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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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부터 꽤나 특이한 제목 자체가 눈길을 끌었던 책이었습니다. 인간이 현세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위협에 봉착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멸종'이라는 단어로까지 표현하다니 과연 어떠한 내용들이 담겨 있을지 호기심을 자극하더군요.

19세기 이전 인류의 평균 수명은 채 오십을 넘지 못했습니다. 후진국은 물론 미국, 영국 등 산업화가 이루어진 선진 제국주의 국가 또한 마찬가지였죠.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성년을 맞이하기 전에 죽음을 맞아야 했고 여성이 아이를 낳는다는 것 자체는 죽음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유명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 저자 유진은 바로 근세까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해 왔던 다양한 상황 들은 굉장히 재미있게 우리에게 풀어 줍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미처 짐작하기조차 어려웠던 과거의 일들이죠.

마취제 없는 수술부터 시작해서 각종 오염물이 범벅이 된 음식물을 먹어야 했던 최근의 인류들까지.. 출산 뿐 아니라 옷 입는 것 하나에도 목숨을 걸어야 했던 20세기 이전의 여성들의 삶도 조명됩니다.

피상적으로 알았던 상식들이 하나하나 구체화되며 당시의 인류가 얼마나 비참하고 궁색한 삶을 살아야 했는지가 가슴 깊게 다가 옵니다.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난 것 자체가 하나의 행복, 아니 행운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중세 시대, 더 거슬러 올라가 고대 시대까지 우리가 은근히 가졌던 낭만을 완전히 박살내는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고대 시대 남성의 사망 원인의 절반 가까운 것은 '폭력'이었죠. 전쟁과 학살이 일상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중세까지 전염병이 돌면 일가족이 몰살 당하는 일 또한 너무나 흔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위협을 벗어난 시기에서 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럴까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빙자한 학살이 이뤄지고 있고, 빈부격차에 따른 수명의 질 또한 점차 현격하게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핵무기의 존재는 오히려 확실한 인류 멸종을 불러올 수도 있는 위협입니다.

여전히 인류가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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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아포칼립스
연상호.전건우 지음 / 와우포인트 퍼블리싱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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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에 '닥터'란 단어가 들어가 있기에 이 작품은 의료 서스펜스물입니다. 공동 저자가 무려 '부산행'이란 메가 힛트작을 만들었던 연상호 감독입니다. 좀비가 판치는 세상에서 피어나는 부정, 휴머니즘을 그린 웰메이드 스릴러 영화였죠..

이 소설 역시 간단히 요약하자면 좀비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베리아의 해빙된 동토층을 다녀온 원양어선 선원들이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홍대 부근에 아수라장 지옥도가 열리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다행히 빠르게 감염자들을 다른 지역과 별도 격리 처리 할 수 있었지만, 이들을 과연 더 이상 인간으로 볼 수 있을런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이 와중에 아나운서 모녀 중 딸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좀비화 되고 격리 지구 안에 위치한 병원의 신경외과 전문의 수혁은 갈등에 직면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소녀에게 일말의 회생 가능성을 보고 성공율이 극히 낮은 뇌수술을 시도하게 되죠.

당연히 어른의 사정에 의해 이 수술을 방해하고자 하는 세력 및 빌런이 등장하게 되고 수술은 전혀 예측치 못한 상황으로 전개됩니다.


굉장히 빠른 전개로 진행되는 소설이고, 좀비물의 특성상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싸워야 할 대상인 좀비가 실은 인간으로 회복될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면 과연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이 작품은 끝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두가지 의견으로 극명하게 나뉘어지는 소설 속 인물들과 여론들을 보면서 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 역시 작금의 우리 사회를 비추고 있구나..라는...

그러나 소설적 재미 또한 빈틈 없이 갖춘 작품임엔 틀림 없습니다. 역시 연상호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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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
채기성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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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볼란텐.. 스위스로 입양된 한국인 남성의 현지 이름이며 고국에 돌아왔다 석연치 않게 판정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인물입니다. 같은 입양인 출신 아내와 딸 아이를 두고 있죠.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는 그의 부인인 레아 모로가 그의 죽음에 얽힌 배경을 밝히기 위해 한국을 찾으면서 시작됩니다. 그가 다니던 회사에 일종의 위장취업(?)을 하게 된 레아.... 역시나 크리스티안의 죽음에 무언가 음모가 숨겨져 있음을 직감적으로 파악하게 됩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사람의 실제 잘린 손목이 배송되어 옵니다. 해외 입양인의 비애를 그려내다가 미스터리 스릴러로로 본격 장르 전환이 이뤄지는 순간입니다.

크리스티안와 관련 있고 현재 레아가 접촉 중인 거의 모든 이들이 용의자로 분류됩니다. 과연 어떤 존재가 그 배후에 있을지 계속 궁금증을 자극합니다. 역시나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인물이 최종 보스로 대두되네요.

