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괴담 5 (2DISC)
이종용 감독, 손은서 외 출연 / 플래니스 엔터테인먼트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감독 - 이종용



  드디어 5편까지 나온 여고괴담 시리즈이다. 그리고 회를 거듭할수록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을 듣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나온 배우들은, 사실 구별을 잘 못하겠다. 보면서도 음, 누구지? 그러면서 봤으니까. 다만 기억에 남는 거는 죽은 여학생의 동생으로 나온 소녀가 인상적이었다는 것뿐이다. 나머지 소녀들은 머리 길이도 비슷비슷하고 똑같은 교복을 입혀놓았더니, 구별하기 힘들었다.


  이건 아마도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는 말도 될 것이고, 배우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연기하지 못했다는 말도 되고, 각본과 감독이 소녀들의 개성을 잘 잡아주지 못했다는 말도 될 것이다. 호러 영화지만, 단순히 처음 죽는 애, 나중에 죽는 애, 목매달아 죽는 애, 떨어져 죽는 애 같은 구별은 곤란하지 않을까.


  아니, 호러 영화기에 죽는 방법의 잔인함과 귀신 등장신의 으스스함만 부각되면 되는 걸까? 장르가 다르기에, 배우의 개성은 필요가 없는 걸까? 이 부분은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다.


  영화로 돌아가서, 한 소녀가 죽는다. 사인은 학교 건물에서의 추락사. 죽을 이유가 없어 보이던 소녀의 죽음에 학교는 술렁인다. 그녀는 왜 그 야심한 시각에 학교 옥상에 올라갔을까? 그녀와 같이 있었다는 소녀는 누구일까?


  죽은 소녀와 친구였지만, 반이 갈라지면서 멀어진 주인공 소녀. 그녀를 손에 쥐고 있는 야심만만한 학교의 대장격인 소녀. 대장 소녀를 따라다니는 부하 소녀들. 그리고 언니의 죽음에 뭔가 있다고 생각한 동생.


  소녀들이 하나둘씩 죽어가고, 대장 소녀와 주인공 소녀가 감추고 있는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 둘의 관계는 진짜 친구일까? 아니면 뒤에는 칼을 숨긴 사이일까? 죽은 소녀는 누구를 위해 죽은 걸까?



  언제나 그렇지만 여고 괴담은 고등학교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다. 가장 방황하는 시기이고, 가장 예민하며,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린이도 아닌. 그래서 더 불안하고 막막한 그런 시기. 가족보다는 친구가 더 좋을 때. 그래서 친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나이.


  그래서 여고 괴담에서는 가족보다는 학교 친구들이 더 많이 나온다. 가족이 나온다고 해도, 그냥 스쳐지나가듯이 인물의 상황을 소개해주는 그런 배경적인 역할에 불과할 뿐이다. 아니면 갈등을 더욱 더 고조시키거나, 소녀들을 절망에 빠트리는 일을 맡는다.


  그래서 소녀들은 고독하다. 가족은 그녀들의 고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지할 것은 친구들뿐. 


  그런데 그런 친구들이 자길 버린다면? 반대로 가족보다 더 가까운 그런 친구가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또는 가족에게서 받지 못한 인정을 친구들 사이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걸로 대체하고 있었는데, 그걸 누군가 가로채간다면? 그게 새로 사귀기 시작한 아이라면?


  소녀들의 질투와 편 가르기, 동료라고 부르면서 느끼는 우월감과 좌절감. 그리고 붕괴되는 가족과 일그러진 이성 교제까지 영화는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상해졌다.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사람들 입맛에 맞는 요리를 한 접시에 올려놓으면 각자의 맛이 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같이 먹어서 더 좋은 음식이 있고, 따로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후자의 요리를 한꺼번에 올려놓았다.


