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녹스 Beo Nox
이설 지음 / 좋은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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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작가의 소설 베오녹스는 약 200년 후의 미래를 그려낸 SF 장르 소설입니다. 정권과 미래 의학계의 음모를 파헤쳐 나간다는 설정의 미스터리 성격을 강하게 띈 소설이기도 하죠.

인류는 드디어 유전자 실험을 통해 거의 영구적인 삶을 가진 칸데라 계층이 탄생하게 됩니다. 당연히 이들은 부유한 특권층을 형성하게 됩니다. 이에 대비되는 계층이 유한한 수명을 가진 큐비입니다.. 칸델라 계층의 1/100 정도의 권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이런 사회적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고 어느 순간 칸델라 계층은 큐비 계층의 완전한 소멸을 기도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여기서 소설이 시작되죠..





소설의 히로인은 칸델라와 큐비의 혼혈로 태어난 스칼렛입니다. 큐비의 피를 가지고 있지만 칸델라 못지 않은, 아니 그 이상의 지성과 능력을 갖추게 된 스칼렛.. 그녀는 이런 상황을 타파할 수 있는 운명을 지니고 태어난 인물입니다. 그녀를 돕게 되는 칸델라 계층이 나오게 되고 이들의 좌충우돌 모험이 시작되죠..

베오녹스는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소설 속 큐비를 지배하기 위한 AI 가상 세계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베오녹스를 통해 큐비를 소멸 시키고자 하는 칸데라 일부 세력의 음모가 진행됩니다.

미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상류층과 하류층이 나뉘어져 있다는 사실, 그리고 상류층이 하류층을 대하는 모습 등은 지금의 우리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을 위해 다수의 약자 들은 언제 희생되더라도 당연한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작가가 그리는 미래나 별반 다를게 없죠.

이렇게 불평등이 심화되어 가고 극대점에 이르게 되면 어느 순간 변화와 혁명의 기운이 잉태되게 되는 것 또한 역사의 자명한 사실입니다. 이 소설 또한 주인공 들의 그러한 저항을 꽤나 재미있게 그려냅니다.


AI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고 분명 인류에게 혜택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어떤 부작용을 낳아 올지 지금의 우리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유전학 역시 죽음의 종말을 가져올 가능성은 충분히 내포하고 있지만 유한한 생명체이던 인간이 불멸성을 가질 때 나올 부작용 또한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합니다.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귀결된다면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그 반대로 이어진다면 참으로 끔찍한 세상이 될 듯 합니다. 솔직히 소설 베오녹스에서 묘사된 세상은 겪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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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2 - 폭발과 이행의 시대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 갈등사 2
역사돋보기 이영 지음 / 북스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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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라는 이름을 우리에게 남겨준 고려.. 500년 가까이 한반도에 실재했던 통일 왕조입니다. 조선만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상당히 가깝게 인식되고 있는 우리의 기원이 되는 국가이죠.

역사돋보기 이영 작가에 의해 쓰여진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고려갈등사 1,2'는 고려의 건국에서 중흥, 그리고 쇠퇴에 의한 멸망의 시기까지를 주로 지배층의 갈등에 의해 벌어졌던 사건 위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워낙 역사의 흐름을 바꾼 사건 들이 많았기에 거의 고려사 그 자체로 보아도 무방한 역사서입니다.



1부는 통합과 수성의 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4대왕 광종의 호족 숙청, 8대왕 현종 시기 터진 고려거란 전쟁 등이 주로 다뤄지며 이후 몽골과의 전쟁 이전까지 큰 외환을 겪지 않았던 고려의 전성기를 다룹니다.

2부는 100년에 걸쳐 군림했던 무신 정권과 몽고와의 항쟁.. 그리고 몽고의 제후국으로서의 고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고려가 어찌 멸망했는지야 워낙 잘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라 이 책에서 크게 다루진 않더군요.

생각보다 고려는 굉장히 강한 나라였습니다. 중국 대륙을 거의 지배했던 요나라와의 전쟁은 오히려 승리로 장식했고, 세계 최강의 무력을 가졌던 몽고와는 무려 9차례의 전쟁을 치루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벌였던 항쟁의 역사가 있었기에 중국의 속국이 되는 운명을 모면하고 국체를 보존할 수 있었죠.

