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기분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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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과정.

 

맘에 드는 건축물이나 인테리어를 마주하면 한참을 둘러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간이 주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라 예전부터 그래왔지 싶다. 그렇다곤 해도 건축 기법이나 이론 등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에 이 공간이 누구에 의해 설계되었고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쳐 탄생 되었는지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은 지금, 생각이 조금은 바뀔 듯하다.

 

저자 김종완 디자이너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16세라는 어린 나이에 그것도 아버지 몰래 프랑스 유학을 떠난 저자는 Ecole CAMONDO(그랑제꼴의 하나)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패트릭 주앙의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다 가족을 위해 한국으로 돌아온다. 삼성의 시니어 디자이너를 거쳐 현재는 종킴 디자인 스튜디오를 이끌고 있다. 2002년 유로화가 처음 등장할 시 한국에서 처음으로 유로를 환전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사람들에게 보통 나를 소개할 때 공간전략디자이너라고 한다. 흔히 공간을 꾸미는 사람을 통상적으로 칭하는 인테리어디자이너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차이가 있다. 가장 큰 가치는 공간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속에 담기는 사람들의 마음과 철학까지 책임진다는 점이다. - 6p

 

저자가 설계한 16가지 프로젝트의 소개와 함께 각 공간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담겨있다. 실력을 인정받고 이름있는 디자이너라면 결과물을 통해 본인을 드러내는 시도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울 터. 하지만 저자는 달랐다. 디자인과 디자이너가 아닌, 그 공간의 본래 의도를 돋보이게 하는 것이 공간전략디자이너의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부터 애견 스파, 백화점 매장, 그리고 음식점까지. 분야는 물론 공간의 물리적 제약마저도 가리지 않는 점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디자인이나 설계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공간으로 가득 찬 이 책이 조금은 더 와닿지 않을까. 그렇지 않더라도 당장 서 있는 곳에 한 번이라도 더 눈길을 주지 않을까. 디자인 참고서로도, 공간에 대한 한 디자이너의 진솔한 에세이로도 모두 손색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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