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드문 천변옆을 달리는 차들의 불빛이 눈에 들어오는 시간입니다.
알라딘에 들어온지도 오랜만이고, 글을 쓴지는 더 오래되어서 이제 낯가림조차 생긴 모양입니다.
다들 안녕하신지요?
대전에 내려온지 그새 2년이 후딱지나 건우는 어느새 징그러운 느낌도 뭉글뭉글 피어나는 육학년이 되었습니다.
녀석은 예나 지금이나 착실한 에프엠 아들내미입니다.
축구에 목숨거는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축구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진작에 깨달아, 엄마와의 갈등을 요령있게 피해가곤 하지요.
세월은 건우에게나 제게나 공평히 흘러갔을 것인데, 제가 느끼는 시간은 저에게만 두배쯤 흘러거버린 것 같습니다.
가끔 일산으로, 서울로 출장을 가다보면 경부선 저너머에 우리 가족이 십년가까이 살던 집이 보입니다.
판교의 새건물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너머에 우리동네는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그 아스라한 거리 너머에 남아있는 기억들을 더듬으며, 그 기억만큼 나이든 내 손등과 얼굴을 비빕니다.
그러노라면, 추억은 때로 내나이를 일깨우고, 아직은 어린 아이들과 함께 걸어가야할 많은 길이 남아 있음을 일깨워주는 씁쓸한 그 무엇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들어 부쩍 발밑이 위태롭게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지는 것은 내 이웃같았던, 혹은 덜 낯선 전직대통령 두분이 유명을 달리하셨기 때문일런지 모르겠습니다.
창창했던 젊은날엔 두려운줄 모르고 데모뒷자락을 밟기도 했었습니다.
먼저 가신 분의 장례엔 학교수업 제끼고 건우를 제아빠와 손잡고 참석도 시켰습니다.
그런데 또 한분이 마저 가니, 슬픔조차 맥이 풀려 망연합니다.
세상은 진보하는 걸까요?
누군가의 거짓말은 아닐까요?
가슴이 쉬 뜨거워지지 않는 지난 일주일, 나는 더이상 눈물조차 뜨겁게 흘러내리지 않는 내가 가엾습니다.
거기 누구라도 혹 지금 저같은 이가 있으신가요?
나만 이렇게 망연한지,
나만 이렇게 지나간 세월의 끝에서 넋을 놓고 있는지,
조금도 겸손해보이지 않는 집권여당의 모습에 분노조차 더 이상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