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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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보석을 찾는 긍정 심리학!

기대 심리의 덫에서 벗어나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심리 처방전!

 


  평소 타인과의 관계를 이루는 데 있어 하나의 소신이 있다면 기대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이렇게 해줘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기, ‘혹시 나를 위해 이런저런 것을 준비한 건 아닐까하고 헛된 상상이나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상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대부분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는 혼자 부풀려놓은 기대 심리가 어긋날 때 종종 발생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대 심리를 억지로 누르고, 나의 감정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이란 스스로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일이다. 타인에게서 상처 받지 않으려고 스스로가 상처를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이렇듯 웬만큼 단련이 되어 있거나 세상을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기대 심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기대심리를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다면 적어도 나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면서, 서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존감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원장은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통해 이러한 방법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해본다.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관계 속의 다양한 상처와 그 원인을 살펴보고, 자존감을 잃지 않는 법 및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법들에 대해 조언한다. 무엇보다 나를 최우선으로 두되, 관계를 망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에게 대해 매우 설득력 있고 현실에 가까운 조언들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들이란, 일단 상대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혼동하지만 않아도 상처받을 일은 현저히 줄어든다고 말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데 허비하거나,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게 상처뿐이라면 굳이 그 인연을 더 이상 끌고 가지 말라고 한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지금껏 한없이 친절했던 내가 조금 변했다고 외면할 사람이라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마음이 울컥했다. 언젠가 가깝게 지냈던 지인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연장자이다 보니 그녀가 하자는 대로 웬만하면 따랐고 한없이 착한 동생으로만 지내오다가 딱 한 번, 회사 일로 지금은 안 될 것 같으니 다음으로 미루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변했다는 말을 듣고서 절교를 당한 적이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원인을 오로지 나에게서만 찾느라 다른 관계에서도 거절은커녕 상대의 기분에 휘둘리느라 감정소비가 심했다. 스스로 선택한 지나친 선행에 발목 잡히고 만 것이다. 만약 그때 겨우 이 정도로 멀어질 사이였다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떠날 사람이었다’, ‘남이 원하는 걸 나의 원칙으로 삼지 말자고 보다 빨리 나를 다독였다면 어땠을까.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데 중점을 두고 이에 의존하기만 했던 나는 결과적으로 내 인생의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것과 다름이 없었다. 흔히들 선택장애라고 하듯, 그저 아무 거나’, ‘네가 원하는 대로를 습관적으로 말하며 타인의 선택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느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저자는 흥미로운 조언을 하나 한다. 바로 제비뽑기를 하라는 것이다. 제비를 뽑으라는 것은 절대로 쪽지에서 적힌 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뽑았을 때 처음 느끼는 감정, 즉 자신의 본심을 직면하라는 뜻이다.

 

 

나는 고민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제비뽑기를 한다. 제비뽑기는 머리로만 계산하고 고민하는 피상적인 선택법이 아니다. A를 뽑으면 A에 대한, B에 대한 내 마음과 직면하도록 도와준다. 모든 항목에 대해 내 마음을 테스트하는 것. 이것이 제비뽑기가 제공하는 최대 이점이다. / 86p

 

 

   얼마 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주변을 관찰하고, 마음을 열어 직관에 따르라는 메시지가 담긴 소설책을 읽었다. 머리로 판단하거나 제어하려들지 말고 마치 전신의 모공을 활짝 열 듯 외부의 모든 것들을 몸으로 느끼는 의식을 치름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이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의 저자 역시 리추얼 프로젝트를 통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의식을 소개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싫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소한 일(차 마시기, 드립 커피 마시기 등)을 직전에 해봄으로써 그 일을 하고 싶어서라도 그날의 시작을 미루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미술관에 가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거나 일요일은 운동하고 분기별로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등의 의식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작은 동기, 시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련의 의식들이 사소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큰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한다.

