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에두아르도 하우레기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 고양이가 선사하는 기적 같은 행복 수업!

내 삶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찾아온 긍정의 메시지!

 

 

  당신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누군가가 이렇게 물어본다면, “그럼요, 저는 아주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해버릴 것 같다. 불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일이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는 삶을 사는 것 같지 않다. 분명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할 만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써는 그저 별 탈 없이 지내는 것도 행복한 거라고 여길 만큼 내게도 사연이 있었던 적이 있고, 주변을 둘러보면 사연 하나쯤은 모두들 가지고 살아간다.

 

 

  불행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무게로 찾아오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겁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소설 <고양이는 내게 행복하라고 말했다> 속의 사라 역시 마치 재난처럼 덮쳐온 불행에 일상이 뒤틀리고 만다. 곧 마흔을 앞둔 그녀는 11년차 광고 디자이너로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지하철 안에서 자료가 담긴 노트북을 두고 내린다. 미팅 도중에는 몇 주 전부터 시달린 어지럼증이 겹쳐 쓰러지기까지 한다. 게다가 10년째 동거 중인 남자 친구와의 관계도 불안하다. 커리어도 잘 쌓아왔고, 별 문제 없이 잘 지내왔는데 어째서 자신의 삶이 이토록 위태로워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라는 안 그래도 남자친구와의 미지근해진 관계에 불안해하고 있던 때라 이 관계를 해소하기 위해 당분간 떨어져 지내자고 고백하는 그의 발언으로 충격에 빠진다. 단순히 시간을 갖자는 의미인 것일까, 다른 여자가 생긴 것일까. 떨어져 있자는 생각을 순순히 받아들여야 할지, 바람을 피웠느냐고 다그쳐봐야 할지, 이런저런 이유로 그와의 모든 걸 다 잃어버리게 되는 건 아닌지 갈팡질팡 하고 있을 즈음, 창밖에 느닷없이 고양이가 나타나 말을 걸기 시작한다.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게다가 자신을 입양하러 왔다고 한다. 고양이가 사람을 입양하겠다고? 이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한 일에 사라는 아연실색하지만 어쩐지 이 고양이에겐 뭔가 특별함이 있다.

 

 

너희는 상상 속의 유령에 겁을 먹고 있지. 꾸며낸 환상에 오싹해하고. 이야기와 망상과 거짓말의 시계 속에서 살면서 서로를 속이고 있어. 머릿속에 그렇게 생각을 찾고 넘치도록 담아서 빙빙 돌리고 있으면 결국은 거기서 빠져나올 수가 없게 되고, 그 생각들은 네 감옥이 될 뿐이야. / 94p

 

 

  고양이 시빌은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사실 네 머릿속에서 날뛰고 있는 생각들과는 상관없다’고, 괜한 걱정만 앞세우지 말고 ‘주변을 관찰하고, 마음을 열고, 직관에 따르라’ 말한다. 결국, 어떤 진실이든 막연한 의심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이른 사라는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과 조우한다. 때마침 고향인 스페인으로부터 가족의 파산 소식까지 들려온다. 겹쳐오는 불행을 감당할 수 없어 자살이라도 하려는 찰나에 고양이 시빌이 그녀를 감싸고 온기를 전해주며 위로한다.

 

 

고통이 올 때면 마음을 내줘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걸 제어하려고 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아. 넌 이미 여기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와서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강렬한 고통을 경험했지. 그 고통 역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끝이 날 거야. 그렇게 고통을 보내주면 전속력으로 달린 뒤에 쉴 수 있지. 밤이 지나고 찾아오는 다음 날을 기쁘게 시작할 수 있고, 아이가 태어나면 뽀뽀해줄 수 있는 것처럼 말이야. 그거 알아? 넌 이제 울고 있지 않잖아. 기분이 좀 나아졌어? / 188p

 

 

  이때부터 고양이 시빌은 사라에게 현실을 바로 보게 하는 냉철한 조언과 행복을 가져다줄 특별한 수업을 하기 시작한다. 비록 낡고 허름하지만 행복을 볼 수 있는 집을 구하고, 진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나간다. 그 방법이란 내 몸과 마음을 돌보는 법, 좋은 일에 감사하고 나쁜 일을 받아들이는 법, 내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법, 어린 시절의 꿈을 따라가는 법, 닫힌 방의 벽을 부수는 법, 나의 동물적인 천성을 발견하는 법, 내 자신을 거울 속의 형상에서 해방시키는 법, 마음을 열고 놀며 맛보고 듣고 관찰하는 법, 무엇보다도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사는 법이다. 이를 테면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싼 색채와 여러 감각들을 인식하기, 고양이 요가를 하며 자신의 몸에 귀 기울이기, 먹을 때는 먹는 것 그 자체에만 집중하여 천천히 음미하기 등 뭔가를 판단하려 하거나 제어하려들지 말고 그 자체를 느끼고 직관할 것을 조언한다.

 

 

또렷한 감각으로 네 주변의 모든 것을 인식해봐. 매 순간을 충만하게 살도록 해. 네가 사는 매 순간이 바로 너의 순간, 너의 시간, 너의 인생이니까. 네 인생은 회사 것이 아니야. 네 인생은 네 거라고. 다른 사람한테 네 인생을 뺏기지 마. / 239p

 

 

  시빌이 알려주는 모든 방법들은 낯설고 때로는 황당해 보인다. 사라 역시 ‘못 해’, ‘나는 지금 이러이러한 이유로 할 수 없어’ 라는 핑계를 대며 몇 번이나 주저한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시빌의 조언을 따라가면서 삶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사라는 이제 열린 마음가짐으로 변화와 존재의 흐름을 인식하고, 발길이 이끄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됨으로써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는다. 결국 고양이 시빌이 알려준 것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새롭게 태어나게 함으로써, 행복이란 의미 있는 무언가에서 찾는 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데에서부터 오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치 행복전도사를 만난 듯 고양이 시빌을 통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마침 공원에 갔다가 서슴없이 다가와 나와 나의 아이에게 몸을 기대는 집고양이를 만났다. 시빌처럼 말을 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상하게도 마치 시빌을 만난 것처럼 묘한 따스함이 전해졌다. 그래서 한참동안 아이와 나는 그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고양이를 만지며 까르르 웃는 내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는 바로 이 순간이 행복이구나 싶었다. 알고 보면 내 주위에도 시빌이 있었는데, 나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많은 사람들에게 시빌이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를 꼭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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