  그래서 찬찬히 곱씹어보면 '아, 그래. 그렇구나'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래서 이게 뭔데? 어쩌라고?' 라는 물음이 나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혼녘 백합의 뼈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 - 온다 리쿠



  온다 리쿠의 리세 시리즈이다.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가 리세의 중학교 얘기를 다루고 있다면, 이 책은 고등학교 때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리세는 보통 평범한 아이로 생각하면 안 되는 인물이다. 전작에서도 나이는 중학교 2학년이었지만, 생각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은 이미 그 또래를 넘어섰다. 게다가 살짝 드러난 그녀의 앞으로의 길도 그리 평탄할 것 같지 않았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명확히 드러난 그녀의 미래는 보통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리세는 더 조용하고 생각이 많아졌으며, 남에게 마음을 여는 법이 거의 없었다. 아니, 남에게 관심도 주지 않는 듯 했다. 그냥 모든 것을 무심히, 서늘한 눈빛으로 조용히 입을 다물고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단편집 '도서실의 바다'에서 리세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실렸었다. 거기에 그녀와 같이 사는 사촌 오빠, 미노루와 와타루가 나온다. 이 책에서 그 두 소년은 훌쩍 큰 모습으로 등장한다. 미노루는 날카로운 남자가 되어 있었고, 와타루는 유쾌한 청년으로 변해있었다.


  책장을 덮으면서 가볍게 한숨이 나왔다. 역시나 리세는 평범하게 살기엔 그른 아이구나.


  그녀의 주위에는 빛 아니면 어둠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속한 어둠의 세계와 그녀가 존재하고 있는 '척' 해야 할 빛의 세계. 어린 나이에도 그녀는 균형을 맞추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차!'하는 순간에 끝이 없는 바닥으로 떨어져버린다. 그건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거기에 그녀의 그런 신비한 마력에 빠진 소년들은 왜 이리 많은지…….


  사람의 감정이란, 그 중에서 특히 자존심이란 무서운 것이다. 이건 자존감하고는 다르다. 사람이 언제 허물어지는지, 이 책에서는 그걸 확실히 보여주었다.


  배신을 당했다고 느꼈을 때, 버려졌다고 생각했을 때,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을 때 그리고 나에겐 전부인 그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할 때.


  그런 일을 당했을 때, 사람들은 예전과 같아질 수가 없다. 지금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뭔가가 내면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스멀스멀 틈을 비집고 나온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빈자리를 차지한다.


  그것이 어떤 놈이냐에 따라 사람은 변한다.


  이 책에서는 그것이 ‘살의’였다. 누군가를 향한 꺼지지 않는 살의를 가진 사람은 무서운 법이다.


  리세가 어린 시절부터 살아왔고, 그녀의 할머니가 죽은 그곳. 그 집의 이름은 '백합장'. 하지만 사람들은 다르게 부른다. '마녀의 집'이라고.


  이름에 걸맞은 살의가 비극과 눈을 뜰 때, 모든 것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래서 사건은 천천히 시작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고괴담 4 : 목소리 [dts]
최익환 감독, 김옥빈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부제 - 목소리.


  감독과 배우 이름을 적지 않겠다. 왜? 화가 나서.


  이건 뭐 무섭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작들처럼 심리 묘사를 잘 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배우들의 연기가 참으로…….


  특히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시던 배우님. 이건 뭐 답이 안 나왔다. 1편에서도 담배 피는 장면이 나오긴 했는데, 그 배우는 연기를 잘 한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등장하는 신인 배우들의 대사 전달력은 많이 줘봤자 30점 정도. 표정 연기는 뭐, 50점? 놀라는 장면이나 분노한 장면이나 차갑게 노려보는 장면이나 거기에서 거기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리 신인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잖아요, 배우님들아. 그래도 명색이 주연인데.


  다루고자 하는 것은 좋았다.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보여주려고 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일본 만화 '원피스'에서 나오는 변신 애완동물 초파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명의라 일컬어졌던 의사가 남긴 대사가 떠오른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는가? 잊혔을 때이다.



  이 영화도 그런 말을 하고 있다. 누군가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사람들에게서 잊힐 때, 내 모습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난 사라지는 것이라고.


  발상은 좋다. 1편이 제도권에 대한 공포를 얘기하고 있다면, 2편은 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서 다루고 있고, 3편은 우정과 경쟁이 낳은 무한 질투를 다루고 있으니까. 4편도 인간의 존재와 기억에 대해 애기하고. 괜찮다.


