연이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마지막 콜린의 사건 부분은 아무래도 우연 같다. 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그런 함정을 팠을 거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그걸 알 정도면 영국 정보부를 능가하는 건데…….

 

  어쩐지 포와로가 귀엽게 나왔다. 처음에는 자신은 절대로 집밖으로 나와 사건 현장을 둘러보지 않을 거라고 콜린에게 선언한다. 그런데 나중에 사건이 일어난 지역으로 며칠 묵으러 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파트를 수리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단다. 흐응, 따, 딱히 너를 위해서 현장 근처로 온 게 아니야. 아파트 수리 때문이라고! 자꾸 물어보지 마! 나도 인간이니까 호기심이 생길 수 있잖아! 츤데레라고 해야 하나? 아, 완전 귀엽다!

 

  그나저나 포와로의 신문에 대한 견해가 흥미롭다.

 

  “의자에 앉아서 신문기사를 읽기만 하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오. 사실이란 정확해야만 하는데 신문기사가 정확한 경우는 극히 드문 법이니 말이오.”-p.279

 

  이 책이 1963년도에 나왔는데, 언론의 정확성에 관한 논의는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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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코리 디코리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7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정성희 옮김 / 해문출판사 / 198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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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ickory,Dickory,Dock, 1955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포와로에게는 믿음직한 조수가 몇 명 있다. 충실한 집사라든지 유능한 비서라든지. 그런데 비서 레몬양에게 큰 고민이 생겼는지, 자꾸만 실수를 저지른다. 그녀가 철자를 계속해서 틀리는 걸 보기가 무척 괴로웠던 포와로는 고민을 해결해주기로 마음먹는다. 사연을 들어보니, 레몬 양의 언니가 관리인으로 일하는 호스텔에 자꾸만 도난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국내외의 다양한 학생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인데, 평판이 나빠질까봐 쉬쉬하고 있다고 레몬 양은 덧붙였다. 얘기를 들은 포와로는 그곳에 가서 강연을 하고, 경고를 한다. 그러자 자신이 도둑이라며 한 여학생이 나서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녀가 죽은 채로 발견되고 자살이 아니라고 밝혀진다. 뒤이어 호스텔의 주인이 길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자, 포와로는 도난 사건 외에 뭔가가 더 있음을 알아차린다.

 

  호스텔이라는 단어를 보면, 자연스레 영화 '호스텔 Hostel, 2005'이 떠오른다. 외국에서 배낭여행 온 젊은 사람들을 납치해서 죽이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배경이 호스텔이라고 해서 외국에서 온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숙박업소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장기적으로 묵는 학생들이 있다는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면 일종의 외국 학생 대상의 하숙집이 아닌가? 대충 그렇게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잡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무척이나 비정한 범인이 등장한다.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는 건 기본이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마저 죽여 버린다. 그 놈의 돈이 뭔지…….

 

  궁금하다. 진짜로 그 사람을 좋아했었는지 아니면 편의에 따라 좋아하는 척을 한 것인지. 그 사람에게 한 말이 다 거짓이었는지 아니면 약간의 진심이 들어있었는지. 내 애인도 아닌데 왜 그런 걸 궁금해 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지만, 알고 싶었다. 아마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면, 죽은 사람만 불쌍해지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은 범인이 보여주는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걸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범인이 더욱 더 무자비하게 보였다.

 

  설마 범인은 소시오패스인걸까?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흐음, 갑자기 윌리엄 마치의 소설 '배드 시드 The Bad Seed, 1954'가 떠오른다. 그 책에서 어린 로다는 양심의 가책 따위는 느끼지 못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그 때문에 남을 죽이는 행위도 거리낌 없이 하는 소녀로 묘사되었다. 그 책에서 과연 범죄자의 피는 유전되는지에 대한 토론이 잠깐 언급된다. 아, 예전에 읽은 크리스티의 '맥긴티 부인의 죽음 Mrs. McGinty's Dead, 1952'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물론 이 책의 범인 조상 중에 범죄자가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로다와 이 책의 범인이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로다가 좀 더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그녀의 잔혹함에 교양과 전공 지식이 추가되면 이 책의 범인이 나올 것 같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안다고, 범죄도 저질러본 놈이 더 잘 저지르는 것 같다. 그래서 처음 잘못을 저질렀을 때 확실히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 어리다고 봐주면 나중에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범인은 냉혹하며 무자비했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이용당한 학생들은 불쌍하기만 했다. 레몬 양이 제대로 일을 처리해서 만족한 포와로만 행복해진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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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파티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6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임경자 옮김 / 해문출판사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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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llowe'en Party, 1969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한 소녀가 말한다. “난 어릴 적에 살인 현장을 목격했어. 그 때는 살인이라는 걸 몰랐는데, 커서 생각해보니까 살인이었어.” 하지만 아무도 소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초대 손님인 유명 추리 작가 올리버 부인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허풍을 떤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파티가 끝나갈 무렵, 소녀가 시체로 발견된다. 올리버 부인은 왜 자기가 가는 곳마다 살인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포와로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포와로는 마침 은퇴 후 그 마을 근처에서 살고 있는 스펜스 총경과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확실히 올리버 부인은 일본 만화 코난이나 김전일의 여자 버전 같다. 포와로도 만만치 않지만, 그녀 역시 파티를 연다거나 초대받아 가면 꼭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면 포와로를 찾아와 하소연을 한다. 왜 자신이 핀란드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데 그 나라 출신의 탐정을 창조했는지 모르겠다며, 여성의 육감을 운운하며 포와로에게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한다. 그러면 그는 어쩔 수 없다고 고개를 저으며 수락하고 말이다.

