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 베르사유와 프랑스혁명 츠바이크 선집 3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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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께서 무죄라면 우리의 혁명이 유죄가 됩니다'

다소 무능하고 소심했지만 검소한데다가 극히 선량했고 인자한 왕이었던 루이16세의 단두대행을 결정짓게 된 재판정의 논리였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 역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보편적인 우리 인식에 루이 16세는 혁명을 누르려고 했던 폭군으로.. 앙투아네트는 온갖 사치에 쩔어 민중을 나몰라라 하고 있던 적국 오스트리아 출신 왕비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반의 위대한 전기 작가인 슈테판 츠바이크는 이러한 통설을 정면으로 반박했던 인물입니다. 어찌 보면 그 정도 되는 작가가 이 전기를 집필했기에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재평가 역시 빠르게 이뤄진 듯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왕과 왕비는 당시의 기준으로도 단두대에 오를만한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것이 츠바이크와 근래 역사 평론가들의 결론입니다.

평민들의 호소에 늘 귀를 기울였던 루이 16세와 왕비로서의 허용된 사치를 즐기긴 했지만 그닥 많은 돈을 낭비하진 않았던 왕비는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이행되는 혁명의 과정에서 필히 사라져 줬어야 할 존재 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덧씌워진 추문과 오명은 이후 상당수가 날조된 것임이 밝혀졌죠. 물론 왕권 신수설을 끝까지 신봉하며 권력을 놓치 않으려고 했던 그들의 과오만큼은 인정해야겠습니다만...

결국 평범한 시대였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평가를 받았을 루이 16세와 셀럽으로서의 명성만을 남겼을 앙투아네트 왕비는 프랑스 혁명의 원인이자 결과로서 그리고 크나큰 비극의 인물들로서 남게 되었습니다.


많은 재평가가 이뤄졌음에도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바라보는 현재의 시선은 여전히 그닥 곱지 않습니다. 작가는 아주 보통의 인물이 자신을 압도하는 거대한 운명에 빠졌을 때도 비극은 생겨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공주의 신분으로 태어나 강대국 프랑스의 왕비의 위치에까지 올랐던 마리 앙투아네트.. 그러한 운명을 그녀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니었고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론 세상의 중심을 아이들에게 두었던 지극히 평범한 여성 마리 앙투아네트...

인류사에 길이 남은 프랑스 혁명이지만 그 와중엔 이러한 비극 또한 함께 있었습니다. 그간 알아왔던 상식과는 또다른 왕비의 모습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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