 

 

우울하다면 무조건 몸을 움직여라. 우울증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전신질환이기 때문에 무작정 움직이는 것으로도 증세가 좋아진다. 시간 내서 운동할 형편이 안 된다면 스트레칭이라도 꾸준히 해보자...(생략)...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할 때 중요한 점은 꼭 거울 앞에서 하라는 것이다. 팔을 뻗고, 등을 굽히고, 다리를 펴는 과정에서 어떤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는 것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 거울을 통해 몸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자기애를 체험할 수 있다. / 128p

 

 

   결국 저자는 모든 관계의 실마리를 푸는 대전제는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이때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실패를 수용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나 친구든, 부모든, 남녀 간에 있어서든 힘든 시기를 보내기 마련이다. 이때 그들과의 관계를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 얘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야’, ‘나를 더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라며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막연한 미래에서 앞당겨 채움으로써 보상받지 말아야 한다. 이는 친구와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다를 바가 없다. 50대와 60대라고 해서 모두가 성숙하고 완전한 존재들인 건 아니다.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모두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해야 할 존재들, 즉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상처에 허우적대기 전에 바로 이러한 점들을 인정하고, 그 사이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없는 나만의 강점을 찾는 데 더욱 집중한다면 건강한 관계도 자연스럽게 다져지는 것이 아닐까.

 

   평소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 다양한 사례와 심리 치료의 경험을 바탕으로 둔 덕분일까, 읽는 내내 차분한 어조로 따뜻한 위로와 시의적절한 조언을 함께 전하는 그녀의 글에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날카롭고 냉철한 어조를 일관하며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여타의 심리계발서에서는 전해지지 않는 편안함과 다정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완벽한 처방전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한 알의 비타민 혹은 영양제처럼 곁에 두고 복용하는 심리 캡슐이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처럼 관계의 두려움을 느끼고 상처를 받을 때마다 한 번씩 꺼내들어 마음을 위로받으면 어떨까. 적어도 혼자 상처받아서 펑펑 울고 관계가 소원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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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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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고양이가 선사하는 기적 같은 행복 수업!

내 삶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찾아온 긍정의 메시지!

 

 

  당신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그럼요, 저는 아주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해버릴 것 같다. 불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이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는 삶을 사는 것 같지 않다. 분명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할 만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써는 그저 별 탈 없이 지내는 것도 행복한 거라고 여길 만큼 내게도 사연이 있었던 적이 있고, 주변을 둘러보면 사연 하나쯤은 모두들 가지고 살아간다.

 

 

  불행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겁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소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속의 사라 역시 마치 재난처럼 덮쳐온 불행에 일상이 뒤틀리고 만다. 곧 마흔을 앞둔 그녀는 11년차 광고 디자이너로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지하철 안에서 자료가 담긴 노트북을 두고 내린다. 미팅 도중에는 몇 주 전부터 시달린 어지럼증이 겹쳐 쓰러지기까지 한다. 게다가 10년째 동거 중인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불안하다. 커리어도 잘 쌓아왔고, 별 문제 없이 잘 지내왔는데 어째서 자신의 삶이 이토록 위태로워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라는 안 그래도 남자친구와의 미지근해진 관계에 불안해하고 있던 때라 이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당분간 떨어져 지내자고 고백하는 그의 발언으로 충격에 빠진다. 단순히 시간을 갖자는 의미인 것일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일까. 떨어져 있자는 생각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할지, 바람을 피웠느냐고 다그쳐봐야 할지, 이런저런 이유로 그와의 모든 걸 다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갈팡질팡 하고 있을 즈음, 창밖에 느닷없이 고양이가 나타나 말을 걸기 시작한다.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게다가 자신을 입양하러 왔다고 한다. 고양이가 사람을 입양하겠다고? 이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한 일에 사라는 아연실색하지만 어쩐지 이 고양이에겐 뭔가 특별함이 있다.

 

 

너희는 상상 속의 유령에 겁을 먹고 있지. 꾸며낸 환상에 오싹해하고. 이야기와 망상과 거짓말의 시계 속에서 살면서 서로를 속이고 있어. 머릿속에 그렇게 생각을 찾고 넘치도록 담아서 빙빙 돌리고 있으면 결국은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고, 그 생각들은 네 감옥이 될 뿐이야. / 94p

 

 

  고양이 시빌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사실 네 머릿속에서 날뛰고 있는 생각들과는 상관없다’고, 괜한 걱정만 앞세우지 말고 ‘주변을 관찰하고, 마음을 열고, 직관에 따르라’ 말한다. 결국, 어떤 진실이든 막연한 의심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이른 사라는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조우한다. 때마침 고향인 스페인으로부터 가족의 파산 소식까지 들려온다. 겹쳐오는 불행을 감당할 수 없어 자살이라도 하려는 찰나에 고양이 시빌이 그녀를 감싸고 온기를 전해주며 위로한다.

