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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나의 10가지 약속
가와구치 하레 지음, 최영혁 옮김 / 청조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표지의 강아지 사진에도 끌렸지만,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호기심이 동하기도 했다. 으례 그렇듯이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는 애틋하고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 줄거리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그다지 촘촘한 구성이 아니었지만, 그러한 단점을 흐리멍텅하게 만들어버리는 매력적인 요소는 단연 표지와 속지 여기저기를 장식하고 있는 귀여운 개의 사진과, 개와 나의 10가지 약속의 구체적인 내용 때문이 아닌가 싶다.
10가지 약속을 하나하나 음미해 보니, 그간 애완동물을 키우면서 너무나 인간 위주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했었다는 후회감이 든다. 나는 은연중에 사람은 강자이자 지배자, 동물은 약자이면서 사람의 말을 따라야 하는 하인, 또는 잠깐 왔다 가는 손님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단 식구로 맞아들이기로 결정했다면 둘은 한 집안을 구성하는 동일한 구성원이므로, 사람에게 맞추기만을 바란다면 애완동물을 기르기 전에 조금더 고려해봐야 한다. 왜냐하면 동물이 그런 마음을 따라주지 않을 때마다 갈등이 표출될 것이고, 상태가 지속되면 상처를 입는 것은 동물쪽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키우던 잉꼬새를 하늘로 보내고 뒤늦은 반성을 했다. 왜 깨달음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 이후에 찾아와 후회만 안겨놓는지 모르겠다. 집안을 어지른다는 이유로 못하게 했던 여러 행동들, 나에게 가하는 공격을 사람에 대한 도전으로 생각하고 미워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당신에게는 학교도 있고 친구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당신밖에 없답니다.
나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말을 안 들을 때는 이유가 있답니다.--
책 속의 아카리 또한 아끼는 삭스를 한때 멀리 하고 무관심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의 유품인 옷에 얼룩을 묻혀 놓았다는 것이 주이유였다. 이후 바짝 말라가던 삭스는 한번 줬던 마음을 쉽게 돌리지 못하는 것에서 사람보다 더 충직하고 곧은 성품을 보여준다.
애완동물을 키울 때에는 평생을 같이 할 친구로 여겨야 한다. 이 책을 간직해두고 틈틈이 보면서, 이 다음에 다시 애완동물을 키우게 될 때에는 그 점을 잊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