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육대기획 시험 - 최상위 1% 엘리트들의 충격적이고 생생한 민낯!
EBS <시험> 제작팀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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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화국 대한민국의 교육 실태를 파헤치다!
진정한 시험의 의미와 미래 교육에의 방향을 제시하다!

 

 


  대한민국은 시험공화국이다. 현재 한국 교육의 중심은 ‘시험’이며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치열하고 과열된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이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굳어져있음은 물론, 시험을 잘 치른 사람이 보다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즉, 시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험’이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시험은 어떻게 태어난 것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그 근본적인 가치를 의심해본 적이 있었던가? 시험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수없이 그것을 치러왔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에 요즘 같이 교육 시스템에 회의감이 팽배해있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시험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할 때가 온 듯하다.

   EBS 교육대기획 <시험>은 EBS 제작팀에서 기획하여 이미 방송을 통해 진행된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도서이다. 총 다섯 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당 주제마다 노벨상 수상자 및 국내외 석학들의 인터뷰, 실험 데이터 연구, 전 세계 교육 현장을 탐사하고 각종 국가고시 시험 준비생들을 1년 동안 면밀히 살펴보고 기록한 결과들을 통해 시험을 둘러싼 진실과 우리 교육의 현실을 심도 있게 파악한다.
   
   제 1부 ‘시험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에서는 인도, 중국, 프랑스, 독일 네 나라의 시험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치르는 시험 형식과 추구하는 의미들을 살펴본다.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이었다. 프랑스에서는 개인의 인생에 대입 시험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시험의 목적을 못하는 학생을 가려내고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인간의 성장 가치를 중요시함에 있어 한국 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나치 시대의 뼈아픈 과거를 딛고 이겨내기 위해 중앙의 연합 정부가 시험을 주도하지 않고, 주 정부 연합이 협의를 통해 진행하며 나치 독일의 과거를 미화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역사를 직시하며 이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하는 독일 또한 인상적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에도 문제점이 존재했다. ‘독해력’, ‘수학 계산력’, ‘자연과학 이해도’ 등의 평가에서 뒤떨어질뿐더러 평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저소득층 및 이주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매우 낮았다. 이에 독일은 충격에 빠졌고, 후속 조치로 학업 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교육의 현주소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로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교육은 없어요. 교육은 단순히 시험을 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합니다. 인격의 감각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불완전성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토피아적인 발상에서 나온 이상을 통한 국제적인 교육이면 좋겠지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발견할 겁니다. 교육을 다시 가다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를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항상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는 의지이고 노력입니다. - 크리스티앙 볼프강(독일 교육 정책 입안자) / 54p



   2부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험 결과의 원인을 환경적인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험을 잘 보는 유전자가 따로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콤트 유전자에는 전사형, 걱정쟁이형, 중간형이 있는데 평상시 환경에서는 걱정쟁이형의 언어능력과 기억력이 우월한 데 비해 긴장과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상황에서는 이들이 도파민을 천천히 분해하기 때문에 전사형보다 낮은 점수를 보이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점은 유전자가 시험에 영향을 끼친다면, 시험 하나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험에는 시험을 잘 치르는 기술이 통한다는 점 또한 지적한다.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시험이 요구하는 기능을 잘 파악하는 것으로, 그 기술을 잘 갈고 닦은 사람들이 점수를 더 잘 받는 게 현실이다. 시험 기술이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칠수록 사교육 규모는 비대해지고,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에서 더욱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다.


 

하나의 시험으로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며, 표준화 시험에 등장하는 객관식 문제조차도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은 완전하지 않으며, 시험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시험자들의 대략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의 표준화 시험은 1, 2점 차이로 시험자들의 ‘역량’을 평가한다. 1, 2점 차이는 당일의 컨디션, 시험에 대한 익숙함, 유전자, 환경 등의 외부적 차이에 의해 손쉽게 갈리는 사소한 차이지만, 표준화 시험은 이를 객관적인 역량의 차이로 인식하게 만든다. / 139p



