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은 왜 기본에 충실한가 - 조직을 성장시키는 팀 플레이어의 3가지 비밀
페트릭 렌시오니 지음, 유정식 옮김 / 흐름출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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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플레이는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팀 플레이어가 되어라.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기업을 비롯한 조직에서 특히 그러한데 개인의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능력, 시간적 제약이 항상 발목을 잡는다. 팀플레이(팀플)는 피할 수 없다. 조직이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좋은 팀 플레이어가 다수 필요하며 이들은 단순히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과는 다른 가치를 지닌다. 보통은 좋은 팀 플레이어의 조건으로 문제 해결력, 협상력, 창의적 사고 등의 역량을 꼽지만, 이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로 팀워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실리콘밸리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저자는 좋은 팀 플레이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간단하게, 하지만 핵심을 담아 정리한다. 겸손(Humble), 갈망(Hungry), 영리함(Smart). 이 세 가지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사람이 저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팀 플레이어다. 앞에 두 개념은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듯하나 세 번째 자질인 영리함은 바로 와 닿지 않는다. 여기서 영리함이란 타인에 대한 상식’, 즉 대인 관계를 잘 이해하고 그에 맞춰 적절하게 행동하는 능력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지능과는 상관관계가 크게 없다.

 

세 가지 요소는 당연해 보이지만 동시에 주관적인 성격이 강하다. 저자가 단순하게 지식 전달의 목적으로 이게 진실이야, 내가 권위자니까 받아들여!’ 이런 방식으로 책을 구성했다면 공감은커녕 반감까지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저자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 자신의 주장을 주인공의 경험을 통해 펼쳐나간다. 컨설턴트인 주인공 제프는 친척이 운영하던 건설사 CEO에 갑작스럽게 오르게 된다. 친척은 병으로 은퇴한 상태, 눈앞에는 회사의 현재 규모로는 감당하기 벅찬 대형 프로젝트들이 줄지어 있다. 회사의 중역인 바비와 클레어와 함께 세 가지 요소를 갖춘 새로운 중역을 선발하고 회사 자체를 팀 플레이어에게 적합한 환경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소설 파트의 주된 내용이다.

 

소설에서 담지 못했던 경영학적 이론이나 추가적인 설명은 뒷부분에서 자세히 다룬다. 경영자나 인사 담당자를 위한 팁도 다수 담겨 있다. 면접에서 팀 플레이어를 구분할 수 있는 질문법, 모든 사람이 세 가지 요소를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이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론까지도 소개한다. 실용적이다.

 

꽤나 실무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고 있었지만, 흥미로운 논의를 접한다는 것 자체로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이번 학기에 배우고 있는 수업과도 연결되는 내용이 눈에 띈 것도 덤.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면이 부족한지 생각해보면서 읽어보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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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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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잖아.’

 

