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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 - 더 빨라진 미래의 생존원칙
제프 하우.조이 이토 지음, 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7년 7월
평점 :
과학과 경영 분야의 좁은 지식은 이 책의 두 저자에 대한 무지와도 이어져 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어딘가에 본 듯도 한데 실제 이들의 책을 읽은 적도, 이들에 대한 책도 읽은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이 책을 추천한 사람들 때문이다. 그들의 추천을 읽으면서 이 책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먼저 생각했다. 이 생각은 착각이다. 다시 보니 제목에 나온 아홉 가지 원칙들을 자신들의 작업에 적용하고, 지침으로 삼고 있다는 의미였다. 이런 착각은 나에게 아주 훌륭한 기회를 제공했다. 그 기회는 내가 지금까지 잘 보지 못했고, 정리하지 못했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들을 다시 정리하고 이해하고 잘 보도록 한 것이다.
아홉 가지 원칙은 권위보다 창발, 푸시보다 풀 전략, 지도보다 나침반, 안전보다 리스크, 순종보다 불복종, 이론보다 실제, 능력보다 다양성, 견고함보다 회복력, 대상보다 시스템 등이다. <나인>이란 책 제목도 바로 이 아홉 원칙에서 나왔다. 가장 먼저 창발이란 단어에서 낯섦은 느꼈다. 몇 년 전부터 자주 나오는 단어인데 아직 명확한 정의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색을 해도 바로 알 수 있는 정도의 정리가 없다. 저자는 창발을 “작은 것들(뉴런, 박테리아, 사람)이 다수가 되면서 개별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어떤 속성을 드러낼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이 창발 현상을 현재 과학과 연결시켜 설명한다.
이 책의 목차에서 반복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보다’라는 부사다. 권위, 푸시, 지도, 안전, 순종, 이론, 능력, 견고함, 대상 등은 현재 우리가 삶 속에서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정의들이다. 그런데 이것을 저자들은 반대되는 현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의 주제가 주어지면 간단한 설명이 나온 후 현재 과학계와 경영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주면서 왜 ‘~보다’ 다른 것이 더 필요한지 보여준다. 이때 우리가 가지고 있던 몇 가지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다. ‘안전보다 리스크’에서 말하는 바는 맹목적으로 리스크에 뛰어들라는 뜻이 아니라 혁신에 드는 비용이 줄어들면서 리스크의 본질도 바뀐다는 것을 제대로 알라는 뜻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지금과 나중 사이의 저울질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다. 쉽지 않은 판단이다.
서문에서 저자들은 우리 시대를 정의하는 세 가지 상황을 설명한다. 비대칭성, 복잡성, 불확실성 등이다. 이 책의 아홉 원칙은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빚어내고 또 어떻게 그 안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관한 청사진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의문을 품었지만 읽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하게 되었다. 그 첫 시작은 기술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술은 도구에 불과하고 인간의 아이디어로 생명을 불어넣어야 쓸모가 있다는 사례들이다. 이런 사례들의 조사는 이 책의 저술 목적과 잘 맞아떨어졌다. 저자들이 조사원 치아 에버스의 다년간 노고에 감사하고 거의 공동 저자처럼 말하는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었다. 교육과 학습을 분리해서 정의한 것도 아주 명확했다. 하향식 교육과 달리 학습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공부다. 학습 방법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면 ‘생각을 조직화하고, 표현하고, 공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우리가 고등 수학을 배우면 서 얻게 될 ‘추상적인 생각을 실용적인 것에 적용하는 방법을 뇌에게 가르치는 것’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대부분 현실에서 필요하지도 않는 수학보다 이것이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 단순히 대입만을 위해 더 어려운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더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책을 넘겨보면서 느낀 점은 정말 많은 조사가 하나의 원칙을 설명하기 위해 정리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원칙을 설명하는 방식도 유려하게 진행되었다. 새로운 과학 지식은 낯설고 그 과학이 만들어낼 미래도 불확실하지만 지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았다. 몇몇 부분에서 아직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도 보이고, 너무 원칙에 맞춘 듯한 조사만 나열되어 살짝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성공원칙이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분명히 하지만 이 미래를 더 나은 방식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이 원칙들을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