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궁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밤의 궁전 안개 3부작 3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사폰이 쓴 최고의 책 <바람의 그림자>를 읽었기 때문인지 그 후에 읽은 몇 권은 사실 아쉬움을 많이 느끼게 만든다. 안개 3부작의 첫 권 <9월의 빛>도 그랬다. 미스터리 모험 소설이란 것과 사폰이란 이름에 이끌렸는데 만족도가 많이 떨어진다. 큰 기대를 했기에 더욱 그런지 모르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은 개연성도 긴장감도 모두 떨어진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해도 미숙한 부분이 많이 눈에 들어온다. 일정한 재미를 유지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말이다. 특히 미스터리보다 판타지 성격이 더 강한 장면들로 가득한데 이 부분도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아쉽다. 

이야기는 회상으로 시작한다. 본격적인 시작은 1916년 5월 인도 캘커타 거리에서 영국인 피크 중위가 두 아기를 데리고 도망하면서부터다. 그를 쫓는 암살자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데 쉽지 않다. 아기를 둘이나 데리고 말이다. 아기들을 어느 노파에게 맡기고 그는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존재에 의해 죽는다. 아기들을 살리기 위해 노파는 아이 하나를 고아원에 맡긴다. 간략한 설명을 더불어 남긴다. 원장은 편지를 보고 아기를 기르기고 마음먹는다. 이때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인물이 그를 찾아온다. 혹시 버려진 아기가 없었느냐고 하면서. 이 질문에 거짓 대답을 하지만 그는 16년 후 나이가 차면 사회로 나가는 관례를 들고 그때를 기약하며 물러난다. 이렇게 과거의 한 사건은 마무리된다.

16년 후 그때 버려진 아이 이름은 벤이다. 그는 고아원 동기들과 함께 ‘차우바 소사이어티’란 조직을 만들어 활약한다. 모두 일곱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들의 열여섯 번째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들이 고아원을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때 한 노파가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은 아르야미 보세, 16년 전 쌍둥이의 할머니다. 그녀가 쌍둥이를 떼어놓고 도망다니기 시작한 것은 자와할이 지닌 능력 때문이다. 그녀는 그의 정체를 정확하게 아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정확한 정보를 숨기고 왜곡하면서 아이들을 위험으로 몰아간다. 그 진실이 밝혀졌을 때 충격적이어야 하는데 조금 밋밋하다. 

한밤의 궁전이란 제목만 보면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은 ‘차우바 소사이어티’ 아이들의 아지터일 뿐이다. 실제 모든 사건의 배경이 되는 곳은 지터스 게이트 역사다. 이곳은 옛날 쌍둥이의 아버지 라하와즈 찬드라 차테르기가 인도의 독립을 꿈꾸며 건설한 기차 역사다. 하지만 화제 사고로 폐쇄되었고, 사고 당시 죽은 영혼의 소리가 가득한 곳으로 변했다. 마지막 결투의 장면이 이곳에서 펼쳐지는데 사실 영상으로 옮긴다면 어떨지 모르지만 문장만으로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조금 허무한 결말이라고 해야 하나?

판타지 성격이 강한 전개 속에 흥미를 끄는 것은 ‘차우바 소사이어티’의 아이들이다. 이들은 각각 개성이 강하고 강한 분야가 있는데 청소년 소설의 전형처럼 느껴지지만 대단히 흥미롭다. 상상력이 풍부한 벤, 의사가 되려는 이언, 탁월한 그림 솜씨를 가진 마이클, 정보와 학식이 뛰어난 세스, 미모에 행동력이 강한 이소벨, 이소벨을 사랑했던 시라지, 상업에 관심이 많은 로샨 등이 바로 그들이다. 여기에 가세하는 벤의 쌍둥이 여형제 쉬어가 있다. 이들이 살인자이자 괴물 같은 능력을 가진 자와할을 상대한다. 이때만 해도 뭔가 긴장감을 고조시킬 사건들이 생길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무력하게 승부는 한쪽으로 기운다. 반전을 통해 다른 결말을 보여주지만 강한 인상을 줄 정도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자와할의 정체를 통해 미스터리를, 그의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능력을 통해 판타지를, 그에 대응하는 아이들을 통해 모험을 보여주는 구조다. 이 구성물들이 나름 잘 짜인 것은 사실인데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세부적인 것을 살리지 못했고, 마무리가 너무 약하다. 아이들의 특징을 좀더 부각시키고 자와할과의 대결을 조금 더 긴장감 있게 그려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분량도 늘리고 말이다. 읽으면서도 읽고 난 후도 계속해서 <바람의 그림자>와 비교하게 되는데 모든 아쉬움이 바로 여기서 생기는 것 같다. 이 소설부터 먼저 읽었다면 조금은 달랐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