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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는 해적의 역사 ㅣ 단숨에 읽는 시리즈
한잉신.뤼팡 지음, 김정자 옮김 / 베이직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해적이란 낱말에서 떠오르는 것은 낭만적인 색채가 깃든 바다의 무법자 정도였고, 여러 만화나 소설을 통해 은근한 호감까지 지니고 있던 터였다. 소설 속에서 으례 영웅의 모습으로 등장한 해적이 보물을 찾는 흥미진진함과 더불어 평범한 생활을 거부하며 용맹함을 뽐내는 이미지를 풍겨온 까닭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해적은 궁핍한 삶을 엮어나가는 하나의 수단이기도 했지만, 목숨을 건 사투였으며 명백한 불법행위였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 책에선 여러 명의 해적들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해 소상히 설명되어 있는 걸 보면, 꽤나 골치거리였을 해적들임에도 불구하고 기록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었나보다.
해적 중에는 헨리 모건과 같이 뛰어난 머리로 많은 보물을 손에 넣은 전략가적 기질을 가진 사람도 있었다. 모건은 대중적 인기를 누려 기사의 작위를 받기까지 했으며, 자메이카 총독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에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듯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바빴고,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최후를 맞는다.
많은 해적들은 생계가 어려웠던 까닭에 해적이 되었지만 , 귀족들의 오만함을 꺾고 모험을 즐기기 위해서 해적이 된 바르톨로뮤 로버츠와 같은 사람도 있다. 연승을 거두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던 그도 제비호와의 전투 중 사망하고, 그가 죽자 따르던 해적들은 대거 처형되거나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앤 보니와 메리 리드라는 여성해적의 삶과, '자유의 나라'를 꿈꾸었던 영국 해적들의 집단주의와 평등주의에 입각한 생활이었다. 더 나은 세계를 꿈꾸며 자유를 누리던 해적들도 한순간 존재했었다는 것에서 유토피아를 갈망하던 해적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일본의 해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해적이라고 하면 먼 유럽을 먼저 떠올렸었다. 그러나,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해적의 역사는 존재한다. 정성공과 정일수와 같은 해적들이 있었고, 그들중 일부는 조정의 군대로 진출하거나 관리가 되기도 했다.
가까운 90년대까지도 해적 감시기구가 발족될 정도로 해적들은 오랜 역사를 이어왔다. 이제 더이상 해적에게 낭만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책의 뒤표지에 나와있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해적은 역사가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