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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오늘의 일본문학 12
아사이 료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89년생 만23세 청년이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대단하다. 가끔 일본 문학을 읽다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권위 있는 상들을 아주 어린 작가들이 받는다. 한국의 경우 결코 보지 못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젊은 작가들의 수상이 결정되고 그들의 책이 나오면 더 관심이 간다. 어떤 소설이기에 이런 상들을 받는가 하고 말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나오키상 수상이다. 하지만 젊은 작가는 관심을 더 가지게 만든다. 이제는 그들과 적지 않은 나이차가 생겨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느낄 때도 많지만 말이다.

 

취업 준비생들 이야기다. 오래 전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데 이 소설 속 취업은 우리 때와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한국의 특성과도 다른 모습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과 상관없이 취업 준비생들의 노력은 비슷하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이력서를 제출하는 노력이 취업 전까지 반복되기 때문이다. 요즘 세대가 다행이라면 예전과 달리 손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 정도일 것이다. 이전에 비해 더 심해진 경쟁을 뺀다면 말이다. 이 속에서 그들은 정보를 교환하고 면접 단계까지 나아간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인 취업은 결코 쉽지 않다. 불황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화자인 다쿠토를 비롯한 다섯 명의 취업 준비생들이 나온다. 전체 이야기를 이끌고 나가는 것은 다쿠토다. 그의 관찰을 기본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사이에 이들의 생활을 살짝 엿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 SNS다. 트위터로 자신의 일상과 감상을 풀어내는데 이것이 다쿠토의 관찰에 걸린다. 여기에 풀려나오는 감정은 솔직하거나 감춰진 것들이다. 화자인 다쿠토의 시선을 기본적으로 따라가다 보니 그 시선에 왜곡된 것이 나타날 때 화자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바로 여기서 소설은 반전이 펼쳐진다. 이것은 제목과도 관계가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이 다른 사람으로 바뀔 때 화자는 관찰자에서 관찰 대상으로 변한다.

 

솔직히 소설 속 취업 준비생들의 생활 방식이 낯설다. 경험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지만 문화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것이 아니면 세대 차이일 것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고 읽어도 왠지 모르게 이 취업 준비생들의 절박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있다면 엄마와 함께 살아야 할지 모르는 미즈키 정도다. 리카의 행동은 어느 정도 그것이 보이지만 남자 세 명은 전혀 긴장감이나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읽는 순간 비현실적으로 다가온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읽은 것은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잘 포착하고 풀어내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즈키를 둘러싼 감정의 흐름은 청춘의 열정과 비겁함이 동시에 담고 있다.

 

관찰자가 대상으로 바뀐 순간을 다루는 마지막 부분은 아프다. 다쿠토가 전혀 변명을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한다. 물론 이것이 성장으로 가는 여정의 일부다. 그렇지만 아픈 것은 아픈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앞부분을 읽으면서 살짝 의문을 품었던 것 중 하나가 분명하게 풀린다. 앞에서 놓친 것인지 아니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인지 자신이 없지만. 다쿠토가 대상으로 변하는 장면에서 리카가 보여준 모습은 또 다른 아픔을 전해준다. 그것은 자신을 어딘가에 자꾸 끼워 맞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꼴불견인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다고 할 때 더욱 그렇다. 삶이, 청춘이 무겁고 어렵고 아프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작은 희망은 살짝 입가에 미소 짖게 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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