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본문학기행 잘 다녀왔어요!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어린시절 소풍날과 운동회날을 합친 것과 맞먹을 설레임~ 게다가 공짜로 가는 해외여행이었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리요!^^  7.26.토요일 새벽 2시 30분,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 고속으로 달리는 밤길엔 라일락 향기가 날리지 않아도 좋았다. 이미 부풀대로 부풀어오른 어린이날의 풍선이었으니까! ^0^  예정보다 30분 빨리 도착한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해도 좋았고, '요기가 눈썹이에요' 알려주려면 반드시 그려야 하는 내 눈썹도 싫지 않았다.

인천공항 3층, M30구역에서 만나기로 한 일행을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기분 좋은 촌스러움도 간만에 연출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분, 나처럼 행운의 인팍 당첨자였다. 자연스레 싹튼 동지의식으로 단박에 친해져 꽃같은 아가씨 룸메이트와 바꿔 사흘밤을 한방에서 동침했다나! ㅋㅋ

맛보기 글에 쓴대로 어린이도서연구가이신 조월례선생님을 만나, 아줌마의 뻔뻔함으로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3박 4일을 함께 할거면서 뭐가 그리 급했는지... 세계적으로 알려진 '빨리빨리'에서 자유롭지 않은 나 역시 한국인이 확실하다. 우리가 몰랐지만 동행이었던 '노근리, 그해 여름'의 작가 김정희선생도 합류했다. 조월례 선생을 이름만으로 알아봤던 것과 다르게, 김정희 선생은 이름도 몰랐고 작품도 전혀 읽지 않아서 낯선 첫대면이 미안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작가도 모르는 작년 여름 책따세 추천도서에 '노근리, 그해 여름'이 들어있었다고 말문을 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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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한 순오기의 포즈 ^^ 나만큼이나 작은 조월례선생님, 그래도 나는 굽이 높은 걸 신고도 깨끔발을 들었다지~ㅎㅎㅎ 뽀샤시한 피부의 인팍당첨자 연진씨, 시커먼스로 나와서 알아보기 어렵지만 김정희선생과도 찍었다.ㅋㅋ

예정대로 10시, OZ112편 아시아나 항공으로 날아 올라 어찔어찔한 현기증과 고막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아로새기며 1시간 40분의 비행도 나쁘지 않았다. 애가 둘 셋 되면서 친정갈 때는 비행기를 수차례 탔기에 낯설지 않은 익숙함? ^^ 그래도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기내식도 기대가 됐다. ㅎㅎ



이 투철한 기록정신?ㅎㅎㅎ '나~ 하늘을 날았어!' 증거를 남겨야지, 증거를......


구름 위에서 빛나던 햇살을 확인하며 일본 상공의 구름바다를 헤치고~~~~ 가볍게 착륙!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만난 기시모토 선생님, 3박 4일간 노란 봉투를 들고 친절과 상냥함이 온몸에서 묻어나던 분이다. 하이타니 선생과 같은 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던 친구이며, 하이타니 작품에 형상화된 모델이기도 하다. 현재는 대학에서 강의하는데 친절이 몸에 밴 일본인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배낭을 짊어진 양철북의 조재인 사장님과 노란봉투의 기시모토 선생님, 그리고 나흘간 우리의 입이었던 통역가 조성기 실장님)


나흘간 어떤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으려고 애썼던(?) 중등부 독후감 당선자였던 중3 우준이와 준호, 우리 아들과 같은 학년이라 정이 갔던 녀석들. 특히 준호는 초등4학년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던 사이라 더 반가웠다. 덕분에 소식이 끊겼던 준호엄마와 통화도 하고... 돌아오는 길, 광주터미널에서 만났으니 앞으로도 인연은 계속 될 것이다.


간사이공항을 빠져나와 리무진 버스를 기다리며...일본 대나무는 우리 대나무보다 이파리가 잘잘했다. 


