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눈앞에서 번쩍하는것이 지나갔다.

연우: 엄마 번개쳐요.

건우: 엄마, 비도 너무 오면 싫죠?

나: 왜? 올비는 와야지. 그리고 언제라도 올 비는 와..

오늘은 건우가 축구하러가는 날이다.

여태 신던 축구화가 너무 딱 맞아서 좀 넉넉한 사이즈로 새축구화를 사주었더니 아침내내 집안에서 축구화를 신고 겅중거린다. 안그래도 축구라면 자다가도 벌떡깨는 아이가 새신까지 신으니 마음은 벌써 운동장을 가로 지르는 모양이다.

 이미 예고된 날씨건만 건우는 컴컴한 하늘이 영 못마땅한 모양이다. 그래서 자꾸 묻는다.

건우: 엄마 적당히 내리는 비 말구요, 이렇게 자주 내리는 비는 싫지요?

뭐 며칠이나 내렸다구, 어제 오늘 내린비야 장마의 예고에 불과한걸. 건우에게 줄줄이 설명을 하려다 말고그냥 씩 웃었다. 녀석은 설명이 필요한게 아니리라.

그래 싫다 싫어 네가 싫어하는 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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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6-06-10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건우가 참 축구를 좋아하네요?/
울 아들도 활동적으로 축구나 운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잘 자라주길 바랬건만은 운동을 너무 싫어 해서 운동 잘하고 좋아하는 아이들 보면 너무 부럽답니다.
새 축구화 신고서 맘껏 뛰어보고 싶었을텐데 비가 와서 건우가 속상했겠어요..
여긴 종일 비가 찔끔질끔 내리다가 오후에 번개까지 치며 엄청나게 내리더라구요..
이제 정말 장마시작인가 봐요..
번개치며 내리니 너무 무서워서 꺄악~!두녀석도 호들갑을 떨며 한참을 아파트 들썩 거리게 하더니 이젠 얌전해 졌어요..ㅎㅎ
건우가 쉬는 날은 비도 안오고 축구하기 좋은 날 되길..

건우! 연우! 이름들이 부를수록 참 이뻐요..&^^&

건우와 연우 2006-06-1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여기도 좀전까지 번쩍번쩍했어요. 건우는 비가와서 실내체육관에서 축구를 하고 왔지요. 운동장에서 하는걸 더 좋아하긴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나봐요. 비가오니 선선하죠? 감기조심하세요.^^

로드무비 2006-06-1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가 축구를 좋아하는군요.
책장수님은 우리 동네 조기축구회 열성회원이랍니다.
언젠가는 게임하다가 이도 한 대 다쳐서 들어오고 난리도 아니랍니다.
월드컵에 거는 건우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니겠어요.^^

건우와 연우 2006-06-12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팀 누가 첫골넣나가 친구들과 하는 내기의 주내용이구요, 각국의 주전스트라이커를 어느틈에 줄줄 꿰고 있더라니까요.^^

모1 2006-06-2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라는 제목을보면서 순간..건우와 연우님도 물만두님처럼 비 팬이구나..했어요. 가수 비요..후후..그런데 내용을 읽어보니 다른 내용이네요. 하하..

건우와 연우 2006-06-27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저도 비좋아해요. 매력있잖아요.
잘생긴 남자앞에서 늘 흐믓..^^
 

노조임원들이 왔다.

지난번 노조선거에서 나는 반대쪽이었다.

그건 모두에게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선거기간 내내 모두에게 활짝 웃으며 격려와 안부를 보냈다. 그리고 모든 후보에게 지지의 인사를 날리곤 했다.

사람들은 내가 지지하는 쪽을 피곤해했고, 경영진은 과거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집요했다.

선거는 예상대로 무참히 깨졌다.

당선인사를 다니는 그들에게 활짝 축하하며 인사를 했었다.

그리고 계속 황당한 일을 하는 그들을 보며 속이 썩지만 오늘도 신뢰를 듬뿍 담아 인사했다.

....

