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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시간, 쥐의 시간 - 크기의 생물학
모토카와 타츠오 지음, 이상대 옮김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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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표지 그림, 가벼워 보이는 제목, 얼핏 봐서는 동화 같은 편안한 느낌을 풍기고 있지만 과학책이다. 그것도 숫자와 공식이 꽤나 많이 들어있는 생물학책이다. 그중에서도 크기와 관련된 다양한 동물의 생존전략이 이 책의 주된 관심사이다.

 

저자인 모토카와 다쓰오 교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도쿄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생물학자로 활동함과 동시에 생물학 지식을 노래 가사에 담아 음반을 내는 등 노래하는 생물학자로 보다 많이 알려져 있다. 또한, 다수의 교과서와 참고서 등을 집필한 것으로 보아 학문은 물론 교육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학자로 보인다. 이 책의 맨 뒤편 부록에도 저자가 작사, 작곡한 생물학 노래의 악보와 가사가 수록돼있다.

 

모든 동물은 수명이 다 다르다. 수십 년을 살아가는 코끼리나 고래와 같은 동물도 있는 반면에 수년, 짧게는 일 년도 채 살지 못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저자는 생물의 크기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동물은 일생동안 3억 번의 호흡과 20억 번의 심장박동을 마치면 그 수명을 다한다고 한다. 크기가 큰 동물은 그 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더 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동물에게 있어 절대적인 시간은 모두 다르지만, 심장박동으로 대표되는 생리적 시간은 공평하다. 공식화하면 포유류의 경우 시간은 체중의 1/4제곱에 비례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했을 때, 인간의 적정 수명은 대략 50년 정도라고 한다. 의료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체중이 훨씬 많이 나가는 코끼리와 비슷한 수명을 누리고 있는 지금, 삶의 리듬은 여전히 50년에 맞춰져 있는듯하다. 길어진 수명에 맞게, 생리적 시간에 맞게 리듬을 조금은 늦춰도 괜찮지 않을까?

 

시간에 관한 내용뿐만 아니라 나는 것과 달리는 것의 차이점, 왜 바퀴나 프로펠러는 자연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는가, 곤충과 극피동물의 외골격에서의 차이점 등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 담겨 있다.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동물들의 생존전략과 그에 따른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국내에는 이번에 소개되었지만, 일본에서 1992년에 출간된 20년이 넘은 꽤나 오래된 과학책이다. 크게 변했을 만한 내용은 보이지 않았으나 어느 정도 생각은 하면서 읽으면 좋을듯하다.

 

공식과 숫자들이 생각보다 많이 등장해 멍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서 다룬 다른 주제도 재밌게 읽었지만, ‘시간은 역시 어떤 개념과 합쳐져도 흥미로운 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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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원 없이도 10억 번다 - 직원 없이 사무실 없이 저절로 굴러가는 사업 시스템 만들기
일레인 포펠트 지음, 신솔잎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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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10억이 적은 금액도 아니고 무슨 방법으로 직원도 없이 번다는 의미일까?

 

롯데의 2할타자 이대호가 4년에 150억을 버니까 지금처럼 한 경기에 안타 하나씩을 친다고 가정했을 때(프로야구의 한 시즌 경기수는 144경기) 대략 38개의 안타를 치면 10억을 번다. 부럽다... 잘 좀 하자 쉬익쉬익

 

농담이고 이 책은 프로스포츠선수나 고소득 전문직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직원 없이, 별도의 사무실 없이 혼자서 운영해나가는 사업에 대한 유용한 팁이 가득 담겨있다. 저자는 경제경영 분야의 기자로 활동하면서 작은 사업체를 성공으로 이끈 많은 사람을 만나왔다. 매년 수많은 사업가들을 인터뷰했으며 그중 37명의 성공 스토리와 성공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성공이 보장되어 있다면 1인 기업의 장점은 생각보다 매우 크다. 여가시간이 많아 가족과 자기계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있으며 직장생활에서 오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의 최우선 목표는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며 직장인들은 본인들의 직장을 유지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업 성공의 불확실성과 수입의 불규칙성이 안정된 직장을 추구하는 주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1인 사업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사업 아이템 구상부터 자금 마련, 플랫폼 구축, 아웃소싱에 대한 조언, 재투자 시기 등등 사업에서 고민해야 할 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추천도서와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여러 참조 사이트들에 대한 정보는 덤이다.

 

단점을 꼽자면 모든 사례와 정보의 출처가 미국에 국한되어 있어 우리나라에 과연 적용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다. 세부적인 면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개인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듯하다. 비슷한 내용의 한국 버전이 있으면 하는 맘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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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대니얼 크라우스 지음, 김문주 옮김 / 온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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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머릿속을 맴도는 문구가 있었다.

 

그는 날 있는 그대로 봐줘요.’

 

편견 없는 시선과 사랑, 괴생명체와의 사랑을 다룬다는 판타지 소설의 포장을 쓰고 있지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을까? 작품 속 주요 등장인물 대부분은 소위 말하는 소수자. 주인공 엘라이자는 벙어리이며 화가 자일스는 동성애자, 청소부 동료인 젤다는 흑인 여성, 과학자 호프스테틀러는 소련에서 온(소설의 배경은 냉전시대 미국) 외지인이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약간은 노골적인 느낌마저 든다.

