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1disc) - 할인행사
존 밀리어스 감독,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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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존 밀리어스

  출연 -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코난’하면 요즘 애들은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을 떠올린다. 그리고 좀 윗세대는 역시 일본 만화인 ‘미래 소년 코난’을 얘기한다. 그런데 일본 만화 말고, 다른 코난이 또 있었다.


  초등학교 다닐 적에, 집에 전집이 하나 있었다. 명작 동화 전집이었는데, 다른 고전 명작 모음과는 좀 많이 달랐다. 왜냐하면 거기에 코난 시리즈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탐정도 아니고 미래에 사는 꼬맹이 얘기도 아닌, 칼을 휘두르고 사악한 마법사와 싸우는 용사 ‘코난’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에 참으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물론 거기 삽화에 나오는 여자가 너무 예뻤고, 코난 역시 근육질이지만 잘 생긴 인물로 그려진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소문으로만 들었던 영화가 있었다. 어릴 적에 읽었던 용사 코난의 이야기. 그 때는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남녀가 헐벗고 나와 이불 놀이하는 장면이 있는 영화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서, 아주 자연스럽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전설의 검을 소유했기에, 다른 부족의 침공을 받아 몰살당한 마을. 눈앞에서 부모가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노예로 팔려야했던 어린 소년 코난.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우연인지, 체력단련부터 시작해서 검술과 기타 무술을 착착 배워가던 그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부모님을 죽인 인물을 찾아 나서는데…….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라진 모습의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나온다. 하긴 영화가 30년 전에 나왔으니까. 데뷔작이라서 그런지, 그의 대사는 별로 많지 않다. 그냥 폼 잡으면서 칼을 휘두르고, 황야를 뛰어다니고, 여자들과 이불 놀이하고, 고문당하면 아프니까 얼굴 일그러뜨리고.


  그의 잘 그을린 다부진 근육질 몸매가 그의 연기보다 훨씬 나았다. 설마 그걸 노린 걸까?


  아틀란티스 대륙이 가라앉을 즈음에 존재했다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 칼과 활, 그리고 마법이 혼재하던 시대. 사이비 교주는 그 당시에도 존재했고,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사악한 마법도 공존했다. 종교의 광기와 그에 따른 희생양도 있었다. 불가피한 희생도 있고, 안타까운 죽음도 보인다. 그렇지만 언제나 주인공을 돕는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이 그 모든 악을 물리치기 마련이다.


  제목의 ‘바바리안’이라는 단어는 야만인이나 교양 없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이 영화에서는 과연 누가 그 이름으로 불릴 지 생각해보았다. 단지 그가 걸친 옷의 유무나 개수로 구별할 수는 없다고 본다. 옷을 잔뜩 갖춰 입었지만 마음이나 정신이 구태의연하고 이기적이며, 남보다 많이 알고 있지만 그걸 이용해 남을 등쳐먹으려고 한다면, 그게 더 야만적이고 교양이 없는 게 아닐까?


  어린 소년이 역경을 딛고 부모의 원수를 갚고 위대한 왕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중간에 사람을 죽이는 장면은 30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잔인하고 사실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어린이 판이 아닌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하는데, 기회가 되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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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는 미스터리와 함께 코이가쿠보가쿠엔 탐정부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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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히가시가와 도쿠야


  방과 후에 미스터리라니! 혹시 학생 탐정의 이야기인가? 호기심이 생겼다. 아직 감상문을 쓰지 않은 시어도어 분 시리즈와 비슷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라? 작가 이름이 낯이 익었다. 얼마 전에 읽은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의 작가인 것이다. 고민할 것도 없이 집어 들었다.


  코이가쿠보가쿠엔 고등학교의 탐정부부장인 키리가미네 료가 주인공이다. 탐정을 목표로 하는 여고생답게 활발하고, 오지랖이 넓으며, 상상력이 기발하고, 머리회전이 빠르다.


  그녀가 학교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건들로 책은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방과 후라는 단어가 들어간 모양이다. 소제목은 이렇다.


