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 씨
코교쿠 이즈키 지음, 김진환 옮김 / 알토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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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가슴이 따뜻해지고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사에즈리 도서관의 와루츠씨는 일본 전격 소설 대상을 수상한 작가인 코교쿠 이츠키의 연작 소설입니다. 사에즈리 도서관을 찾는 회사원, 교사, 까칠한 신사, 그리고 도서관의 최고 관리자인 와루츠 씨까지 여러 인물 들의 책에 얽힌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도서관에 관련된 에피소드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이 소설의 배경 설정이 또 다시 벌어진 세계대전 이후의 근미래라는 것이 보다 흥미롭습니다. 인구가 많이 줄었고 자원도 부족하고 세상에 존재했던 상당수 종이 책이 소실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도 있는 다소 암울한 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교육 등 사회 시스템은 그대로 작동하지만 더 이상 종이로 된 책을 통해 수업을 진행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있어 모든 정보는 단말기를 통해서만 읽게 된 세상입니다.

종이책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에 대한 향수를 간직하거나 특수 직종에 근무하거나, 아님 종이책의 희소성에 주목하는 일부일 뿐이죠.. 물론 순수하게 종이 책의 질감을 느끼며 얻게 되는 지식의 만족감을 추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소설에선 주로 이들이 느끼게 되는 행복함과 뿌듯함을 그리고 있죠..

젊은 여성이지만 책을 너무나 사랑하기에 그리고 아버지의 유산을 지켜야 하기에 도서관을 굳굳하게 지키고 있는 와루츠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그녀의 말과 소설 속 행동을 통해 그간 종이책을 대면했던 저의 태도 또한 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묘한 감동이 함께 하는 소설입니다. 암울한 미래이지만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한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억지 감동을 끌어오지 않음에도 훈훈한 마음을 절로 돋게 하는 책입니다. 앞으로 내가 소유하고 있거나 나에게 다가올 모든 책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책이란 존재는 정말 많은 도움을 인간에게 주고 있네요.. 우리가 다소 지겨워하던 교과서 역시 책의 일종이고 이를 통해 우리는 교육이란 성과를 얻어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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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신 NEON SIGN 7
청예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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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예 작가의 장편 소설 수호신은 오컬트적인 색채가 짙은 괴기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를 숭상하는 우신교라고 불리우는 특정 종교, 무당, 그리고 신비에 쌓인 설이란 존재가 등장하고, 심지어 AI 사제까지 등장합니다. 살짝 근미래가 배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대학 신입생 이원은 자신을 좋아하는 남학생 들의 잇단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 같은 써클 동기인 설의 손에 이끌려 찾아간 점집에서 무당은 그녀에게 악신을 포함한 6명의 신이 붙어 있다고 선언합니다. 그녀는 설의 도움을 받아 AI 사제인 우바리를 찾게 되고 AI가 알려준대로 자기에게 붙은 신을 제거하는 의식을 거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가장 친한 가족이었던 오빠마저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과연 그녀에겐 어떤 저주가 내려진 것이고 그녀는 어떻게 이 액을 떨쳐낼 수 있을까요?

신이란 존재를 믿는 이들은 우리 주위에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의 이름으로 벌어지는 무수한 일들은 사실 인간이 행하는 것이고 결과 또한 인간에 의해 탄생합니다.. 신을 의식하고 의지하는 순간부터 자신의 주변을 둘러싼 일은 신이 점지한 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어찌 보면 어리석으면서 조금은 비겁한 행위가 신을 믿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떤 희비극도 신의 덕,탓으로 돌려 버리면 되는 것이니까요..

이 소설에서도 결국 모든 일의 인과는 이원을 둘러싼 인간들의 행위에서 비롯되어졌음이 밝혀집니다. 물론 그녀를 둘러싸고 발생했던 많은 우연적 일에 대해 작가는 여백을 남겨 놓습니다.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그리 믿으면 될 것이고 무신론자들은 역시 생각하는대로 믿으면 되게끔 만드는 결론입니다..

샤머니즘스런 종교적 배경이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소설이었고, 그러하기에 느끼는 재미는 상당했지만 개인적으로 이는 떡밥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결국 그 한을 쌓이게 하고 풀어낸 건 소설 속 인간 들의 행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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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룰렛
오윤희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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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모티브로 했다는 추리 소설 금붕어룰렛은 전형적인 피카레스크 장르의 구조를 가진 책입니다. 상류층으로 가는 사다리가 거의 치워져 버린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무언가 한탕을 바라는 흙수저 들의 갈망은 여전히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코인 등 불로소득을 통해 그 꿈을 이루려는 것이죠.

어느날 사설 투자 자문 회사의 대표가 칼을 맞은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그 회사 직원 사칭남 역시 끔직한 상태의 시체로 발견되죠.. 둘 모두 어려운 이들을 코인 사기로 등쳐 가며 돈을 모으던 사기꾼 들이었습니다. 죽어야 마땅한 이들이지만 그래도 살인은 살인입니다. 베테랑 형사와 갓 임용된 MZ 형사가 사건을 맡게 되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참으로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들에게 당하는 여러 피해자 들이 등장합니다. 사기 수법은 나름 다양하지만 결국 한탕을 노리던 피해자 들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고 해야 할 듯 싶습니다. 흔히들 속인자도 속은자도 모두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이 소설을 보면서 저 역시 느낀 점입니다. 물론 그들의 절박했던 처지를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요..