   안타깝게도 표준화 시험의 객관식 문제가 아이들의 실력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당장에 폐기할 수 없는 것은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보다 창의성과 비판 정신, 다양한 상상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시험 정책에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만과 미국에서도 실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표준화 시험이 가진 일관성과 타당성,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들을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도입해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제 3부에서는 ‘정답의 역설, 서울대 A+의 비밀’로 놀라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을 상대로 ‘서울대 우등생들의 공부 방법’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좋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에게서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교수의 말을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필기를 하거나 녹취를 하고, 강의 내용을 모두 완벽하게 암기하였다는 것이다. 즉, 수업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하여 비판적인 태도를 갖기보다는 수용적인 태도로 교수들의 생각을 흡수한 것이다. 반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미시간대 학생들에게 똑같은 연구를 한 결과, 그들은 자신이 직접 핵심을 정리한 노트를 보며 공부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지식으로 비록 교수의 의견과 다르다하여도 학점을 낮게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두 대학교의 비교를 통해 얻은 결론은 서울대학교의 문제가 단순히 학생에게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생각을 배재한 채 교수의 생각대로 수용적인 태도를 가진 학생들이 고득점을 획득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를 중요시하면서 정작 창의적인 학생들의 생각을 독려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어둡다.

    이어 4부에서는 ‘시험의, 시험에 의한, 시험을 위한’을 주제로 시험공화국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직시한다. 매일 늦은 밤까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를 지식을 암기하며 수능이라는 혹독한 레이스를 겪는 고3 수험생들, 좁은 문틈을 뚫고 일발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험의 잔혹성과 치열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성장과 모험, 혁신보다 안정을 추구하게 된 젊은 세대들이 모두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이 기형적인 사회를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중요한 시험은 ‘공부를 평가’하는 역할보다는 ‘서열화’하는 선별의 기능이 강하다.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의 기초 철학은 더 좋은 학생을 선발하고 더 적합한 공무원을 선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선발 과정 자체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나머지, 시험은 점차 ‘시험을 위한 시험’이 된다...(중략)... 학별, 연령과 상관없이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며, 시험에 통과하기만 하면 안정적인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길. 우리는 그렇게 시험 공화국에 진입한다. / 253p



   5부인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에서는 이제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왔음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제시한다. 제주도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 다른 아홉 명의 학생들을 섭외하여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때로는 팀을 이루어 과제를 수행하게 하여 전문가들이 카메라를 통해 그 역량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 중에는 수능만점자도 있고, 수능 꼴찌도 있으며, 청소년 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학생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돋보였던 이들을 가만 살펴보면 공부 외에 다양한 경험이 풍부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핵심능력은 공부가 전부인 것이 아니며 시험이라는 하나의 평가 잣대 대신 다양한 평가의 기준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연구였다.


다양한 능력은 문제해결능력과 연관된다.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실용적인 목적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듯이 삶을 살아가는 데는 문제는 파악하는 능력, 협동능력, 계획성, 추진력,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모두 중요하다. / 283p


오늘날 가장 성공하는 학생은 누구일까?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와 효율적인 소통능력,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집요함이 있는가?’,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 것들을 다음의 학습 기회에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가?’, ‘수동적이지 않고 주도권을 갖고 생각할 수 있는가?’, ‘차이를 만들고, 더 나은 것을 창조하기를 갈망하는가?’ 등의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 298p



  우리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놀랐던 것처럼 현대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인간이 기계보다 경쟁 우위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해결책을 창조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오는 능력이 필요하다. 더더욱 창의성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결과를 정해놓고 그것대로 답이 도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전부 틀렸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해주도록 변화해야 한다. 부모가 된 입장으로 평소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고, 또 내가 정해놓은 틀 안에 아이를 마음대로 들여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덕분에 그러한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게 된 이 책을 많은 교육 종사자들과 부모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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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사라 앤더슨 지음, 심연희 옮김 / 그래픽노블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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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흠칫 공감 100%, 이건 내 얘기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아이를 위한 재미 만점 그래픽 노블!