  키리가미네 료의 굴욕

  키리가미네 료의 역습

  키리가미네 료와 보이지 않는 독

  키리가미네 료와 X의비극

  키리가미네 료의 방과후

  키리가미네 료의 옥상 밀실

  키리가미네 료의 절규

  키리가미네 료의 두 번째 굴욕


  소제목을 봐도 주인공의 패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짚어봤을 때, 그래봤자 한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혹시 다른 사람이 사건을 해결해주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랬다. 어쩐지 예지력이 늘어난 것 같아서 기쁘기만 하다. 사건 중에 몇 개는 그녀가 추리를 하는 것도 있었지만, 친구나 선생님이 해결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탐정부의 고문 선생님은 그녀의 표현대로 안락 의자형 탐정이라 할 수 있었다. 그녀에게서 사건 개요만 듣고 파악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추리가 틀려도 결코 울지 않는다. 그런 성격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간혹 쓸데없는 곳에 코를 들이밀긴 하지만 말이다. 뭐 어떤가? 그녀는 굴러가는 낙엽에도 웃는다는 감수성 충만한 여고생인데 말이다.


  거기다가 다른 등장인물들도 개성이 철철 넘친다. 수제 커피를 억지로 제자에게 대접하는 고문 선생님. 학교 때문에 친척집에 얹혀살지만 꿋꿋한 소신을 갖고 있는 친구. 불량학생이지만 속은 따뜻한 동급생.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육상부 선수. UFO를 좋아하는 선생님. 특이한 이름의 경찰 콤비.


  고등학교가 배경이라서 그런가, 사건은 심각하고 진지하지 않다. 파고 들어가면 생각할 것도 많고, 할 얘기도 많지만 요령 있게 그런 것들을 샥샥 피해간다. 오직 코믹과 간단하면서 재기 넘치는 사건의 트릭만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글이 쉽게 술술 넘어가고, 별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아, 추리 단편이니 어떤 트릭인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구나. 물론 그 트릭들은 읽고 나면, '왜 난 생각을 못했지? 이런 바보 엉엉엉' 할 정도로 기발함과 신선함의 총집합체이다. 


 좀 더 길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여고생의 발랄함이 반감될 것 같았다. 장편으로 들어가면 어쩐지 진지해지고 그러다보면 심각해질테니 말이다.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가 저녁을 먹고 읽기에 좋았다면, 이 글은 쉬는 시간에 읽기에 딱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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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씨
자우메 발라구에 감독 / 브에나비스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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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Jaume Balaguero(자우메 발라게로)


  스페인 영화


  처음에는 '제목이 왜 저래'라던가 '포스터가 뭐 저 모양이야?'라면서 시큰둥했었는데, 본 사람들의 평이 좋았기에 접한 영화.


  'VJ 특공대' 같은 방송이 있다. 소방관들의 일상과 그들이 겪는 사건사고를 알아보기 위해, 담당 여기자와 카메라맨이 소방서를 방문한다. 아무 일 없이 촬영을 계속하던 중, 한밤에 들어온 신고 전화. 둘은 소방관들을 따라 문제가 된 건물에 출동한다. 그런데 부상당한 사람을 운반하던 중, 이상한 비명을 지르는 피투성이 할머니를 발견한다. 그녀를 달래려는데, 갑자기 사람들을 공격한다.


  설상가상으로 건물이 봉쇄되었다. 그리고 질병 관리를 하겠다고 우주복을 입고 나타난 사람들. 게다가 할머니에게 물렸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총에 맞아 죽었다가 또 깨어나고…….


  그렇다. 건물 안의 사람들은 서서히 좀비로 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유자적하게 건물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찍던 두 기자. 하지만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자, 달아날 길을 찾아 헤맨다. 사람들에게 물리면 안 되고, 죽어도 안 되고. 더불어 카메라에 모든 영상을 담으면서 말이다.


  블레어 위치나 클로버 필드와 비슷한 영상이었다. 은근히 사람에게 관음증에 걸린 것 같다는 착각을 주면서, 보는 사람이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리고 진짜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그런 구조. 화면이 흔들리면 살짝 눈을 찌푸릴 때도 있지만, 나도 같이 달리는 실감이 나서 좋다.


