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톱과 밤
마치다 나오코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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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손톱과 밤_ 마치다 나오코

 

이번 학기 위례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면서 본의 아니게 그림책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매주 토요일 오후, 글씨로 빽빽한 책들과 종일 씨름하다가 그림책을 펼칠 때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 들고는 했다.

 

그림책의 특성상 글보다는 당연히 그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상력과 이런저런 생각을 곁들이지 않은 채로 그저 읽기만을 한다면 별로 남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고양이라는 소재가 아니었다면 나 또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랬을 거다.

 

고양이의 손톱을 닮은 달, 그리고 사람들 몰래 그들만의 의식을 치르는 고양이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소재다. 고양이의 모습이 지나치게 사실적이라는 생각을 약간 했었는데 표지 속 주인공은 실제로 저자와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라더라.

 

읽는 시간만으로 하면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그래도 자꾸만 눈길이 가더라. 위례에도 한 권 들어오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많이 사랑받을 그림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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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드랑이와 건자두
박요셉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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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박요셉의 자발적 일상 표류기

 

개인적으로 일상을 다룬 에세이는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아직 읽는다는 행위 그 자체보다는 수단으로의 독서를 우위에 두고 있지 않나 싶다. 대략적으로나마 책을 읽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그리고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떨어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저울질하고는 한다.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특정 분야의 책을 편식하는 습관도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을 뿐.

 

그래서 걱정이 앞섰다. ‘일상 표류기를 자처하는 이 책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겨울방학의 시작을 알리는 책인데 초장부터 심드렁하게 페이지만 넘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과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녹색의 책을 읽어나갔다. 기우였다. 길지 않은 분량을 감안하더라도 두 번의 호흡 만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짧게는 한 줄, 길게는 4, 5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 82편이 4개의 주제 아래 수록되어 있다. 시작은 삐뚤었지만 어림잡아도 10번은 넘게 책을 읽으며 피식했던 것 같다. 공평하게 진행되는 대머리의 진행 과정, 이름부터 거지 같다는 설거지, 혀의 밑바닥이 달의 뒷모습처럼 미지의 세계라는 것, 아무도 자신의 연봉을 올려주지 않아 스스로 한 연봉 협상 등등. 분명히 대놓고 웃기려고 쓴 글은 아닌듯한데... 덤덤하게 표현하는 이러한 면이 오히려 더 재밌게 다가왔다.

 

책 속에 담겨있는 일러스트처럼 저자의 글 또한 개성 넘치고 톡톡 튄다. 의식의 흐름이 생각날 정도로 중구난방인 점도 있었으나 우리의 평소 생각이 그렇지 않은가. 한순간의 생각 조각으로 날아갈 하루하루의 일상들을 저자는 특유의 관찰력과 표현력을 이용해 한 권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부담 없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일상을 보다 풍부하게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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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
카타리나 베스트레 지음, 린네아 베스트레 그림, 조은영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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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기 전 나의 이야기_ 카타리나 베스트레

 

사람들이 종종 하는 농담(이지만 사실) 중에 이런 게 있다. ‘3억 분의 1이라는 확률을 뚫고 태어났는데 뭔들 하지 못하겠냐.’

 

3억 분의 1과 비슷한 확률로는 미국의 메가밀리언 복권을 찾아볼 수 있다. 이론상 3257만 분의 1의 확률로 당첨번호가 나온다는 이 복권은 1등 당첨금이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그만큼 사람이 태어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모두가 겪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3억분의 1의 확률을 뚫었을 때로 돌아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작디작은 하나의 세포가 어떻게 라는 존재가 되는지 깔끔한 일러스트와 함께 호기심을 채워나갈 수 있다.

 

6p 그런 내가 제일 좋아했던 책은? 그건 임신과 출산-예비 부모를 위한 실용 안내서였다. 어린 나는 동생과 함께 책꽂이에서 이 책을 꺼내어 임신 중 식습관에 관련된 앞부분은 넘기고 곧바로 70쪽을 펼쳤다. ‘성장하는 태아.’ 우리는 이 장에 홀딱 반해 작은 생명체가 점점 커지는 그림을 따라가면서 엄마 뱃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을 작은 남동생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생명에 대한 호기심으로 세포생물학자가 된 저자의 글과 동생의 일러스트는 이 책을 보다 특별하게 하는듯하다. 학자가 쓴 책이라고 해서 난해한 과학 용어와 생물학 지식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가벼운 내용은 아니지만, 저자는 쉬운 언어로 최대한 친절하게 독자들에게 생명의 신비를 이야기해준다.