 

  포와로는 살해당한 아이가 어떤 성격이었는지, 그 아이가 목격했을만한 살인 사건이 무엇인지 탐문을 벌인다. 그리고 그것을 중심으로 과거의 살인뿐만 아니라, 현재의 살인까지 동시에 해결한다. 피해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야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다는 그의 신조를 잘 알 수 있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결말 부분은 왜 그런지 잘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그 아이는 제물이 되길 자처했을까? 친구가 자기 때문에 죽어서? 그러면 그는 왜 그 아이를 제물로 바치려고 했을까? 설마 자신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착각을 했던 걸까? 급빙의인가? 아니면 제대로 미친 걸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신흥 종교를 믿는 것도 아니고……. 하여간 마지막 제단 부분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포와로가 그의 신념이라든지 그가 추구했던 목표에 대해 얘기해주지만, 음.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건, 그의 말솜씨가 참으로 탁월하다는 것이었다. 어린 여자아이 입에서 스스로 죽여 달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다니……. 특히 네가 죽고 다른 사람이 살게 된다는 대사에서는 ‘그만 좀 해 이 미친놈아!’라는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 말에 넘어갈 정도로 아이가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겠지만, 그걸 파악하고 교묘히 이용한 놈의 악의는 극에 달할 정도였다. 아니 왜 살인자들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그리도 우습게 여기는 걸까? 하긴 우습게 여기니까 살인을 저지르는 거겠지. 자기 생명만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생각했다면, 범죄율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린 아이들의 희생이 많았다. 그래서 무척 마음이 아팠다. 물론 꼬꼬마 초딩들이 개념 없이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거나 으스대고 싶어서 마구 말을 한 건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목숨을 잃는다는 건……. 나이가 많건 적건 말조심하라는 크리스티의 경고이자 교훈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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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행복해야 내일 더 행복한 아이가 된다 - 악동뮤지션처럼 긍정적이고 기본이 강한 아이로 키우기
이성근 & 주세희 지음 / 마리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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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악동뮤지션처럼 긍정적이고 기본이 강한 아이로 키우기

  저자 - 이성근 & 주세희

 

 

 

 

  악동뮤지션하면, 요즘 아이돌 홍수 속에서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보겠다고 하시는 어머니도 기억하는 남매 듀오이다. 노래 경연 방송을 지금도 별로 즐겨보시지는 않지만, 악동뮤지션이 나오던 연도에는 그 어린 남매는 언제 나오냐며 챙겨보곤 하셨다. 어린나이 답지 않게 노래를 잘 부르는 여동생과 모든 노래를 작사 작곡하는 오빠의 조합이 무척이나 귀여우셨던 모양이다. 여자아이의 목소리도 놀라웠지만, 남자아이의 작사 감각은 더 신기했다. 어떻게 저런 독특하고 참신한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이 책은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던 남매 듀오, 악동 뮤지션의 부모가 어떻게 아이들을 키웠는지 적고 있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부모가 아이를 키웠다는 표현은 그리 적당한 것 같지 않았다. 음,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키웠다'라고 하면, 어떻게 하라고 정해놓고 그 길로 가도록 뒷바라지를 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쩌면 이건 가끔 본 드라마의 영향이 큰 모양이다. 어머니나 조카들이 좋아하는 드라마를 보면 꼭 이런 대사가 나온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대개 자식이 바라지도 않은 헌신을 하면서 자식이 당신님 뜻대로 안 따라주면 상투적으로 나오는 대사이다. 어, 얘기가 삼천포로 너무 많이 흘러갔다.

 

  하여간 남매의 부모가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끌고 가지 않았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면도 있었지만, 부부는 아이들의 반응이나 변화를 살펴보면서 자신들의 실수를 금방 깨달았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자기들이 원하는 것의 절충안을 만들려고 노력도 하고, 먼저 실천을 해보이기도 했다.

 

  그게 내가 주변에서 보아온 많은 부모들과 다른 점이었다. 모든 부모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주로 들어준다거나 아이들의 의견은 무시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나름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훈계 내지는 무시 또는 강요였다. 아이니까 생각하는 것이 깊지 못하고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데, 그러니까 네 의견은 필요 없다는 식의 대화를 간혹 보기도 한다.

 

  남매의 부모가 아이들과 대화한 것을 읽어보면, 그런 점이 달랐다. 아이의 미숙한 생각을 무시하기보다는 다른 변수를 예로 들어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준다거나, 내 말에 따르라는 식의 대화가 아닌 이러이러하니 저렇게 하면 어떨까하는 의견을 주고받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부부가 태어나면서부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것은 아니다. 각자 어린 시절에 느꼈던 경험이라든지 좌절을 통해서 반성을 하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어른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 틀림을 인정할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아이들을 대한 것 같다.

