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교육대기획 시험 - 최상위 1% 엘리트들의 충격적이고 생생한 민낯!
EBS <시험> 제작팀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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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공화국 대한민국의 교육 실태를 파헤치다!
진정한 시험의 의미와 미래 교육에의 방향을 제시하다!

 

 


  대한민국은 시험공화국이다. 현재 한국 교육의 중심은 ‘시험’이며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치열하고 과열된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교육의 본질이 무엇이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굳어져있음은 물론, 시험을 잘 치른 사람이 보다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믿는다. 즉, 시험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험’이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고 타당한 것인지, 시험은 어떻게 태어난 것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그 근본적인 가치를 의심해본 적이 있었던가? 시험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수없이 그것을 치러왔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의 본질에 대해 깊이 고민해본 적이 없었기에 요즘 같이 교육 시스템에 회의감이 팽배해있는 시대에 대한민국의 시험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할 때가 온 듯하다.

   EBS 교육대기획 <시험>은 EBS 제작팀에서 기획하여 이미 방송을 통해 진행된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도서이다. 총 다섯 가지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해당 주제마다 노벨상 수상자 및 국내외 석학들의 인터뷰, 실험 데이터 연구, 전 세계 교육 현장을 탐사하고 각종 국가고시 시험 준비생들을 1년 동안 면밀히 살펴보고 기록한 결과들을 통해 시험을 둘러싼 진실과 우리 교육의 현실을 심도 있게 파악한다.
   
   제 1부 ‘시험은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는가’에서는 인도, 중국, 프랑스, 독일 네 나라의 시험을 살펴보면서 그들이 치르는 시험 형식과 추구하는 의미들을 살펴본다.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프랑스와 독일이었다. 프랑스에서는 개인의 인생에 대입 시험이 차지하는 사회적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시험의 목적을 못하는 학생을 가려내고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인간의 성장 가치를 중요시함에 있어 한국 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나치 시대의 뼈아픈 과거를 딛고 이겨내기 위해 중앙의 연합 정부가 시험을 주도하지 않고, 주 정부 연합이 협의를 통해 진행하며 나치 독일의 과거를 미화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역사를 직시하며 이에 대해 토론하고 논쟁하는 독일 또한 인상적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에도 문제점이 존재했다. ‘독해력’, ‘수학 계산력’, ‘자연과학 이해도’ 등의 평가에서 뒤떨어질뿐더러 평등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저소득층 및 이주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매우 낮았다. 이에 독일은 충격에 빠졌고, 후속 조치로 학업 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이는 교육의 현주소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교육에 대해 끊임없이 성찰하고 개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로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완벽한 교육은 없어요. 교육은 단순히 시험을 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합니다. 인격의 감각을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죠. 그래서 이런 불완전성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토피아적인 발상에서 나온 이상을 통한 국제적인 교육이면 좋겠지만,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많은 문제점을 발견할 겁니다. 교육을 다시 가다듬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를 완벽하게 하는 것보다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들이 더 중요합니다. 문제는 항상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세상으로 향하는 의지이고 노력입니다. - 크리스티앙 볼프강(독일 교육 정책 입안자) / 54p



   2부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는 굉장히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시험 결과의 원인을 환경적인 요인이 아니라 유전적인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시험을 잘 보는 유전자가 따로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콤트 유전자에는 전사형, 걱정쟁이형, 중간형이 있는데 평상시 환경에서는 걱정쟁이형의 언어능력과 기억력이 우월한 데 비해 긴장과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상황에서는 이들이 도파민을 천천히 분해하기 때문에 전사형보다 낮은 점수를 보이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점은 유전자가 시험에 영향을 끼친다면, 시험 하나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시험에는 시험을 잘 치르는 기술이 통한다는 점 또한 지적한다.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시험이 요구하는 기능을 잘 파악하는 것으로, 그 기술을 잘 갈고 닦은 사람들이 점수를 더 잘 받는 게 현실이다. 시험 기술이 성적에 많은 영향을 미칠수록 사교육 규모는 비대해지고, 수능과 같은 표준화 시험에서 더욱 유리하게 작용될 것이다.


