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통상 가깝고도 먼나라는 일본을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실질적으론 북한을 대체하는 관용어로 바뀌고 있는 듯 합니다. 세계 여권 파워 2위에 해당하는 대한민국 여권을 가지고도 갈 수 없는 나라이고, 점점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감 또한 희박해져가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항상 기발한 내용의 소설로 인기를 모아온 고호 작가의 신작, 평양 골드 러시... 만석꾼이었다 월남하게 된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당시 집터에 묻힌 금괴를 찾고자 실제 북한 평양에 잠입하게 된 오누이의 모험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들 오누이의 평양 방문(?) 좌충우돌기에 평양 삼지연공연악단 소속의 촉망 받는 가수였다가 졸지에 교화소로 끌려가는 신세가 된 리손향의 고난기가 엮이는데다가 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대의 악연에 가까운 인연까지 작가의 상상력에 힘입어 생생한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이죠..

남한 사람의 진입이 애초에 허용되지 않는 현재(정확히는 2024년 근미래)의 북한이 배경이라는 것도 재미 요소인데다가 북한과 북한 인민 들의 현재 모습이 꽤나 핍진성 있게 묘사 되어지기에 소위 손에 일단 잡으면 바로 읽게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정도급의 금기시 된 소재를 생각해 내고 이를 개연성 있게 소설로 탄생시켜내는 것을 보면 고호 작가의 상상력과 필력에 칭찬을 아낄 수가 없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본격 스파이물이거나 쓸데 없이 진지함을 강조하는 내용도 결코 아닙니다. 유쾌한 유머도 곁들여지고 어느 정도 훈훈한 결말도 함께 내오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한때 평창 동계 올림픽에 몇 종목에서 공동 선수단을 꾸려냈고, 정전 협정 사인에 거의 다가갔을 정도로 남북 관계가 진전된 적이 있었습니다. 북한도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큰 위협 세력이 아니라 어느 정도 유연성을 가진 하나의 이웃 국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소위 '좋은 이웃론'이 대두된 적도 있었구요..

그럼에도 현재 우리는 강대국 들이 인위적으로 조장해 터뜨리는 세계적 분쟁 구도 속에 우리 또한 끌려 들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인 상태이기도 합니다.우리 기준에 북한은 형편 없는 세습 왕조 국가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수천 만의 사람 들이 살아가는 곳이고 나름 자기 국가에 자긍심을 갖고 사는 이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 급작스럽게 다가올지도 모를 화해 모드와 먼미래의 통일을 위해서라도 이런 소재의 소설 작품 들이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어쨌든 같은 민족이란건 변함이 없으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템스강의 작은 서점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국 런던의 도심을 가르는 템스강.. 여기 강변에 위치한 100년도 더 된 작은 서점이 이 소설의 사실상 주인공입니다. 영국이 소설의 주 배경으로 등장하지만 작가인 프리다 쉬베크는 사실 스웨덴 사람입니다. 소설의 주요 인물인 샬로테, 그녀의 엄마인 크리스티나, 이모 사라 역시 스웨덴에서 온 이들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어느 날 갑자기 이모 사라가 런던에서 운영하던 서점을 상속받게 된 샬로테의 좌충우돌 분투기와 치유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1년여 전 사고로 남편을 잃고 인간 관계를 거의 단절한 채 일에만 몰두해 살아가던 작은 화장품 회사의 성공한 CEO 샬로테, 거의 히키코모리의 삶에 가까웠던 그녀가 별안간 이모인 사라의 유언에 따라 런던의 낡은 서점의 주인으로 부임하게 되죠. 처음엔 바로 털고 스웨덴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그녀였지만 서점과 런던의 묘한 매력에 사로 잡히게 되고 이에 관련된 인물 들과도 우정을 쌓아가게 됩니다. 그 와중에 서점에 세들어 살던 작가 윌리엄과도 사랑에 빠지게 되죠..

