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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 사육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21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승애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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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 자신이 직접 단편을 선택한 단편집이다.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누어 편집했다. 이 중에서 중기 단편들은 연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는 편집이다. 그리고 초기 작품은 중기 이후 작품들과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이나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해설을 보면 큰아이의 머리 이상이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또 하나 놀라운 이야기가 옮긴이의 말에 나온다. 그것은 한 작가에 대한 깊은 독서가 그의 글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중기 단편들을 읽다 보면 이것을 아주 잘 느낄 수 있다.

 

오래전 오에 겐자부로가 노벨문학상을 탔을 때 그의 소설을 사 읽었다. 솔직히 말해 그 당시 정말 재미없었다. 하지만 상에 대한 허세가 지금보다 더 강했던 그때는 고려원에서 나온 전집의 몇 권을 살 정도의 오기도 있었다. 아마 고려원 부도로 인해 할인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SF라는 말에 혹해 산 책을 아주 힘겹게 읽고 바로 다른 책들은 포기했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체인지 링>에서 시작하는 삼부작 중 두 권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해 <체인지 링>은 아주 힘겹게 읽었다. 그런데 다음 작품인 <우울한 얼굴의 아이>는 전편보다 더 쉬웠고 재미있었다. 아마 이때부터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이 나에게 조금씩 문을 열어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초기 작품들은 지금 그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내용들이다. 처녀작인 <기묘한 아르바이트>와 <사자의 잘난 척>은 어떻게 보면 연작의 분위기가 풍긴다. 화자는 대학을 배경으로 아주 이상한 아르바이트를 한다. 폐기처분해야 하는 개들 이야기나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 등이다. 하나의 이야기 속에 다른 이야기를 살짝 엮어 풀어내는데 조금은 끔찍하고 기괴한 느낌을 준다. <남의 다리>는 어떻게 보면 외설적이다. <사육>은 추락한 비행기 흑인이 산속 마을 사람들에게 잡힌 후 그를 둘러싼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대응과 반응을 다룬다. 흑인을 본 적이 없는 아이들의 반응과 대화가 통하지 않은 사람들의 인간적 교감이 좋게 느껴지다 반전이 펼쳐진다. 읽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인간 양>은 읽으면서 이청준의 단편이 떠올랐다. 버스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물론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이상문학상 수상집에 실렸던 것으로 기억나지만. 미군과 굴욕적인 사건을 다루는데 이 사건보다 놀라운 것은 이후 한 사람이 보여주는 반응과 집착이다. 굴욕의 대상이었던 학생보다 선생이 자신의 입장을 내세워 사건을 키우려고 희생양을 요구할 때 사회의 한 단면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았다. <돌연한 벙어리>는 미군 통역사가 보여준 호가호위를 둘러싼 이야기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반전이다. <세븐틴>을 읽으면서 왜 이런 글을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 소년이 우익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빠르게 다루는데 더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할 소설이다. <공중 괴물 아구이>는 역자의 말에 따르면 <개인적 체험>과 짝을 이룰 수 있는 소설이다. 작가의 아들에 대한 선택을 다르게 해서 풀어내었는데 그 감정이 강하게 다가온다.

 

중기로 넘어가면 연작 소설이 네 개 나온다. <레인트리를 듣는 여인들>과 <새로운 사람이여 눈을 떠라>와 <조용한 생활>과 <하마에게 물리다> 등이다. 이 작품들부터는 자신의 가족 이야기가 하나의 소재로 이용되고,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과 조화를 이룬다. 어떻게 보면 전혀 관계없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가족들, 특히 큰아들이 중심을 잡아준다. 그리고 반핵과 반전. 이 작품들에서는 그가 집중적으로 읽는 작가에 대한 글들이 단편 속에서 계속 나온다. 맬컴 라우리. 윌리엄 블레이크, 단테 등이 대표적이다. 맬컴 라우리는 생소해서 검색한 후 알게 된 인물이고, 다른 시인들은 한 번씩 가볍게 휙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나의 얇은 지식은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에 겉만 살짝 핥고 지나간다. 이 중에서 <조용한 생활>은 집에 고려원 판이 있어 첫 문장을 비교해봤는데 상당히 달랐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손보면서 바뀐 것인지, 아니면 같은 문장을 다르게 번역한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후자라면 어느 쪽이 제대로 된 번역인지 원문과 비교해보고 싶다.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역시 후기 단편으로 오면 좀 더 집중해야 한다. 자신의 경험과 가족과 주제가 뒤섞이면 풀어내는 이야기가 세밀하고 집중적인 독서 없이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울보’ 느릅나무>는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고, <벨락콰의 10년>은 단테의 한 인물을 자신과 비교해서 풀어내는데 마지막 문장은 웃게 만든다. <마고 왕비의 비밀 주머니가 달린 치마>는 한 필리핀 여성을 두고 마고 여왕 이야기를 엮어 풀어내었는데 재미도 있고 작가의 성향이 잘 드러나 있다. <불을 두른 새>는 젊은 시절 오독이 새로운 해석을 만난 후 완전히 굴복한 것을 자신의 경험과 엮었는데 역시 세밀하게 읽어야 한다. 작가의 이 경험을 보면서 부러움을 느꼈는데 왜 그가 세계적인 대문호로 인정받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모든 단편들을 읽고 난 후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오에 겐자부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일단 집에 꽂혀 있는 작품들에 한 번 더 시선을 줘야겠다. 늘 그렇듯이 언제 읽을지 알 수는 없지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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