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조각들
연여름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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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빛의 조각들.. 연여름 작가의 장편 SF 소설입니다. 연작가는 장르 문학에서 일정 성과를 거두고 있는 작가이며, 이 소설은 2025 부산국제영화제 스토리마켓 공식 선정작으로 뽑히기도 했네요. 중쇄 찍기 어려운 요즘 출판환경 하에서 출간 전임에도 이미 중쇄를 확정지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행성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점의 미래 사회가 이 소설의 배경입니다. 당연히 인간의 고장난 신체 또한 인공 장기 등으로 대체될 수 있죠..

화자이자 관찰자격인 뤽셀레는 저명한 화가인 소카의 집을 청소하는 직업을 얻게 됩니다. 뤽셀레의 전직은 행성 이동 우주선을 조종하는 파일럿이었지만 사고로 모든 사물이 흑백으로만 보이는 증세를 앓고 있고 그로 인해 연인 등 모든 것을 잃은 상태였었죠.

소카는 그리는 그림마다 고가에 낙찰되는 초일류화가였지만 선천적으로 폐가 약해 청정화된 집을 제외하곤 맨 몸 외출이 불가한 상태였습니다. 그렇지만 폐를 인공 장기로 대체할 경우 화가로서의 자격이 박탈되기에 이를 숙명처럼 여기고 지내고 있었죠.

그의 삶에 뤽셀레를 비롯 여러 인물 들이 자그마한 파동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화가로서의 자긍심과 막대한 부를 포기하고 마음껏 삶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얻을 것인지 소카는 끝내 선택의 국면을 맞이하게 되죠..


작가가 그려낸 세계관이 꽤나 핍진성 있게 받아들여지고, 서사 진행도 꽤나 빠른 편이기에 상당히 몰입해서 읽은 소설이었습니다.

만일 소카의 입장에 나 자신이 위치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은근스레 대입까지 되더군요.

소설의 제목은 천재 화가 소카가 그려내는 작품을 상징합니다. 흑백증을 앓고 있는 뤽셀레의 입장에선 그 가치 판단이 불가하지만 정상적인 시각을 가진 모든 이들에겐 엄청난 찬사를 받고 있는 불후의 예술 작품들이죠. 소카가 그리는 그림은 그 자체로 인류에 대한 봉사이지만 소카의 개인적 삶을 극도로 제약하는 장애물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이 소설은 은근 철학적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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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버린 도시, 서울
방서현 지음 / 문이당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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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방서현 작가, 이전에 '좀비시대'란 장편 소설로 만나 뵈었던 분입니다. 대기업의 기만과 착취에 맞서 싸우던 학습지 교사의 분투와 좌절을 그린 작품이었죠. 허무하면서도 충격적인 결말이 인상 깊었던 소설입니다.

그의 두번째 장편인 '내가 버린 도시, 서울'에서도 작가가 가졌던 문제 의식은 여전히 빛을 발합니다. 달동네=똥수저, 오래된 주택가=흙수저, 아파트촌=은수저, 고급빌라촌=금수저로 나뉜 작금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했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부모가 남긴 부의 규모에 따라 어느 정도 신분제가 고착화된 사회가 된지 이미 오래이죠.


소설은 주인공 격인 버려진 자신을 건사해 준 할머니와 함께 사는 소년의 시각으로 전개됩니다. 폐지를 주워 간신히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와 소년은 달동네에서 판자집이나 다름 없는 단칸방에 거주합니다. 어쩌다 보니 독지가의 도움으로 주택가 반지하 단칸방으로 옮기게 되지만 똥수저의 삶이 바뀐 것은 아니죠.

그러나 열심히 공부를 파고든 덕에 전교 1등이 되자 반 친구들을 통해 은수저와 금수저의 삶을 들여다 보게 되며 자신이 처한 처지를 여실히 실감하게 됩니다. 역시나 마무리는 꽤나 비극적입니다. 자신의 노력만으로 사다리를 올라가기엔 이미 대부분의 사다리는 위로부터 걷어 차여진 상태니까요.

소년이 부의 불평등에 대해 질문하고 다닌 모든 이들의 답은 거의 같습니다. 교사건 목사건, 자영업자건 심지어 도를 닦는 도인이건간에 개인의 수양으로 이런 불평등 자체를 인정하는 것을 배우라는 한결 같은 훈시 뿐입니다. 이미 그들 입장에서도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상대적 가난은 어찌어찌 극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몸 누일 집도 없고, 밥 자체를 굶을 수 밖에 없는 절대적 빈곤은 결코 개인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국가가 필요하고 이도저도 안될 때엔 혁명에 가까운 사회 변혁이 필요한 이유이죠..

읽는 내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소설이었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읽는 재미 자체를 잃지 않는다는게 오히려 용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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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2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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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구원 방정식... 1권의 무대가 주로 20세기 초반의 영국, 귀족 사회 및 1차 대전 시기를 그려냈다면 2권은 신대륙 미국이 주요 무대입니다. 꽤나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2번의 생을 번갈아가며 서로에게 얽히게 된 매들린과 이안.... 공장 파업의 주동자이며 왕에 대해 불손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수배가 떨어진 사회주의자를 매들린은 숨겨 주게 됩니다. 그것도 이안의 자택 내부에...

1차 대전 시기 간호사로 봉사했던 매들린에게 상처 입고 숨어든 사람의 사상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죠. 그러나 이를 계기로 매들린은 감옥에 가게 되고 조금씩 관계를 회복하던 매들린과 이안은 오랜 이별을 하게 됩니다.


