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와 건자두
박요셉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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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박요셉의 자발적 일상 표류기

 

개인적으로 일상을 다룬 에세이는 그다지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아직 읽는다는 행위 그 자체보다는 수단으로의 독서를 우위에 두고 있지 않나 싶다. 대략적으로나마 책을 읽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그리고 책을 읽음으로써 나에게 떨어지는 것이 무엇인지를 저울질하고는 한다. 다양한 책을 접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특정 분야의 책을 편식하는 습관도 여기서 나오지 않았을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어쩔 수 없을 뿐.

 

그래서 걱정이 앞섰다. ‘일상 표류기를 자처하는 이 책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겨울방학의 시작을 알리는 책인데 초장부터 심드렁하게 페이지만 넘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과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녹색의 책을 읽어나갔다. 기우였다. 길지 않은 분량을 감안하더라도 두 번의 호흡 만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짧게는 한 줄, 길게는 4, 5페이지 정도의 짧은 이야기 82편이 4개의 주제 아래 수록되어 있다. 시작은 삐뚤었지만 어림잡아도 10번은 넘게 책을 읽으며 피식했던 것 같다. 공평하게 진행되는 대머리의 진행 과정, 이름부터 거지 같다는 설거지, 혀의 밑바닥이 달의 뒷모습처럼 미지의 세계라는 것, 아무도 자신의 연봉을 올려주지 않아 스스로 한 연봉 협상 등등. 분명히 대놓고 웃기려고 쓴 글은 아닌듯한데... 덤덤하게 표현하는 이러한 면이 오히려 더 재밌게 다가왔다.

 

책 속에 담겨있는 일러스트처럼 저자의 글 또한 개성 넘치고 톡톡 튄다. 의식의 흐름이 생각날 정도로 중구난방인 점도 있었으나 우리의 평소 생각이 그렇지 않은가. 한순간의 생각 조각으로 날아갈 하루하루의 일상들을 저자는 특유의 관찰력과 표현력을 이용해 한 권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부담 없이, 입가에 미소를 짓고 일상을 보다 풍부하게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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