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AM327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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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글과 그림: AM327 (김민지)

펴낸 곳: 흐름출판

 

 

 진중하고 따스한 도서로 독자의 마음을 촉촉하게 어루만지는 흐름출판의 신간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를 만났다. 제목 설문 조사 때 선택했던 제목이 똭!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가고 마음이 가는 이 책, 느낌이 참 좋다. 글 쓰고 그림 그리는 프리랜서 4년 차 김민지 작가의 마음을 다스리는 요가와 소박한 일상이 담긴 이야기. 작가의 요가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잘 모르는 내가 볼 땐 전문가 같다. 어느 부위를 자극하는지 어떤 효과가 있는지 누가 이 동작을 하면 좋은지 귀여운 그림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폼이 예사 솜씨가 아니다.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한참 방황하다 가게 된 요가원에서 매일 아침 하루를 열며 땀과 눈물로 채워간 나날. 그 소중한 하루하루가 쌓여 마음의 중심도 조금씩 단단해졌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작가가 전하는 글과 그림에서 흘러나오는 긍정에너지에 나까지 덩달아 들썩들썩.

 

 

 

 

 

 

 

 

 

《급하다고 페트병째로 물 마시지 않기.

예쁜 잠옷 입고 자기.

집에서도 선크림은 꼭 바르기.

주말에 시간 정해서 핸드폰 꺼두기.

음식은 뭐든지 간에 그릇에 담아 먹기

누굴 위해서? 나를 위해서

- p42, 대접》



 든든한 내 편이자 조언자인 엄마와의 따스한 추억, 한 달 치 월세를 내줄 수 있다고 약속한 든든한 용기 메이트들, 작가와 늘 함께인 일곱 살 민구(댕댕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책 냄새, 힘을 빼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그 중심에 자리 잡은 그림과 요가.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뽀얗게 피어오르는 행복 조각을 하나씩 머금다 보면 어느새 든든해진 마음으로 기운을 차리게 된다. 누워서 책을 읽다가 스르르 일어나 요가 동작을 따라 해보기도 하고, 그간 연락 못 했던 친구들도 보고 싶고, 혼자 어디론가 잠시 떠나 거닐고 싶기도 하고, 하루를 온전히 하고 싶은 일로 채워보고픈 소소한 소망이 피어올라 배시시 웃어버렸다. 그래, 이 책은 그런 책이다. 물 흐르듯 잔잔하게 마음에 닿아 살포시 어루만져주고 따스한 햇볕 아래 누워 있는 듯 노곤하고 편안한 느낌. 오늘의 근심 걱정은 잊고 온전한 나를 찾게 해주는 에세이. 역시 첫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내일은 집에서 잠시라도 요가를 해볼까? 힘들어서 툴툴대다가 이 책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봐요』를 다시 펴들고 작가의 요가 이야기를 정독할 나를 생각하니 또 슬그머니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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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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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지은이: 이진송

 펴낸 곳: 다산책방



 

 살아가며 보고 느낀 경험을 글로 담아내는 에세이는 작가의 생각과 감성으로 빚어진다.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여 시시하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비슷하면서도 각기 다른 인생담에 푹 빠지게 되는 게 에세이의 매력 아닐까? 작가의 관심사가 진하게 드러나는 장르이기에 주제도 상당히 다양하다. 그런데, 운동? 허허, 이거 참. 운동을 주제로 쓴 글이라니! 오잉?'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신선. 에세이라는 장르의 무궁무진함을 실감하며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와의 만남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웃는 얼굴로 아쿠아로빅 하는 모습이 담긴 표지가 귀엽고 정감 있다. 물을 싫어해서 수영장에 갈 일은 없을 듯하지만 어쩐지 재밌어 보이는... 아니다. 갔다가는 기부 천사가 될 게 분명하다. 이진송 작가 역시 헬스며 수영이며 복싱이며 다양한 운동을 해봤지만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기부 천사가 된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그래, 우리나라 헬스장과 운동 센터는 우리 같은 기부 천사들 덕분에 명맥을 유지하는 게 확실하다! 헬스, 복싱, 수영, 댄스, 요가, PT, 커브스, 승마 등등 다양한 운동을 하며 도미노처럼 줄줄이 다이어트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작가는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살을 빼기 위함보다는 건강한 나로 살기 위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물론 살을 빼면 건강해지겠지만, 다이어트란 목표 이상으로 '건강'을 되찾고 유지하자는 게 요지. 평생을 함께 살아갈 나의 동반자, 내 몸을 어르고 달래며 끌고 가려면 운동은 필수란다. 모두 맞는 말이라 절로 고개를 끄덕끄덕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 역시 참 많은 운동을 했다. 검도, 스피닝, 요가, 째즈댄스, 태보, 헬스, 스쿼시, 등산, 아줌마표 파워워킹 등등... 인생에 정해진 답은 없듯이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으려면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경험해보는 수밖에 없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작가가 인생 운동으로 맞이한 필라테스처럼 한두 번의 고비를 넘기면 그 운동이 나의 평생 동반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 내 경우엔 스피닝이 인생 운동이 아니었나 싶다. 친한 동생과 함께 등록하여 재밌기도 했지만, 재밌는 강사님과의 찰떡궁합 그리고 무엇보다 한눈에 보일 만큼 에너지와 생기가 넘치던 내 몸이 인생에 큰 즐거움이었던 시절. 매일 2시간씩 격하게 사이클을 타고 나면 상체보다 다리가 앞서 걷고 뛰는 기이한 현상에 쾌감을 느끼게 된다.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를 읽으며 스피닝을 다시 시작하자고 몇 번이나 다짐 또 다짐.