그렇지만 서점은 이미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고, 무언가 극적인 반전이 없다면 그녀는 서점뿐 아니라 새로운 친구들까지 모두 잃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소위 힐링 소설답게 내용은 극적인 반전과 전개를 이어 갑니다. 이 와중에 엄마와 이모의 오래 된 과거의 비밀, 그리고 평생 모르고 살았던 샬로테의 친부에 대한 단서까지 알게 되죠. 이 과정이 때론 유쾌하면서도 꽤나 재미있게, 한편으론 안타깝게 묘사되어지기에 전혀 지루함 없이 600페이지가 넘는 장편을 쉽게 읽어갈 수 있었습니다.

해리포터의 작가 J.K. 롤링이 소설 속 깜짝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하죠. 런던이란 거대 도시를 배경으로 한 소설답게 내용 전개도 점점 거대해지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읽는 내내 힐링이 느껴지는 소설이었고, 실재 이 서점이 런던에 존재한다면 꼭 한번 들려보고 싶다는 느낌까지 받게 되더군요. 서점은 책을 보관하고 판매하는 장소이지만 책을 읽는 이들에게 힐링을 매개하는 장소이기도 할 것입니다. 온라인 도서 구매가 일반화된 요즈음이지만 그러하기에 더더욱 이런 류의 서점들이 오래 남아 있길 바라는 이유이기도 할 것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소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의 살인자
시모무라 아쓰시 지음, 이수은 옮김 / 창심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터넷의 발달과 온라인 정보 검색이 활발해짐에 따라 그 부작용으로 개인 정보 노출 또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위 '신상 공개'가 공공연해진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죠.

이와는 조금 다른 성격이지만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이가 나와 같은 동명의 인물이라면 나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요? 단순히 농담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범죄자를 향한 혐오와 비난이 오롯이 나에게 향한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왠지 모를 선입견의 대상이 되기도 하겠죠..

왕따 문화가 최초로 형성된 일본 사회 역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시모무라 아쓰시의 소설 '내 이름의 살인자'는 바로 이러한 부분을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하여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6살 소녀를 잔인하게 칼로 난자하여 죽인 살인자 오오야마 마사노리... 그는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은 주변의 냉혹한 시선을 마주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진범이 당시 16세의 소년범이었던 관계로 불과 7년 만에 석방되게 되면서 동명인들은 더욱 큰 고통에 직면하게 되죠..

결국 마사노리란 이름을 가진 10명의 본의 아닌 피해자 들이 모임을 결성하여 진범 마사노리를 쫓으려 합니다. 그의 얼굴을 비롯한 신상을 분명하게 공개하여 자신들은 그와 전혀 다른 사람임을 입증하려 하는 의도에서였죠.. 그들의 의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님 또다른 복선과 반전이 존재할련지...

미스터리 성격보다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소설이었지만 이에 이르는 과정은 왠만한 추리 소설 못지 않은 긴장감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엽기적 살인이나 아동 관련 범죄 등 추악한 행위를 저지른 이들의 신상은 차츰 공개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비도덕적 행위를 저지른 이들의 신상 역시 온라인에서 종종 털리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에 통쾌함을 느끼고 비난의 대열에 가세하곤 하죠..

하지만 그 범죄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잘못된 신상털이의 대상이 된 사람들이라면 과연 이런 행위가 어떻게 다가올지는 명약관화합니다.. 비록 소설 속의 일이었지만 실제 현실 속에서도 능히 발현될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점점 인권이 중시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인권 역시 어느 정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의 중용적 자세를 가지고 이런 문제를 대해야 할지 여전히 개인적으로는 고민이 됩니다. 이 소설은 나름 무언가를 제시해준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드라마 중 콜드 케이스라는 시리즈물이 있습니다. 주로 살인 등 과거의 미제 사건을 조사해 범인을 잡아내는 추리드라마입니다. 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의 붉은 박물관 역시 이와 비슷하게 과거의 사건을 자료만으로 분석해 풀어가는 정통 추리물입니다.