팔만대장경, 고려청자, 금속활자 등 세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문화 예술을 앞장서 꽃피웠던 나라 역시 고려였습니다. 비록 한계는 존재했지만 우리가 능히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역사를 가진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호족 세력의 준동, 이자겸, 강조의 난, 무신정변 등 제대로 된 역사적 갈등이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기에 책의 제목에도 상당히 부합하는 내용 들로 채워졌습니다. 오히려 세세한 부분까지 잘 서술되어 있기에 역사적 상식을 얻는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몽고가 불태워버린 황룡사 9층 목탑의 높이가 무려 아파트 30층 높이에 달했다는 내용은 이전에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었습니다.

어찌 되었든 우리의 역사를 끝없이 접하면서 잊지 않고자 하는 시도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가까운 일제 시대도 그렇지만 멀게 느껴지는 고려 시대 역시 우리가 꾸준히 탐구하고 재해석 해봐야 하는 역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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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조선부동산실록 - 왜 개혁은 항상 실패할까? 2023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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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임대 수익으로 대표되는 불로 소득을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은 비단 현재의 일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거의 모든 역사를 통해 시도되어 왔고 다른 나라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망국의 주요 원인에는 항상 소수에 의한 부동산 독점 그리고 빈부격차 심화가 반드시 있어 왔고 토지 개혁에 반대하는 수구 세력의 준동이 늘 존재했습니다.

고려의 토착 권문 세력을 딛고 새로이 창업한 조선 역시 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자영농이 중심이 되게 만드는 토지 개혁만이 조선이 나아가야 할 그야말로 새로운 방향이고 고려를 정면으로 극복하는 거의 유일한 길이었죠.

과연 새로이 설립된 조선은 그간 산적했던 부동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나갔을까요? 90년 생 작가 박영서가 내린 결론은 결국 '용두사미'였다는 것입니다.

조선은 모든 토지의 국유화를 시도한 국가였습니다. 지금 수구 세력의 입장에서 본다면 빨갱이 짓이나 다름 없는 행위였죠. 토지 국유화를 기반으로 튼튼한 자영농의 육성 및 건전한 중산층의 유지만이 국가를 더욱 부강하게 만드는 것임을 당시의 개혁가들 역시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권문세가를 딛고 일어선 신진 사대부의 나라 조선마저도 결국 고려의 한계를 벗어나는데 실패하고야 말았습니다. 왕조가 한없이 무능했기에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바로 새롭게 기득권화된 신진 사대부 엘리트 세력이 어느새 자신들이 극복하고자 했던 고려 권문 세력의 길을 그대로 따라간 것입니다.

어느 나라건 개혁에 대한 기득권 보수 세력의 저항은 심히 막강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쌓아온 부를 조금이라도 침해 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여론을 형성하고 자신들의 반대를 백성 전체가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합니다. 1%에 해당한다는 종부세에 대해 보였던 일반 국민들의 거부감을 생각해 보면 쉽게 답이 나옵니다.

결국 수구 기득권 세력이 항상 문제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결국 조선의 부동산은 후기에 접어들며 소수 양반 세력 및 지주들에게 몰빵되어지는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책은 심각한 주제를 꽤나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다양한 부동산 관련 에피소드가 소개되고, 보다 알기 쉽게 만화 형식의 삽화도 삽입되어 있습니다.