이들 피해자들 역시 이번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들입니다. 물론 피살자들이 워낙에 인간 쓰레기 들이다 보니 치정 등의 문제 또한 걸쳐 있습니다.

하나하나 반전이 드러나며 사건이 조금씩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전혀 생각치 못했던 의외의 인물이 사건을 주도했다는 것 역시 흥미를 돋구는 포인트입니다.

결국 악인들은 죽음을 맞지만 이를 사적 복수로 해결하고자 했던 범인들 또한 큰 동정의 여지는 없더군요.

이 소설은 현재 핫하게 등장한 투자 수단인 '코인' 즉 가상 화폐가 주요 소재로 쓰이고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국회의원부터 일반인까지 코인 투자 열기에 정말 많이들 편승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물론 자기의 의지이겠고 그 책임 또한 자기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나오는 지나친 욕심이 항상 문제입니다. 이를 노리는 이들 또한 분명 있을테구요..

윈윈이 아닌 제로섬 게임이 되어 버린지 오래 된 우리 사회입니다. 누군가 얻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잃습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나름의 교훈 또한 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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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이 봄날 -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 수상 작품집
성백광 외 지음, 김우현 그림, 나태주 해설 / 문학세계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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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본 실버 센류 수상 모음집인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일본 특유의 짧은 시인 센류를 기반으로 한 이 공모전은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더군요. 노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이기에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한국의 차례(?)가 되었네요.

이 책 역시 노년층으로 분류되는 60대 이상의 짧은 글과 시를 모은 작품집입니다. 제 1회 공모전이었네요. 5,800여 편의 응모작 중 100편을 추려 모았습니다.


주어진 삶을 살다보면 누구나 맞게 되는 것이 노년입니다. 20대, 30대가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고 나이 들어감에 따라 체감하는 세월의 속도 또한 빨라지는 법이죠.. 그렇다고 뒷방 늙은이처럼 쪼그라 든 삶을 살아가란 법은 없습니다. 젊었을 때든 나이 들었을 때든 삶이 짊어져야 할 무게는 그리 다른게 없고, 세월 또한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릅니다..

이 책에는 나이 든 세대의 한탄과 자조를 유머스럽게 승화시킨 내용 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자 하는 노년층의 여유 또한 읽을 수 있습니다.

'옛날엔 캠퍼스 커플, 지금은 복지관 커플'.... 정말 공감가면서도 한껏 위트를 느낄 수 있는 문구입니다. 이번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작품 속에 있는 귀절입니다.


주로 유머와 위트에 촛점을 맞췄던 일본 센류 수상집과는 달리 은근 뭉클한 이야기들도 많이 담겨 있습니다. 솔직히 나이 듦이 좋은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을 듯 합니다. 그렇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의 순리이며, 인생이란 소풍을 서서히 마쳐야 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입니다.

저 또한 이 분들의 연령대로 가는 과정이 오래 남지는 않았습니다. 그러하기에 충분한 공감과 흐뭇한 미소 속에서 읽었던 책입니다. 나이 든다고 재치나 유머까지 잃어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더군요... 2회 공모전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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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녹취록 스토리콜렉터 112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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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미쓰다 월드.... 미쓰다 신조의 소설집을 읽고 나면 늘 드는 생각입니다. 저자의 모든 소설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늘 실화인 양 호러 소설을 써나가고 단편단편이 이어지지만 결론부에 이 모든 소설이 이어지는 마무리를 보여주는 것이 이 작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관에 빠지게 되죠..

일단 미쓰다 신조의 소설은 깊은 밤에 혼자서 읽으면 안됩니다. 가끔 추리 소설도 쓰는 작가이지만 공포감이 심하게 드는 호러 소설이 그의 주특기입니다. 이번 소설 '죽은자의 녹취록' 역시 꽤나 으스스한 6편의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또한 소설 중간 중간에 그의 소설을 펴내는 출판사 편집자의 일화를 넣고 여러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듯 서술했기에 모든 단편 들이 마치 실화처럼 느껴집니다.


빈집을 지키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기괴한 '그것'과 마주치게 된 여대생, 자살한 이들이 남긴 테이프 녹취록을 듣다가 실종된 작가, 전혀 모르는 이들과 산행을 하다 마주치게 되는 공포, 잘 모르는 친척의 조문을 가다 이상한 노인과 마주치게 된 소년 등등 기발한 이야기들이 연이어 펼쳐집니다.

깊은 밤에 읽지 말라고 권해 드린 것은 이야기 들이 무섭기도 하지만 한번 손에 잡으면 날 밤 새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재미도 갖춘 소설 들입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공포를 느끼는 존재입니다. 그러하기에 본능적으로 위험을 피하게 되고 멸종을 면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죠. 과학과 의술이 발달한 현재는 예전처럼 원인 모를 급작스런 죽음을 맞는다든지 또는 설명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든게 설명이 되는 일들이 우리에게 일어나는 법이죠.

그러하기에 오히려 인간은 과거에 느껴웠던 공포심을 조금은 그리워하게 되는 듯 합니다. 내 주변의 누군가 해를 입었다면 그 원인이 분명 있겠지만 귀신이나 초자연적 존재의 짓으로 여기는 것이 때론 더욱 합리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미쓰다 신조는 이러한 인간의 심리를 정말 교묘하게 파고드는 작가입니다. 그의 소설이 늘 만족스러울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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