여기서 붉은 박물관은 이미 조사 시효가 지난 사건 기록이 보관되는 장소를 의미하는데 소위 관장과 그 부하 딸랑 두 명이서 복잡한 미제 사건을 하나하나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종의 버디물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오히려 상사가 여성이네요. 천재적 추리력을 지닌 냉미녀 엘리트 히이로 사에코와 실수로 좌천되어 어떻게든 '박물관'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데라다 사토시가 멋진 콤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모두 다섯 편의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는데 결국 다섯 건의 미제 살인 사건을 직접 현장을 뛰는 수사반도 아닌 기록물 보관소에서 해결해낸다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그렇다고 추리력만 발휘해 사건을 뚝딱뚝딱 해결해 나가는 단순한 방식도 아닙니다. 관련자 진술을 다시 파악하고 이를 종합해 결론까지 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고 그 추리 과정이 한마디로 쌈박하다고 볼 수 있죠.. 소위 읽는 재미를 확실하게 갖춘 추리 소설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갖춘 경찰 같지 않은 경찰 두명의 매력 또한 소설에 흥미를 더해 줍니다. 은근히 두 인물 간의 썸도 기대되더군요.


뒷부분 해설에도 나왔듯이 이미 사건 조사가 어느 정도 이뤄진 자료 들을 기반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기에 책을 읽는 독자 들에게도 사건의 전말과 단초가 어느 정도 사전 제공되어집니다. 사에코가 여기에 의문점을 표시하면서 조사가 시작되는데 독자들 또한 똑같은 출발점에 서서 사건을 바라 보게 되죠.. 그러하기에 이후의 추리 과정을 지켜 보면서 나의 예측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는지를 가늠하게 되는데 이 또한 쏠쏠한 재미를 더하죠.

일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추리물이 발간되는 미스터리 소설의 천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이기도 하지만 이 소설은 그 독특한 상황 설정이 더해져 깊은 인상을 남기는 책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자 츠나구 2 - 인연이 이어주는 만남과 마음 사자 츠나구 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정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자 츠나구 2는 일본 판타지 소설의 대가 츠지무라 미즈키의 연작 츠나구 시리즈 중 후편입니다. 무려 9년 만에 2편을 발표했고 작품 속에서도 7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것으로 묘사되어 집니다. 고등학생이던 사자 아유미가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 현실과 저승을 연결하죠.

개인적으로 2편이 있을 것이라곤 기대를 안했기에 읽는 기쁨이 두배였습니다. 전편을 워낙 재밌게 읽었기 때문이죠..

이번 편에도 전편과 같이 5편의 이야기가 연대기처럼 수록되어 있습니다.


첫 편에 익숙했던 아유미 대신 어린 소녀가 츠나구 역할로 나오기에 무언가 새로운 전환이 있었는가 싶더니만, 역시나 작가의 큰 그림이었습니다. 2편부터는 아유미가 정상적으로 나와 사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첫 편의 이야기가 전편 에피소드와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유미가 나서기 어려운 구조였죠.. 그러면서 성장한 아유미의 자연스런 등장과 이야기가 연결됩니다.

이번 2부 역시 역시 감동적인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산 자가 죽은 자를 만난다는 기본 전제는 전편과 동일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전편을 오히려 뛰어 넘습니다. 역사 속 위인을 만나는 2번째 편 에피소드는 그 상상력이 극대화에 이른 듯 한 느낌이 들더군요.. 역시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할 줄 아는 작가입니다.

판타지 소설이 주는 재미도 충분하지만 기본적으로 굉장한 감동이 함께 하는 소설입니다. 죽은 이들은 산 자의 기억과 가슴 속에 계속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현실에서야 절대 불가한 일이겠지만 이미 죽은 자를 단 하루만이라도 불러내 만날 수 있다면 그간 못한 이야기 뿐 아니라 회한으로 남았던 부분까지 충분히 풀어나갈 계기가 마련되겠죠..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이러한 로망을 소설 속에서나마 충분히 구현해 주었네요..

당연히 3편도 나와 주길 기대해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