 

이 책은 동명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의 원작 소설이다. 특이한 건 소설의 저자와 영화감독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 주워들은 이야기지만 영화 촬영을 마친 후 영화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소설로 정리했다는 글도 있었다. 한 매체를 통해 담지 못한 이야기를 서로 보완한 게 아닐까.

 

영화와 다른 점은 괴생명체 데우스 브랑퀴아의 포획과정과 인물들의 상세한 배경 등이 추가되었다는 걸 꼽을 수 있겠다. 사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책을 다 읽고 관련된 여러 글을 읽다 보니 의도하지 않게 영화의 줄거리도 전부 알게 되었다. 시험 끝나고 영화로도 아 작품을 접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그지없다. 그래도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은 물론 음악상, 미술상 또한 수상했으니 분위기 자체를 눈과 귀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잔혹하지만 매력적인 악역, 괴생명체와의 편견 없는 아름다운 사랑, 긴박한 갈등 부분과 몽환적인 마무리까지. 판타지이긴 해도 로맨스를 다룬 소설은 정말 오랜만인듯한데 어색하지 않게 책장을 넘겼다. 좋은 시간이었다.

 

PS 책 표지가 되게 반질반질한데 기분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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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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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종교로 부상하고 있는 데이터와 알고리즘, 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이들을 다루고 호모 데우스로 진화할 수 있을까? 아니면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어 지구상의 다른 동물들이 그랬던 것처럼 존엄을 잃을 것인가.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전작 사피엔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라는 행성의 정점에 설 수 있었는지 밝혔다. ‘호모 데우스는 그 이후, 정복을 마친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를 다룬다.

 

호모 데우스(Homo Deus), 여기서 Deus는 신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 자신의 생물학적 기질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는 신성(神性)을 얻은 인간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인류의 의제는 빈곤, 질병, 그리고 전쟁과의 싸움이었다. 그리고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느 정도 해결했다. 그렇다면 인류의 다음 의제는 무엇일까? 저자는 불멸, 행복, 그리고 이를 통한 신성의 획득이 인류의 지향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대 과학 연구의 중추가 이를 향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근래 들어 4차 산업혁명, 미래 전망 등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그저 기술을 나열하거나 피상적인 미래 예측에 그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호모 데우스는 전작 사피엔스와 마찬가지로 인류학, 철학, 생명공학, 역사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간과 미래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단순하게 앞으로 사라질 직업, 직종을 걱정하는 것을 떠나, 기술의 발전이 불러올 전 인류적 디스토피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공개되고 있다. SF 영화에나 등장하던 얼굴인식은 물론 전기자극을 통해 생각만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구글과 페이스북에 축적된 빅데이터는 나 자신보다도 나를 더 잘 아는 듯하다. 이러한 기술들이 더욱 진보한다면 개인의 자유의지는 온전히 개인의 것으로 남아있을 수 있을까? 개인을 뜻하는 영단어 individual은 분리될 수 없다는 의미가 있지만, 사람의 감정을 약물이나 전극을 통해 분리하는 것은 더는 소설 속의 일이 아니다. 또한, 본인의 정치적 판단이나 성향을 구글의 알고리즘이 훨씬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선거의 의미가 있을까? 그렇다면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6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이 책이 우리에게 답을 건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민의 기회와 생각을 정리할 약간의 팁은 담겨있다. 가뜩이나 생각이 많은 요즘 짐이 하나 더 늘어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꼭 필요한 고민이기에 계속 생각하고 더 배워보려고 한다. 알고리즘의 부품이 된다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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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짓,말 - 결코 시시하지 않은
유세윤 지음 / 김영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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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형식의 에세이는 정말 낯설었다. 페이크 에세이라니... 에세이에 담긴 내용이 전부 사실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거짓임을 표지에 실었다는 게 당황스러웠다.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한 줄도 체험한 것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라는 괴테의 말로 시작하는 그의 에세이는 의도된 각색을 미리 예고하고 있었다. 책의 제목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만우절인 41일에 출시한 것이 우연은 아닐듯하다.

 

, , 말이라는 세 단어의 조합, 각각의 의미가 있다.

: 유세윤을 설명하는 수많은 이름 뒤에 숨겨진 비밀들

: 일부러도, 모르고도 아니었던 그의 수많은 행동들

: 그동안 하지 못했던 수많은 이야기들

 

가독성도 좋거니와 분량도 그리 길지 않아 짧은 시간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유세윤이라는 코미디언, 재미있고 언제나 웃음을 주지만 가끔은 이해하지 못할 행동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그런 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이 책에는 이러한 모습으로 포장되어 있던 그의 진심과 방송에서는 밝히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음주운전 자수 사건의 비하인드 스토리 라던지, SNS에 많이 떠돌았던 중2병 영상의 실체 등이 수록되어 있다. 물론 이 책은 페이크 에세이. 감안하고 보도록 하자.

 

가벼운 이야기들뿐만 아니라 그의 고민, 코미디언으로서의 비애, 아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등 공감 가고 뭉클한 내용도 많이 담겨있어 마냥 웃으면서 볼 수는 없었다. 진심이 담겨있는 글은 아무리 가볍고 재미있게 포장을 해도 드러나는 듯하다. 유세윤이라는 사람을 조금은 이해한 걸까?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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