 

 

 

   책 제목을 본 순간, ‘어머, 이건 읽어야 해’ 하는 느낌을 마구 들게 하는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커다란 눈에 볼 빨간 얼굴을 한 천진난만의 캐릭터와 새하얀 토끼가 그려진 표지를 보고 있으면 유아기적 감성이 느껴지는 어른아이의 모습이 연상된다. 뉴욕에서 재능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로 활동 중인 사라 앤더슨이 ‘나이만 어른’ 동지를 위해 그린 카툰을 모은 책으로 이미 독자들의 별 5개 만점 세례에 힘입어 아마존 여성만화부문 1위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다고 하니 더욱 흥미가 가는 않을 수 없다.


 

 

   대개 이 책의 소개 및 저자의 말이 들어가곤 하는 책과 달리 이 책은 단도직입적으로 카툰을 선보인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어라, 이 책 뭐지?’하는 얼떨떨한 기분도 잠시 카툰을 보자마자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고, 공감 충만한 내용에 뜨끔뜨끔하다가 어느새 책 한 권이 뚝딱 끝나버린다. 한 권 읽는데 걸린 시간이라고 해봤자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정도랄까.



 

   뉴욕에 살고 있는 저자와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나와 얼마만큼의 접점이 있을까 의아했는데, 뜻밖에도 대부분의 내용이 세계를 불문하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공감과 재미를 충분히 전달할 듯하다. 길어봤자 4~5컷에 불과한 그림 속에서 시대와 정서를 공유할 수 있음이 참으로 놀랍다.



 

   아마도 많은 여성들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 대단한 선물보다 사랑하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말 한마디가 소중한 법인데, 때로는 그것을 너무 자주 확인하려고 해서 남성들을 피곤하게 경우도 있다. 어쩔 때는 원하는 답을 들었음에도 건조하게 말하는 그의 음성에 낙심하기도 하고,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종용할 때도 있지 않을까.


 


  그 외에도 여성들이 한 달에 한 번씩 겪는 아픔을 재미있게 표현한 부분도 흥미로웠고,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친구와 마주칠 때 느끼는 곤란함과 피하고 싶은 마음을 그린 부분도 공감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또 하나 더 있다. 바로 이 책의 원서도 함께 실어놓았다는 점이다. 카툰을 샀는데 영어 원서가 하나 더 따라온 듯한 기분으로, 원서가 주는 묘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가벼운 터칭과 스토리라인으로 세상의 어른아이들을 위로하는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를 킬링타임용으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실 시간 동안에 쓰윽 읽어보며 기분을 정화해볼 것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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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 방 - 4000명 부자의 방을 보고 알아낸 공간의 비밀
야노 케이조 지음, 김윤수 옮김 / 다산4.0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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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면 운명이 바뀐다!

부자들이 실천하는 주거 습관의 비밀을 파헤치다!



  “당신은 왜 그 집에 살고 있나요?”


   <부자의 방> 저자 야노 케이조는 이렇게 묻는다. 누군가에게 집은 그저 형편에 맞게 구했거나, 회사와 가깝거나 하는 등 현재 상황을 고려한 곳일 수도 있고 내 집 장만의 꿈을 실현한 희망의 공간일 수도 있다. 혹자에게는 그저 먹고 자는 기본적인 삶을 안정적으로 제공받는 단순한 의미의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형편에 맞는 집을 구해 살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성공한 부자들은 집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라이프스타일이 명확하고 그 장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목적을 분명하게 가진 채 집을 선택한다고 한다.



  역설적으로 생각하면 부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비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부자의 공간을 들여다보는 일이란 괜한 자격지심 혹은 이질감만 느끼고 마는 것이 아닐까. 그들의 공간을 살펴보고 이해한다고 해서 내가 부자가 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닐 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부자의 공간 속에 어떠한 비밀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컸기에 이 책을 우려 반, 궁금한 마음 반으로 읽기 시작했다.