 

 

고통이 올 때면 마음을 내줘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걸 제어하려고 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아. 넌 이미 여기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강렬한 고통을 경험했지. 그 고통 역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끝이 날 거야. 그렇게 고통을 보내주면 전속력으로 달린 뒤에 쉴 수 있지. 밤이 지나고 찾아오는 다음 날을 기쁘게 시작할 수 있고, 아이가 태어나면 뽀뽀해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거 알아? 넌 이제 울고 있지 않잖아. 기분이 좀 나아졌어? / 188p

 

 

  이때부터 고양이 시빌은 사라에게 현실을 바로 보게 하는 냉철한 조언과 행복을 가져다줄 특별한 수업을 하기 시작한다. 비록 낡고 허름하지만 행복을 볼 수 있는 집을 구하고, 진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나간다. 그 방법이란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 좋은 일에 감사하고 나쁜 일을 받아들이는 법, 내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법, 어린 시절의 꿈을 따라가는 법, 닫힌 방의 벽을 부수는 법, 나의 동물적인 천성을 발견하는 법, 내 자신을 거울 속의 형상에서 해방시키는 법, 마음을 열고 놀며 맛보고 듣고 관찰하는 법, 무엇보다도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사는 법이다. 이를 테면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싼 색채와 여러 감각들을 인식하기, 고양이 요가를 하며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이기, 먹을 때는 먹는 것 그 자체에만 집중하여 천천히 음미하기 등 뭔가를 판단하려 하거나 제어하려들지 말고 그 자체를 느끼고 직관할 것을 조언한다.

 

 

또렷한 감각으로 네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해봐.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살도록 해. 네가 사는 매 순간이 바로 너의 순간, 너의 시간, 너의 인생이니까. 네 인생은 회사 것이 아니야. 네 인생은 네 거라고. 다른 사람한테 네 인생을 뺏기지 마. / 239p

 

 

  시빌이 알려주는 모든 방법들은 낯설고 때로는 황당해 보인다. 사라 역시 ‘못 해’, ‘나는 지금 이러이러한 이유로 할 수 없어’ 라는 핑계를 대며 몇 번이나 주저한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시빌의 조언을 따라가면서 삶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사라는 이제 열린 마음가짐으로 변화와 존재의 흐름을 인식하고,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됨으로써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는다. 결국 고양이 시빌이 알려준 것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함으로써, 행복이란 의미 있는 무언가에서 찾는 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데에서부터 오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행복전도사를 만난 듯 고양이 시빌을 통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마침 공원에 갔다가 서슴없이 다가와 나와 나의 아이에게 몸을 기대는 집고양이를 만났다. 시빌처럼 말을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마치 시빌을 만난 것처럼 묘한 따스함이 전해졌다. 그래서 한참동안 아이와 나는 그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고양이를 만지며 까르르 웃는 내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는 바로 이 순간이 행복이구나 싶었다. 알고 보면 내 주위에도 시빌이 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빌이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를 꼭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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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스
에마 클라인 지음, 정주연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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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1969년 여름, 히피 집단 속 어긋난 10대들의 질주!

자유와 사랑을 갈망한 소녀들의 상실과 상처의 고백들!

 

 

  1960년대 무렵, 미국에서는 물질문명에 항거하는 반체제 자연찬미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른바 ‘히피’라고 일컬었던 그들은 옷을 되는 대로 입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개방적인 성관계를 가지기도 하는 등 탈사회적인 행동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갔다. 기성사회의 통념이나 가치관을 부정하고 자유과 일탈을 갈망하는 그들의 모습은 특히, 10대들에게 더없이 아름다운 유혹이었을 것이다. 유독 그 무렵이면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꿈꾸기도 하고, 반항을 해보기도 하며, 하루빨리 어른이 되어 ‘내 마음대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마련이기에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동경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 <더 걸스>의 중심에는 바로 이 히피 문화 속에 방치된 10대들의 왜곡된 자화상이 놓여있다.

