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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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헐리우드.. 영화를 비롯 드라마, 광고까지 이젠 예능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등장했습니다.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하고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하나의 컨텐츠를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곳이죠. 스타로서의 화려함 이면에는 이들 또한 가혹한 노동 조건에 시달리거나 수없이 많은 유혹, 그리고 질시 등이 있죠. 평균 자살율이 일반인에 비해 높은 직업군이기도 합니다.

수잰 레드펀의 소설 '평범한 날들은 사라졌고'는 헐리우드의 찬란한 면에 가려진 어느 평범했던 가족의 애환을 거의 직격하다시피 그려낸 작품입니다.


남편에게 버림받다시피 한 세 아이의 엄마... 작품 중후반까지 정말 답없는 모습을 보입니다. 자식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을 제외하곤 극히 소심한데다가 결정 장애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행동을 연속으로 보입니다. 한마디로 고구마 흡입의 연속이죠. 하긴 이런 캐릭터이기에 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이겠죠.

그녀의 겨우 네살 된 막내 딸 몰리는 어느날 SNS에 올라간 춤 영상을 통해 누구나 꿈에 그리던 아역 스타가 됩니다. 벼락 스타라고 할 수 있겠죠.. 상상치도 못한 정도의 막대한 금액들이 그들 가족 앞에 쌓이게 되고 더 이상 그들은 평범한 가족이 아니게 됩니다.


이 와중에 다시 나타난 남편,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당연히 따라 붙게 되는 스토커 등등.. 얻은만큼 치뤄야 할 댓가가 그녀에게 너무나 크게 대두됩니다. 과연 이들에게 다가올 결말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일단 빠른 호흡으로 읽어 나갈 수 있는 소설입니다. 우리가 나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연예 산업의 이면이 제대로 폭로되고 온갖 위기를 맞아 무너질 듯 간신히 지탱해 나가는 가족사가 적나라하게 펼쳐집니다. 일단 600페이지가 넘는 두터운 내용을 한결 같은 필력으로 재미있게 끌어가는 작가에게 존경심까지 드네요..

어쨌든 책의 두께에 비해 읽는 시간이 상당히 짧았던 소설입니다. 그만큼 집중력 있게 읽혀진 책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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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츠하우스 ANGST
강지영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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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킬러들의 쇼핑몰(원제 살인자의 쇼핑몰)을 통해 인기 소설가 반열에 오른 강지영 작가... 이번엔 본격 오컬트 호러 소설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 왔습니다. 충분히 기대하고 봐도 충분할 정도로 재미와 대중성을 인정 받은 작가이기에 책이 도착하기도 전부터 읽는 것이 기대되더군요.

제목명 프린츠 하우스의 프린츠는 독어로 프린스, 즉 왕자를 가리키는 단어이고 한강변이 보이는 이태원 높은 곳에 위치한 가상의 최고급 빌라입니다. 이곳의 입주민 들은 아예 한층 전체를 차지하고 살아가죠. 부모님을 사고로 동시에 잃은 주인공격 선우가 세입자를 들이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합니다.


20대 젊은 나이에 미모를 갖춘 세입자 승아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지만 또한 강한 거부감을 풍기는 여성입니다. 그녀에겐 부모에게 학대 받았던 과거가 있는데 선우는 어느덧 그녀를 '너'라는 제 3의 존재로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녀에겐 사실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었는데 그녀 몸에 깃든 악을 구마하는 과정이 소설 전체의 서사를 이루고 있죠..

무당과 구마 신부 등이 등장하는 확연한 장르의 오컬트 소설입니다. 서사가 전개되면서 큰 반전 또한 존재하고 당연히 희생자들도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인간이 추구하거나 굳이 마다하지 않는 것이 남들 위에 설 수 있는 직위와 재화입니다. 이 과정에 필연적으로 욕심이 따르게 되고 거대 악은 그러한 부분을 노린다는 교훈 또한 얻을 수 있는 소설이죠..


작가가 작가이니만큼 읽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예상치 못한 전개가 펑펑 터져나오고 각 인물들 또한 대부분 반전의 요소를 갖춘 이들로 등장하죠... 특히나 '좋은 놈'들이라 생각했던 이들이 전부 악의 하수인이거나 잠재적 발현자들이란 사실은 소설 끝까지 꽤나 충격적입니다..

부의 대물림, 이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하는 욕심, 없는 이에 대한 멸시... 이러한 것들이 어찌 악마의 짓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이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지금도 바로 우리 옆에 있는 인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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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다 거짓이야
대니얼 나예리 지음, 김래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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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민주주의의 완성형 국가라 믿고 있고 든든한 우방이라 간주하고 있는 미국은 그 이면을 본다면 상당히 모순된 나라이기도 합니다. 1970년 대 중반까지 남아공에 못지 않은 인종분리 정책을 펴온 나라이며 여전히 백인을 제외한 여타 인종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20세기 이후 가장 많은 전쟁에 참여한 국가이며 전쟁 중 사망자의 60% 이상이 미군에 의해 발생했습니다. 지금도 이란과 전쟁을 치루고 있는 중이죠.

이 책의 저자 대니얼 나예리는 그 자신이 이란 난민 출신으로 미국에 정착한 인물입니다. 이 소설은 어찌 보면 그의 자전적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죠..


