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파괴 - 군중에서 공중으로
윤동준 지음 / 파람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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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10여 년 전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아직 20대였던 이준석이 임명되었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합니다. 뭔가 나이 지긋하고 근엄한 이들만이 맡아야 당연했던 직책을 새파란 청년이 꿰찼으니까요..

분야야 어쨌든 사회 경력과 관록이 중시되는 한국 사회에서 20대 청년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센세이셔널합니다. 요즘에야 그래도 조금 흔해진 일이 되었지만요..

'우상파괴' 의 저자 윤동준 역시 이제 만 23세의 우리 기준에선 아직 어린 청년입니다. 물론 고교 자퇴 후 미국 명문대에 진학했다는 심상치 않은 경력이 존재하긴 하지만 이 정도 인생 서사를 갖춘 인물들은 제법 많습니다.


그러나 그가 쓴 책을 읽다 보면 윤동준은 단순히 특이한 이력의 청년이 아니라 어느새 상당한 지식과 자기 철학을 내재화한 소위 '지성인'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것도 보통 그 나이의 청년 들과는 상당히 구별되는....

대한민국 사회는 모두가 인정하듯 완전한 사회와는 거리가 멉니다. 여전히 불평등, 빈부격차, 다른 것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고 이를 개선해야 할 사회 지도층, 정치 세력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역이용하여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군중에 머물러 있을 때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임을 저자는 명확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동일 노동엔 동일 임금을 줘야 한다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남녀는 평등하다고 생각하면서 남성이 독점했던 영역에 여성이 진출하면 극심한 여혐을 표출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 무역 이익의 90%를 넘게 제공했던 중국이란 나라를 욕하고 멀리하자 하면서 막상 국가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이 벌어지자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했던 전 정권을 욕합니다.

이런 이중적 태도에 동화된 상태로 있는 이들이 바로 군중이며, 소위 '우상'이 파고들 틈을 제대로 열어주는 이들입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우리가 군중을 넘어 공중으로 나아가고 온갖 낡은 가치와 그간 가져 왔던 이중적 태도를 극복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알지 못했더라면 솔직히 이제 겨우 20대 초반을 넘어선 청년의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좀 더 많은 이들이 이런 가치관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성 세대 역시 변해야 하고, 노인들이 청년 들의 미래를 결정짓는 현 상황을 청년 스스로 문제 제기했으면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참 나이 많은 제가 많은걸 배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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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꽃 길 시골하우스
이영희 지음 / 델피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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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작가의 장편 소설 '감꽃 길 시골하우스'는 로맨스 소설입니다. 꽤나 예쁘게 쓰여진 로맨스 소설이죠. 꽃을 그리는 화가가 주인공이고 꽃말에 어울리는 글을 써낼 수 있는 동화 작가 역시 주인공입니다.

주어진 어려운 시련과 역경을 딛고 조금씩 사랑을 이뤄가는 두 사람의 모습 역시 예쁘게 그려집니다.

작가의 거주지가 경남 진주라서 그런지 소설의 주배경 또한 그 곳인데 그리 큰 대도시가 아니라 그런지 두 사람을 둘러싼 지인들마저도 우연이 겹친 만남 들이 이루어지죠.


부모를 모두 잃고 남은 재산을 노리는 이모와 사촌의 냉대에 시달리던 하유는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게 되고 묘한 우연 끝에 감꽃 길 시골하우스를 지키고 있는 시곤을 만나게 됩니다. 둘이 인연을 잇게 된 것은 시곤이 키우던 도베르만 '브라프'의 역할이 지대했죠.

오해 끝에 잠시 헤어져 있던 그들은 다시 재회하게 되고 뜨거운 사랑을 나누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만 흘러가면 그저그런 연애 소설이 되겠지만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하유를 내내 사랑해 온 재혁, 그리고 그를 사랑하는 하유의 오랜 절친 정은... 그들의 아픈 사랑과 새로운 인연 역시 서사의 주요한 한 축을 이룹니다.