음, 조만간 나도 노회한 40대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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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08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접대용 페이스를 너무 남발하면 그게 굳어져 버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더라구요...^^

치유 2006-06-08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건우와 연우 2006-06-0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네. 안그래도 그게 고민이랍니다.^^
배꽃님/^^ 잘지내시죠?
 

밤에 선잠을 자기 시작한것이 3주쯤 되었다.

체격으로만보면 인심좋은 후덕한 아주머니건만, 일년이면 서너차례 불면증이 되풀이되는것 같다.

뚜렷이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치료방법도 알 수가 없다.

문득, 사는게 발밑이 불안하구나 느껴지면 그날부터 오래든 짧게든 편안한 잠이 달아나버리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불면은 역사가 길다.

십년도 더 전에 철밥통 같았던 직장에서 노조간부로 일하다가 해고되던해, 해고보다는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했던 인간관계속에서 느꼈던 절망감이 복직이후에도 늘 가시처럼 남았었다.

혹은 그보다 더 전이었을까.

대학입시만으로도 힘겨웠던 고3무렵 갑자기 몰아닥친 빚쟁이들과, 이제부터 무슨일이든 혼자결정하고 책임져야한다는 고립감이 손톱을 세우고 목덜미를 할퀴는 짐승처럼 자리를 잡았다. 그때 이후로 자리잡은 막막함.

혹은 그보다 더전에 강경쪽다리밑에서 너를 주워왔노라는 엄마와 언니들의 놀리는 말을 들으며 <어쩌면 나에게 불우한 성장의 비밀이 숨겨져 있으리라는> 턱없는 불안감으로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어도 이유가 명확하지않은 이  불안감은 도무지 익숙해지지를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가끔씩 더빨리 내가 늙어지기를 소망한다.  나이먹으면 세월뒤에 웅크린 불안감이란 놈이 조금씩 익숙해지기도 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로... 

그리하여 밤마다 햇솜같이 편안한 단잠을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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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6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0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가족이나 이웃에게 마음이 정말 따뜻한 분이시군요. 건우아빠가 이번에는 병의 주기가 짧아져서 통증이 빨리 가라앉았어요. 덕분에 밀린 공부를 하겠노라고 휴일에도 책싸들고 나갔어요.
아마도 님의 기도효험을 봤나봐요.^^
님도 편안하고 즐거운 휴일보내세요.

치유 2006-06-06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낮에라도 좀 주무셨나요?/
아이들 아빠의 통증이 빨리 가라앉아서 공부하러 가셨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님께서 간호를 아주 정성껏 하시고, 성의껏 죽끓여 대령하신 덕인가 보네요..

건우와 연우 2006-06-07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덕분에요. 어제는 잘 안자던 낮잠도 잤답니다.^^

카페인중독 2006-09-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고보다는 생각보다 견고하지 못했던 인간관계속에서 느꼈던 절망감이 복직이후에도 늘 가시처럼 남았었다.' 밑줄긋기 하고픈 심정...^^ㆀ
 

제사끝에 건우아빠가 목구멍안쪽이 헐고 열이 나기 시작한다.

연우낳을 무렵에 발병한 건우아빠의 병은 완치가 되지 않은채 올해로 7년째다.

매일 아픈건 아니지만 재발하면 한달여를 입안이 헐고 관절이 붓고 고열이 오르내린다.

그와중에 그는 간간이 강의나가고 공부하고 옛동료들을 만난다.

그의 표현으로 당장 죽는병은 아니고  아프고 완치되지도 않지만 관리가 가능한 병이니 어쩔수 없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딴에는 면목없음을 그렇게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리라.

그도 그럴것이 연우낳을 무렵, 나는 직장생활에도 지쳐 있었지만 돈도 안돼면서 몇주씩 밥먹듯이 외박을 요구하는 그의 직장아닌 직장생활에 신물이 나 있었다. 

건우와 둘이 잠든 밤에  이상한 협박성 전화라도 걸려오면 심드렁하게 받아넘기는척 했지만  아침까지 선잠으로 지새야 했다.

