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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사진의 작은 역사 외 ㅣ 발터 벤야민 선집 2
발터 벤야민 지음, 최성만 옮김 / 길(도서출판) / 2007년 12월
평점 :
‘아우라’ 개념으로 유명한 발터 벤야민. 매체미학의 선구자로 불리는 한 사상가의 생각들을 담아놓은 선집이다. 13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지만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사진의 작은 역사’ 두 개의 논문에 방점이 찍혀있다.
사진술과 영상기술 등의 기술적 발달이 두드러지는 기술복제시대에서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다룬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저자는 아우라의 붕괴를 언급한다. 여기서 아우라는 예술작품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일회적인 현존재를 의미한다. 기존의 예술작품은 대상이 가지고 있는 지속성과 역사적 증언 가치, 즉 진품성을 지니고 있었으나 예술작품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복제품이 이러한 진품성을 제거했다는 것이다. 이는 아우라가 가지고 있던 기득권의 종교적, 제의적 가치가 기술의 발달을 통해 전시 가치로 대체되어 예술의 대중화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예술 분야의 민주주의 도래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벤야민은 예술의 대중성, 그리고 당시 등장했던 매체기술의 절정 ‘영화’에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파시즘 정권이 영화를 계급과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쟁과 권력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영화는 또 다른 사이비 ‘아우라’의 등장을 가져오며 영화가 지니는 진정한 기능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영화자본’의 몰수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영화의 등장 이전에 복제 가능성으로 무장하고 예술작품을 위협했던 사진의 역사와 의의, 연극과 영화의 비교, 찰리 채플린과 미키마우스 등 벤야민의 사유의 깊이를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는 주제가 많이 담겨 있다. 벤야민은 생전, 그리고 사후에도 대중에 대한 지나친 신뢰와 글에서 드러나는 기술낙관주의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책 표지에 작게 그려진 벤야민의 모습을 한 듯한 그림에서 왠지 모를 외로움과 쓸쓸함이 느껴진다.
미학이나 미디어에 배경지식이 있었으면 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을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없는 난이도 있는 글이었다. 위에 쓴 요약(?)이 저자가 의도한 내용이 맞을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 읽어봐도 꽤나 파격적인 주장으로 보이는 이 글이 당시에는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켰을지 궁금하다. 마침 집에 벤야민과 아도르노의 대중매체를 바라보는 관점을 다룬 조금은 읽기 수월해 보이는 책이 있다. 기회가 있으면 궁금증을 해소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