시곤 역시 난관이 없지는 않습니다. 완고한 집안의 반대 등등,...

사랑의 가치를 일일히 따질 수는 없겠지만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이뤄지는 사랑에는 무언가 더욱 특별한 향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감꽃뿐 아니라 백자귀, 흰제비꽃, 프리지아 등등 수많은 꽃들이 소설 속에 한데 어우러져 등장하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가볍게 읽기에도 좋은 소설이었고, 무언가 의미를 두고 읽더라도 더할 나위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역시 누군가의 로맨스를 들여다 보는 일은 참으로 재미 있는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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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거란전쟁 - 상 - 고려의 영웅들
길승수 지음 / 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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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1일 KBS와 넷플릭스에서 첫 방영되는 대하 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의 원작 소설 상하 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이전 동명의 책을 실록 형태로 정리했던 길승수 작가의 손에서 소설로 재탄생되었죠.

소설이니만큼 상하권 모두 상당한 두께를 자랑합니다. 그리고 실록에 비해 훨씬 재미있어졌습니다.

상권은 손에 잡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1차 전쟁을 건너 뛰고 2차 전쟁부터 시작됩니다.

고려와 거란은 잘 알려진대로 무려 3차에 걸쳐 전쟁을 치룹니다. 1차의 서희의 외교적 승리, 3차 강감찬의 귀주 대첩은 잘 알려져 있지만 2차는 요 성종이 무려 40만의 병력을 이끌고 친정에 나선 전쟁인만큼 고려에겐 사실상 재앙이었던 전쟁이었죠. 당시 고려왕이던 현종이 나주까지 피신을 가야했던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영웅들이 하나하나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양규, 조원, 강민첨 그리고 김숙흥, 지채문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요나라 침략의 명분이 되었던 쿠데타를 일으켜 목종을 폐했던 강조는 용맹히 싸우긴 했지만 거란과 회전을 택하는 만용을 저질렀고 결국 사로잡혀 처형되게 되는데 소설 상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죽는 순간까지 강조는 굳건했다고 하지만 어차피 강조를 처벌한다는 목적 하에 쳐들어 왔던 요나라이기에 강조가 비록 굽혔을지라도 목숨을 부지하긴 어려웠다고 봅니다. 어쨌든 고려 군인의 기상을 죽는 순간까지 지켰던 강조입니다.

어쨌든 역사 속에서 그닥 많이 알려지지 않았던 영웅 들의 분투를 보는 재미가 상당한 소설입니다. 역사가 스포일러인지라 양규, 김숙흥 등은 하권에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겠지만요.



항시 대륙으로부터나 섬나라 일본으로부터 침탈의 대상이 되었던 한반도... 고구려 이후 늘 당하기만 했다는 인식이 우리에겐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요나라나 훗날 몽고의 침입을 맞았던 고려의 대응은 꽤나 당당했고, 역사에 남을 항전의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특히나 송나라까지 굴복시켰던 당시 동북아 최강의 국가였던 요나라를 대패시킨 고려의 위대한 승리는 항상 되새겨 보더라도 정말 자랑스런 우리의 역사입니다. 어느 정도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되어 나온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곧 읽게 될 하권 역시 정말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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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일
이헌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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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역사 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남북통일'을 그려낸 소설입니다. 사실 진보건 보수건 겉으로나마 남북통일을 이야기하지 않는 세력은 없습니다. 심지어 북측에서도 늘상 북남통일을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70년 가까이 통일은 요원한 상태이며, 종전 선언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서로의 제 1의 적국이 남과 북이기도 하죠.

소설은 대한민국이 빈부격차가 거의 완벽하게 해소된 국가로 기능하고 있다는 전제로 시작됩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전작인 '한 생각'의 후속편 격입니다.

북측 인물들은 가명으로 나오지만 누가 봐도 북측의 현 지도자 김정은임을 알 수 있는 표현이 자주 사용됩니다. 남측 인물들은 대개 가상의 인물이지만 역시나 점쟁이나 찾는 대통령과 영부인 등 누군가를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상황이 묘사되기에 어느 정도 핍진성이 확보됩니다.