  마치 눈밭에 뛰어노는 강아지처럼 또는 정글을 헤집고 다니는 치타처럼 이리저리 건물을 뛰어다니던 둘. 그러다가 우연히 어느 비밀스런 방에 들어가게 되고,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사실 이 부분, 황당했다. 갑자기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보면서 이건 ‘믱미?’를 외쳤으니까. 도대체 왜 거기서 저런 설정이? 그런데 지인의 말에 의하면, 2편으로 이어진다니 기다려봐야겠다.


  후반부에 카메라에 비치는 영상들은 조금 무서웠다. 야간 촬영용이라, 온통 초록색의 세계에서 사람의 눈이 어둠 속에서 이상하게 빛나는 것이……. 거기다 비밀의 방에 있는 존재는 너무 무서웠다. 꿈에 나올까 두려울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쉬지 않는 기자의 성대가 걱정되면서도 시끄러웠다. 무거운 카메라를 메고 열심히 뛰어다녔던 카메라맨에게도 박수를. 모든 것을 알리겠다는 두 사람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찬사를 보낸다.


  역시 이런 영화를 보면,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 늘어간다. 사람들에게 정확히 말하기보다는 은폐와 무마로 대하니 말이다.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인가보다. 솔직히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적어도 대응책을 세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처음엔 공황 상태에 빠지겠지만 말이다.


  영화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적절하게 모든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2편, 3편이 계속 나온다는데 제발 쏘우 시리즈처럼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아, 제발 이 세계가 멸망해도, 아프지 않고 순식간에 끝났으면 좋겠다. 좀비로 살아간다는 건, 좀 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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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영원히 계속되면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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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 - 누마타 마호카루


  아, 이렇게 후유증이 심한 책은 간만이었다. 읽은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은 먹먹하고 머리는 지끈거리기만 하다.


  눈을 가린 너무도 연학해 보이는 소녀와 커다란 꽃 한 송이. 그런데 그 꽃잎에는 혈관이 퍼져있다. 표지부터 어딘지 모르게 피가 연상된다.


  글은 피가 튀기고 살점이 잘리지는 않는다. 육체적인 고문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글보다 몇 백배는 더 잔인하고 끔찍했다. 얽히고설키다 못해 배배꼬인 인간관계도 그렇고, 그 사이에서 더없이 복잡한 심리가 읽는 내내 날 지치게 했다. 게다가 이 글을 쓰려니 며칠 전의 감정을 되살아나, 힘이 들 정도니까.


  어디서부터 그들의 관계는 잘못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그들의 운명이 엉망이 된 걸까? 자신만이 그녀를 지킬 수 있고 치유할 수 있다고 믿은 의사? 어찌 보면 가장 상처를 받았다고 울면서 자기도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는 그녀?


  이 글에는 두 명의 엄마가 나온다.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 후미히코와 단 둘이 사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엄마지만 남몰래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 사치코. 어느 날 사라진 아들과 갑작스레 사고로 죽은 비밀 애인 때문에 그녀의 일상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또 다른 엄마는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그래서 불안정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아사미. 그녀를 보는 순간, 난 이토 준지의 만화 캐릭터 토미에를 떠올렸다. 주위에 남자들을 끌어 모으는 마력이 있는 여자. 그래서 남자를 미치게 하고, 자기마저 상처 입는 여자.


  그리고 한 명의 소녀. 아사미의 딸로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후유코. 엄마의 마력을 이어받았지만, 순수하고 너무도 여렸던. 그래서 더 많이 상처받고, 그것을 숨기려고 강한 척 연기를 해야 했던 소녀.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의 설정에 다소 반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신의 환자였던 여자를 지키기 위해 아들과 부인을 버린 아버지. 그 여자의 딸과 친구인 남자와 관계를 맺는 어머니.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풋풋한 짝사랑이 서서히 소름끼치는 집착과 광기로 변해버린 소녀.