외딴 섬 앨리스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책방 아일랜드 서점’. 이곳의 주인 A.J. 피크리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홀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까탈스럽고 고집불통인 성격에 책, 그중에서도 문학에 대한 확고한 취향은 서점 운영에 있어 그닥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아내의 동생인 이즈메이 내외, 마을 경찰관 렘비에이스 정도를 제외하면 피크리에게 호의를 보여주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독서와 술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피크리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애드가 앨런 포의 초판본 시집 테멀레인이 사라진다. 경매에 넘기면 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기에 노후 대비용으로 소장하던 책이었다. 여기에 더해 한 여인이 서점에 두 살배기 여자아이를 유서와 함께 남겨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피크리와 아일랜드 서점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연히 경찰이나 보육원에 아이를 넘길 줄 알았다. 피크리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점에서 아이가 커나가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유서 때문일까, 유독 자신을 잘 따르고 아빠라고 까지 부르는 여자아이 마야때문일까. 피크리는 마야에게 계속 눈길이 간다. 결국, 피크리는 복잡한 행정적 절차와 주위의 만류를 모두 거치고 마야의 아버지가 된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이후 서점은 뜻밖의 호황을 맞는다. 섬의 여자들은 초보 아빠피크리에 대한 염려와 호기심에 서점을 방문한다. 물론 빈손으로 오지 않고 또한 빈손으로 나가지 않는다. 육아 팁이나 용품들을 가지고 들어와 책을 들고 서점을 나간다. 경찰 렘비에이스는 한술 더 떠 마야를 자주 보기 위해 경찰들의 독서 모임을 피크리의 서점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한 사람, 출판사 직원 어밀리아까지.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한 권의 책이 그들을 다시 이어준다. 소중한 사람의 부재 속에서 하염없이 가라앉고 있던 피크리는 좋은 사람들과 아일랜드 서점과 함께 다시 떠오른다.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등장인물, 흥미로운 사건들과 과하지 않고 적절한 반전 그리고 서점 주인 피크리가 소개하는 여러 문학 작품들까지 책의 어느 한 부분도 무심히 넘길 수 없었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던 적이 얼마 만일까. 결말에 관한 내용은 일부러 담지 않으려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 이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서점은 올바른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당겨. 에이제이나 어밀리아 같은 좋은 사람들. 그리고 난 책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얘기를 하는 게 좋아.’ 책과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은 연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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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4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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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여덟 독신남의 자취 라이프?

 

이혼을 했다.’로 시작하는 마흔여덟 독신남의 자취 라이프를 담은 이야기.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쓴 마쓰이에 마사시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전작을 워낙 인상 깊게 봤기에 큰 기대와 함께 책을 펼쳤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시종일관 잔잔하게 흐르는 분위기와 섬세한 배경묘사가 특징이다. 건축사무소의 여름 이야기를 쓰면서 습득하게 된 건축 지식일까 아니면 저자가 원래 강한 분야일까. 이번 작품의 주요 소재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뿜어내는 이며 집 구조나 수리에 대한 설명이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일반적인 소설과는 다르게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에 대한 약간의 반감, 언짢음(?)이 깔려있었다. 주인공이 혼자 살게 된 이유는 직장에서 바람을 피다 아내에게 걸렸기 때문이고 이혼을 했다기 보다는 이혼을 당했다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뭐 이에 관해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변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는 않아서 이후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에는 딱히 지장이 없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주인공은 아들을 따라 미국으로 떠나는 소노다 할머니에게서 오래된 단독주택을 저렴하게 장기 렌트한다. 조건은 집을 항상 소중히 대하고 그 모습을 보존해주는 것. 자동차도 팔고 자신만의 서재도 꾸미면서 소노다 할머니가 밥을 주던 마당냥이 후미와 함께하는 우아한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식당에서 우연히 예전 애인 가나를 마주치면서 주인공의 잔잔했던 삶에 돌멩이 하나가 날아든다.

 

격한 갈등도 없고 속도감 있는 전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매력적인 이야기인 것은 틀림없다. 작중 인물들은 변화하는 일본 사회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느낌을 준다. 독신의 중년 남성인 주인공, 홀로 사는 노인 소노다, 병에 걸린 아버지를 홀로 돌보는 가나,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아버지에게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아들 그리고 열여섯의 할머니 고양이 후미까지.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잔잔하면서 또한 현실적이다. 선을 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저자의 스타일일까.

 

우아한 삶을 살고 싶어 단독주택을 선택했고 실제로 주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들었던 주인공은 마지막에 우아함을 버리고 삶의 태도를 바꾼다. 주인공의 미래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 채 소설은 끝을 맺는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준 한 편의 잔잔한 이야기였다. 저자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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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거짓말을 한다 - 구글 트렌트로 밝혀낸 충격적인 인간의 욕망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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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2008115,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사람들은 미국 내의 인종차별이 끝나고 진정한 평등의 시대로 진입할 것이라 기대했다. 다수의 공식적인 언론이 찬사를 보내고 있던 그때 인터넷, 그중 구글 검색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까.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오바마가 포함된 검색어 상위권에는 ‘kkk’, ‘깜둥이등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극우 백인 사이트 스톰프런트의 가입, 검색은 평소의 10배를 웃돌았다. 심지어 일부 주에서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문구보다 깜둥이 대통령이 더 많이 검색되기까지 했다.

