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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읽다, 쓰다 - 세계문학 읽기 길잡이
김연경 지음 / 민음사 / 2019년 9월
평점 :
제목: 살다, 읽다,
쓰다
지은이: 김연경
펴낸 곳: 민음사
책을 읽는 행위란 대체 무엇일까? 삶에 지쳐 혹은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로 책에서 잠시
멀어졌다가도, 책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강을 거꾸로 오르는 연어처럼 책으로 돌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책을 잠시 손에서 놓았던 몇 년간 얼마나
지치고 메말랐던가. 책을 가까이하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다. 이제 중요한 건 무슨 책을 읽을 것인지인데, 돌고 돌아도 결론은 하나.
독서의 시작과 끝은 결국 고전 문학이 아닐까? 잠깐 반짝이고 사라지는 별이 아닌,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작품을 읽고 싶다.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인 변치 않는 고전의 아름답고도 거친 소용돌이에 언제까지나 휘말리고 싶은 마음. 세계 문학이란 망망대해에서 막막했던
순간, 팅커벨처럼 나타나 내 손을 잡아 준 책 『살다, 읽다, 쓰다』. 러시아 문학을 번역하고 소설을 집필하는 김연경 작가는 『살다, 읽다,
쓰다』란 제목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책에 제대로 홀린 그녀가 전해주는 고전 문학 이야기는 액션 영화처럼 흥미진진하고, 때론 안타까움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찰나의 순간에 수많은 감정을 교차시킨다. 고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전하는 고전 이야기. 이미 읽었던 작품은 새롭게 다가오고 아직
보지 못한 작품은 어서 만나고 싶어 심장이
요동친다.
여러분은 '프랑켄슈타인'을 아시는지? 물론 그 초록색 괴인을 모르는 사람이야 없을 거다. 하지만 그
괴인은 이름조차 없었다는 사실. 그 초록 괴물을 만들어낸 박사의 이름이 '프랑켄슈타인'이다. 어느 책에서 전해 들은 이 사실은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책 좀 읽는다는 사람들조차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고, 모르는 건 말할 것도 없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살다, 읽다,
쓰다』는 고전 문학 읽기의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세계 대표 고전 문학 80여 권을 주제로 쓴 글엔 전문가의 자만이나 지적
사색이란 없다. 고전을 사랑하는 독자이자 대단한 독서광으로서 쉽고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조목조목 문학과 작가에 관해 중요한 뼈대를 전한다. 예를
들면 <위대한 유산>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찰스 디킨스를 거쳐 다시 <크리스마스의 악몽>으로 흐르는 구조인데, 상당히 많은
작품과 작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어 눈을 반짝이며 즐겁게 읽게
된다는!
며칠 전, 고전 문학을 검색하다가 민음사 세계 문학 전집을 다 읽었다는 분을 발견하고 어찌나 놀랐던지.
설마 그 많은 책을 다 읽은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정말 있었다. 그렇다면 난? 죽기 전에 다 읽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아마 나와 비슷한
상황인 분들이 월등히 많을 듯. 그래서 우리에겐 이런 좋은 책이 필요하다. 좋은 멘토를 만났을 때야 비로소 멘티가 가능성을 발휘하여 발전할 수
있듯이, 우리의 고전 문학 읽기를 이끌어줄 사람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 책을 좋아하는 지인도 좋고 독서 모임 회원도 좋겠지만, 책으로 배우는 책
이야기도 더없이 좋지 않은가! 어떤 작품을 읽고 싶은지 미리 알아보고 '완전 무식'의 단계에서 '고전 좀 아는 사람'으로 신분 상승할 수 있는
행운. 이제 이 책과 함께 '고전 읽는 여자'로 거듭나자. 이 책을 세계 문학 전집 옆에 잘 꽂아두고 안내서로 삼아야지. 한 권씩 적어 꽤 길게
이어진 읽고 싶은 책 목록을 보며 어떤 책부터 읽을까 골라보는 이 순간이 오늘의 소확행! 역시 세계 고전 문학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