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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타이거
페넬로피 라이블리 지음, 김선형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문타이거가 뭘까 제일 궁금했다. 그런데 이것이 모기향이란다. 왜 있잖은가 동그랗게 나사모양으로 말린 모기향 말이다.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가 모기향과 어울리지 않는 이름과 모기향의 용도와 모기향 연기 등을 가지고 멋대로 추측해본다. 낭만적인 문타이거란 이름은 과거 그녀가 사랑했던 톰과의 추억이고, 모기를 쫓는 용도는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을, 연기는 희미한 기억 등이 아닐까 하고. 이런 멋대로 추측을 지금 하고 있지만 읽는 동안은 사실 많이 혼란스러웠다.

첫 문장 “세계의 역사를 쓰고 있어요.”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 인상적인 문장 다음에 간호사가 나오면서 조금 황당했지만 그녀 클라우디아가 자신의 삶을 세계사와 병치하겠다고 했을 때 살짝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것은 그녀가 선택한 역사가 사실과 허구, 신화와 증거, 이미지와 기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소설의 구성과 전개에 그대로 적용된다. 각 이야기마다 현실에서 과거로 빠져들고, 과거는 이미지에 의해 추억된다. 이 추억은 사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고, 기록은 이미지의 영향 아래 놓이면서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독자에게 쉽게 몰입할 수 없게 만든다. 또 간결한 문장은 감정이입을 방해하고, 뒤섞인 과거와 관계는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든다.

사실 이 소설은 세계의 역사보다 개인의 삶에 더 집중하고 있다. 개인의 삶이 역동적인 변혁의 시대에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녀의 사랑이 중심에 놓여있다. 그 사랑을 좇는 과정에 그녀의 가족사와 삶이 하나씩 드러난다. 결코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삶이 말이다. 이런 그녀도 그녀의 오빠 고든도 평범하지 않지만 그녀에게 아이를 낳게 한 재스퍼도 마찬가지다. 그의 집안 이력은 러시아 귀족 출신 아버지에 데번의 유지인 엄마가 있다. 그런데 이 가족도 단란하지 못하다. 자신들의 결혼이 끔찍한 실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결국 이혼한다. 그는 가진 것을 잘 이용할 줄 알고 야심차고 인맥 든든하고 기회주의적인 인간이 된다. 이런 클라우디아와 재스퍼의 관계는 뒤죽박죽이고 파편처럼 부서져 있다. 아이의 아버지란 인연으로 이 둘은 평생 이어진다.

역사를 기록하는 인물이 클라우디아이다 보니 모든 기록은 그녀의 시선에서 그려진다. 그녀의 오빠 고든, 올케 실비아, 딸 리사, 아이의 아빠 재스퍼, 유일한 사랑이자 전사자인 톰 등의 인물 모두. 이 기록은 언어의 힘이다. “덧없는 것들을 보존하고, 꿈의 형태를 부여하고, 햇살의 반짝임에 영속성을 주는 그것.”(22쪽)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논쟁은 역사의 존재의미 그 자체”(32쪽)라는 그녀의 말고 묘한 대조를 이룬다. 사적 기록인 그녀의 세계사가 개인 기록으로 바뀌면서 논쟁의 장 밖으로 벗어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세계사를 두고 논쟁하고 싶은 인물들이 여럿 나타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하게 되는 문장을 많이 만난다. 함축적이고 간결한 문장은 여운을 남긴다. 짧은 호흡으로 바쁘게 읽다보니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는 면이 있지만 잠시 숨을 고르며 그녀의 삶에 집중한다. 거기서 보게 되는 것은 보통의 엄마도 아니고 아주 사랑스러운 여자도 아니다. 사랑했던 남자를 잃고, 자신을 강하게 사랑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녀가 “희망은 인내가 된다.”(236쪽)고 말할 때 희망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고, 그 희망이 완전한 사실로 드러나기 전에는 결코 버리지 못함을 알게 된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톰의 일기를 제일 마지막에 배치해서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에 희망을 완전히 없애버린다. 

나의 호흡과 집중력으로 단숨에 읽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파편적인 이미지와 기록의 연속은 초반 몰입에 실패하게 만들었고,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읽어나간 문장은 그 재미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책의 재미와 구성 등에 접근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시점이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데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다. 현실에서 과거로 빠져드는 것 역시. 하지만 그녀가 쓴 세계의 역사처럼 나도 세계의 역사를 쓴다면 과연 어떤 추억과 기록들이 나올까 순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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