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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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만 아는 농담

지은이: 김태연

펴낸 곳: 놀 / 다산북스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이런, 여행 무식자를 보았나. 보라보라섬이라는 글자를 읽는 순간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를 떠올렸다. 만화에나 등장할 듯한 장난스러운 이름을 지닌 그 섬이 실제로 있다니. 휴양지로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인지 그 유명하다는 보라보라섬을 이제야 알았다. 아름답게 일렁이는 에메랄드빛 바다, 하얗게 펼쳐진 백사장, 따스한 햇볕 아래 몸을 누이고 홀짝홀짝 마시는 칵테일. 지상 낙원일 것만 같은 그곳 보라보라섬. 섬에서의 삶을 담은 에세이라고 하기에 나 역시 누구나 떠올릴 이런 상상들을 했다. 하지만 읽다 보니 섬에서의 생활이 어째 호락호락하지 않다? 『우리만 아는 농담』에는 보라보라섬에서 살아가는 김태연 작가의 소중한 나날이 담겨 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활자 안에서 생명을 얻은 순간의 추억이 언제든 재생할 수 있을 것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글. 마음이 편안해진다.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야외 식당, 물소리가 찰방찰방 멀어지다 고요해져 숨소리만 색색 울리는 순간, 그 고요한 정적, 영화 속에나 볼 법한 로맨틱한 프러포즈. 작가가 전하는 일상의 특별한 행복을 마음껏 부러워하다가 어느새 보라보라섬에 간듯한 착각이 든다. 그저 아름다움에 취하고 한없이 여유롭게 거닐고 싶은 마음. 그래, 게으름도 피우고 멍도 때리며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은 곳이다. 하지만 어디서나 살아가는 고충은 있는 법. 섬에서 사는 게 불편한 순간도 많다. 모기의 습격, 비싼 각종 요금과 세금, 1년 내내 더운 곳임에도 찾기 힘든 아이스커피, 잦은 정전, 마트에서조차 종종 동나는 생필품. 문만 열고 나가면 바다와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지는 그곳에서 작가는 넷플릭스와 영상통화에 의지하는 시간도 적잖이 많았다고 한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아름다운 자연만으로 채울 수 없는 공허함이 있다는 걸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오해를 하게 된다 - p81》


《통장 잔고가 빠르게 줄어드는 대신 어마어마하게 많은 시간이 생겼다.

 노는 것도 해야 할 일을 미뤄가며 노는 것이 재밌는 법이었다.

 삶이 그냥 놀기만 하라고 판을 깔아주니 되레 불안해졌다.

 불안함은 무기력함이 좋아하는 꼬리다. 잡히면 우울증이 된다 - p152》

 


 

 섬 생활을 엿보는 재미에 푹 빠져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김태연 작가의 글이 지닌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굳이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문장에서 묻어나는 담담하고 소탈한 느낌이 정겹고, 어떤 가식이나 잘난 척 없이 진솔하고 재미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가. 보라보라섬만큼이나 마음이 끌리는 작가의 행복 조각이 멀고 먼 곳에 있는 나에게로 날아와 감성을 톡톡 두드리는 느낌. 푸르른 바다를 안주 삼아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아무 걱정도 하지 않고, 조금은 게으름도 피우면서. 먹고사는 데 열중한 나머지 스트레스로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어느 날, 아름다운 순간을 선사해준 『우리만 아는 농담』. 그 따스함이 전하는 심심한 위로에 괜스레 코끝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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