  <부자의 방>은 일본의 국가공인 1급 건축사로 4000명에 가까운 부자들의 집을 설계했다고 한다. 건축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고급스러운 디자인 감각 덕분에 지금도 일본 최고의 부자들이 그에게 집 설계를 의뢰하려고 줄을 섰다 하니 그에게는 남다른 노하우와 특별한 감각에 있는가보다. 오랫동안 부자의 집과 사무실을 설계하고 지으면서 그는 성공한 사람들이 집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연구했고, 이를 통해 주거환경이 성공과 행복 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공간이 아니다. 사람이 짓고 만드는 집과 방은 그곳에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 운명을 결정하다. 다시 말해 집과 사람은 상호 작용을 한다. 집에는 분명 사람을 성공하게 만드는 힘이 깃들어 있고, 반대로 뭘 해도 안 되게 만드는 에너지도 숨어 있다. 그래서 집은 우리의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다. / 40p



  주거환경의 중요성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깨달은 저자는 ‘환경의 덫’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람과 공간은 서로 기를 주고받는데, 집이나 사무실과 같이 자신이 오래 머무르는 공간의 기가 불안하거나 좋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좋은 기와 에너지를 빼앗겨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이다. 환경을 간과한 채 무턱대고 자신을 탓하기만 했다면, 자신이 머무르는 공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새겨들어볼 필요가 있는 말이다. 이사를 할 때도 방향을 따져보고 소위 손 없는 날이라고 해서 이사 날짜도 따져서 정하는 이유도 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이러한 환경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그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풍수의 법칙을 활용하고, 장차 이루고 싶은 일을 실현할 수 있는 집인 가에 가치를 두는 것이다.



집은 사는 사람의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반영해 그대로 인생이 흘러가게 한다. 그러니 이사를 하기 전에는 반드시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점검해보고, 그 집에 살면서 얻게 될 미래상을 구체적으로 그려봐야 집으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또 새로운 집에서 가족 구성원이 어떤 꿈을 이루어갈지, 모두가 공간에 만족하는지를 세심하게 따져보는 작업도 선행되어야 한다. / 62p


 

 

 

   비록 이 책의 제목이 <부자의 방>이기는 하나, 읽다보면 ‘공간 활용의 중요성’과 함께 그것을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장소를 찾는 법, 나침반으로 지자기를 확인하여 그것이 교란되지 않는 공간에 머무를 것, 공간에 깃든 나쁜 기억을 뒤집을 것, 가볍게는 접지로 전자파를 차단하고 중요한 비즈니스나 미팅, 회의 등을 할 때는 기둥을 피해야 할 것까지 다양한 공간 활용법을 전달한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있다 보니 ‘공부방이 아이의 기질을 결정한다’는 내용에서 더욱 흥미를 느꼈다. 집 안에 아이들이 꿈을 향해 몰두하는 공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가족 모두가 행복지고 생기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하니 조만간 이사를 할 때 이 점을 특히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공부방을 만들 때 외부와 완전히 차단하여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만들면 집중이 더 잘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의외로 아이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식당이나 거실처럼 누군가가 지켜보는 곳에서 지낼 때 안심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곁에 어른이 있으면 ‘나는 해낼 수 없어’라며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되고, 자신감을 갖고 과제에 임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더불어 주변에 사람이 있는 곳에서 공부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어떤 환경에서든 집중할 수 있다. 아이가 만약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인 경우에는 방을 따로 마련해주되 책상의 위치가 방문을 바라보게 배치하는 편이 좋다. 아이의 뒤통수가 방문을 향하고 있으면 부모 입장에서는 감시하기 좋지만, 아이는 공부에 몰입할 수 없다. 누가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 75p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고, 장기적으로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이 집이 없었더라면 제 꿈은 실현되지 않았을 거예요.”라고 말했던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 가족의 꿈이 보다 많이 실현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여 ‘우리 집이 제일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반드시 이사를 하거나 큰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바꿀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집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만 바꿔도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집의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집을 소중히 여기면 집을 정돈하게 되고, 이로써 인생도 좋은 방향도 흘러간다는 말은 우리 집에 대한 마음가짐을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건축사에게 집 설계를 의뢰하든 자신의 힘으로 집을 짓든, 단순히 ‘심플하게’ 혹은 ‘모던하게’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꿈을 끄집어내 솔직하게 이야기해보길 바란다. 건축사로서는 나는 의뢰인의 말 속에 숨겨진 꿈과 로망을 해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해왔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결과물로써 의뢰인을 만족시켰을 때 최상의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 110p



  개인적으로 책이 있는 나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많은 책이 채워져 있지 않더라도 그것을 채워나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작지만 아늑한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작은 도서관이 있는 집이었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러한 소망이 더더욱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반드시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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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처럼 핀란드 부모처럼
마크 우즈 지음, 김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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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자녀양육법을 담은 육아 안내서!

