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당신을 위한 감정의 심리학
유은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안의 보석을 찾는 긍정 심리학!

기대 심리의 덫에서 벗어나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심리 처방전!

 


  평소 타인과의 관계를 이루는 데 있어 하나의 소신이 있다면 기대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내가 이만큼 해줬으니 너도 이렇게 해줘야지라고 생각하지 않기, ‘혹시 나를 위해 이런저런 것을 준비한 건 아닐까하고 헛된 상상이나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상대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루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왔다. 대부분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는 경우는 혼자 부풀려놓은 기대 심리가 어긋날 때 종종 발생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대 심리를 억지로 누르고, 나의 감정을 모르는 척 하는 것이란 스스로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일이다. 타인에게서 상처 받지 않으려고 스스로가 상처를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이렇듯 웬만큼 단련이 되어 있거나 세상을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기대 심리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기대심리를 완전히 내려놓을 수 없다면 적어도 나에게 상처를 주는 관계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면서, 서로 건강한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자존감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원장은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통해 이러한 방법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해본다. 6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관계 속의 다양한 상처와 그 원인을 살펴보고, 자존감을 잃지 않는 법 및 나의 마음을 더 단단하고 선명하게 만드는 법들에 대해 조언한다. 무엇보다 나를 최우선으로 두되, 관계를 망치지 않을 수 있는 방법들에게 대해 매우 설득력 있고 현실에 가까운 조언들을 아끼지 않는다.

 

 

   저자는 우리가 상처를 받지 않는 방법들이란, 일단 상대의 문제를 나의 문제로 혼동하지만 않아도 상처받을 일은 현저히 줄어든다고 말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데 허비하거나,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게 상처뿐이라면 굳이 그 인연을 더 이상 끌고 가지 말라고 한다. 조금은 이기적이어도 괜찮다. 지금껏 한없이 친절했던 내가 조금 변했다고 외면할 사람이라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에서 마음이 울컥했다. 언젠가 가깝게 지냈던 지인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연장자이다 보니 그녀가 하자는 대로 웬만하면 따랐고 한없이 착한 동생으로만 지내오다가 딱 한 번, 회사 일로 지금은 안 될 것 같으니 다음으로 미루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변했다는 말을 듣고서 절교를 당한 적이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원인을 오로지 나에게서만 찾느라 다른 관계에서도 거절은커녕 상대의 기분에 휘둘리느라 감정소비가 심했다. 스스로 선택한 지나친 선행에 발목 잡히고 만 것이다. 만약 그때 겨우 이 정도로 멀어질 사이였다면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떠날 사람이었다’, ‘남이 원하는 걸 나의 원칙으로 삼지 말자고 보다 빨리 나를 다독였다면 어땠을까.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데 중점을 두고 이에 의존하기만 했던 나는 결과적으로 내 인생의 선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 것과 다름이 없었다. 흔히들 선택장애라고 하듯, 그저 아무 거나’, ‘네가 원하는 대로를 습관적으로 말하며 타인의 선택에 의존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기합리화를 하느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면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저자는 흥미로운 조언을 하나 한다. 바로 제비뽑기를 하라는 것이다. 제비를 뽑으라는 것은 절대로 쪽지에서 적힌 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뽑았을 때 처음 느끼는 감정, 즉 자신의 본심을 직면하라는 뜻이다.

 

 

나는 고민스러운 일이 생길 때마다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제비뽑기를 한다. 제비뽑기는 머리로만 계산하고 고민하는 피상적인 선택법이 아니다. A를 뽑으면 A에 대한, B에 대한 내 마음과 직면하도록 도와준다. 모든 항목에 대해 내 마음을 테스트하는 것. 이것이 제비뽑기가 제공하는 최대 이점이다. / 86p

 

 

   얼마 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주변을 관찰하고, 마음을 열어 직관에 따르라는 메시지가 담긴 소설책을 읽었다. 머리로 판단하거나 제어하려들지 말고 마치 전신의 모공을 활짝 열 듯 외부의 모든 것들을 몸으로 느끼는 의식을 치름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이 새롭게 태어나는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의 저자 역시 리추얼 프로젝트를 통해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의식을 소개한다. 아침에 출근하는 것이 싫다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소한 일(차 마시기, 드립 커피 마시기 등)을 직전에 해봄으로써 그 일을 하고 싶어서라도 그날의 시작을 미루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미술관에 가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거나 일요일은 운동하고 분기별로 나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등의 의식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작은 동기, 시간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련의 의식들이 사소한 것 같지만 생각보다 큰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한다.

 

 

우울하다면 무조건 몸을 움직여라. 우울증은 정신질환이 아니라 전신질환이기 때문에 무작정 움직이는 것으로도 증세가 좋아진다. 시간 내서 운동할 형편이 안 된다면 스트레칭이라도 꾸준히 해보자...(생략)...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할 때 중요한 점은 꼭 거울 앞에서 하라는 것이다. 팔을 뻗고, 등을 굽히고, 다리를 펴는 과정에서 어떤 신체 변화가 일어나는지 보는 것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다. 거울을 통해 몸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자기애를 체험할 수 있다. / 128p

 

 

   결국 저자는 모든 관계의 실마리를 푸는 대전제는 나를 사랑해야 남도 사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이때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데에서 실패를 수용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나 친구든, 부모든, 남녀 간에 있어서든 힘든 시기를 보내기 마련이다. 이때 그들과의 관계를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히, 남녀 간의 사랑에 있어서 얘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을 거야’, ‘나를 더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라며 채워지지 않는 결핍을 막연한 미래에서 앞당겨 채움으로써 보상받지 말아야 한다. 이는 친구와 부모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다를 바가 없다. 50대와 60대라고 해서 모두가 성숙하고 완전한 존재들인 건 아니다. 죽는 순간까지 우리는 모두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해야 할 존재들, 즉 불완전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상처에 허우적대기 전에 바로 이러한 점들을 인정하고, 그 사이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없는 나만의 강점을 찾는 데 더욱 집중한다면 건강한 관계도 자연스럽게 다져지는 것이 아닐까.

 

   평소 많은 내담자들을 만나 다양한 사례와 심리 치료의 경험을 바탕으로 둔 덕분일까, 읽는 내내 차분한 어조로 따뜻한 위로와 시의적절한 조언을 함께 전하는 그녀의 글에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끼곤 했다. 날카롭고 냉철한 어조를 일관하며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여타의 심리계발서에서는 전해지지 않는 편안함과 다정함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이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완벽한 처방전이 될 수는 없겠지만, 한 알의 비타민 혹은 영양제처럼 곁에 두고 복용하는 심리 캡슐이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말처럼 관계의 두려움을 느끼고 상처를 받을 때마다 한 번씩 꺼내들어 마음을 위로받으면 어떨까. 적어도 혼자 상처받아서 펑펑 울고 관계가 소원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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