《다정도 체력이다.

체력이 인생을 만든다.

체력을 먼저 길러라!》



 곧 서른을 앞둔 어느 날, 나보다 9살 위인 젊은 삼촌은 이런 이야기를 해줬다. '30대가 되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돈 벌고 열심히 사는 것도 좋지만 뭐든 체력이 바탕이 돼야 이룰 수 있으니 좋아하는 운동을 찾아서 꾸준히 해라.' 당시 4, 5시간만 자도 끄떡없던 나는 삼촌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른 거지, 나한텐 해당 안 되는 얘기라면서... 몇 년이 흐른 후 지금 현실은? 날로 사라지는 근육과 후덕해진 허리둘레. 매일 기절을 반복하는 저질 체력. 이런, 내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이진송 작가도 같은 말을 전한다. 함께 운동하는 아주머니들은 40대에 들어서며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운동을 시작하셨다는데, 30대에도 이렇게 힘들건만 40대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거냐고 말이다. 의사에게 들으면 겁나고, 엄마에게 들으면 잔소리 같아 울컥하는 운동하란 그 소리. 이 책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자신도 힘들고 여러 번 실패했지만 인생 운동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한 작가의 전우애 넘치는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 완벽하지 않기에 인간미 넘치고 기부 천사 동지이기에 키득키득 웃으며 읽게 되는 재밌는 에세이. 책을 덮으며 갑자기 마음이 동한다. 오늘은 잠깐이라도 가볍게 달려볼까? 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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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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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만 아는 농담

지은이: 김태연

펴낸 곳: 놀 / 다산북스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이런, 여행 무식자를 보았나. 보라보라섬이라는 글자를 읽는 순간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를 떠올렸다. 만화에나 등장할 듯한 장난스러운 이름을 지닌 그 섬이 실제로 있다니. 휴양지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인지 그 유명하다는 보라보라섬을 이제야 알았다. 아름답게 일렁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 따스한 햇볕 아래 몸을 누이고 홀짝홀짝 마시는 칵테일. 지상 낙원일 것만 같은 그곳 보라보라섬. 섬에서의 삶을 담은 에세이라고 하기에 나 역시 누구나 떠올릴 이런 상상들을 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섬에서의 생활이 어째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만 아는 농담』에는 보라보라섬에서 살아가는 김태연 작가의 소중한 나날이 담겨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활자 안에서 생명을 얻은 순간의 추억이 언제든 재생할 수 있을 것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글.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야외 식당, 물소리가 찰방찰방 멀어지다 고요해져 숨소리만 색색 울리는 순간, 그 고요한 정적, 영화 속에나 볼 법한 로맨틱한 프러포즈. 작가가 전하는 일상의 특별한 행복을 마음껏 부러워하다가 어느새 보라보라섬에 간듯한 착각이 든다. 그저 아름다움에 취하고 한없이 여유롭게 거닐고 싶은 마음. 그래, 게으름도 피우고 멍도 때리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어디서나 살아가는 고충은 있는 법. 섬에서 사는 게 불편한 순간도 많다. 모기의 습격, 비싼 각종 요금과 세금, 1년 내내 더운 곳임에도 찾기 힘든 아이스커피, 잦은 정전, 마트에서조차 종종 동나는 생필품. 문만 열고 나가면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작가는 넷플릭스와 영상통화에 의지하는 시간도 적잖이 많았다고 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아름다운 자연만으로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다는 걸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오해를 하게 된다 - p81》


《통장 잔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대신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이 생겼다.

