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책상이 뒤집혀 있었다
세이야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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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집단괴롭힘, 또는 집단따돌림은 왕따라는 은어로도 잘 알려져 있는 사회적 병폐 현상입니다. 21세기 들어 우리 사회에 만연화되었지만 실제로는 일본에서 이지메라는 용어로 먼저 알려지기 시작했죠. 보통 학교에서 이뤄지는 행위이지만 이젠 직장이나 여러 조직에서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두명의 폭력 구사도 괴로운 일이겠지만 집단에 의한 괴롭힘이나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설움은 그 정도가 더하다 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20대 중반부터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으로 자리잡은 '세이야'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려낸 책입니다.


평소 코미디에 관심이 많고 활발한 성격으로 중학교까진 소위 '인싸'로 지내왔던 세이야는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썰렁한 농담 한마디를 했다는 이유로 바로 아싸로 전락하게 됩니다. 매일처럼 책상이 뒤집어진걸 목격해야 했고 주류를 이루는 아이들로부터 폭행까지 당하는 상황에 이르죠.

그럼에도 한없는 긍정적 태도로 이를 버텨나가던 세이야조차 심각한 원형 탈모증에 시달리는 등 어느덧 한계에 봉착하게 됩니다. 그런 가운데 다가온 학교 연극제... 늘상 관심을 가졌던 분야인지라 세이야는 이 행사를 총괄하겠다고 자처하고 나섭니다. 그런 세이야를 무시하고 차갑게 바라보는 구로카와 패거리... 세이야는 이를 이겨내고 자신이 주도하는 연극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왕따 경험이 없는 독자들까지 감정 이입을 하게 만들 정도로 꽤나 진솔하게 자신의 경험을 서술한 소설입니다. 타학우들의 편견을 이겨내고 전교생으로부터 주목 받는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그의 열정과 노력 또한 정말 인상적입니다. 대중을 재미있게 해주는 직업을 가진 이라서 그런지 문체 또한 간결하면서도 꽤나 재미있습니다.

세이야는 비록 집단괴롭힘을 이겨내고 유명 코미디언으로까지 성장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엔 왕따, 학폭에 시달리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이 소설이 조금의 희망이라도 되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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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공 한글로 암기하는 중국어 150 숏공 한글로 암기하는
AI 편집부 지음 / PUB.365(삼육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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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작년부터 중국 출장을 종종 가게 되었습니다. 올해만 해도 이미 두 차례나 다녀왔고 두어 달에 한번 꼴로 중국을 찾을 듯 합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아는 중국어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니하오, 워시한궈량, 메이콴시, 칭부동, 부요, 메이아요 등등 10여개 정도의 간단한 문장 구사만이 저의 전부였습니다. 비지니스에선 간단한 영어로 진행되면 되었고, 일상에선 번역기에 의존하면 되었기 때문이죠. 대체적으로 중국인들이 상당히 친절하고 한국에 대한 호감이 있기에 다니면서 크게 어려움을 겪은 일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간단하게마나 중국어를 구사하고 싶다는 열망이 커지더군요..

이 책은 익숙한 단어로 시작해 많이 쓰이는 간단한 문장을 구사 가능하게 하며, 조금 더 확실한 회화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중국어 학습서입니다.. 출장, 여행객에게 가장 필요한 식당, 쇼핑, 관광지에서의 활용법이 책 서두를 장식합니다.

솔직히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나가는 진도를 느끼면서 한편 감탄했던 책이기도 합니다.


제시되는 단어는 대부분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사물입니다. 이를 통해 간단한 문장을 함께 배웁니다. 일단 단어가 쉽고 문장 자체도 간단한지라 그냥 외우면 됩니다. 그렇게 외우다 보니 벌써 수십 개의 문장이 머릿속에 들어가 있네요.. 자주 사용할 기회를 가지는게 더욱 중요할 듯 합니다.

중국인의 매너 및 패권주의, 혐중이니 말이 많긴 하지만 비교적 인접 국가에 속하는 중국은 우리에게 여전히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안겨주는 주요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제가 겪은 중국인들은 한국에 정말 호의적이고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길 바라는게 확실합니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두 국가의 관계 개선에 개인적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 열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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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렌털이 되나요
이누준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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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누 준 작가... 종착역, 무인역 등 역 시리즈로 이미 접했던 작가입니다. 판타지를 결합한 감동 있는 서사가 인상적인 작가였죠..

이번에도 가족 렌털.. 즉 역할 대행 서비스라는 특이한 소재를 갖고 나왔습니다. 이미 결혼식 등 하객 아르바이트는 보편화 되어 있지만 1회성에 그치는데 비해 이번엔 꽤 장기간에 걸쳐 가족 대행 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과연 어떻게 줄거리가 풀려 나갈지 읽기 전부터 궁금함이 더해졌던 책입니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어려서는 TV 무대에도 진출했던 주인공 유나.. 맡은 역할로 빙의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는 그녀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고등학생이 된 이후 그녀의 삶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가정의 불화,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상황은 그녀를 일상 생활에서조차 '연기'를 하게끔 강제합니다. 그녀가 마음의 평화를 얻는 곳은 그녀가 소속된 지역의 작은 극단일 뿐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극단은 해체 위기에 직면하게 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렌털 서비스, 그것도 가족의 일원을 일정 기간 맡아야 하는 역할 대행에 그녀는 뽑히게 됩니다. 그녀가 맡아야 할 역할은 같은 나이의 '카나'라는 여학생... 과연 유나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이 소설은 자신 안에 갇혀 있는 10대 소녀 유나의 성장기이기도 하거니와 가족을 잃은 슬픔에 빠져 있던 한 여성의 치유를 동시에 그리는 작품입니다. 거듭 터져나오는 소소한 반전과 예측할 수 없던 전개가 일단 이 책을 손에 잡는다면 헤어나오질 못하게 합니다.

