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이처럼 핀란드 부모처럼
마크 우즈 지음, 김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세계 각국의 자녀양육법을 담은 육아 안내서!

다양한 양육 방법의 비교를 통해 바른 자녀 교육법의 방향성을 제시하다!



   아직도 부모라는 이름이 어색하지만 나 역시 한 아이의 부모가 되고 보니 바른 육아법과 기준을 찾고자 끊임없이 도움을 구하곤 한다. 육아 선배들, 맘스 카페, 교육 관련 프로그램 등등. 그 중에서 다양한 육아법과 견해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육아도서인데, 그럼에도 쉽사리 선택하기 어려운 것 또한 그것이다. 자기계발서가 불편할 때가 있듯, 육아도서 또한 그럴 때가 있다. 그들만의 육아법, 현실에 적용하기에 너무 이상적이기만 한 방법론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육아법과 대비되는 경우가 있곤 했다. 그래서 나름의 주관이 없이 이런저런 육아도서에 휘둘리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맞게도 <프랑스 아이처럼 핀란드 부모처럼>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자칫 제목만 보았을 때는 프랑스와 핀란드의 이상적인 육아법을 소개하는 책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임신과 출산, 육아, 음식, 교육, 아이의 정서 등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의 육아법을 소개하는 자녀육아도서이다. 기존에 읽어왔던 육아도서와는 분명 차별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육아도서의 대부분이 방법론 혹은 이상적인 부모상을 제시하는 것과 달리 동서양의 다양한 육아법을 비교하고, 어떠한 것이 옳다 그르다고 판단하지 않으며 육아의 다양한 형태를 통해 스스로 방향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이를 테면 제 1장에서는 ‘임신의 세계’의 경우 임신과 관련한 각 나라의 신화 및 믿거나 말거나이나 재미삼아 읽어보기에 좋은 출산 기원 의식 등을 살펴보고 늘어나는 불임의 형태와 치료법을 제시한다. 제 2장에서는 아이를 낳은 산모를 가장 잘 배려하는 나라는 어디이며 그 방식은 어떠한지 살펴보고, 세계 여러 나라의 출산 문화를 비교한다. 개인적으로 ‘출산 휴가’를 다루는 내용이 흥미로웠는데 의외로 미국이 유급 출산 휴가를 법적으로 의무화시키지 않았다는 것이 놀랍다. 그에 비해 노르웨이의 기업들은 42주에서 52주간, 덴마크의 기업들은 1년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며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진보가 안 된 나라로 여겨졌던 알바니아의 기업들도 52주 종안 통상임금의 82%를 제공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나의 경우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출산 휴가는커녕 임신은 곧 퇴사임을 암묵적으로 종용하는 곳에서 재직했기에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출산 휴가를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도록 사회와 기업의 변화가 서둘러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보니 더욱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출산 휴가는 단순히 산모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여러 연구결과에서는 출산 휴가의 기간과 질이 아이의 남은 인생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동복지재단 세이브더칠드런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 휴가가 더 긴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모유수유 기간 및 기대 수명이 더 길다. 이제 우리는 신생아가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의 양은 나라에 따라 경제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며 발달상으로도 매우 중대한 요인임을 알게 되었다. / 62p



  제 3장에서는 아기를 잘 키우기 위해 쓰는 다양한 육아 전략을 살펴본다. 각 나라별로 아기의 이름을 짓는 방법에서부터 수면 교육, 배변 훈련까지 아기를 키우는 동안에 느끼는 부모로써의 애환에 특히 공감하게 된다. 한 생명을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일이란 세계 어느 부모에게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잠’에 관한 한 아기는 물론 부모 본인에게도 육아하는 동안만큼은 가장 피곤한 숙제인 듯하다. 아기가 일어나는 시간에 함께 일어나야 하고, 아기가 자는 동안 집안일이나 개인적인 일을 해야 하며, 스스로 잠에 알아서 들지 않는 한 옆에서 편히 잘 수 있도록 유도해주어야 함은 물론, 이앓이로 인한 잠투정이 시작되면 그야말로 엄마에게도 고통이 없다. 아기와 언제까지 함께 자야 하는 것인지, 수면 교육은 언제 시작해야 하는 것인지, 무엇이 올바른 수면 교육인지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고, 내렸다 한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대해 여러 나라에서도 열띤 논쟁이 벌어지는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수면 훈련은 단계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아이와 함께 자고 있지만 잠만큼은 스스로 들도록 훈련한 결과, 이제 아기를 어르고 달래가며 힘들게 재우지 않으니 덕분에 엄마 입장으로써는 육아가 제법 편해진 셈이다.


   

수면 훈련이 좋은 수면 습관을 가르치고 아기를 평온하게 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일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온 가족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고 믿는다. 갈수록 부부 모두 일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는 현대 사회에서는 부모도 잘 쉬어서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다. 아기에게 수면 훈련을 시키면 어머니의 산후 우울증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기들은 모두 잘 운다. 그러므로 잠을 잘 자는 것처럼 평생의 가치 있는 기술을 익히기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한다면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논리다. / 139p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자녀육아법 및 교육에 관해 자주 언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참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저자는 정반대의 형태인 핀란드와 우리나라를 자녀 교육의 대표적인 나라로 꼽는다. 두 나라는 지난 몇 년 동안 세계에서 최고의 교육 체계를 갖춘 나라라는 명예를 얻었지만 방식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핀란드는 창의적이고 자유방임적인 교육의 형태로, 우리나라는 체계적이고 노력형이지만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핀란드에 비해 잔인해 보인다.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남성이 집안일에 있어 면목이 없게도 참여율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기록된 것 또한 씁쓸한 일이다. 이렇듯 외부에서 보는 우리나라의 모습은 그리 좋은 육아환경을 조성하지 못하는 듯하다. 수십 년 전 교육 제도의 개혁이 절실했던 핀란드가 이뤄낸 기적처럼 우리 또한 사회적으로, 구조적으로 변화를 단행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 외에도 제 6장에서는 자녀의 자신감과 독립심을 길러줄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고, 오늘날 높아지는 과보호에 문제는 없는지, 자녀 훈육의 방법들도 함께 살펴본다. 나아가 세계 공통의 자녀교육 이슈들 속에서 부모와 조부모의 역할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더욱 진화된 십대들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마무리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책은 저자가 육아에 관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실천하게 하려는 의도로 쓰인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육아법을 한 데에 모아 비교해보고 그 속에서 나름의 방향성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위안을 얻는 게 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고민하는 그 모든 것들이 세상 모든 부모가 느끼고 공감하는 것들이라는 사실이다. 대단한 육아 비법보다 이런 위안이 육아에 있어 더욱 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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