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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하는 뇌 - 뇌과학자와 예술가가 함께 밝혀낸 인간 창의성의 비밀
데이비드 이글먼.앤서니 브란트 지음, 엄성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7월
평점 :
창조하는 뇌_ 데이비드 이글먼, 앤서니 브란트
비즈니스나 교육은 물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창의력, 창의력 노래를 부르고 있다. 4차산업혁명과 관련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간의 단순 업무 대부분이 대체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창의성과 혁신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창의성과 혁신은 과연 어디에 기원하는가. 번개와도 같이 어느 날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무언가 다른 요인이 있는 것일까.
휘기(Bending), 쪼개기(Breaking), 섞기(Blending)
저자들은 위의 ‘3B 전략’을 ‘창조하는 뇌’가 보여주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이라고 정의한다. 창조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단절된 무언가가 아니라 과거 인간의 역사 동안 존재했던 지식, 경험 등 특정한 원재료와 연결되어 이뤄진다는 의미다. 단순히 주장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부제를 보면 알겠지만, 저자 데이비드 이글먼은 뇌과학자, 앤서니 브란트는 작곡을 전공한 예술가다. 이들은 과학은 물론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온 예술, 기술, 그리고 언어까지 다양한 분야의 ‘창조’를 사례로 제시하고 하나하나 친절하게 분석한다.
첫 번째 전략 휘기(Bending)
휘기는 기존에 존재하던 원형을 변형하거나 뒤트는 것을 뜻한다. 이 단계를 거치면 원형과는 크기, 형태, 소재, 속도, 시간 등에서 다른 모습을 띠며 숨겨져 있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힐 수 있다. 다양한 사례 중 한 가지만 소개해본다면 우산을 꼽을 수 있겠다. 고대부터 존재하고 있는 우산의 경우 1969년 현재 통용되는 접는 우산의 특허가 등록된 뒤에도 끝없이 특허신청이 들어온다고 한다. 비대칭 우산, 위로 펼 수 있는 ‘언브렐라’, 등에 멜 수 있어 두 손이 자유로운 ‘누브넬라’ 등 휘기는 진행 중이다. 미국 특허국에는 우산 특허 전담 인원만 4명이라는 TMI는 덤이다.
두 번째 전략 쪼개기(Breaking)
완전한 것을 분해, 그 조각을 조립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바로 떠오르는 예시는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일 것이다. 또한, 특정 이미지를 픽실레이션 기법으로 바꾸는 것, 인간의 뇌가 음을 선별적으로 듣는 것(ex. 낮은 주파수의 음은 높은 주파수의 음을 가림)에 착안한 파일 압축 방법 등 또한 쪼개기의 사례다. 인간의 뇌는 세계를 조각낸 뒤 재건과 개조를 반복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세 번째 전략 섞기(Blending)
마지막 전략에서는 인간의 뇌가 두 가지 이상의 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한다. 인간과 동물(스핑크스, 미노타우로스), 동물과 동물(페가수스, 키메라) 등을 직접 섞기도 하고 방탄조끼를 생산하기 위해 거미의 DNA와 염소를 접목, 염소의 젖에서 거미줄을 채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언어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영어의 rain+bow, news+paper, heart+throb과 같은 합성어(?)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책은 위와 같은 창조의 전략뿐 아니라 창의성이 세상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또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다룬다.
222p 단순히 창의성 소프트웨어를 돌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과거를 신성불가침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창조의 토대로 여길 때, 불완전한 것을 혁신하고 사랑받는 것을 변화시키려 할 때 비로소 가장 창의적인 행동이 나온다. 뇌가 새로운 한 가지 아이디어가 아닌 여러 아이디어를 짜낼 때, 그 아이디어가 이미 알려진 것과 수용한 것에서 떨어진 먼 거리까지 뻗어갈 때, 비로소 혁신은 날개를 단다.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때 상상의 날개는 더 힘을 얻는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풍부한 사례제시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것은 둘째치고 이만한 자료조사와 주장과의 연결을 위한 노력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잘 몰랐지만 넷플릭스에서 꽤 인기 있던 다큐를 책으로 풀어낸 것이라는데 기회가 된다면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