그의 가족이 이란을 탈출하다시피 떠나게 된 과정도 기구하지만 앞으로 살아가야 할 미국에서 겪게 되는 노골적 차별 또한 너무나 비참하게 느껴집니다. 대제국 페르시아를 건설하고, 아라비안 나이트 등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던 아리안 족에 속한 대니얼은 미국인들의 눈에 그저 '거짓말쟁이 아랍놈'으로 비춰질 뿐입니다.

미국 문학보다 10배는 더 오래전에 태동했던 페르시아 문학은 동화책 속에 담긴 신밧드의 이야기 정도로 폄하되죠..

대니얼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니 살아가기 위해 그만의 이야기.. 그들 민족의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합니다. 이야기의 인물들은 그의 조상일 수도 있고, 아님 혐오의 대상이 된 그들 민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다소 자조적인 어조로 풀어나가는 이야기들이지만 문장 속 윗트가 상당한데다가 숨겨진 메시지 또한 꽤나 강력하게 다가오는 책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차별을 이겨내고 혐오를 부숴 버립니다. 모두의 자유와 평등을 자랑하는 미국의 위선적인 모습을 제대로 돌려까기 합니다.. 노골적이지 않고 재미있게 까댑니다...

읽는 내내 여전히 이주민과 특정 국가, 종교에 거부감을 보이는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우리 또한 전 세계로 이주민을 배출하고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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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호스트
박희종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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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종 작가의 슈퍼호스트..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라 할 수 있으며 꽤나 하드보일드한 면도 갖춘 장편 소설입니다. 공유경제가 보편화 된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이러저러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 책입니다.

한국에선 어느 정도 법적 규제를 받고 있지만 해외에선 자신 소유의 집을 타인, 주로 여행객들에게 빌려주거나 공유해주는 에어비엔비가 엄청나게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플랫폼을 활용한 범죄 또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기물 파괴나 몰래 카메라는 기본적으로 나오는 뉴스이고, 가끔씩 터지는 인명 피해 사건 등도 우린 종종 접할 수 있죠...

이 소설은 '나른'이라 불리우는 공유 하우스를 배경으로 줄거리가 진행되는데 여기에 8년 간에 걸친 스토킹 범죄 등이 결합되어 서사의 입체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호스트, 게스트, 슈퍼호스트, 슈퍼호스트 등으로 분류되는 네 명의 인물들이 각 단원마다 화자로 각각 등장하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조금씩 퍼즐이 짜맞춰지고 사건이 해결되어 나가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피해자로 보였던 유일한 여성 화자인 '소은재'가 결국엔 사건 해결의 가장 주요한 역할로 등장한다는 설정 또한 재미있었습니다. 하나의 반전이라 할 수 있겠네요..

화자가 바뀔 때마다 예측치 못했던 전혀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사건의 얼개가 딱딱 짜맞춰지기에 읽는 재미가 뛰어난 소설이었습니다. 편리함으로만 다가온 공유 경제, 공유 하우스 등에 대해 어느 정도 경각심도 느껴졌구요..

어떤 시스템에나 약간의 부작용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나쁘게 이용해 먹으려는 이들이 항상 문제이고 비단 공유 경제 플랫폼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아니겠죠.. 어쨌든 많은 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재미난 소재였기에 저 또한 빠르고 재미있게 완독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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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이지수 옮김 / 디플롯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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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본의 소설 작가 가와카미 히로미의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은 상당히 특이한 소설입니다. 인류가 황혼기에 접어든 머나먼 미래를 그려냈지만 SF 등 특정 장르물이라 정의 내릴 순 없는 작품이죠. 부커상 최종 후보에까지 올랐기에 문학성 자체는 인정 받았다고 할 수 있고, 읽는 이에게 묘한 여운을 함께 남기는 책이죠..

14편의 짧은 이야기가 연작으로 실린 소설집이고 각각의 이야기는 독립적이면서도 결국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화처럼 읽히는 이야기가 많지만 굉장히 처연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는 20세기 중반의 중국 문호 '랴오서'의 작품이 연상되기까지 합니다..

먼 훗날, 인류는 거의 멸종 위기에 처합니다. 자연 분만도 존재하지만 복제 등에 많이 의존하고 이리 태어난 아이들은 AI와 결합된 '어머니'들에 의해 공동 양육됩니다. 나라라는 개념은 없어진지 오래이고 각 사회는 단절되어 여기저기 촌락 규모로만 남아있고 이들은 '관찰자'라는 존재에 의해 일종의 감시를 당하는 상황이죠.

유전자 변이에 따른 돌연변이들이 등장하고 이들이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가능성으로 대두됩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폭력적이거나, 감정 없는 AI들이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세상은 결코 아닙니다.

지구 상에 존재했던 수많은 생물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인간 역시 결국에는 자연스레 멸종과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을 이 소설은 담담하게 그려냈습니다. 인간 없는 AI 또한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겠죠..

시차를 구분할 수 없었던 연작물 한편한편이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얼개가 짜맞춰지며 아하... 하는 느낌을 주었던 소설이었습니다. 현재 지구의 지배자로 강력하게 군림하고 있는 인간이지만 그 개체수가 현저하게 적어질 어떤 상황에선 그저 생존이 우선인 하나의 생물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구요... 결국 인간 그 자체를 작가만의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해 낸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여간 개인적으론 많이 특이하게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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