 

익명의 설문조사나 여론조사에서 본인의 생각과 다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기 위한 응답을 하는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제시한 표본이 아무리 작아도 그 표본이 전체 인구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믿는 작은 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 이밖에도 여러 이유로 인해 사람의 생각을 연구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또한 언제나 오류가 존재한다.

 

저자는 이러한 사회과학 연구에 있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구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이 쌓이고 있는 사람들의 솔직한 검색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인터넷이 제공하는 익명성 뒤에 숨어 밖에서는 꺼내지 않는 말을 구글에는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구글은 모든 기록을 모아 빅데이터화 한다. 개개인의 검색 기록은 제외하고 지역별, 연령별, 시간대별 데이터만으로도 여론조사나 일반적인 상식과는 괴리가 있는 결과를 다수 확인해볼 수 있다. ‘디지털 자백약으로 기능하는 빅데이터는 사람들의 성생활, 아동학대와 낙태, SNS 친구, 증오와 차별 등의 주제에서 충격적인 검색 기록들을 보여준다.

 

이렇게 보면 빅데이터 만능론으로 보일지 모르나 저자는 빅데이터의 한계와 위험성 또한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빅데이터에는 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차원의 저주가 항상 내재해 있어 결과에 대한 추가적인 실험과 검증절차가 없으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크며 스몰데이터로 불리는 소규모 설문조사와 인간의 판단이 동반될 때 빅데이터의 좋은 효과가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권력화된 기업이나 기관이 빅데이터를 개인을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할 때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책을 읽으며 구글과 검색 데이터가 보여주는 여러 사실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들었다. 유발 하라리 교수가 호모 데우스에서 제시한 데이터의 종교화가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개인의 성향을 본인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알고리즘(빅데이터)의 출현이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이 책은 분명 대부분의 사례 출처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 혹은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겠지만, 큰 틀은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술의 편리함 이전에 두려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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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사진의 작은 역사 외 발터 벤야민 선집 2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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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개념으로 유명한 발터 벤야민. 매체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한 사상가의 생각들을 담아놓은 선집이다. 13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지만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두 개의 논문에 방점이 찍혀있다.

 

사진술과 영상기술 등의 기술적 발달이 두드러지는 기술복제시대에서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다룬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저자는 아우라의 붕괴를 언급한다. 여기서 아우라는 예술작품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일회적인 현존재를 의미한다. 기존의 예술작품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지속성과 역사적 증언 가치, 즉 진품성을 지니고 있었으나 예술작품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복제품이 이러한 진품성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우라가 가지고 있던 기득권의 종교적, 제의적 가치가 기술의 발달을 통해 전시 가치로 대체되어 예술의 대중화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예술 분야의 민주주의 도래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벤야민은 예술의 대중성, 그리고 당시 등장했던 매체기술의 절정 영화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파시즘 정권이 영화를 계급과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쟁과 권력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영화는 또 다른 사이비 아우라의 등장을 가져오며 영화가 지니는 진정한 기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영화자본의 몰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영화의 등장 이전에 복제 가능성으로 무장하고 예술작품을 위협했던 사진의 역사와 의의, 연극과 영화의 비교, 찰리 채플린과 미키마우스 등 벤야민의 사유의 깊이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주제가 많이 담겨 있다. 벤야민은 생전, 그리고 사후에도 대중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글에서 드러나는 기술낙관주의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책 표지에 작게 그려진 벤야민의 모습을 한 듯한 그림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미학이나 미디어에 배경지식이 있었으면 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을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난이도 있는 글이었다. 위에 쓴 요약(?)이 저자가 의도한 내용이 맞을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 읽어봐도 꽤나 파격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이 글이 당시에는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을지 궁금하다. 마침 집에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대중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룬 조금은 읽기 수월해 보이는 책이 있다. 기회가 있으면 궁금증을 해소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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