단순한 스릴러나 미스터리 작품으로 보기엔 이 작품은 꽤나 많은 함의를 포함한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나 한국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했던 인물 크리스티안이었기에 그의 자살에는 분명 개연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는 그 양극단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굳건하게 세우고자 하는 인물이었음이 밝혀집니다.

범인을 밝혀가는 과정이 꽤나 재미있었고, 결국 아내인 레아에 의해 권선징악이 실현되는 부분 또한 나름 통쾌함을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크리스티안과는 전혀 대비되게 한국에 대해 소위 '정'을 끊어냈던 레아가 한국인 변호사, 형사 들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해결하는 부분 또한 의미심장했구요. 그녀는 사건 해결을 통해 한국과 자신은 어쩔 수 없이 연결된 존재임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깔끔한 전개 또한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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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스튜어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정이화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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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스튜어트... 스코틀랜드의 여왕이었고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1세와 영국 전체의 왕위를 다투다 오랜 기간 수감되었고 끝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자손은 통합 잉글랜드의 왕으로 등극하여 꽤나 긴 세월 동안 스튜어트 왕조로 영국의 번영을 이끌어 나갔죠.

이런 그녀의 극적인 삶과 죽음을 전기 소설(?)의 1인자로 칭할 수 있는 슈테판 츠바이크가 놓칠리 없겠죠. 그 또한 나치의 대두와 함께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기에 묘한 운명론을 느끼게 합니다.


역시나 작가의 현란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필체는 변함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읽는 재미 또한 끝내주죠. 당시의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의 복잡한 역사와 한 몫하고자 했던 인물 들이 어우러져 메리 스튜어트 여왕의 삶은 추상적이고 먼 역사가 아닌 구체적이고 치열했던 한 인물의 삶으로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서신이나 당시의 기록 등 다양한 증빙 자료를 활용하여 작가는 자신의 서술에 신빙성을 더합니다. 당시 구교인가 신교인가에 따라, 스코틀랜드냐 잉글랜드에 속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에 직면했던 메리 여왕이지만 어느덧 그녀는 작가의 의도에 따라 너무나도 멋진 도전적 삶을 살았던 인물로 그려집니다. 그녀에 대한 비판적 항목은 그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작은 결점들일 뿐이죠.

영국 역사에 크게 관심이 없던 이들이라도 꽤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의 전기이지만 작가는 이를 소설 이상으로 재미있게 집필해 나갔습니다.

슈테판 츠바이크를 단순한 평전, 전기 작가가 아니라 사실상 전기소설 작가로 지칭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어쨌든 500페이지가 넘는 책의 두께가 전혀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 메리 스튜어트의 삶의 기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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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혜영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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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의 중견 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대리모라는 상당히 민감한 소재를 정면으로 다뤄낸 작품입니다. 나오키상 수상 작가의 소설답게 깔끔한 문체와 예상치 못하게 전개되는 서사, 그리고 개성 있는 각 캐릭터 창출까지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 본 작품입니다. 일본에선 드라마로까지 제작되었다니 '재미' 자체는 보장된 소설이라고 해야겠죠.

대리모... 어찌 보면 금기시된 소재이고 일본을 비롯 많은 나라에서 여전히 불법으로 남아 있는 직업입니다. 한국 또한 마찬가지이죠. 그렇지만 열쌍 중 한쌍은 불임이라고 하는 현대 사회에서 아이를 갖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입양 등은 그저 최후의 수단일 뿐이고 그들에겐 자신들의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갖는 것이 일단은 최우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부의 간절한 소망이 어려운 경제 상태에 놓인 비정규직 젊은 여성과 결합하며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주인공격인 리키는 29세의 젊은 여성이지만 도쿄의 높은 집세와 물가, 박봉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가는 인물입니다. 그녀에게 자궁을 1년 여 빌려주는 댓가로 1억원에 가까운 금액이 제시됩니다. 현재의 그녀로선 평생을 모아도 결코 이룰 수 없는 금액이었죠.

리키의 선택은 당연했습니다.. 그렇지만 선택 이후의 과정에서 온갖 꼬이는 일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임신하게 된 아이의 친부는 과연 누구인가부터 시작해서 '모성'.. 그리고 도덕적 자괴감, 아이에 대한 소유권까지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소설 전반부에 등장하게 됩니다.

굉장히 잘 짜여진 소설이고 드라마로까지 만들어진 이유를 읽다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까지 간주되는 세상에서 대리모를 구한 모토이 부부와 이를 받아들인 리키... 과연 이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자신의 아이를 천명에 맡기지 않고 돈을 이용해 타인의 자궁을 산다는 것 또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요?

많은 질문을 남기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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