사실 통일을 지지하는 듯 하지만 이를 원하지 않는 세력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한국이 자신들의 대리인격으로 태평양 전선의 한축에 서길 바라는 미국, 일본부터가 그렇고 중국, 러시아 역시 북한이 흡수되는 통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존재해야만 반대파 공격과 정권 취득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세력에게도 통일은 언감생심한 일이겠죠..




그럼에도 소설적 상상력 속에서 남북 통일은 성사를 향해 달려갑니다. '알고 보니 그 놈도 나쁜 놈은 아니었어'의 클리세 격으로 등장하는 북한의 위원장 동지와 그 여동생.... 그리고 일부 생각 있는 인사들...


점쟁이 믿는 대통령 대신 등장하게 된 남한의 합리적 진보 대통령들과 후보.,.. 이들이 한마음 한뜻을 모으게 되니 통일이 더 이상 먼 일만은 아니게끔 소설이 전개됩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빠지지 않는 우익 세력의 퍼주기 논란과 일본의 독도 위협 등 난관이 있었지만 이 역시 멋지게 돌파해냅니다.



비록 소설 속에서의 실현이었지만 상당히 통쾌했습니다. 소위 남북 정치권의 결단에 따라 의외로 통일은 빠르게 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물론 세습왕조로 흘러간 북한이 소설처럼 나올리 없고 우리나라 극우 세력이 북에 대한 지원을 쉽게 용납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미일중러 등 강국 등의 방해도 뻔히 예상되구요..

그럼에도 이렇게 '꿈'은 꿔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같은 말을 쓰고 같은 음식을 먹고 유전자가 거의 일치하는 같은 민족 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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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츠바이크 선집 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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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께서 무죄라면 우리의 혁명이 유죄가 됩니다'

다소 무능하고 소심했지만 검소한데다가 극히 선량했고 인자한 왕이었던 루이16세의 단두대행을 결정짓게 된 재판정의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보편적인 우리 인식에 루이 16세는 혁명을 누르려고 했던 폭군으로.. 앙투아네트는 온갖 사치에 쩔어 민중을 나몰라라 하고 있던 적국 오스트리아 출신 왕비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러한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인물입니다. 어찌 보면 그 정도 되는 작가가 이 전기를 집필했기에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재평가 역시 빠르게 이뤄진 듯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왕과 왕비는 당시의 기준으로도 단두대에 오를만한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이 츠바이크와 근래 역사 평론가들의 결론입니다.

평민들의 호소에 늘 귀를 기울였던 루이 16세와 왕비로서의 허용된 사치를 즐기긴 했지만 그닥 많은 돈을 낭비하진 않았던 왕비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행되는 혁명의 과정에서 필히 사라져 줬어야 할 존재 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덧씌워진 추문과 오명은 이후 상당수가 날조된 것임이 밝혀졌죠. 물론 왕권 신수설을 끝까지 신봉하며 권력을 놓치 않으려고 했던 그들의 과오만큼은 인정해야겠습니다만...

결국 평범한 시대였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평가를 받았을 루이 16세와 셀럽으로서의 명성만을 남겼을 앙투아네트 왕비는 프랑스 혁명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그리고 크나큰 비극의 인물들로서 남게 되었습니다.


많은 재평가가 이뤄졌음에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은 여전히 그닥 곱지 않습니다. 작가는 아주 보통의 인물이 자신을 압도하는 거대한 운명에 빠졌을 때도 비극은 생겨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주의 신분으로 태어나 강대국 프랑스의 왕비의 위치에까지 올랐던 마리 앙투아네트.. 그러한 운명을 그녀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론 세상의 중심을 아이들에게 두었던 지극히 평범한 여성 마리 앙투아네트...

인류사에 길이 남은 프랑스 혁명이지만 그 와중엔 이러한 비극 또한 함께 있었습니다. 그간 알아왔던 상식과는 또다른 왕비의 모습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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