우리를 태웠던 버스, 우리와 반대쪽에 운전석과 출입문이 있는 생소함도 사흘간 익숙해졌다. (초록원피스의 김정희작가와 유일한 초딩 혜선이가 보인다)


오사카에서 고베로 가는 길목에 보이는 섬나라 일본이 실감나는 풍경들~~


고베로 가는 버스에서 짝꿍이었던 김정희작가와, 노근리-대추리-광주로 연결되는 가슴 아픈 현대사를 설파하고... 투철한 민족정신이 펄펄 살아있는 작가에게 '음메~ 기죽어'~~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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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도착한 우리의 숙소, HOTEL THE B - 편안한 휴식을 제공했던 좋은 호텔.^^



인상적이었던 락커룸의 다알리아(?) 장식품(3개), 잠자리를 배정받고 319호실로~~


뽀송뽀송한 잠자리와 쾌적한 실내, 소음방지를 위해 틀어논 TV 아침방송에서 조혜련도 보고, 한국의 뉴스도 보며 한글자막이 반가웠는데~ 그 내용은 엄청 부끄러웠다.ㅜㅜ


짐을 푹고 잠시 쉬었다가, 호텔로 마중 온 하이타니 선생의 누이동생과 조카를 만나고 식당으로 가는 길에 야트막한 건물들이 깔끔한 인상으로 맞아주었다. 우리 시장같은 골목도 있고...


첫날 저녁을 먹은 식당 입구, 하니타니 가족과 함께 한 월간잡지 '우리교육'의 이은주 기자. 내 룸메이트였는데 아줌마는 아줌마끼리, 아가씨는 아가씨끼리 컨셉에 따라 바꿨다.ㅎㅎㅎ


식당의 메뉴판, 일본어 아시는 분들은 읽어보세요~~ 삐루 한잔에 600엔, 크~~~ 비싸다!!^^


식당으로 찾아온 기시모토 선생님 부인과 딸, 일본 전통의상인 여름옷 '유카타'를 입고 기꺼이 모델이 돼 주셨다. 천이 촉감도 좋고 시원해서 좋단다~ 필리핀산 소품과 게다까지 일품이었다! ^^

양철북에서 준비한 선물, 인사동에서 구입한 부채에 붓글씨를 직접 썼다던가~~~ 선물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기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만... 다음날 쇼핑하다가 글자없는 저 부채를 기시모토 사모님이 발견했는데, 우리거라고 생각한 부채가 어쩌면 중국산일까? ㅜㅜ

부인과 따님은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아서 띄엄띄엄 글자를 읽었다. 그 정도 관심은 있어여지!^^


출생후 지금까지 한국 국적의 '조박선생'은 57년 오사카에서 태어나 대학때 한국어를 배웠고, 부인은 한국전통무용을 이매방선생의 제자로 살풀이와 승무가 전공이란다. 조박선생은 노래하는 예술인으로 96년 안치환, 윤도현, 강산에 등과 콘서트를 같이 했다는데, '임진강' '아침이슬' '입영전야'등을 불러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노래하며 부는 하모니카는 우리의 가슴이 촉촉이 젖어들어 출렁이기에 충분했다.

료코쿠라는 일본 서민 음악으로 어떤 여자의 고백인 '한 자루의 연필이 있다면'을 불렀는데 아주 감동이었다. "한 자루의 연필이 있다면 전쟁은 싫다고 쓴다. 당신을 만나고 싶다고 쓴다. 한 자루의 연필이 있으면 당신의 아들이 낳고 싶다고 쓴다. 인간은 생명이라고 쓴다. 8월 6일의 아침이라고 쓴다"


 


조박선생의 노래에 취하고 분위기에 흠뻑 빠진 일행~ 그날 먹은 음식과 하이타니 선생의 '화장실 낙서' 에피소드는 3편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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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문학기행, 양철북 독서감상문대회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5-11 02:58 
    5월 1일부터 시작됐는데 안내가 좀 늦었습니다.  음~ 아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독서감상문으로 뽑힌 건 아니고,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개정판  이벤트에 알라딘에서 1등으로 뽑혀 2008년 3회대회때 일본문학기행에 참여했지요.    제5회 양철북독서감상문대회 2010년 여름방학, 카르페디엠 읽고 일본 문학기행 떠나자!   
  2. 일본문학기행<3>고베의 밤
    from 엄마는 독서중 2010-05-11 03:12 
    2편에 이어지는 고베의 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의 누이동생과 조카, 그리고 하이타니 선생의 동료이자 친구인 기시모토 가족과 재일한국인 조박선생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일본 식당은 크지도 않지만 테이블도 좁고 공간이 없어 의자와 의자가 맞닿을 지경이라 통로 확보가 안 됐다. 게다가 우린 예약하고 가면 바로 먹을수 있는데 음식은 또 얼마나 늦게 나오는지... 노래도 듣고 담소를 나누며 심심하면 하나씩 나오는 음식을 먹어야 했다. 이런 게 일본
 