  그러나 그런 좋은 설정이 무색하리만큼 영화는 처참하다. 화면은 갈색과 붉은색으로 주로 보이는데, 음 뭐라고 해야 할까? 몽환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다면 마이너스. 몽환적이라기보다는, 너무 칙칙했다. 유리와 철로 이루어진 학교 건물과 대비되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았다.


  문득 2편에서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죽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건 그리 붉은 색도 아니었는데, 배경 색과 어우러져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영화인지라, 모든 상황이 연기와 대사로 이루어지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 대사 전달이 참으로 열악했다. 거의 모든 배우들이 감정이 평면적으로 감정 없이 그냥 나레이션하는 듯이 대사를 읊었다. 이럴 바엔 차라리 인간 극장의 이금희씨가 읽어줬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ps - 이번 편의 감독. 1편의 조감독이었다는데 흐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다 히토미 14세, 방과 후 때때로 탐정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 2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 - 우타노 쇼고


  역시 표지는 중학생용 성장 소설 느낌을 주고 있는 책이다. 커다란 돋보기를 들고, 경찰의 노란색 접근 금지 테이프 안에 서 있는, 조금만 더 크면 남자들이 줄줄 따라다닐 것 같은 미소녀. 폴리스 라인만 아니었으면, 소녀의 톡톡 튀는 사춘기 일상생활을 적은, 감성 넘치는 소설이 연상된다. 하지만 작가 이름이 우타노 쇼고니, 그런 상상은 던져버려야겠지.


  삼촌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아무 생각 없이 던져주던, 상상력 풍부하고 통찰력 있던 초등학생이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이번 이야기의 화자 역시 전편처럼 히토미가 아니다.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인,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 에미리가 극을 서술한다. 중학교 친구들과 모금 사기를 벌이는 여인을 뒤쫓던 중 우연히 만난 히토미. 그 때부터 다른 학교에 다니지만, 호기심 왕성한 네 소녀들이 똘똘 뭉쳐서 사건을 찾아다닌다. 물론 해결은 히토미의 몫이다.


  그 전까지는 삼촌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말해주하거나 주변의 이상한 현상을 알려주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행동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 전편에서는 힌트만 주던 꼬마가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는 어엿한 소녀 탐정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전편과 달리, 그녀는 사춘기의 성장 통을 겪고 있었다. 공부는 등한시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던가, 아버지를 ‘그 인간’으로 부르면서 거리감을 갖는다던가. 거기다가 가끔 염세적인 발언도 툭툭 내뱉기까지 한다.


  융통성 없는 아빠를 얘기하면서


  “자기 기준으로밖에 판단하지 않아. 그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불쌍해. 그것보다 더 위험한 건 편향된 인간이 또 만들어진다는 거야. 일본은 이제 끝장이야.”


 라는 말을 한다. 게다가 사건을 척척 풀어가면서, 탐정이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면모를 보여준다.


  “남의 비밀을 캔다는 건 정말 두근두근한 일이지만, 막상 비밀을 알고 나면 나까지 성가신 문제를 떠맡게 돼. 형사나 탐정은 보통 정신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야.”


  이 대목에서 문득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의 탐정이 떠올랐다. 염세적이고 철저한 현실주의자이지만, 추리에 대한 열정은 버릴 수 없는.


  이 소녀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변해있을 지 상상하니, 은근히 두근거리고 기대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히토미의 눈이 아닌, 주위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이 서술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읽으면서 내가 상상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는 총 여섯 개다. 그 중에 첫 번째 이야기인 ‘백+적 = 결백’은 소녀들의 만남이 주를 이루느라, 사건 해결은 단순하다. 하지만 아주 논리적이다. 물론 반박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럴듯하기에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거기까지 신경 써서 죽일 범인은 없을 테니까.


  2편인 ‘경비원은 봤다!’ 와 3편인 ‘유령은 선생님’은 에미리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다른 학교를 다니기에, 히토미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추리를 해나간다. 소녀들의 속옷이나 소지품을 훔쳐가는 변태적인 범인과 외국인 취업 문제를 다루고 있다.