다양한 양육 방법의 비교를 통해 바른 자녀 교육법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아직도 부모라는 이름이 어색하지만 나 역시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보니 바른 육아법과 기준을 찾고자 끊임없이 도움을 구하곤 한다. 육아 선배들, 맘스 카페, 교육 관련 프로그램 등등. 그 중에서 다양한 육아법과 견해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육아도서인데, 그럼에도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것 또한 그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불편할 때가 있듯, 육아도서 또한 그럴 때가 있다. 그들만의 육아법, 현실에 적용하기에 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방법론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육아법과 대비되는 경우가 있곤 했다. 그래서 나름의 주관이 없이 이런저런 육아도서에 휘둘리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맞게도 <프랑스 아이처럼 핀란드 부모처럼>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자칫 제목만 보았을 때는 프랑스와 핀란드의 이상적인 육아법을 소개하는 책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임신과 출산, 육아, 음식, 교육, 아이의 정서 등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의 육아법을 소개하는 자녀육아도서이다. 기존에 읽어왔던 육아도서와는 분명 차별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아도서의 대부분이 방법론 혹은 이상적인 부모상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동서양의 다양한 육아법을 비교하고, 어떠한 것이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지 않으며 육아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이를 테면 제 1장에서는 ‘임신의 세계’의 경우 임신과 관련한 각 나라의 신화 및 믿거나 말거나이나 재미삼아 읽어보기에 좋은 출산 기원 의식 등을 살펴보고 늘어나는 불임의 형태와 치료법을 제시한다. 제 2장에서는 아이를 낳은 산모를 가장 잘 배려하는 나라는 어디이며 그 방식은 어떠한지 살펴보고, 세계 여러 나라의 출산 문화를 비교한다. 개인적으로 ‘출산 휴가’를 다루는 내용이 흥미로웠는데 의외로 미국이 유급 출산 휴가를 법적으로 의무화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그에 비해 노르웨이의 기업들은 42주에서 52주간, 덴마크의 기업들은 1년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며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가 안 된 나라로 여겨졌던 알바니아의 기업들도 52주 종안 통상임금의 82%를 제공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나의 경우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출산 휴가는커녕 임신은 곧 퇴사임을 암묵적으로 종용하는 곳에서 재직했기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출산 휴가를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와 기업의 변화가 서둘러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보니 더욱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산 휴가는 단순히 산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러 연구결과에서는 출산 휴가의 기간과 질이 아이의 남은 인생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동복지재단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휴가가 더 긴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모유수유 기간 및 기대 수명이 더 길다. 이제 우리는 신생아가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의 양은 나라에 따라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며 발달상으로도 매우 중대한 요인임을 알게 되었다. / 62p



  제 3장에서는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쓰는 다양한 육아 전략을 살펴본다. 각 나라별로 아기의 이름을 짓는 방법에서부터 수면 교육, 배변 훈련까지 아기를 키우는 동안에 느끼는 부모로써의 애환에 특히 공감하게 된다. 한 생명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일이란 세계 어느 부모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잠’에 관한 한 아기는 물론 부모 본인에게도 육아하는 동안만큼은 가장 피곤한 숙제인 듯하다. 아기가 일어나는 시간에 함께 일어나야 하고, 아기가 자는 동안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일을 해야 하며, 스스로 잠에 알아서 들지 않는 한 옆에서 편히 잘 수 있도록 유도해주어야 함은 물론, 이앓이로 인한 잠투정이 시작되면 그야말로 엄마에게도 고통이 없다. 아기와 언제까지 함께 자야 하는 것인지, 수면 교육은 언제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무엇이 올바른 수면 교육인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고, 내렸다 한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대해 여러 나라에서도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수면 훈련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아이와 함께 자고 있지만 잠만큼은 스스로 들도록 훈련한 결과, 이제 아기를 어르고 달래가며 힘들게 재우지 않으니 덕분에 엄마 입장으로써는 육아가 제법 편해진 셈이다.