그해 나는 낳지도 않은 아이를 몇번이고 죽였다. 그리고 그해부터 시작된 건우아빠의 병은 그렇게 태어난 연우와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그의 병이 익숙해졌음일까? 건우아빠의 통증에 익숙해진만큼,  건우와 연우는 철이 들었다..

그는  병을 나에게 상의하지 않는다.  나역시 묻지 않는다. 내가 묻지 않는 것은 아직도 정리하지 않는 그의 일에 대한 서운함의 표시다. 그가 내가 정한 의미를 알든 모르든...

 

오늘 아침엔 입안이 헐어 밥을 먹지 못하는 건우아빠를 위해 따로 깨죽을 끓였다.

늘 먹는 밥에 물렸던 탓일까, 생전 죽을 입에도 대지 않던 아이들이 맨밥을 물리고 죽그릇에 달라붙어 아침부터 죽을 두번이나 데웠다.

볶은 찹쌀이 참깨와 함께 물속에서 넓게 퍼져가는 것을 보며, 이제 그의 병도 이렇게 퍼져 가족처럼 익숙하구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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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02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리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모든 가족이 짊어지고 가는.......
아...건강하셔야 하는데 말이죠..^^ 힘내세요~!

치유 2006-06-0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ㅠㅠ연우가 그렇게 컸군요..
그래도..보실때마다 안스럽겠지만 그래도 잘관리하시고 건강해 지시겠지요..
빨리 회복하셔서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되셨으면..하고 바래봅니다..

물만두 2006-06-02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힘내세요~

건우와 연우 2006-06-02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메피님, 배꽃님 그리고 만두님
사실은 이제 익숙해져서 많이 덤덤해요. 아픈사람이 속으로 서운해할지도 모를 정도로요... 그리고 언젠가 저절로 나을지도 모르지요(희망사항)
모두 고맙습니다.

로드무비 2006-06-03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지 짠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 글입니다.
아무리 익숙해져도 그 아픔은 생생하고 고스란히 또 아픈 것일 텐데.
빨리 깨끗이 나으시길 빌게요.

건우와 연우 2006-06-04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고맙습니다. 어차피 쉬 낳지 않을거라서 그냥 친구처럼 생각해요. 썩 반갑지 않지만...
 

박근혜가 접전지인 대전과 제주에서 지원유세를 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대전에서는 짤막하게 한나라당 후보를 찍어주세요, 제가 보증합니다라고 했단다.

아, 정말 짜증난다. 왠지 익숙하게 돌아가는 선거운동의 양상을 보며 접전지의 접전내용도 짜증나고, 잠시나마 피습당한 그녀의 인생유전에 연민을 느꼈던 나에게도 짜증이 난다.

그녀는 뭘 보장한다는 것일까?

이나라의 유구한 왕조정치를? 혹은 부패의 전국적인 고착화를...

뭐 하기야 그녀의 출신지가 아니어도 칠십이 넘은 친정아버지와 친정엄마는 그래도 나라가 안정되어야 준공무원인 딸의 직장이 편안하리라 하시며 줄창 극우의 외길을 걸어 오셨다. 꼭 한번 지난 대선만 나의 공갈 협박에 굴복하셨던 듯하다. 그도 사실 확실치는 않다.

친부모조차 합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반우격다짐으로 제발 그런 사람찍어 자식발등찍지 말아달라는 협박이나 겨우 통할까 말까하니...

단체에서 활동했던 남편이 최근 몇년사이 조직상황에 회의할때 소주잔을 나누며 위로랍시고 했던 말이 있었다.

<아직 덜 썩어서 그래, 완전히 썩고 나면 그걸 발판으로 다시 시작할수 있을지도 몰라...>

그때 근거없이 한 말이 전혀 위로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이렇게 세상이 돌아가다 보면 혹시라도 그말처럼 다시 시작할 희망도 어딘가에서 썩는만큼 자라나고 있지 않을까?

아, 부탁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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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6-05-2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대책없이 짜증내게 되는것은 사실 무서워서다. 나이먹을수록 사는데 낙관적이질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