 

하나의 시험으로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며, 표준화 시험에 등장하는 객관식 문제조차도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시험은 완전하지 않으며, 시험을 통해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시험자들의 대략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의 표준화 시험은 1, 2점 차이로 시험자들의 ‘역량’을 평가한다. 1, 2점 차이는 당일의 컨디션, 시험에 대한 익숙함, 유전자, 환경 등의 외부적 차이에 의해 손쉽게 갈리는 사소한 차이지만, 표준화 시험은 이를 객관적인 역량의 차이로 인식하게 만든다. / 139p



   안타깝게도 표준화 시험의 객관식 문제가 아이들의 실력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당장에 폐기할 수 없는 것은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시대보다 창의성과 비판 정신, 다양한 상상력이 중요해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시험 정책에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만과 미국에서도 실제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표준화 시험이 가진 일관성과 타당성, 공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실력들을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점진적으로 도입해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제 3부에서는 ‘정답의 역설, 서울대 A+의 비밀’로 놀라운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을 상대로 ‘서울대 우등생들의 공부 방법’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좋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에게서 일정한 패턴이 발견되었는데, 이들은 교수의 말을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필기를 하거나 녹취를 하고, 강의 내용을 모두 완벽하게 암기하였다는 것이다. 즉, 수업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하여 비판적인 태도를 갖기보다는 수용적인 태도로 교수들의 생각을 흡수한 것이다. 반면,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미시간대 학생들에게 똑같은 연구를 한 결과, 그들은 자신이 직접 핵심을 정리한 노트를 보며 공부하고, 자신만의 생각과 지식으로 비록 교수의 의견과 다르다하여도 학점을 낮게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두 대학교의 비교를 통해 얻은 결론은 서울대학교의 문제가 단순히 학생에게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자신의 생각을 배재한 채 교수의 생각대로 수용적인 태도를 가진 학생들이 고득점을 획득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를 중요시하면서 정작 창의적인 학생들의 생각을 독려하지 않는 교육 시스템을 유지하는 한 우리 교육의 미래는 어둡다.

    이어 4부에서는 ‘시험의, 시험에 의한, 시험을 위한’을 주제로 시험공화국의 늪에 빠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을 직시한다. 매일 늦은 밤까지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를 지식을 암기하며 수능이라는 혹독한 레이스를 겪는 고3 수험생들, 좁은 문틈을 뚫고 일발역전의 기회를 노리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험의 잔혹성과 치열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성장과 모험, 혁신보다 안정을 추구하게 된 젊은 세대들이 모두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이 기형적인 사회를 과연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중요한 시험은 ‘공부를 평가’하는 역할보다는 ‘서열화’하는 선별의 기능이 강하다.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의 기초 철학은 더 좋은 학생을 선발하고 더 적합한 공무원을 선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선발 과정 자체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비대해진 나머지, 시험은 점차 ‘시험을 위한 시험’이 된다...(중략)... 학별, 연령과 상관없이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며, 시험에 통과하기만 하면 안정적인 평생직장이 보장되는 길. 우리는 그렇게 시험 공화국에 진입한다. / 253p



   5부인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에서는 이제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가 왔음을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제시한다. 제주도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외모도 성격도 제각각 다른 아홉 명의 학생들을 섭외하여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때로는 팀을 이루어 과제를 수행하게 하여 전문가들이 카메라를 통해 그 역량을 평가하도록 했다. 이 중에는 수능만점자도 있고, 수능 꼴찌도 있으며, 청소년 영화제를 비롯한 다양한 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한 학생도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돋보였던 이들을 가만 살펴보면 공부 외에 다양한 경험이 풍부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핵심능력은 공부가 전부인 것이 아니며 시험이라는 하나의 평가 잣대 대신 다양한 평가의 기준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연구였다.


다양한 능력은 문제해결능력과 연관된다.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은 교육의 중요한 실용적인 목적 중 하나다. 이 프로젝트에서 볼 수 있듯이 삶을 살아가는 데는 문제는 파악하는 능력, 협동능력, 계획성, 추진력,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모두 중요하다. / 283p


오늘날 가장 성공하는 학생은 누구일까? 무엇보다 비판적 사고와 효율적인 소통능력,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다. ‘집요함이 있는가?’, ‘성공과 실패에서 배운 것들을 다음의 학습 기회에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가?’, ‘수동적이지 않고 주도권을 갖고 생각할 수 있는가?’, ‘차이를 만들고, 더 나은 것을 창조하기를 갈망하는가?’ 등의 가치를 내면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 298p



  우리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놀랐던 것처럼 현대사회는 급변하고 있다. 인간이 기계보다 경쟁 우위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해결책을 창조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오는 능력이 필요하다. 더더욱 창의성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결과를 정해놓고 그것대로 답이 도출되지 않았다고 해서 전부 틀렸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해주도록 변화해야 한다. 부모가 된 입장으로 평소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싶지 않고, 또 내가 정해놓은 틀 안에 아이를 마음대로 들여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했다. 덕분에 그러한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다지게 된 이 책을 많은 교육 종사자들과 부모들에게 읽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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