 

 

   1969년의 미국 캘리포니아, 열네 살의 소녀 이비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났으나 따분한 일상의 연속, 기껏해야 코니라는 친구뿐인 얄팍한 대인 관계, 어긋나기 시작하는 부모로부터 늘 외로움을 느끼며 지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공원에서 히피 소녀들의 무리를 목격한다. 그들의 웃음소리와 특히,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수전이라는 소녀의 자유로운 옷차림과 행동에 이끌린다. 곧 있으면 엄격한 체제의 기숙사로 들어가 따분한 삶을 살아야 할 이비로서는 어쩐지 야단스럽게 폭발하듯 피어나는 꽃들처럼 생소하고 원초적인 매력을 지닌 수전의 모든 것들에 매료된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녀처럼 누군가를 안달 나게 만들고 설레게 하는 매력이 없었다.

 

 

   이비는 친구 오빠의 무리 속에서 술을 마시거나 헤어스프레이로 머리를 떡칠하기도 하고, 남자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가슴이 살짝 보이도록 노출을 하며 어른처럼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짝사랑하는 친구의 오빠의 눈에 그녀는 여자가 아니었고, 때로 호기를 부리다 괜한 망신만 당하는 수치스러운 제 모습만 발견하게 될 뿐이다. 아마도 많은 10대 소녀들이 한번쯤은 엄마의 화장품과 어른스러운 옷을 몰래 입어보고, 나도 마실 줄 안다며 이른 술이나 담배를 손에 대어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된 뒤에 생각해보면 참 별 것 아닌 것들인데. 그녀가 좇았던 남자들에 대한 환상, 어른들에 대한 이미지들, 왜 유독 이 시기의 소녀들에겐 그것들이 거대하게 느껴지고 일탈 또한 아름답게만 보이는지.

 

    

그건 우리의 착각이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착각 중 하나. 남자애들이 어떤 논리에 따라 행동하고 있어 언젠간 우리가 그 논리를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은 것. 그들의 행동 위에 경솔한 충동이 아닌 어떤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은 것. 우리는 음모론자들처럼 아주 세밀하게 징조와 의도를 찾아냈고, 계획과 심사숙고의 대상이 될 만큼 우리 자신이 중요한 존재이기를 애타게 바랐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남자애들이었다. 멍청하고 어리고 솔직했다.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 65p

 

 

“아저씨 접시 가져가도 될까요?” 나는 너무 아뜩해서 주춤거리지도 않으며 물었다. 엄마에게서 배운 것 중 하나였다. 공손해지기. 공손한 자세로 고통을 줄이는 것. 재키 케네디처럼. 그것이 그 세대에겐 미덕이었다. 불쾌한데 모른 척하며 예의 바른 행동으로 그것을 밟아 없애는 것. 하지만 그런 방법은 이미 낡은 것이어서, 남자가 자기 접시를 건네줄 때 눈빛에서 경멸감 같은 것이 보였다. 어쩌면 내 상상일 수도 있지만. / 93p

 

 

   이후 이비는 다시 수전을 만나게 된다. 수전에게 잘 보이고 싶고, 가까이 하고 싶고, 닮고 싶어 그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수전과 그 일행들인 소녀들이 함께 타고 가는 차에 몸을 실어 그들의 파티에 참여한다. 그곳에는 대부분이 10대인 히피 무리들과 그들을 이끄는 러셀이 있었다. 모두들 러셀을 동경하고 그를 마치 신처럼 대한다. 마치 이교도의 어느 수장처럼. 러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의 얼굴에 스쳤던 메시지들엔 하나 같이 그와 잠을 잤을 거라는 위험하고 음험한 경고가 담겨져 있었지만, 그런 러셀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수전을 향한 동경과 우정에 자신도 그곳으로 빠져들어만 간다. 자신도 사랑 받을 수 있고, 수전처럼 될 수 있다는 망상을 마치 기대처럼, 희망처럼 와락 붙들고 싶은 마음에 낡고 추레하고, 지독한 악취를 풍기는 그 모든 것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그 재앙에 대해 설명할 때는, 토네이도 경고나 엔진이 고장 났다는 선장의 방송 이야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 항상 훨씬 더 전의 일부터 시작한다. 그날 아침 햇빛이 좀 이상했다거나 아딧줄이 이상할 만큼 가만히 있었다거나 하는 것. 남자 친구와의 무의미한 다툼 같은 것. 마치 이 전의 모든 일들이 다 한데 엮여서 재앙이 되었다는 듯이.