 노는 것도 해야 할 일을 미뤄가며 노는 것이 재밌는 법이었다.

 삶이 그냥 놀기만 하라고 판을 깔아주니 되레 불안해졌다.

 불안함은 무기력함이 좋아하는 꼬리다. 잡히면 우울증이 된다 - p152》

 


 

 섬 생활을 엿보는 재미에 푹 빠져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김태연 작가의 글이 지닌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굳이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문장에서 묻어나는 담담하고 소탈한 느낌이 정겹고, 어떤 가식이나 잘난 척 없이 진솔하고 재미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가. 보라보라섬만큼이나 마음이 끌리는 작가의 행복 조각이 멀고 먼 곳에 있는 나에게로 날아와 감성을 톡톡 두드리는 느낌. 푸르른 바다를 안주 삼아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조금은 게으름도 피우면서. 먹고사는 데 열중한 나머지 스트레스로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어느 날,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해준 『우리만 아는 농담』. 그 따스함이 전하는 심심한 위로에 괜스레 코끝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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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사전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김대웅 지음 / 노마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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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알아두면 잘난척하기 딱 좋은) 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 표현 사전

지은이: 김대웅

펴낸 곳: 노마드


 

 

 <우리말 잡학사전>, <우리말 어원사전>, <철학 잡학사전>에 이은 노마드 출판사와의 네 번째 만남! 『신화와 성서에서 유래란 영어 표현 사전』을 만났다. '알아두면 잘난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는 '사전'이란 콘셉트로 양질의 지식을 전달하는 알찬 실용서이자 인문학 서적이다. 시리즈의 첫 권인 <영어 잡학 사전>과 최근에 출간된 <문화 교양 사전>도 꼭 다 모으고 싶은 완소 시리즈. 영어로 먹고사는 내게 그 언어의 유래와 기원을 알아가는 공부는 상당히 중요하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도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소할 수 없어 답답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렇게 책 한 권으로 딱 정리해주다니 어찌나 감사한지! 이 책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 표현은 물론 우리가 자주 쓰는 라틴어 관용구까지 실려 있어 실생활에서 실속 있게 활용할 수 있다! (저는 실은 노마드 출판사의 팬임을 알려드립니다!)

 

 

 

 

 

 

 

 

 

 

 

 

 

 

 

 

 성경에 최초의 여성, 이브가 등장한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엔 최초의 여성 인간인 판도라(Pandora)가 있다. 그리스어로 pan은 '모든(all)', dora는 '선물(gift)'이기 때문에 팔방미인을 뜻한다고 한다. (p104 참고) 신들에게 상자 하나를 선물 받은 판도라는 열지 말라는 금기를 깨고 상자를 연다. 그 상자에서 삽시간에 뛰쳐나온 늙음, 죽음, 배고픔, 슬픔, 고통 등 수많은 악귀. 놀라서 닫아버린 상자엔 오직 희망만이 남았다. 그래서 인간은 지금까지도 희망을 품기 어렵다고... 판도라의 상자 이야기처럼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도 어원에 담긴 뜻을 공부하며 읽자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삼손과 드릴라, 솔로몬의 지혜, 예수님은 배신한 유다 등등 종교를 떠나 상식으로 익숙한 기록부터 처음 듣는 사실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보따리에 눈이 즐겁고 찬찬히 배워가며 뿌듯했던 책. 노마드 출판사의 이번 책도 참 좋다.

 

 

 

 

 신화와 성경이라는 재밌는 이야기를 토대로 영어 표현의 어원을 알아가는 글이지만, 아무래도 소설과 같은 재미를 찾기는 무리. 한두 개 읽다 혹시 지친다면 목차를 보고 궁금한 이야기 먼저 골라 읽어도 좋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호흡에 읽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니 욕심내지 않고 몇 개씩 읽다 보면 완독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흑백이라 아쉽지만 사진 자료도 꽤 실려 있어 글을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된다. 책 끝에 부록으로 실린 '우리가 자주 쓰는 라틴어 관용구'와 '찾아보기'도 상당히 유용! '찾아보기'에 실린 단어를 쭉 살펴보며 원하는 이야기를 쏙쏙 골라 읽을 수 있어 편하다. 사전이라기보다는 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 표현을 알아보는 인문학 서적인 이 책! 가까운 곳에 두고 자주 펼쳐봐야지. 노마드 출판사의 <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 표현 사전> 추천합니다! 소장할만한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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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해자들에게 - 학교 폭력의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그들과의 인터뷰
씨리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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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나의 가해자들에게

