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워진 세계
아사쿠라 히로카게 지음, 이구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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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름 일본 소설들을 꽤 읽은 듯 합니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 들이 고루 인기를 얻는 나라답게 우리 나라에 번역 출간된 소설들 또한 정말 다양한 것들을 소재로 한 책들이 많았죠.. 그런데 '쓰레기'를 주된 소재로 활용한 소설은 일본, 아니 다른 어떤 나라의 작품들을 상기시켜 봐도 이 책이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쓰레기는 어디까지나 소재일 뿐이고 이 책은 서로가 서로를 구원해준다는 일종의 힐링물이자 로맨스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거의 결벽증에 가까운 증세를 얻게 된 주인공 남자 아사히.. 그는 나름 호감(?)을 가졌던 옆집 처자 사노가 광적으로 쓰레기를 수집하여 쌓아놓는 저장강박증에 빠진 상태임을 알게 됩니다.. 결벽증과 저장강박증... 결코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죠.. 그런데 이 소설에선 그 어려운걸 되게 해놓았습니다.

둘의 공통의 친구로 등장하는 민토의 활약으로 둘은 어느새 연인 비스무레한 관계로까지 나아가고 각자의 증상이 과거 가족들로부터 얻은 상처였음이 밝혀지게 됩니다.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오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한계를 느끼게 되는 두 사람.. 이들의 만남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소설 자체는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두 젊은이는 서로에게 영향을 받아 각자가 가졌던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몰아내는데 성공합니다. 한 명은 쓰레기를 다시 버리기 시작했고 한 명은 집안이 어느 정도 어지러워지는 것에 대해 신경을 끄게 되었죠..

이 과정들이 은근히 재미있고, 어느 정도 감동을 내포하며 전개됩니다. 사소한 부분에서 소재를 얻고 이를 극대화해 활용하는 기법,, 일본 소설이나 영화가 가진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그런 장점이 분명하게 드러난 작품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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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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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라스푸틴... 당연히 제정 러시아 쇠망의 원인을 제공한 요승으로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론 가장 좋아하는 흑맥주 명칭인 '올드 라스푸틴'을 통해 꽤나 친숙하게 느껴지는 이름이기도 하죠..

300년 이상 러시아를 지배했던 로마노프 왕조가 망하게 된 것은 1차 대전에서의 졸전, 농노제 모순의 심화, 사회주의의 대두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 평판을 가장 떨어뜨린 것은 역시나 그리고리 라스푸틴이라는 요승의 존재였습니다. 그로 인해 제국의 중요한 정책과 인사가 좌지우지 되었고 황제는 꼭두각시로 치부되게 되었죠..


이 책은 라스푸틴의 존재 자체가 제정 러시아의 쇠망을 부른 것은 결코 아님을 역설합니다. 그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전혀 이견 없이 복종하다시피 했던 황실과 지배층의 우매함이 오히려 더 큰 원인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꽤나 합리적이고 지적인 인물로 꼽혔던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로마노프 2세, 그리고 왕비 로마노바.. 그들에겐 혈우병을 앓는 아들이 있었고 당시의 의학으론 불치병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런 아들을 라스푸틴이 기도 한방으로 호전시키자 황실은 바로 라스푸틴의 추종자들로 변모했습니다.

그들이 기존까지 가져왔던 상식과 지식은 라스푸틴의 한마디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되었죠... 결국 언젠가부터 그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추었습니다. 라스푸틴이 모든 국정을 주도해 나가기 시작했고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신분은 황제이고 황후이지만 어느새 간사한 라스푸틴의 혀의 노예가 되어 버린 것이죠..

그들의 맹종과 몰락을 이 책은 담담하면서도 신랄하게 꼬집어냅니다. 지금도 극우 세력의 가짜 뉴스에 속고, 정치 지향적 목사 등 거짓 지도자의 한마디에 바로 넘어가 버리곤 하는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은 책입니다.

결국 우리가 생각하기를 멈출 때 그 이익을 얻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라스푸틴이 살던 시대나 지금 이 시대에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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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가는 길
정형남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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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가는 길... 한 지식인이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에 귀화하는 과정을 긴 호흡으로 그려낸 장편 소설입니다. 채만식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정형남 작가의 작품이죠.

극악한 박정희 유신 독재에 맞서 싸웠던 우인은 어느새 수배자 신세가 되고 어느 낙도에까지 흘러들어와 자연과 벗하는 삶을 시작하게 됩니다. 수배는 풀렸지만 요주의 인물로서 관계 기관의 정기적인 사찰을 받아야 하는 신세이죠.

그런 와중에도 그는 자연 속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조난을 계기로 평생을 함께 할 인연도 만나게 되었고 독재정권의 연좌제에 걸려 평생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도옹이란 지식인 어부를 만나 새로은 삶의 가치관 또한 확립하게 됩니다.

