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꾹질의 사이학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231
고영 지음 / 실천문학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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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의 슬픔







눈물에 기대 잠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지구의 중심을 짊어지고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슬펐다. 낙엽 더미 속에 깃들면
잠시나마 따뜻해질까.



도마뱀이 되고 싶었지만
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해줄 꼬리가 없었고,
내 몸은 너무 무거웠다.
등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는 일조차
내겐 고역이었다.



거추장스러운 껍질을 벗어버리기 위해
몸속에 불씨를 품고 살아야 했다.
그 불씨가 꺼지면,
뼈 한 점 남기지 않고
완전한 연소체가 되고 싶었다.



형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그림자를 지우며 살아야 했다, 그것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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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3-3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가 너무도 슬퍼보여요.

각자에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며 감사하며 살기보다는,

남과 비교하니 삶은 더 비참하고 보잘것없고,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후애(厚愛) 2015-03-31 17:37   좋아요 0 | URL
그치요..
시를 읽으면서 참 슬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요..

네 맞습니다.
공감이 많이 가는 댓글이기도 하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해 주는 글이기도 합니다.^^

풀꽃놀이 2015-04-01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은 달팽이의 어디에서 불을 보았을까 궁금하네요...`형체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그림자를 지운다`는 부분엔 정말 공감이 갑니다...그런데 그게 왜 슬플까요? 그리고 시인은 왜 그런 슬픔을 발설해야 했을까요??
그냥그냥 드는 궁금증들...
그런 궁금증들을 안고 시를 읽는 시간이 좋습니다^^

후애(厚愛) 2015-04-02 12:21   좋아요 0 | URL
네.^^
시집들을 읽다보면 정말 궁금증들이 많이 생깁니다.
이해가 안 되는 내용들은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고 그러지요.^^
시집들을 읽다보면 참 시인들은 대단하다고 몇 번이나 느끼고 또 느낍니다.
한편으로 이리 좋은 시들을 내시니 부럽기도 하고 늘 감사한 마음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