  4편인 ‘전산남’ 과 5편인 ‘유괴 폴리리듬’은 에미리의 남동생이 얽힌 사건이다. 4편은 동생이 친구와 보내는 문자 암호를 풀어가는 것이고, 5편은 유괴된 그를 찾아내는 내용이다. 4편은 내가 일본어를 모르기에, 암호 해독 장면이 설명이 나와도 이해를 못했다. 일본 핸드폰 배열을 내가 어찌 안담? 문득 사건이 벌어진 밀실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던 엘러리 퀸이 떠올랐다. 그런 그림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직접 암호 해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했다.


  6편인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해 히토미가 입원한 병원에서 벌어진 환자의 실종 추락사에 관한 이야기다. 알고 보니 무척이나 마음 아픈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5편에서 어머니와 서먹해진 에미리가 뭔가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어쩌면 이 책은 히토미는 이미 어른으로 진입한 단계이고, 에미리가 성장하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나도 같이 성장하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 - 우타노 쇼고



  최근 나에게 불어 닥친 우타노 쇼고 열풍 때문에 집어든 책이다. 역시 이번에도 나를 낚으려고 표지엔 귀여운 어린 소녀가 활짝 웃고 있었다. 추리, 즉 범죄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너무도 귀여운 여자아이와 밝은 배경이다. 작가 이름을 읽지 않았다면, 아마 초등학생용 성장 동화정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게 추리 코너에 있지? 그리고 표지에 적힌 작가 이름을 보는 순간, 속으로 외쳤다.


  ‘어머나! 이건 꼭 읽어야 해!’



  첫 장을 열기 전에, 속으로 온갖 상상을 했다. 11살 어린 소녀가 탐정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똑똑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끔찍한 살인이나 그런 것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하지만 기발한 사건들을 해결하는 걸까?


  그런데 책장을 넘기다보니, 표지와 제목의 귀여운 소녀인 히토미는 내가 상상한 탐정이 아니었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은 그녀의 삼촌인 형사 토시미.


  히토미는 삼촌과 게임을 한다거나 밥을 먹는다거나 하면서, 어른을 생각하기 힘든 어린이다운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건에 대한 힌트를 주는 것이다. 물론 그녀는 그게 사건에 대한 힌트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책은 총 여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각각의 사건이 교묘하게 연결이 된다는 점이다.


  1편인 ‘검게 탄 할머니, 죽인 사람은 누구?’는 2편인 ‘금, 은, 다이아몬드, 푹팍푹팍’과 이어진다. 할머니의 불이나서 타버린 집에서 뭔가가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이 2편이다. 1편은 누가 할머니를 죽였는지 찾는 내용이고.


  3편 ‘착한 아저씨, 나쁜 아저씨’와 4편 ‘착한 아저씨? 나쁜 아저씨?’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교묘하게 연결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2편에서 나왔던 사건 관련자가 여기에도 등장한다.


  하지만 5편 ‘도마뱀은 보았다, 알고 있었다.’ 와 6편 ‘그 눈동자에 비친 것’은 애석하게도 별로 연관이 없었다. 다만 6편에서는 두 가시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는데, 그 둘의 연관성이 참으로 기발하게 연결되었다. 거기에 막판에 드러나는 히토미의 비밀까지!


  거기에 대부분의 사건 힌트는 히토미가 다니는 학교나 방과 후 댄스 클럽에서 얻어오니, 초등학생의 사교 클럽은 무시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뒷담과 시기, 질투로 어른들의 네트워크와는 또 다른, 아이들만의 상상력과 기발함으로 똘똘 뭉친 세계.


  그래서 어른들이 복잡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건도 단순화하고, 자기들만의 시선으로 간단하고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닐까?


  글을 읽으면서, 히토미가 11살 소녀치곤 어른스럽다고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키워주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대학 조교수라 바쁜 아빠와 둘이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삼촌이 놀이 상대가 되어주긴 하지만,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고 판단해야했기 때문일까. 중간 중간에 말하는 것이나 행동을 보면, 또래보다 좀 더 성숙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음편인 ‘마이다 히토미 14세’가 더 기대가 된다. 이 어른스러우면서 귀여웠던 소녀가 어떻게 성장했을 지. 중학생의 세계는 초등학생이나 어른과 또 다르기에, 작가가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증과 기대가 커져만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