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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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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성경의 천지창조 7일과 어떤 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책이 시작하는 앞부분에 창세기를 인용한 문장이 있다. 그럼 이 소설도 그것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리고 맞다. 창세기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과는 상관이 없지만 주인공 양페이가 아버지 양진바오를 저승에서 발견하는데 걸린 시간과 관계가 있다. 정밀하게 들어가면 더 많은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데 그것까지 파악하기에는 아직 나의 노력이 부족하다. 다만 양페이의 삶과 그가 만난 사람들의 삶이 가슴 한 곳에 진한 여운을 남긴다.

 

양페이. 그의 탄생과 죽음은 일반적이지 않다. 어머니가 기차를 타고 가다가 화장실에서 낳았는데 철로에 떨어졌다. 그를 키운 것은 철로에서 일하던 아버지다.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가 집을 나간 후 그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사고로 양페이가 죽은 것이다. 이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풀어낼 때 부자 사이의 강한 사랑과 연대가 느껴진다. 결코 평범하지 않다. 어쩌면 이 7일은 잃어버린 아버지를 찾기 위한 시간이자 그 사이에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시간이다. 이 이야기들은 현재 중국이 앓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의 파편들이다.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강한 현실성과 우리의 기준을 넘어선 현실에 놀라게 된다.

 

기본적으로 깔아놓고 진행하는 설정이 있다. 그것은 살아있을 당시의 지위가 저승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다. 화장터인 빈의관의 풍경을 통해 그대로 적용된다. 그리고 죽은 자에게 무덤이 없으면 영원한 안식을 취할 수 없다. 요즘 한국도 무덤의 가격이 점점 올라가면서 화장을 한 후 납골당에 그냥 모셔둘 뿐인데 중국도 역시 엄청난 가격에 무덤이 거래된다. 이 때문에 일어나는 사연들 중 하나는 안타까움과 함께 강한 연민을 불러온다. 죽은 자의 안식도 돈이 없으면 제대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이 안고 있는 빈익빈 부익부의 현실이 더 강하게 머릿속에 와 닿는다. 요즘 중국 소설을 읽으면 이런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우리의 최근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더 심한 것도 있다.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죽은 후 화장을 기다리면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자세다. 한국이라면 죽었으니 모두가 똑같다는 평등의식이 드러날 텐데 여기에선 그대로 수긍하고 받아들인다. 아마 현실에 대한 풍자이자 은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주의 국가가 가져야 하는 평등이 깨어진 현실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다. 계급이 죽은 후에도 적용될 사회라면 현실은 얼마나 강할 것인가. 또 급속한 산업화와 개발에 의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고 인권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풍경은 우리와 너무 닮아있다. 큰 사고가 생겼을 때 문제를 덮고 사실을 왜곡하는 모습을 보면 요즘 우리의 뉴스가 떠오른다.

 

부조리한 사회의 풍경은 기본이다. 그 사이 사이에 현실의 높은 벽 앞에 무너진 사람들이 나온다. 욕망이 실현되지 못하고 오해가 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가치도 자신이 가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바로 이런 현실을 작가는 이승과 저승이란 두 경계를 통해 보여준다. 정말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특히 마지막에 슈메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축제는 그것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사람들의 진정한 마음과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양페이가 아버지를 만난 후 돌아가는 곳도 바로 이들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재미있고 계속 여운이 남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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