 
비로그인 2008-08-02 0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세한 설명덕분인지 저도 같이 따라간 느낌이에요.
부채에 쓴 글씨도 멋지구요,
'한 자루의 연필이 있다면' 도 인상적이에요.

순오기 2008-08-02 14:06   좋아요 0 | URL
여행 일정대로 후기를 쓰고 있는데~ 동행한 것 같으면 성공인가요?ㅎㅎ
엄청 찍은 사진에서 쓸만한 녀석들을 골라 올리는 것도 쉽진 않아요~~ 그래도 봐주시는 님들이 있으니까 열심히 신명나게 해내야죠.
반전과 평화를 노래하는 한자루의 연필이 있다면...감동이었어요.

무스탕 2008-08-02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참 슬프달까 안타깝달까 그런게요.. 일본이라는 나라를 개인적으로 부딪히면 참 사람들도 좋고 나라도 이국스럽고(안 가봤지만요..;;) 그 나라 작가들이 쓴 책들도 좋은데 왜 '나라' 로 뭉뚱그려 놓으면 그렇게 적대감이 먼저 나설까 아쉬워요.

잘 다녀 오셔서 세심한 후기까지 남겨주시니 참 좋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하고 있어요 ^^

순오기 2008-08-02 14:08   좋아요 0 | URL
우리도 다들 그랬어요. 개인으론 좋은데... 저들의 친절속에 감춰진 속내를 생각하면 무섭다고요.ㅜㅜ 그들의 집요함과 끈질긴 연구는 우리가 배워야 할 덕목이겠죠! 한국을 알기 위해 그들의 연구자료를 빌어다 쓴다는 게 얼마나 쪽팔리는지...ㅜㅜ

마노아 2008-08-02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실감나는 여행의 흔적이라니... 인상깊게 잘 보았어요. 부채의 글씨도 문구도, 노랫말도 참 짠해요. 8월 6일의 아침이라니...ㅠㅠ

순오기 2008-08-02 14:09   좋아요 0 | URL
깊은 사연이 있는 듯해요~ 8월 6일의 아침이 곧 다가오는군요.^^
후기를 위해 열심히 메모를 했어요. 듣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라서...

행복희망꿈 2008-08-02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정말 기억에 오래도록 남겠어요.
멋진 여행이셨겠어요.
일본분들도 좋은분들이 더 많겠죠?
서로 이해하면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순오기 2008-08-02 15:37   좋아요 0 | URL
개인은 다 좋은 사람이겠죠~ 이해관계가 얽히면 좋을수만은 없지만...
멋진 여행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

프레이야 2008-08-0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자루의 연필, 가사가 진솔하고도 강하네요.^^

바람돌이 2008-08-02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오기님의 투철한 기록정신덕분에 제가 다 여행을 하는 느낌입니다.
다들 좋은 분들과 굉장히 행복한 여행이었던 것 같은 분위기 물씬이네요. ^^

미설 2008-08-0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투철하시고 두뇌가 명석하신듯^^ 전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이렇게 자세하게 기억하고 기록하지 못할것 같아요 ㅎㅎ

순오기 2008-08-03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3탄 쓰려고 로그인해서 아프님 대체 불온서적 이벤트에 보태느라 시간 다 써 버렸어요.여행후기는 날짜 지날수록 감동이 사라지는데 말이죠.ㅋㅋ그래도 다행인 건 명석하지 못한 머리 때문에 꼼꼼히 메모하고 사진 찍어왔으니까 시간이 좀 흘러도 남아 있겠죠! 3편은 쪼매 지둘려주시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