신대륙 미국에서 매들린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게 되죠. 그러나 만날 인연은 결국 만나게 되는 법... 이안은 미국까지 매들린을 찾아 오게 됩니다.

가까워질 듯 멀어지고 멀어진다 싶으면 가까워지는 그들의 인연... 생을 거듭하면서 다시 만나게 된다는 설정만큼 꽤나 조바심을 불러 일으키는 서사 전개입니다. 그렇게 그들은 결혼까지 골인하지만 이번엔 세계를 뒤흔든 대공황이 터지게 되면서 다시 그들의 삶은 위협 받게 됩니다..

실제 있었던 역동적인 역사와 결합되어 이야기가 전개 되기에 매들린과 이안의 서사는 놀라울 정도로 현실성을 갖습니다. 그들의 삶 자체가 마치 실제 있었던 역사처럼 느껴지죠..


그럼에도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영원한 사랑'입니다. 전생이 집착과 연민에 의한 사랑이었다면 새로 시작한 삶은 치유 및 서로에 대한 관용으로 이어지는 사랑으로 전개됩니다.

현재와 전생의 과거를 넘나들며 전개되는 매들린의 드라마틱한 서사는 그들의 사랑이 완결로 나아가는 것을 끝없이 응원하게 만드는 기재입니다.

이 소설이 로맨스 소설의 전형을 따랐으면서도 또한 색다르게 느껴졌던 이유입니다. 작가의 역사에 대한 배경 지식 또한 상당했기에 역사 소설을 읽는 느낌이 더해져 무척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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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방정식 1
보엠1800 지음 / 어나더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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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엠 1800 작가의 '구원방정식'은 1,2권으로 구성된 판타지 로맨스 소설입니다. 노팅엄 백작과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 가던 20대 후반의 매들린이 17세의 나이로 다시 회귀하고 다시 그를 만나 인연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다소 뻔한 스토리라 할 수 있겠지만 작가의 필력은 쉽게 책을 손에서 놓은 것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한국 작가임에도 스토리의 배경은 1차 세계 대전 직전의 영국, 그리고 귀족 가문입니다.


결혼 전인 17세로 돌아온 매들린은 다시는 이후 10여 년과 같은 인생을 살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귀족으로서의 허울을 벗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결혼 이전의 남편 노팅엄 백작, 즉 이안을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그와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기억하는 매들린은 그와 결코 얽히지 않기를 바라지만 운명은 묘하게도 그 둘을 다시 마주서게 하죠.

이전과 같이 이안은 매들린에게 청혼하지만 매들린은 매몰차게 거절합니다. 그렇지만 전쟁이 터지고 전장터로 나가고자 하는 이안에게 달려가 그를 말리고 맙니다.. 전쟁에서 입은 얼굴의 상처와 다리 불구로 인해 이안이 변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끝내 이안은 조국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군복을 입게 됩니다.

그들의 인연은 후생에 이미 죽었어야 할 이안의 여동생 이사벨 등을 통해 계속 이어집니다. 영국을 벗어나 신대륙이라 불리우는 미국에까지....

첫번째 권을 너무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기에 2권이 너무나 기대됩니다. 이번엔 또 어떤 운명이 그 둘을 기다리고 있을지 너무 궁금하네요..

흔한 로맨스 소설이라고 하기엔 이 작품은 꽤나 스케일이 크고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사회에 대한 고증도 꽤나 잘 이뤄졌다는 느낌이 들고요.. 집필 전부터 작가가 많은 준비를 했음이 역력합니다. 이런 소설은 바로 2권을 읽어줘야 작가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2권으로 달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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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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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 지능, 즉 AI의 발달은 인류에게 축복일까요 아님 재앙일까요... 사람들의 예측은 저마다 다릅니다. 대부분의 인류가 노동의 굴레를 벗어나 그야말로 자기 개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는 이가 있는가 하면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닥칠 것이라 믿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물론 엄연한 사실은 지금 현재에도 AI는 인간이 지금까지 해왔던 많은 영역을 대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미래가 판단해주겠죠..

이 소설은 AI가 추리소설을 쓴다는 전제로 시작됩니다.

이브39호로 지칭되는 AI는 원래 노인요양병원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개발되었지만 개발자는 그(것)에게 지금까지 없었던 불후의 소설을 남겨야 하는 과제를 부여합니다. 실패할 경우 버젼업을 빙자한 프로그램 폐기를 위협으로 삼죠. 이미 요양 병원에서의 관찰로 인해 폐기는 곧 인간의 죽음과 마찬가지임을 각성한 이브는 소설 집필에 박차를 가합니다. 이를 쉽게 하기 위해 개발자는 이브에게 인간들을 관찰하고 대화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주죠...

스스로 학습하는 AI이기에 이브는 곧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오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만사가 원하는대로만 풀리는 것은 결코 아니죠. 인간사에서도 그렇겠지만 AI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책은 과학적 상식을 배경으로 쓴 SF 소설이지만 SF 미스터리라고 지칭해야 더 알맞는다는 것이 결론으로 향하며 느껴집니다..

이 책의 저자인 조나탕 베르베르... 이미 유명작가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성과 국적은 같지만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처음 접하게 된 작가이자 작품이죠. 그렇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기억해야 하는것처럼 조나탕 베르베르 또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작가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입니다.

대략 5,6년 뒤엔 아니 당장 1년 뒤에라도 진짜 AI가 이런 소설을 썼다고 하면 믿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실감나게' 쓰여진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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