내가 신호를 놓친 걸까? 내부에서 느껴지던 아릿한 통증? 토마토 상자 속에서 번들거리며 기어다니던 벌들? 그 도로에 이상하게 차가 없던 것? 그 버스에서 도나가 나에게 했던 질문이 떠올랐다. 어쩌다가 갑자기, 너무 늦게. / 118p

 

 

   이비에겐 이곳이 자유롭고 싶은 로망을 실현시켜줄 판타지 그 자체였지만, 사실 그곳은 약과 술로 얼룩진 광신주의에 가까운 집단에 불과했다. 수전을 향한 우정과 사랑도 사실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수전은 오로지 러셀을 위해서, 러셀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인형과 다름없었다. 수전도, 이 집단에도 그녀가 원하는 판타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깨닫게 되는 아주 결정적인 사건, 마침내 러셀의 명령에 의하여 피를 부르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수전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자기 인생을 송두리째 러셀에게 던져버려서 그때 이미 수전의 인생은 러셀이 제멋대로 할 수 있는 물건 같았다. 이리저리 뒤집고 무게를 가늠해볼 수 있는 것. 수전과 소녀들은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되어버렸다. 사용되지 않는 자아의 근육이 점점 더 늘어지고 쓸모없어졌던 것이다. 그들 모두 옳고 그름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에 살지 않은 지 너무 오래됐다. 언젠가 그들에게 있었던 직감의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약간의 통증을 일으키던 인식 같은 것들조차도, 설사 그것들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졌다고 해도 이제 뭐가 뭔지 알아 볼 수가 없었다. / 314p

 

 

   훗날 이비는 중년이 되어서도 이때의 끔찍한 기억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소녀에서 여자가 되고,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그녀는 혼자였고 세상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마치 죄 없는 도망자처럼 그렇게 살아간다. 마침 잠시 머물고 있던 집의 아이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자신의 지난날과 같은 모습을 보게 되지만 그녀로서도 그들을 구원해낼 방법이 없다. 흔들리는 청춘들이 멈추지 않는 한 그녀로부터, 아니 그 이전의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와 앞으로의 그 누군가가 계속 이어갈 것이다.

 

 

   이렇듯 <더 걸스>는 1969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10대를 겪었던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소설이다. 여리기에 흔들리기 쉬웠던 소녀 특유의 감성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때로는 충격적인 소재를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힘을 가진 매력적인 작품이다. 뒤늦게야 안 사실이지만 실제로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찰스 맨슨과 그를 추종하는 소녀들이 저지른 끔찍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고 하고, 또 이 소설이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한편으로는 한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인 탓일까, 이 소설을 읽으며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 아이에게 당연히 찾아올 불안한 시기들을 부모로써 어떻게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게 해줄 것인지, 혹은 그것조차 해서는 안 되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소설 속 이비의 엄마가 그러했던 것처럼 더 어긋날까봐, 가족이라는 틀이 무너질까봐 두려운 마음이 내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은 내가 한때 상상했던 것처럼 쌓아올려지지 않는다고, 곡절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해줄 거라는 사실이다. 또한 그것을 딛고 올라설 때야 말로 너의 인생이 단단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내 삶을 통해 이 아이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나는 부모로서 최선을 다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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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는 자존감이다 - 온전히 나다운 아름다움을 찾는 법
김주미 지음 / 다산4.0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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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움직이는 이미지 코칭 전문가가 전하는 외모 관리 노하우!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찾는 진정한 자기 계발서!

 

 

  아이를 낳고 온종일 아이와 보내는 일상에서는 ‘외모’가 끼어들 틈이 없다. 냉정하게 말해 출산 후 더욱 늘어진 뱃살에 관리하러 갈 시간이 없어서 질끈 하나로 묶은 머리, 화장이라고 해봐야 선크림에 파운데이션을 덧발라 피부의 흠을 가리는 정도이다. 활동량이 많아진 아이를 쫓아다니려면 단화에 청바지, 캐주얼한 느낌의 옷차림이 가장 편하다는 이유로 세미 정장이나 분위기 있는 느낌의 옷은 꽤 오랫동안 찾지 않았다. 오히려 아이 엄마가 꾸미고 다니는 것이 주변으로부터 좋지 않은 인상을 줄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다시 말해 엄마로서는 모르겠으나 일단 여자로서의 자존감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챙길 여력도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당신의 외모는 지금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가?(21p)” 이 글귀에 마음이 덜컥거렸다. 그리고 이내 심란해졌다.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의 외모를 관리하는 일은 내면에 큰 영향을 미치며, 외모에는 내면의 상태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하는데, 나는 그 무엇에도 소홀한 채 그저 방치하고만 있었던 것이다.

