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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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 없는 동네는 동네라고 할 수도 없잖아.’

 

외딴 섬 앨리스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책방 아일랜드 서점’. 이곳의 주인 A.J. 피크리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뒤 홀로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까탈스럽고 고집불통인 성격에 책, 그중에서도 문학에 대한 확고한 취향은 서점 운영에 있어 그닥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아내의 동생인 이즈메이 내외, 마을 경찰관 렘비에이스 정도를 제외하면 피크리에게 호의를 보여주는 사람도 찾아보기 어렵다.

 

독서와 술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피크리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던 애드가 앨런 포의 초판본 시집 테멀레인이 사라진다. 경매에 넘기면 꽤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었기에 노후 대비용으로 소장하던 책이었다. 여기에 더해 한 여인이 서점에 두 살배기 여자아이를 유서와 함께 남겨둔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피크리와 아일랜드 서점은 큰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연히 경찰이나 보육원에 아이를 넘길 줄 알았다. 피크리 본인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점에서 아이가 커나가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유서 때문일까, 유독 자신을 잘 따르고 아빠라고 까지 부르는 여자아이 마야때문일까. 피크리는 마야에게 계속 눈길이 간다. 결국, 피크리는 복잡한 행정적 절차와 주위의 만류를 모두 거치고 마야의 아버지가 된다.

 

소문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이후 서점은 뜻밖의 호황을 맞는다. 섬의 여자들은 초보 아빠피크리에 대한 염려와 호기심에 서점을 방문한다. 물론 빈손으로 오지 않고 또한 빈손으로 나가지 않는다. 육아 팁이나 용품들을 가지고 들어와 책을 들고 서점을 나간다. 경찰 렘비에이스는 한술 더 떠 마야를 자주 보기 위해 경찰들의 독서 모임을 피크리의 서점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 들어온 한 사람, 출판사 직원 어밀리아까지.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한 권의 책이 그들을 다시 이어준다. 소중한 사람의 부재 속에서 하염없이 가라앉고 있던 피크리는 좋은 사람들과 아일랜드 서점과 함께 다시 떠오른다.

 

평범하지만 매력적인 등장인물, 흥미로운 사건들과 과하지 않고 적절한 반전 그리고 서점 주인 피크리가 소개하는 여러 문학 작품들까지 책의 어느 한 부분도 무심히 넘길 수 없었다. 남은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던 적이 얼마 만일까. 결말에 관한 내용은 일부러 담지 않으려 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있어 이보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서점은 올바른 종류의 사람들을 끌어당겨. 에이제이나 어밀리아 같은 좋은 사람들. 그리고 난 책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책 얘기를 하는 게 좋아.’ 책과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은 연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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