작가의 전작이 그랬듯 이 소설 또한 진한 감동과 힐링을 부여합니다. 유사 가족을 경험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는 유나의 모습은 대견하기도 하거니와 그녀의 성장은 주변 다른 이들의 치유로까지 연결되니 제대로 된 일석이조를 이뤄낸 소설이란 생각이 드네요.. 역시나 한번 좋은 글을 쓰는 작가는 그 다음편 역시 실망시키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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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이모션
이서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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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감정'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인간으로서 규정 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지만 때론 '실수'를 유발케하는 동기가 되기도 합니다. 격한 감정이 폭력이나 심지어 살인까지 부르고, 질투, 시기심, 조바심 등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아올 가능성은 낮아지죠. 물론 사랑, 가족에 대한 애정 등등 긍정적인 감정이 더욱 많겠지만 우리가 기억하는건 '실수' 그 자체가 되어버리죠..

노 이모션... 감정을 전혀 갖지 않는, 즉 감정 자체를 제거해버린 신인류가 등장하기 시작하는데서 이 소설이 시작됩니다. 항상 최고의 성과를 내오는 기업 노이모션랜드에는 감정 제거 수술을 받은 이들만이 입사할 수 있고 근무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들에겐 또래 대비 엄청난 보상이 주어지지만 감정이 혹시나 살아나게 되면 퇴사라는 가혹한 운명이 이들을 기다리죠.


이런 상황에서 아예 감정 자체를 갖지 않고 태어나는 이들의 2세들이 등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 감정을 느끼는 뉴런이 재활성화되어버리는데 소설의 주인공격인 '하리'는 감정 없이 태어나 30세가 되기까지 감정 자체를 느끼지 않는 말 그대로의 신인류 그 자체이며 당연히 세간의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로 성장합니다. 노이모션랜드의 차기 지도자로 꼽힐 정도이죠.

그런데 그녀 이웃집에선 살인이 발생하고, 하리에게 이상한 쪽지가 배달되어 오면서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비서인 지오부터 회사 상사들까지 믿을만한 인물이 전혀 없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하리는 당연히 불안감을 느끼게 되는데 자신 또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SF 미스터리를 표방한 장르물이라 정의할 수 있는 소설이지만 뭔가 드라마틱한 요소 또한 가득차고 살짝 철학적인 질문까지 던지는 책이기도 합니다. 감정 없는 노이모션들이 등장하는 독특한 소재를 채택한지라 소설적 재미 또한 상당한 작품이었구요..

우리는 늘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선 안된다고 배우고 의식적으로 무관심을 가장하며 살아갑니다. 소설에 나오는 노이모션들처럼요.. 그렇지만 소설 속 성공했던 그들의 삶이 결코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았듯이 늘 다른 자신을 연기하며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의 삶 또한 과연 행복한지는 의문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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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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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슈발리에는 '진주 귀고리 소녀'란 소설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입니다. 스칼렛 요한슨, 콜린 퍼스 주연으로 영화화까지 되어 더욱 많이 알려졌죠.

그녀의 신작 글래스 메이커... 유리 공예의 성지로 유명세를 떨쳤던 현 이탈리아의 무라노 및 배경 도시 베네치아의 500년 역사를 다뤘고 이를 살아간 여성 유리 공예가 오르솔라의 500년에 걸친 삶이 그려집니다.

특이한 구조입니다. 외부의 시간은 흐르지만 오르솔라 및 그녀를 둘러싼 가족들, 인연을 맺는 이들의 시간은 천천히 흐릅니다. 소녀였던 오르솔라가 할머니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개인적으론 수십여 년 정도이지만 역사 전체적으론 500년이나 흐르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집니다.

남성 장인을 중심으로 여성들은 그저 후계자가 될 아들을 낳아주고 한낱 집안 일이나 봐야 했던 중세 시기... 유리 공예가 로소 가문의 딸 오르솔라는 과감히 자신만의 유리 작품 만들기에 도전합니다. 집안 남성 그 누구도 인정해주지 않고, 엄청난 고가에 팔리는 제품이 아닌 단순한 '유리 구슬' 제품들임에도 그녀의 작품들은 조금씩 시장에서 인정 받고 전 세계로 팔려 나가게 됩니다.

자유도시 국가로 존재하던 베네치아가 쇠퇴하고 유리 제품의 유행이 지나면서 쇠락하기 시작한 로소 가문을 말그대로 그녀는 멱살 잡아 끌고 나갑니다.

그 와중에 최악의 유행병이던 페스트를 겪고, 연인과 이별하고 전쟁으로 가족을 잃기도 하지만 그녀와 가족들의 삶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딩딩하게 인생의 마무리 시점을 준비하게 됩니다.


5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터운 소설이며 베네치아의 역사 및 유리 공예라는 특정한 직업군을 다루기에 이 분야에 관심 없는 이들이라면 다소 지루하겠거니 하는 생각은 기우였습니다.

급속히 변화하는 역사를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그 와중에서도 꺾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러 인물 들의 삶을 보는 것 또한 꽤나 재미있는 독서 체험이었습니다. 결국 그들의 하나하나가 모여 거대한 역사를 이뤄가는 것이니까요.

예전 이탈리아 여행 때 사왔던 싸구려 유리 공예품이 집 어디선가 뒹굴고 있을 것입니다. 어느새 의미를 잃어버렸던 기념품이지만 다시 보게 된다면 무언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한때나마 무라노, 베네치아를 상징했던 찬란했던 역사를 되새김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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