 

 

  <외모는 자존감이다>는 소울뷰티디자인 대표이자 이미지 코칭 전문가가 직접 여성들을 코칭하면서 겪은 사례와 노하우를 통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외모 관리에 대한 중요성과 올바른 가치관을 전달한다. 나다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자기 테스트 과정을 거치며 해답을 찾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흔히 한 개인을 평가하는 데 있어 외모를 그 잣대로 삼기를 거북해하지만 그럼에도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정보를 전달한다는 데에 있어 외모가 가장 큰 판단 기준이 된다. 단순히 예쁜가, 예쁘지 않은가가 아니라 표정이나 자세, 헤어스타일, 옷차림과 같이 생활 습관이나 자기 관리 여부를 외모로 짐작하기 때문이다. 즉 잘 관리된 외모는 호감을 얻어 일, 사랑, 인간관계 모두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데 유리하다.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자존감이 높고 독립적이다. 외모에 당당할수록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서 만족감을 얻고, 언제 어디서나 당당해지고 싶다면 일정 수준의 외모 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외모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건강한 자아상을 갖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인 관계에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어렵다. 내면이 한 사람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짓듯이, 외모 또한 생각과 태도,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 54p

 

 

  저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밋밋한 얼굴에 쌍꺼풀이 없는 눈, 넓은 어깨 등이 콤플렉스이다. 하지만 이 콤플렉스 중에는 타고난 것도 있는지라 수술이라는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는 한 어떻게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나마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게 있다면 푸짐해진 몸을 날씬하게 만드는 것이겠으나, 독박육아를 핑계 삼아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였다. 일종에 동기부여가 필요한 셈인데 그럴 만한 것도 없어서 외모보다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만 신경 쓰면 된다고 자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알고 보면 저자가 상담한 대부분의 많은 여성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단순히 예뻐지고 싶은 여자의 본능만으로는 외모 관리를 지속시키는 어렵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특별한 목표나 열정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보내게 마련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꿈이 없으면 외모 관리를 손에서 놓게 되기 쉽다. 결국 꿈이 있는 여자, 변화로부터 오는 행복에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이제 내 모습에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여보자. 현재의 모습에 대한 자각과 아름다워지겠다는 결심, 그리고 순간순간 작은 행동의 변화만으로도 분명 잃어버린 매력을 되찾을 수 있다. 성공적인 외모 관리를 위해서는 언제나 자신의 ‘애정 어린 관찰자’가 되어야 한다. 외모의 변화를 원한다면 이제부터 매순간 나의 행동을 주의 깊게 지켜보길 바란다. / 77p

 

 

   저자는 일단 외모의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의 내 모습을 직시하는 ‘애정 어린 관찰자’ 가 될 것을 권한다. 이를 테면 전신 거울 앞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헤어스타일, 피부 상태, 얼굴과 체형의 특징, 옷차림이 주는 느낌 등을 마치 모르는 사람을 묘사해 알려주는 느낌으로 적어보라고 한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구해야겠지만 과한 칭찬 또한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이미 친숙한 관계여서 좋고 나쁨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신의 모습을 바로 직시했다면 이제 내가 세워야 할 외모의 전략은 무엇인지를 깊게 생각하고 자기만의 흔들리지 않는 주관을 정립해야 한다. 즉, 아름다움에 대한 나만의 관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흔히 그 대상을 연예인의 외모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 실험 결과 객관적인 외모 지수와는 상관없이 자기만의 기준에 맞게 외모를 관리하고 그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뛰어난 미녀가 되기 위해 애쓰는 것보다 기분이 좋아지는 수준의 외모를 유지하며 다른 자기계발에 힘을 쏟는 편이 더욱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만약 당신의 꿈과 목표가 외모로 주목받는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면,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외모의 조건들을 떠올리며 한숨짓지 말기를 바란다. 타고나지 않은 이상 그런 외모를 가지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방법들을 동원해야 하지만,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기분 좋은 외모’는 긍정적인 태도와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를 가꾸고자 하는 의지만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이제 외모의 목표를 보다 현실적이고 효율적으로 잡아보자. 지금 당신은 연예인급 외모에 도전할 것인가, 아니면 작은 습관과 노력으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기분 좋은 외모’를 만들 것인가? / 36p