   

수면 훈련이 좋은 수면 습관을 가르치고 아기를 평온하게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온 가족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믿는다. 갈수록 부부 모두 일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부모도 잘 쉬어서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아기에게 수면 훈련을 시키면 어머니의 산후 우울증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기들은 모두 잘 운다. 그러므로 잠을 잘 자는 것처럼 평생의 가치 있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논리다. / 139p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자녀육아법 및 교육에 관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참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저자는 정반대의 형태인 핀란드와 우리나라를 자녀 교육의 대표적인 나라로 꼽는다. 두 나라는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에서 최고의 교육 체계를 갖춘 나라라는 명예를 얻었지만 방식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핀란드는 창의적이고 자유방임적인 교육의 형태로, 우리나라는 체계적이고 노력형이지만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핀란드에 비해 잔인해 보인다.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남성이 집안일에 있어 면목이 없게도 참여율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기록된 것 또한 씁쓸한 일이다. 이렇듯 외부에서 보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그리 좋은 육아환경을 조성하지 못하는 듯하다. 수십 년 전 교육 제도의 개혁이 절실했던 핀란드가 이뤄낸 기적처럼 우리 또한 사회적으로, 구조적으로 변화를 단행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외에도 제 6장에서는 자녀의 자신감과 독립심을 길러줄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고, 오늘날 높아지는 과보호에 문제는 없는지, 자녀 훈육의 방법들도 함께 살펴본다. 나아가 세계 공통의 자녀교육 이슈들 속에서 부모와 조부모의 역할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더욱 진화된 십대들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책은 저자가 육아에 관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실천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인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육아법을 한 데에 모아 비교해보고 그 속에서 나름의 방향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위안을 얻는 게 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하는 그 모든 것들이 세상 모든 부모가 느끼고 공감하는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대단한 육아 비법보다 이런 위안이 육아에 있어 더욱 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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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인간학 - 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이진우 감수 / 다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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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함, 비열함, 선량함과 싸우는 까칠한 철학자!

니체를 연구하여 이 시대의 착한 청년들을 통렬히 비판하다!



   많은 철학자들이 있지만 그 중 니체는 특별한 위치에 존재하는 듯하다. 기존의 전통철학의 노선에서 벗어난 이단아답게 생소한 느낌의 견해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철학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신은 죽었다” 고 외친 그의 사상은 당시 기독교적 윤리 사상에 심취한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고, 그의 사상이 한때 파시즘과 나치즘의 선전에 악용되기도 하였으니 그 극단적인 철학 사상은 그야말로 낯설고 껄끄럽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이 괴짜 같은 철학자가 오늘날 유독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그의 철학과 삶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많은 니체 관련 도서들 중 <니체의 인간학>은 독특하게도 니체를 혐오하는 저자가 쓴 책이다. 니체를 혐오하는 이가 어째서 니체의 철학을 설파하고 우리에게 그의 목소리를 전한단 말인가. 언뜻 보면 참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고, 그래서 더 호기심이 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신이 가장 혐오하는 니체를 정면으로 통과하여 그의 목소리를 빌려야했을 만큼 반드시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일까. 그것은 어쩌면 이 책의 원제인 <착한 사람만큼 나쁜 사람은 없다>에서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착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기존의 관습화된 규범에 도전하는, 그야말로 거침없고 불편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오늘날뿐만 아니라 우리는 오랫동안 ‘착함’에 길들여져 왔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다. 어째서 니체는, 저자는 착한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일까.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살아왔던 나도, 그렇다면 나쁜 사람이라는 걸까.