  배려가 비밀을 만들고, 비밀은 오해를 낳고, 오해는 뒤틀린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그 반발이 결국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가슴 아프고 저릿했다. 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장난 식으로 이 글의 교훈은 자식새끼 키워봤자 소용없다고 지인에게 말했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도 맞을 것 같다.


  그래, 찾아냈다. 이 사람들의 운명이 엉망으로 된 것은, 바로 성폭행 범들 때문이다. 잠깐의 욕정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하반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인간이라 부릴 자격도 없는 것들. 그들은 한 여자의 인생만 망친 것이 아니다. 그녀와 관련된 수많은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결국 문제는 그 빌어먹을 놈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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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 인사이드
윌리엄 브렌트 벨 감독, 사이먼 쿼터맨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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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 윌리엄 프렌트 벨


  엑소시즘을 다룬 영화의 결말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사람에게 쓰인 악령을 쫓아내긴 하지만, 소멸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악령은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몸에 나타날 수 있다는 여지를 준다. 그래서 구마라고 부르나보다. 퇴마나 멸마가 아니라. 이왕이면 확실하게 멸마를 했으면 좋은데 말이다.


  그리고 어떤 엑소시즘 소재의 영화는 확실하게 악마가 있다거나 없다는 말을 하지는 않는다. 보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기도 한다. 있다고 명확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불안에 떨 것이고, 없다고 하면 종교에 위배되니 그런 걸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신이 있으면, 악마도 있는 것이고, 귀신도 있고, 사후 세계도 있을 것이고, 당연히 저승사자도 있기 마련이다. 종교적인 면은 잘 모르지만, 내 생각은 그렇다.


  영화는 구마 의식을 받던 도중, 사람들을 죽인 엄마에 대한 서술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정신병원을 찾은 딸. 혹자는 엄마가 정신분열이라고 하고, 누구는 강력한 귀신들림이라고 한다. 이제 그녀는 두 명의 신부와 함께, 엄마에 대한 진실을 찾기로 하는데…….


  엄마에 대한, 카톨릭의 구마 의식에 대한 다큐를 찍는 딸을 따라다니면서 카메라는 무덤덤하게 모든 것을 기록한다. 그러니까 핸드 헬드 기법에 다큐 형식으로 만든 영화이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다. 그냥 있는 그대로 서술하고, 인터뷰 형식의 대사의 연속이니까.


  그러나 중간에 나오는 귀신들린 사람들의 기괴한 행동은 놀랍기만 하다. 온 몸에 자해한 상처는 물론이고, 뼈가 없는 것처럼 몸을 구부리면서 괴성을 지르고. 그 장면은 좀 끔찍했다. 어떻게 했는지 배우에게 놀라움도 느끼고.


  그러고 보니 작년엔가 본 ‘라스트 엑소시즘’에서도 귀신들린 소녀가 몸을 기괴하게 꺾는 장면이 있었다. ‘엑소시스트’에서도 유명한 스파이더 워크 장면이 나오고. 음, 갑자기 몸이 유연해지면 귀신들림을 의심해봐야 하는 걸까.


  영화 초반에 교회에서 구마 의식에 대한 강의 장면이 나온다. 그 내용을 잘 들으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지 짐작할 수 있다.


  다중빙의와 전이.


  영화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리고 열린 결말. 아, 내가 제일 싫어하는 열린 결말이었다. 진짜 짜증난다. 뭘 말하고 싶었는지 감독에게 따지고 싶었다. 설마 자신의 생각을 정리 못해서 타인에게 결말을 떠넘기는 건가? 이런 무책임한!


  왜 귀신이 몸에 들어오는지 이유는 나오지 않았다.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아예 믿음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믿어서 그런 일이 생기는 거라면, 애초에 믿지 않으면 생길 일이 없지 않을까? 물론 이건 하늘에 계신 그분에게 혼이 날 발언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것저것 많은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네 주제를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이 떠올랐다. 믿음만 가지고 밀어붙인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었다. 믿음에도 용량과 깊이가 다른 모양이다.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안전하게 남을 구할 수 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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