작가가 꽤나 오랜 세월 살아온 중견 작가이다 보니 소설의 문체는 상당히 지적이면서도 한편 조금은 현학적입니다. 우인, 도옹, 소여, 유종, 신해 등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 또한 꽤나 범상치 않습니다. 그러하기에 기존 현대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몇 십년 전에 쓰여진, 아니 1900년 대 초중반에 쓰여진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독재 정부에 맞서는 길은 만인과 연대하는 투쟁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우인의 삶처럼 스스로를 굳건히 세우고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가는 방식 또한 유의미할 수 있음을 느꼈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를 인간을 품어주는 존재입니다. 그렇지만 혼자서 영원히 살아갈 수는 없는 법이죠. 주변엔 자신과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런 이들과 더불어 자연 속에 귀의하여 살아가는 방식 또한 결코 나쁘지 않은 듯 합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고 있듯 우인과 같은 삶을 살아가길 원하는 이들 또한 우리 주변엔 정말 많이 존재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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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6 - 사과
박솔뫼 외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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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효석 문학상.. 어느덧 27회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 단편 소설의 흐름을 알 수 있고, 신진 작가들이 기성 작가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 상입니다.

이효석 스스로도 중단편 소설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던 작가이기도 했고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메밀꽃 필 무렵 등의 그의 작품들을 접하기도 했었죠.. 당당히 그의 이름을 붙인 상이 만들어지기에 충분한 위상을 갖춘 작가입니다.

이번에도 대상을 받은 박솔뫼 작가의 '사과' 등을 비롯 총 6명의 작가들이 작품집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6명 모두 여성 작가들이기에 문학계에 여성 파워가 정말 거대해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역시나 여성이었으니까요..


'사과'라는 소설은 상당히 짧은 분량의 단편입니다. 서로 살아온 배경이 다르고 사회적 신분도 차이가 나는 두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을 굉장히 건조한 문체로 다뤄냈습니다. 두 남녀를 이어준 것은 이상 기후가 심각해져 커피 자체가 귀해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지방의 어느 커피숍인데 서사 자체가 주는 재미보다는 그 짧은 내용 속에서도 두드러지게 보이는 여백과 공허감이 특히나 인상적이더군요..

별로 이야기가 될 것 같지 않은 내용을 어떻게든 주목할만한 내용으로 엮어내는 작가의 능력에 감탄까지 하게 되더군요..

나머지 단편들도 꽤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현대인이 가질 수 있는 소외감, 자의건 타의건 남과는 다른 형태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들이 비춰지는데 물질적 풍요함이 어느 정도 충족되는 시대에 정신적 성취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이 작품들 속에서 여실히 느껴지더군요..

원래 단편 소설들을 좋아하기도 하기에 저에게 딱 맞는 책이었고, 집에서 대학로로 향하는 버스 속에서 한편한편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2027년도에는 어떤 작품들이, 어떤 작가의 이름들이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할 수 있을까요..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은 어찌 보면 서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때론 작은 기쁨이 되기도 하는건 그래도 기대할만한 것들이 조금씩은 있기 때문입니다. 매년 발간되는 이 수상집도 한 이유가 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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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피 -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장편소설
베로니카 곤살레스 라포르테 지음, 최혜정 옮김 / 슬로우리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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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박피... 이 소설에 나오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이고 배경 또한 한국이지만 특이하게도 작가는 외국인입니다. 한국과 가까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문화권의 작가가 아니라 멀디먼 멕시코 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교관인 남편을 따라 한국에서 6년 정도를 거주한 분이죠.

당연히 작가의 시각에서 한국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한국 사회의 특징적인 아이콘 몇 개를 확실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의 특징입니다.

성형 왕국, 무속 신앙에 대한 숭배, 의사 같은 특정 직업에 대한 선망 등 우리 한국 사회가 가진 대표적 단면이 작가에 의해 낱낱이 해부됩니다..

잘 나가는 성형외과 시술 담당 의사이지만 살아 있는 이성과의 접촉을 마다한 채 AI 리얼돌에 빠져사는 주인공... 어찌 보면 현대 사회의 소외 현상을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죠. 그렇지만 점쟁이의 말 한마디에 그는 무언가를 결심해야 할 상황에 처합니다.

사실상 주인공의 상황은 비단 소설 속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존재한다고 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캐릭터입니다. 찍어 내듯이 똑같은 시술로 미모를 얻긴 하지만 어딘가 비슷해지는 몰개성의 여성들.. 그런 여성들만을 보아 왔던 주인공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외국인 작가의 시각에서도 우리 나라의 성형 열풍은 주목할만한 꺼리였던 듯 합니다.. 소설의 상당 부분이 한국의 성형 시스템을 은연 중 비판하는 것에 촛점이 맞춰져 있으니까요..


이해는 가지만 조금은 비상식적 캐릭터 들이 등장하기에 역으로 꽤나 재미나게 다가온 소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주인공 지호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결론에 다다를지 결말부까지 굉장히 궁금하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또한 외국인 작가가 과연 한국이란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조금은 이질적인 부분도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이건 우리 한국인이건 결국 같은 행태를 보고 느끼는 것은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대동소이하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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