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 김은희 대본집 킹덤 김은희 대본집
김은희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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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대본집_ 김은희

 

듣건대 괴악한 병이 개성부 등지에 만연되어 무고한 백성들이 의외의 병에 걸려 죽는다 하니 나는 몹시 측은하게 여기노라. 그 방역 문제를 대신과 예관에게 수의하도록 하라. <연산군 일기>

 

가을에 괴질이 유행하여 서쪽에서부터 들어왔는데 열흘 사이에 도하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수효가 수만 명에 달하였다. <순조 대왕 행장>

 

<부산행>으로 흥해 <창궐>로 주춤했다가 <킹덤>으로 다시 살아난 한국판 좀비 스릴러. <시그널>의 김은희 작가가 시나리오를 쓰고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연출을 맡은 한국 최초의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다. 시즌1이 끝난 지금, 외부의 간섭(PPL, 신파)이나 자금난 등에서 벗어나 정색하고찍으면 상당한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배경은 전란 이후의 굶주리고 혼란스러운 조선(아마 임진왜란이지 싶다. 그럼 왕은 선조(?)). 죽은 왕은 인육을 탐하는 괴물의 모습을 한 채 되살아나고 당대 최고의 권력자이자 왕실의 외척인 조학주는 이 사실을 철저히 감춘다. 세자 이창은 역모의 누명을 쓰고 왕의 비밀을 풀 단서를 찾기 위해 조선의 끝, 동래로 향하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은희 작가의 말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이름 모를 괴질에 걸려 몇천 명, 몇만 명의 백성들이 숨졌다라는 구절에서 킹덤의 스토리라인이 탄생했다고 한다. 좀비물에 개연성을 따지는 것이 웃기긴 하지만 이렇게 역사적 문구를 기반으로 괴물의 탄생과 시대의 아픔을 연결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그럴듯하니까? :)

 

아무튼 이 책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작가가 마지막으로 탈고한 최종 편집본이다. 드라마 대본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아니기에 촬영본과는 다른 장면이 군데군데 있다.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해서 직접적인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몇몇 분들의 리뷰를 보니 영상이 좋다는 장면도 있고 대본이 나은 장면도 있다고 한다. 둘을 비교하면서 추가되거나 삭제된 장면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을듯하다.

 

사실 수능 언어지문 이후로 시나리오는 처음 읽는 거라 걱정을 좀 했다. 낯선 구성 때문에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을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저녁 즈음에 책을 펴고 잠들기 전까지 한숨에 다 읽었다. 화려한 영상으로 무장한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대본만으로 긴장감과 분위기를 잘 표현했지 싶다. 앞으로 나올 시즌2의 이야기는 물론 대본집 또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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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 김은희 대본집 킹덤 김은희 대본집
김은희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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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긴장감이 책으로도 그대로 전해집니다. 다른점도 있다고 하니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는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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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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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_ 미나토 가나에

 

내 딸을 죽인 사람은 우리 반에 있습니다

 

중학교 교사 유코는 미혼모다. 학부모는 물론 몇몇 학생들의 편견어린 시선이 있었지만 4살배기 어린 딸 미나미와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유코가 근무하는 학교 수영장에서 미나미가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되기 전까지는.

 

범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유코가 담임으로 있는 반 학생인 나오키와 슈야. 살인의 과정과 동기는 터무니없이 가벼웠고 또한 잔혹했다. 소년법으로 인해 13살 중학생인 이들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아닌 상황, 유코는 무심한 법에 기대지 않고 사적 복수를 시작한다. 종업식 당일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나오키와 슈야의 우유에 에이즈 환자인 미나미의 아버지의 피를 탔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렇게 또 다른 비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는데 그 구성이 일반적인 소설과는 차이가 있다. 성직자, 순교자, 구도자 등의 이름이 붙어있는 각 장은 모두 화자가 다르며 책 제목처럼 저마다의 고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유코를 시작으로 살인사건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두 소년, 소년의 어머니 그리고 같은 반 학생까지(마지막 6장은 다시 유코의 이야기). 비슷한 시간대, 동일한 사건을 다루지만,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기에 읽는 이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 인물의 입장에 온전히 공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5명 각자의 이야기와 입장만이 있다. 저자도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가치판단은 내리지 않는다. 다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을 계속해서 독자들에게 들려줄 뿐이다. 일본 현지에서 미나토 가나에 작가는 이야미스의 여왕으로 불린다고 한다. ‘싫음, 불쾌함을 뜻하는 일본어 이야미스터리를 뜻하는 미스를 합친, 접하고 나면 언짢은 기분이 드는 미스터리를 나타내는 신조어다. 별명 참 잘 지었다. 분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는데 책을 덮은 후에도 왠지 모를 찝찝함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2011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 또한 수작이라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원작과 비교할 기회를 가져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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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 - 한국의 미를 지킨 대수장가 간송의 삶과 우리 문화재 수집 이야기
이충렬 지음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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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 전형필_ 이충렬

 