 

 

  그렇다면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서는 어떠한 습관을 가져야할까. 일단 사소한 습관부터 개선해야 한다. 탄산음료와 커피 대신 물 마시기(물 마시기 알람 어플도 있다고 한다),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기, 구부정한 자세 대신 배에 힘주고 어깨 펴기, 집이라 해도 몸에 긴장감을 줄 수 있도록 편한 옷만 입지 말기, 습관적으로 야식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볼 때 과저 먹지 말기 등 아주 사소한 습관이 외모를 망친다는 것을 유의하라고 한다. 또한 거울을 보며 나의 모습에 대해 긍정적인 대화하기, 내면을 채우는 독서하기, 스스로 일정 나이를 한정해 젊고 늙음을 판단하지 말기, 잠들기 전 5분 만이라도 자기 성찰의 시간 가지기, 나만의 셀프 힐링 방법 리스트 만들기 등을 실천하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피부과 상담을 받아보는 방법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내 피부 상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보고 그에 맞는 화장품이나, 시술 등 긴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군데 지정해서 다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A가 B나 C로 변할 수는 없지만 A+로는 변할 수 있듯이, 지금의 나에게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나의 모습과 삶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 / 142p

 

 

  책의 말미에 실제 저자의 멘토링으로 변화를 찾은 사람들의 사례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들은 보면 하나같이 표정이 밝아지고 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되찾은 것을 볼 수 있다. A가 B나 C로 변할 수는 없지만 A+로는 변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일이란 의외로 사소한 데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무엇보다 진정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하고 갖은 핑계로 얼룩진 일상을 지워나가려는 노력을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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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 이야기 - 역사를 바꾼 은밀한 무역 예문아카이브 역사 사리즈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사의 흐름 속에는 반드시 ‘밀수’가 있었다!

밀수에 관한 모든 것, 그 은밀한 무역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볼 때 개인이든 국가든 간에 밀수 행위를 자제했던 ‘순수의 시대’는 없었다고 한다. 단순히 역사 속의 한 요소가 아니라 그 흐름을 주도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밀수의 역사가 곧 세계사 그 자체였다. 그럼에도 가장 어두운 곳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밀수를 통해 세계사를 논한다는 것이 어쩐지 의외이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하지만 밀수가 단순히 불법적인 데에 그치지 않고 사상과 문화를 전파하고 혁명을 일으키기도 하며, 각종 패권의 흐름을 이끈 주역이라면 우리는 이 흥미로운 접근법에 관심을 가져볼 의미가 있을 듯하다.

 

 

   이렇듯 <밀수 이야기>는 15세기 대항해시대부터 21세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문화 등에 있어 밀수에 얽힌 다양한 관점들을 총망라한다. 요약하자면 제1부에서는 지정학적인 맥락에 근거하여 식민지 개척을 통한 탐험과 밀수의 유기성과 향신료, 실크, 은과 같은 주요 밀수품을 중점으로 한 밀수의 전개 과정 및 대항해시대에서의 주요국 패권다툼 등을 다룬다. 제2부에서는 금, 아편, 차, 고무를 중심으로 제국주의 시대에서 보이는 밀수의 양상과 다양한 밀수꾼들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룬다. 제3부에서는 밀수가 나라의 흥망성쇠에 어떻게 이용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어떠한 형태로 변화되었는지 등에 대해 살펴본다. ‘밀수’라는 키워드를 통해 복잡다단한 세계사를 관통하는 일이란 그만큼 방대하고 해박한 지식을 요구한다. 그래서 이 책은 사료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길 만큼 굉장히 사실적인 역사에 근거하고 그 무게감이 묵직하다. 반면 밀수꾼들에 관한 다양한 에피소드 및 각종 비사들도 함께 다루고 있어 마치 소설을 읽는 듯한 재미 또한 놓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밀수를 떠올리면 가장 가깝게 그려지는 이미지가 있다면 바로 해적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봤던 해적의 이미지 때문일까, 광활한 카리브 해를 멋지게 누비는 해적선과 눈에 보이지도 않는 항해 노선을 따라 카리스마있게 항해사와 선원을 이끄는 선장에 몰입한 나머지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마치 그들은 타고난 바다사냥꾼의 유전자를 지녔을 것이라 응당 생각해왔지만 사실 그들에게는 개인의 영달을 넘어 거대한 논리가 존재했다. 이 시대의 밀수란, 국가적인 사업이자 식민지를 개척하여 경제의 패권을 차지하는 일과 다름없었다. 흔히 밀수꾼을 두고 야만적이거나 국가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이라 규정짓고 있지만 알고 보면 국가의 비공식적인 대리인이자, 정치적 권력 투쟁의 중심 역할을 하기도 했고, 때로 애국자였던 점에서 인식을 달리하게 되는 부분이다. 이때 해적이자 밀수꾼이었던 이들은 국가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그러고 보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지만 잭 스페로우 선장의 항해 지식을 이용하여 이권을 챙기려는 영국군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렇듯 척결해야 하는 대상인 것과 동시에 국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도 한 이들은 꽤 역설적이다. 결국 밀수 자체가 태생적으로 역설을 안고 있는 셈이다.