또한 저자는 현재의 대한민국의 토지 소유 상황이 오히려 조선 말기 시대보다 더욱 심각하게 소수 집중화되어 있음을 밝히며, 보수 세력의 저항을 이겨낼 수 있는 더욱 과감한 개혁을 은근스레 주문하기도 합니다. 결국 고려, 조선 등의 역사를 보며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러한 과제가 과거에는 천명을 받았다는 왕실과 조정의 몫이었지만 이젠 지도층을 가려 뽑을 수 있는 우리의 몫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투표 잘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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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룬업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우수상 수상작
이동현 지음 / &(앤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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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어떤 장르로 봐야할지 끝까지 읽고 나서도 딱히 정의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사람의 기름을 짜내는 공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다양한 주변 인물 들의 시각으로 이 소설은 전개됩니다. 어찌 보면 SF 연대기적인 내용인데 심지어 죽은 자들까지도 생명력을 얻어 일상사에 개입하는 상황을 보면 판타지 소설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넥서스 경장편 우수상 수상작답게 소설의 서사는 꽤나 재미있게 전개됩니다. 얼핏 노벨상 수상 작가인 마르케스의 걸작 백년의 고독이 연상되기도 하는데 소위 남미 문학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는 '마술적 리얼리즘'을 느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마침 왕복 7시간이 소요되는 뉴델리-아그라 자동차 여행이 예정되었기에 차 안에서 상당 부분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이야기를 이루는 인물들의 서사에 푹 빠지게 되는 소설이더군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혼재되어 서술됩니다. 단순히 인간의 기름을 짜내는 노동 이야기뿐 아니라 이 기름을 담은 구체가 기억을 담아낸다는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고 이에 얽힌 다양한 군상의 사람들이 겪는 이야기 또한 다소 추상적이지만 제대로 궤를 맞춰 나갑니다.

페이챙, 마르티네스, 덕분, 울찌, 조니, 유나, 정정배 등등의 등장 인물 들의 이름 또한 다국적이기에 무언가 이국적이면서도 존재할 수 없는 듯한 세상을 들여다 보는 느낌 또한 받게 됩니다.

심사위원 들의 간단한 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기억'을 그려내는 작품입니다. 등장인물 들 또한 각각이 처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기억을 만들어내고 축적해 갑니다. 이 기억은 모이고 모여 하나의 서사가 되고 역사가 됩니다. 분명현실과는 어느 정도 동떨어진 배경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 자체가 우리가 처한 현실의 메타포로 볼 수도 있겠구요..

미래를 꿈꾸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에 살게 된 지금의 우리로서는 누군가의 지나간 기억을 지켜보며, 또는 자신의 나름 잘나갔던 과거를 살펴보며 간신히 만족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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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의 작은 부엌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문기업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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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받을 때 먹는걸로 이를 푸는 이들이 제 주위에도 꽤 많습니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을 만족시킴으로써 주변의 골치거리들을 잠시 잊는 것이겠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그러다 보면 저절로 고민이 잊혀지는 법이죠..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 '에밀리의 작은 부엌칼'은 세상에 상처 받은 스물다섯살 여성 에밀리가 엄마의 고향인 작은 어촌 마을에 귀향하여 외할아버지와의 만남,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요리 들을 통해 스스로를 성찰하게 되는 그야말로 힐링 스토리입니다. 상당히 완벽한 서사와 재미를 가진 소설이죠.

작가의 작품들 중 영화나 드라마화 된 것이 많습니다. 그만큼 재미나게 글을 쓰는 작가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부엌칼이 주요한 소재로 쓰이는만큼 소설 곳곳에 어촌 마을에서 주로 구할 수 있는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 과정이 자주 등장합니다. 구체적이면서도 재밌게 묘사되어 있어 읽으면서 식욕 또한 자극하게 만드는 소설이죠.

제대로 된 요리는 할 줄 아는게 거의 없던 에밀리는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가는 할아버지를 통해 가족과 함께 만들어 먹는 요리의 소중함, 그리고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차츰 깨닫아 나가게 됩니다. 또한 할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작은 부엌칼을 직접 갈면서 이에 얽힌 사연에 조금씩 접근하게 되죠.

대개 힐링 스토리에는 감동이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어설픈 서사로 제대로 된 감동을 끌어 오긴 어렵습니다. 글을 쓰는 작가 들도 많아졌지만 독자의 수준과 눈높이 또한 상당히 높아진 상태이니까요. 그렇지만 이 소설은 나름 높아진 제 기준 또한 충분히 만족시키는 작품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닥 정감 가지 않던 캐릭터였던 에밀리를 소설이 끝나는 시점에선 강하게 응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으니까요... 더군다나 출장 다녀와 피곤했던지라 없던 식욕도 강하게 자극 받았던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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