소위 말하는 금수저였다. 스물넷의 젊은 나이에 조선에서 손에 꼽을만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간송은 범인의 삶을 택하지 않았다. 일제강점기라는 혼란스러운 시기, 편하고 안정적인 삶, 바깥의 상황은 외면하고 자신과 가족을 위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었다. 가진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그는 조선 땅에서 수없이 유출되는 문화재 수집에 전 재산과 삶을 기꺼이 바쳤다. 개인의 소장욕이 아닌 한 나라 문화의 온전한 보전을 위해 막대한 지출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국 최초의 개인 박물관인 간송미술관이 탄생했고 귀중한 유물들이 우리 곁에 남아있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소설가인 이충렬 작가가 간송의 헌신적인 삶에 감명을 받고 수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세상에 내놓았다고 한다. 자료가 부실하거나 준비가 부족하여 중간에 포기할 것을 걱정해 간송의 유족들에게는 초안이 완성된 후에 감수를 받았다. 과거 사건과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다소간의 각색은 불가피했을 것. 상중에 자금을 함부로 동원할 수 없어 <몽유도원도>를 입수할 수 없었던 점, 평생의 스승인 위창 오세창을 만날 때의 장면 등은 저자의 허구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를 밝히는 조건으로 유족의 출판 승인하에 출간되었다.

 

간송의 행적과 삶은 그 무게를 헤아리기 어렵다. 처음에는 책 또한 그러지 않을까 하여 걱정이 앞섰으나 책을 펼친 뒤 괜한 고민이었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귀중한 보물들을 간송이 입수하는 과정 하나하나는 어떤 드라마보다도 긴장감이 넘쳤으며 간송은 물론 연을 맺은 인물들 또한 매력적이었다. 일제의 눈을 피해 <훈민정음> 해례본을 기와집 열 채 값인 1만 원에 입수한 뒤 1945년 광복까지 비밀리에 보관했던 것, 친일파 송병준의 집에서 불쏘시개로 사라질뻔한 겸재 정선의 <해악전신첩>을 가까스로 구해냈던 장면, 고려청자 애호가인 영국 변호사 존 개스비의 소장품 전체(20)40만 원(기와집 400채 가격)에 일괄 인수했던 장면 등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문화재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유지로 교육사업에도 힘썼던 간송은 위기에 처한 보성고보(지금의 보성중, 고등학교)를 인수 민족사학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후에 학교에서 막대한 규모의 재정 사고가 발생하여 온 가족이 빚에 허덕였음에도 단 하나의 소장품도 팔지 않았다고 한다. 광복 후, 문화재가 더 이상 국외로 유출되지 않기에 인수를 중단한 것과 더불어 간송의 문화 보전에 대한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간송미술관은 1년에 단 두 번, 5월과 10월에 각각 2주씩만 일반인에게 개방한다.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어렸을 적 부모님과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적어도 3, 4번은 시도해야 겨우 관람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는 재개관을 위해 휴관 중이며 DDP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여 <간송특별전 대한콜랙숀’>을 진행하고 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을 포함한 다수의 국보와 존 개스비에게 입수한 청자 및 백자 등이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시간을 내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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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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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Kindred)_ 옥타비아 버틀러

 

현대의 흑인 여성이 노예제 미국으로 간다면?

 

197669일은 내 생일이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 1815년의 메릴랜드다. 이제 나는 꿈 많은 작가 지망생도, 말썽쟁이 조카도, 사랑스러운 아내도 아니다. 축사의 짐승, 식탁 밑의 밀 포대나 다름없다. 삶을 스스로 통제할 자유와 권리는, 내게 없다. ...... 그리고 나의 이름은 검둥이가 되었다.

 

주인공 다나는 20세기 미국을 살아가는 흑인 여성이다. 백인 남편인 케빈과 가정을 꾸리고 작가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현대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현기증과 함께 다나는 1815년 미국 남부의 메릴랜드 주에서 눈을 뜨게 되고 자신의 먼 조상인 백인 농장주의 아들 루퍼스와의 첫 만남이 시작된다. 당시는 흑인을 노예로 부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 인권과 복지는커녕 흑인들은 비참한 노예의 삶을 살며 가혹한 처벌은 물론 가족과 떨어져 가축처럼 이리저리 팔려 다니기도 한다.

 

다나의 시간여행에는 두 가지의 규칙이 있다. 루퍼스가 죽을 위기에 처할 경우, 20세기의 다나가 현기증을 느낌과 동시에 과거로 오게 되며 반대로 다나가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다시 현재로 되돌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장치를 통해 저자는 다나의 여러 내, 외적 갈등을 보여준다.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는 조상인 루퍼스가 무사해야 한다는 강박과 동시에 농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흑인들과의 유대감 사이에서의 갈등, 백인이자 동시에 남성인 케빈과의 관점 차이에서 오는 갈등, 그리고 루퍼스와의 애증 관계 등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장면이 없다.

 

타임슬립이라는, 어찌 보면 SF라는 장르 내에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진부함과는 거리가 멀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바라본 19세기 미국을 통해 인종갈등, 노예제도, 성별 등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권력의 속성, 인간의 주체성, 그리고 무엇이 옳은 것인가의 문제까지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쉼 없이 질문을 던진다. 1800년대 노예제 미국은 말할 필요도 없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긴 소설이지만 몰입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통 저자가 소설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명확할수록 소설 자체는 빈틈이 많은 경우가 다수인 데 반해 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재미있다. 다채로운 갈등에서 나오는 속도감과 긴장감이 상당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SF 장르에 편견(우주라든지, 외계인이라든지...)을 지니고 있다면 오히려 더 색다르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지 않을까. 괜히 SF 추천 도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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