 

 

카리브 해에서 밀수의 파도가 높아진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필요’ 때문이었으며, ‘야생의 해안’에서 벌어진 담배 밀수나 네덜란드인들의 소금 밀수가 이에 해당했다. 소금의 경우 네덜란드의 상인들에게 필요했을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시급한 문제였으며, 밀수가 국가의 정책과도 연결돼 있다는 증거를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다. 더욱이 비록 불법적인 수단이더라도 일단 재화를 확보한다는 것은 권력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밀수는 필연적으로 큰 사업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은 밀수는 더욱 스케일 큰 이야기를 만들었는데 앞서 살폈듯이 ‘세계 경제’를 만들어냈다. / 109p

 

 

   밀수를 통해 기계를 들여와 미국은 산업발전을 일으켰고, 문익점이 목화씨를 들여왔듯 이로운 식물을 옮겨와 심는 데도 기여한 것이 밀수였다. 밀수는 분명 긍정적인 기능을 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밀수가 옹호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는 노예를 실어다 옮겼고, 중국을 아편 소굴로 만들었으며, 나치 전범들을 이동시키는 활로를 만들기도 했다. 최근 아프리카로부터의 상아와 다이아몬드를 밀수하는 사례로 보면 반드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저 과시와 사치에 근거한 밀수가 자행되고 있는 일은 개탄스럽다. 특히 세계의 문화유산을 도굴하고 약탈하는 행위는 분명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획득된 유물들이 유럽과 미국의 장엄한 문화 공간에 전시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마치 그것들이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고 마치 발달된 새 문명의 일부로서 그 자리에 항상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을 유도한다고 해도 그 행위 자체를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소유권(유물의 원래 위치가 아니라 현재 위치에 대한)에는 무시하지 못할 권력이 숨어 있다. / 309p

 

 

   오늘날에도 여전히 밀수는 존재한다. 알고 보면 도처에 밀수가 존재한다. 불법다운로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영화나 음악 파일들도 밀수로 거래되는 것들이고, 진품과 유사한 모조품이 유통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국이 명품 핸드백과 같은 최고급 사치품의 ‘슈퍼 모조품’ 생산국으로 유명하다는 저자의 언급은 참으로 부끄럽다. 이밖에 코카인과 헤로인에서부터 무기 거래 또한 암암리에 계속되고 있고, 암시장의 거래도 활발하다. 오히려 공급선 또한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졌다고 한다. 값싼 제품을 공급받으려는 수요자가 있는 한 여전히 거래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여전히 밀수는 일상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이 전달하고 시사하는 바들은 어느 특정 집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한번쯤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누구라도 무조건 ‘흑’으로 바라보는 세계는 존재한다. 무기, 마약, 인신매매 등은 보편적으로 비정상적인 활동으로 간주된다. 반면 모두가 똑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일상은 우리가 그런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으며 때로는 그곳으로 들어가기도 하기 때문에 중간의 회색 지대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지대에서는 일상적인 거래와 범죄 행위를 구분하기 어렵고, 개인적인 것과 집단적인 것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축제가 펼쳐지는 바로 옆에 비열함이 있고, 비참한 환경 바로 곁에서 풍요로운 삶을 영유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이기 때문이다. / 383p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정학적인 설명에 근거하는 설명이 많다보니 다소 지리적 명칭이나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들이 명확하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또한 원문이 그러한 것인지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것인지 간혹 비문이나 오문이 있었다는 점도 아쉽다. 하지만 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밀수’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역사를 새롭게 읽어내는 시도가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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