지은이: 씨리얼

펴낸 곳: RHK / 알에이치코리아

 

 

 

 학창 시절, 소위 말하는 일진은 언제나 존재했다. 집이 좀 잘살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혹은 월등한 신체 조건과 카리스마로 무리를 형성하고 그 위에 군림하며 여왕 혹은 왕 노릇을 하는 족속들. 소위 '짱'이라 불리던 그 아이 옆에는 자신들의 먹잇감이 될 여린 또래를 찾는 하이에나가 즐비했다. 여러 명의 아이가 제한된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야 하는 학교. 편하고 즐거워야 할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폭력.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가족마저 이해해주지 않는 순간, 괴롭힘당한 아이는 마음에 벽을 치고 홀로 웅크리게 된다.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도가 더하면 더했지 이 지긋지긋한 '왕따'와 학교 폭력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구나. RHK 출판사의 신간 『나의 가해자들』에는 학창 시절 끔찍한 괴롭힘을 당한 기억을 안고 어른이 된 피해자들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그냥 친구 1명이면 됐어요'

 

'힘들 텐데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에 눈물이 났어요'

 

 

 

 많이 괴로울 텐데도 어렵사리 학창 시절 기억을 털어놓는 인터뷰이들. 잊을 수 없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몸을 떨다가 이내 울음을 터트린 이들도 있다. 어떻게 괴롭힘을 당했고 끝나지 않을 터널처럼 힘겨웠던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때론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차오른다. 대체 가해자들은 무슨 권리로 이들을 이토록 괴롭혔단 말인가. 문득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오른다. 중학교 때의 일이었다. 반에서 따돌림당하던 한 아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 나서는데, 학급 맨 앞자리에 앉아 있던 그 친구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작고 가녀린 어깨를 바르르 떨면서 눈물을 터트린 그 친구의 모습에 당황한 나는 잠시 망설였다. '가서 위로해줘야 하나? 눈물 닦으라고 티슈라고 건네줄까?' 고민만 하다가 얼른 가자는 다른 친구의 재촉에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도 기억난다. 두 손에 고개를 파묻은 채 펑펑 울던 그 친구의 모습. 누군가를 괴롭히진 않았지만, 힘든 상황에 처한 친구를 나서서 도와주지도 않았던 난 방관자였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외면한 채 안전한 구역에 속해있던, 어쩌면 너무나 비겁한 방관자. 그때 그 친구의 손을 잡았더라면, 그 아이는 잠시라도 위안을 얻었을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이 흘렀지만 그 기억이 잊히지 않는 걸 보면, 그 순간 그 친구의 어깨를 토닥이며 손을 잡아주어야 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또래 집단에서 위세를 떨며 남을 괴롭히려는 가해자, 약하거나 만만하단 이유로 당하는 피해자, 그리고 그저 문제없이 학교에 다니고 싶은 방관자. 이 아이들이 모여 이룬 학급은 즐겁고 유쾌할 리 없다. 인터뷰이들은 말한다. 왕따를 당할 만한 아이가 어디 있냐고. 왕따를 당해도 되는 아이가 어디 있냐고. 괴로웠던 그 시절의 기억을 아득하니 묻어두고 혹은 지금 이 순간까지 절대 잊지 못하고 괴롭게 하루를 이어간 그들의 이야기에 열심히 귀 기울였지만, 어떤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어 허탈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친구 한 명, 따스한 위로 한 번이면 충분히 견딜 수 있다고 말하는 그들. 나는 왜 그 친구 한 명이 되어주지 못하고 따스한 위로 한 번 건네지 못했을까. 비겁하고 두려워서 피했던 그 시절의 내가 미워지는 순간이다. 이 책 한 권으로 학교 폭력이 줄어들거나 상황이 개선될 리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괴롭힘당한 그 친구들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고 세월이 흘러도 그 상처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사실은 잘 알 수 있다. 혼자 끙끙 앓지 않고 같은 아픔을 공유한 이들이 모여 서로에게 귀 기울였던 그 소중한 순간이 담겨 있는 이 책. 가해자와 방관자에겐 따끔한 일침을 피해자인 학생에겐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나의 가해자들에게』. 부디 이 책이 꿈과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작지만 따스한 촛불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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