 

  가족이 처한 특수한 상황이나 그들이 믿는 종교의 역할도 있긴 했지만, '대화와 상대에 대한 이해'가 가장 기본적인 원칙 같았다. 신변잡기적인 일상 대화에서부터 속마음을 나누는 대화까지, 가족들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갔다. 그 때문에 여러 번 심각한 문제와 갈등이 있었지만, 똘똘 뭉칠 수 있었나보다.

 

  이런 분위기였으니 아이들이 부모가 자기들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누군가 자신을 믿어주고 인정한다는 사실은, 자신감과 책임감을 준다. 근거 없는 허세 따위가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믿을 수 있는 자존감을 준다. 실패를 했을 때 그냥 그 자리에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것이 이 부모가 아이들에게 준 유산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어떻게 보면 연쇄 작용이다. 부모에게 사랑과 존중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그 느낌을 가지고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또 노래에서 기쁨을 느낀다. 그러면 그 사람들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즐거운 일이나 생각을 주게 되고……. 그렇게 돌고 돌다보면 모두가 다 행복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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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저기까지만,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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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혼자 여행하기 누군가와 여행하기

  저자 - 마스다 미리

 

 

 

  지금까지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만화만 보았는데, 이번엔 특이하게 여행 에세이다. 여행이라,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단어이다. 물론 책 세계 여행이나 음악과 함께 하는 상상의 세계 여행 같은 건 친근하지만, 물리적인 거리를 이동하는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가지 못하는 곳엘 갔다 온 그녀의 감상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부제처럼, 저자는 혼자서 길을 떠나기도 하고, 어머니나 남자친구 또는 여러 명의 친구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 같이 가면 같이 가서 좋고, 혼자 가면 혼자 가서 좋은 경험을 느끼고 온 것 같다. 헐, 난 혼자서는 서울도 잘 못 벗어나는데……. 애인님 만나러 갈 때 빼고는. 그건 여행이 아니라 데이트니까. 기차타면 금방 가니까. 음, 정정해야할까? 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게 아니라, 매일 정해진 곳 이외의 장소에 가는 걸 즐기지 않는 것 같다.

 

  하여간 2010년 4월부터 2013년 1월까지, 저자가 다녀온 여행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이 들어있다. 초반에는 누군가와 같이 간 여행이 많았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혼자 떠난 횟수가 늘었다. 심지어 헬싱키까지 혼자서 다녀왔다! 아마 처음에는 익숙해지기 위해서 다른 사람과 같이 다니다가, 나중에 용기를 얻고 혼자 모험을 떠나본 모양이다.

 

  여행기를 읽어보면 그냥 맛집을 돌아다니다가 온 여행지도 있고, 이런저런 구경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저자 특유의 감성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 여행이서는 '더 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나란히 작은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좋을까.'(p.38)라며 아쉬움과 바람을 토로한다거나, 줄을 서서 지방의 명물 요리를 사먹으려고 기다리면서 '타인과 여행을 할 때, 줄서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싫어하는 사람인가 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런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라면 여행도 순조로울 것 같다.'(p.29)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다양한 생물이 있다는 생각에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는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러니까 그런 복잡 다양한 여러 감정이 녹아있는 책을 쓸 수 있는 거겠지.

 

  나라 여행에서, 그녀는 수학여행을 온 중학생 무리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어느 그룹에도 섞이지 못하고 혼자 있는 아이를 보면서, 그녀는 이런 생각을 한다.

 

  빨리 '어른'이라는 장소로 도망쳐 오렴. 어른이 되면 좀 자유롭단다.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아.-p.186

 

  의문이 들었다. 진짜 어른이 되면 그럴까? 그러면 어른인 난 지금 자유로운가? 혼자 여행을 떠나도 괜찮은가? 하지만 난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데,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에 엄청난 부담감과 두려움, 그에 맞먹는 귀찮음을 느끼고 있는데, 그러면 난 어른이 아니라는 걸까?

 

  어쩌면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 단지 물리적인 거리를 떠나는 여행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집밖으로 한발자국은 너무 심하고, 차를 타고 한두 정거장만 떠난다고 해도, 그곳에서 평소와 다른 뭔가를 발견한다면 여행이 아닐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지금까지와 다른 생각과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주 먼 곳은 아니더라도 가까운 장소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 사회가 워낙에 흉흉하니까 생각에서 그칠 수도 있지만…….

 

  덧붙여서 요즘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 타기 1분만해도 어찌나 땀이 나오는지, 런닝 머신을 하는데 걷는 속도가 제일 느린 주제에 얼굴은 혼자 새빨갛다. 오죽했으면 트레이너분이 너무 무리하지 하지 말라고 걱정을 하신다. 하지만 내 걷는 속도는……. 이놈의 저질 체력을 극복해야 어딜 가든지 할 테니까. 게다가 예쁜 옷을 입고 애인님을 만나서 쓰다듬도 받고 싶고. 내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썼는데 다음에 만날 때 쓰다듬 안 해주기만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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