  뭔가 충격적이고 배신감마저 드는 이 혼란 속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다보면 다행스럽게도 니체와 저자가 말하는 ‘착함’이란 기존에 알고 있던 착한 사람과 다르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저자와 니체가 혐오하는 착한 사람은 ‘약자니까 어쩔 수 없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힌 자들, 약해서 옳고 약해서 나쁘지 않다는 등식에 안주하여 강자를 적대시하고 약함을 무기로 삼으려는 자들, 자신의 안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자들, 자신의 신체 보전을 가장 큰 가치로 삼는 사람들’이다. 오늘날엔 강자는 나쁜 사람이고, 약자는 착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저자는 이런 가치전도를 통해 탄생한 착한 사람의 무리를 경멸한다.


     

착한 사람이란 자신이 약자이기 때문에 선량하다고 믿는 사람, 다시 말해 약자이기 때문에 끼치는 해악(아, 이것은 얼마나 심각한 해악인가!)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착한 사람은 절대 스스로 반성하는 법이 없고, 오히려 강자 때문에 영원한 피해자가 된 척한다. 강자에게 끊임없이 농락당하는 불쌍한 사람이라는 자화상을 계속 그리는 것이다. 이 이상의 둔감함, 태만함, 비열함, 교활함, 다시 말해 해악이 또 있을까! / 54p


그들은 안전을 바라면서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그 가혹한 일을 국가가, 정치인이, 관료가, 기업인이, 즉 강자가 해주기를 바란다. 나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강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일을 해내지 못하는 강자를 조소하고 욕하고 매도하고 내쫓는다. 어째서 이 정도의 폭력이 용서되는가? / 78p



  저자는 니체가 말했다고 해도 곧이들을 정도로 신랄하게 약함을 착함으로 정당화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며 그들의 약함, 비열함, 선량함 속의 교활함이 사회를 약하게 만들고 피폐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를 조장하는 미디어를 독거미 타란툴라에 비유하여 거세게 비판한다. 미디어의 기획 속에서 나타나는 모든 것들은 진실처럼 보이는 거대한 거짓말이고, 거기에 무지몽매한 약자들이 선동된다는 것이다.



뒤에서 대중을 조작하는 자는 타란툴라라는 이름의 춤추는 독거미다. 대중의 질투심과 복수심을 부추기고, 그 활활 타오르는 증오를 교묘하게 이용해 “평등, 평등!”이라고 외치게 한다. 타란툴라란 누구인가? 모든 저널리스트, 텔레비전에 나와서 의견을 말하는 모든 사람, 아니 지금은 모든 정치가, 모든 관료, 모든 기업인, 모든 교육자가 타란툴라다. / 176p



  이쯤 읽다보니 안도했던 처음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내내 뜨끔한 것이 기분이 언짢아지기 시작한다. 결국엔 ‘착한 사람=약자=대중’으로 등식이 성립되는 듯한 이 논리는 특정의 누군가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각종 미디어에서 선동하는 대로 다수의 의견에 몸을 맡기고, 사회의 안전망 속에 몸을 의지하며, 안락과 이득이 추구되면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든 상관하지 않고 방관하는 착한 사람이 곧 나라는 사실에 불편함을 감출 수 없다. 책 곳곳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파격적인 언행과 주장에 모두 동조할 수 없지만, 다수의 약자 틈에 편승해왔던 나란 사람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자신의 신념과 미학을 관철시키려면 대립에 따른 고통을 피해서는 안 된다. 강자는 일부러 이 길을 선택한다. 타인으로 인한 고통을 견디고 타인에게 고통을 주면서까지 지키고 싶은 자신의 신념과 미학이 있기 때문이다. / 202p



  니체를 부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상을 빌어 약자들이 만연해지는 이 사회를 강렬하게 비판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약자라는 사실이 아무리 부조리하다 해도 자신의 약함에 몸을 내맡기는 착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무력하고 유약해빠져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는 약자들에게 “니체를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겁이 많고 약하고 선량하고, 순진한 자기 자신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존재를 필사적으로 추구했던 니체처럼, 우리 또한 비록 약한 존재이나 강한 존재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하고 또 투쟁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이 책을 통해 많은 청년들이 깨달았으면 하고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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