 

책 속 태아를 그저 관찰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독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산모보다는 태아 위주로 생명의 탄생을 그려나간다. 그래서일까. 과학책에는 쉽게 하지 못하는 몰입을 하면서 책을 읽어나갔다. 단순한 지식 축적보다는 의 과거와 존재를 돌아보고 생각할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200페이지를 넘지 않는 짧은 책이다. 정신없는 시험 기간에 읽기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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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 -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진 20세기의 기원
로버트 거워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김영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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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_ 로버트 거워스

 

지난 11, 하필 마트가 쉬는 둘째 주 일요일이었기에 롯데를 비롯한 유통업체가 울상지었던 빼빼로 데이로 많이들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날은 역사적으로 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하루였다. 20181111일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딱 100년이 되는 날이다. 1914년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시작된 이 전쟁은 4년 동안 3,000만 명의 사상자를 낸 인류사 최악의 전쟁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1차대전이 과연 독일과 연합군이 휴전 조약서에 서명한 파리의 한 열차에서 완전한 종지부를 찍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저자 로버트 거워스 교수는 다양한 근거와 사례를 제시하며 안정과 평화는 전후의 유럽과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음을 밝힌다. 그리고 저자의 눈은 전쟁의 승자가 아닌, 패자들의 기록을 향한다.

 

전후 유럽, 특히 독일을 포함한 패전국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폭력적인 시대가 펼쳐졌다. 러시아발 볼셰비즘에 의한 이념적 대립, 그리스-터키 전쟁(1919-1922)과 같은 국가 간 대립, , 동부 유럽 전반에 일어난 사회 혁명으로 인한 내전, 육상 제국들의 급작스런 해체에서 촉발된 민족 혁명과 독립 전쟁 등 세계대전 못지않은 참상의 연속이었다. 당시 유럽의 무력 갈등의 결과로 4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이는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전사자를 합친 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적국이 특정한 강화 조건을 받아들이게 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싸운 1차 세계대전과 달리 1917~1918년 이후의 폭력은 훨씬 더 통제가 불가능했다. 이것들은 종족적 적이든 계급적 적이든 적을 절멸하기 위해 싸운 실존적갈등이었다. ... 유럽의 이전 제국 영토들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국가가 부재한 가운데 다양한 정치적 신념을 지닌 민병대들이 스스로 국방군의 역할을 떠맡았고, 적과 아군, 전투원과 민간인 사이 경계가 끔찍하게 흐릿해졌다. -30p

 

이와 같은 새로운 폭력의 논리로 인해 이후의 분쟁은 더욱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준다. 독일에서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등이 질서 잡힌권위주의를 내세우며 패전국(이탈리아는 1차대전의 승전국이었으나 이후의 여러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패전국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국민들의 정신적 상처의 틈을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2차 세계대전으로까지 이어진 이 폭력성은 상대방의 물리적 제거와 인종 청소라는 끔찍한 결과물을 낳게 된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세계대전사 혹은 승전국의 역사가 아닌 패전국의 이야기와 전후의 혼란했던 시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불가리아, 오스만 제국,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 패자들의 잔인한 역사를 언제 읽어볼 수 있겠는가. 특히 전후 각종 조약이나 분쟁 등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불가리아의 사례에 눈길이 갔지 싶다. 해당국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도 궁금하고 여러모로 많은 감상을 남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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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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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

 

맘에 드는 건축물이나 인테리어를 마주하면 한참을 둘러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간이 주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라 예전부터 그래왔지 싶다. 그렇다곤 해도 건축 기법이나 이론 등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에 이 공간이 누구에 의해 설계되었고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 탄생 되었는지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은 지금, 생각이 조금은 바뀔 듯하다.

 

저자 김종완 디자이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그것도 아버지 몰래 프랑스 유학을 떠난 저자는 Ecole CAMONDO(그랑제꼴의 하나)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의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다 가족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삼성의 시니어 디자이너를 거쳐 현재는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2002년 유로화가 처음 등장할 시 한국에서 처음으로 유로를 환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보통 나를 소개할 때 공간전략디자이너라고 한다. 흔히 공간을 꾸미는 사람을 통상적으로 칭하는 인테리어디자이너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가치는 공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기는 사람들의 마음과 철학까지 책임진다는 점이다. - 6p

 

저자가 설계한 16가지 프로젝트의 소개와 함께 각 공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다. 실력을 인정받고 이름있는 디자이너라면 결과물을 통해 본인을 드러내는 시도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터. 하지만 저자는 달랐다.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아닌, 그 공간의 본래 의도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공간전략디자이너의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부터 애견 스파, 백화점 매장, 그리고 음식점까지. 분야는 물론 공간의 물리적 제약마저도 가리지 않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디자인이나 설계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공간으로 가득 찬 이 책이 조금은 더 와닿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당장 서 있는 곳에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주지 않을까. 디자인 참고서로도, 공간에 대한 한 디자이너의 진솔한 에세이로도 모두 손색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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