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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결탁 - 퓰리처상 수상작
존 케네디 툴 지음, 김선형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출간된 적이 있는 책이다. 검색하면 나오는 책 중 아마 제대로 번역된 것은 <조롱>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두 책을 비교 검토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분량만 보았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전 번역본에 오류가 많을 수 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것은 가끔 좋은 작품들이 길다는 이유만으로 축약 편집되어 나온 것을 본 적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헌책방에서 좋아하는 작가의 절판본을 찾았다고 좋아했는데 이런 경험을 하면 금방 손을 내리게 된다. 물론 잠시 고민은 하지만. 그리고 사실 몇 년 전 <조롱>을 구해놓았다. 언제나처럼 책 더미 속에 파묻혀 어디에 있는지 찾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옛 책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것은 혹시 이 책을 읽고 작가의 다른 책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다른 번역본을 맛보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소설을 원한다면 아쉽지만 여기서 멈춰야한다. 다른 제목의 책들은 이 책의 다른 버전 번역이다. 작가의 유일한 출간작임을 알고도 솔깃한 것은 혹시 유작이 아닐까 하는 마음 탓일 것이다.
옮긴이도 말했듯이 쉽게 가늠하기 힘든 소설이다. 이 괴팍한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야기가 옆으로 빠지고, 풍성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렇게 혼잡한 진행과 캐릭터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취향에 딱 맞는 사람이라면 열심히 문장과 상황과 인물들을 음미하면서 웃고 즐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처럼 보통 사람은 단숨에 혹은 몰입된 상태로 읽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며칠 들고 다니면서 조금씩 읽었고 거대한 흐름 속 일부에서만 계속 놀았다. 사실 이런 점은 굉장히 아쉽다. 읽고 난 후 전체의 흐름을 요약하거나 복기할 때 너무 쪼개져서 제대로 그 재미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550쪽이란 분량은 많은 편이 아니다. 어떤 책은 한 자리에 앉아서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하지만 어떤 책은 100쪽을 읽는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지속적인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더딘 책읽기가 되었다. 이런 느린 책읽기가 작품에 대한 깊은 사색으로 이어지고 공감하고 충분히 즐길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책읽기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런데 각 매체의 현란하고 멋지고 놀랄만큼 대단한 격찬을 감안하면 읽으면서 계속 묻지 않을 수 없다. 어디가 그렇게 코미디 걸작이자 배꼽 빠지고 눈물 나게 만드는가 하고 말이다.
왜 이렇게 격찬을 받은 소설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몇 번이나 물었다. 그 답은 서른 살 만년 백수 이그네이셔스 J. 라일리다. 읽으면서 좀처럼 이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다. 거대한 몸집에 괴팍한 행동에 독설을 마구 내품는 주인공에게 말이다. 또 여기에 가세하게 되는 그의 어머니와 그를 처음 연행하려고 했던 경찰 맨큐소 등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감성적으로 다가가기 힘들게 만들었다. 논리와 이성으로 다가간 것이 걸림돌이 되었다. 예전에도 너무 과장된 인물들이 나와서 펼치는 코미디를 보면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나온 책 제목이 앞에서도 말했듯이 <조롱>인데 어쩌면 이그네이셔스의 말과 행동에 딱 맞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바보들의 연합 혹은 결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마지막으로 가게 되면 복잡하고 혼란스런 상황들이 하나로 정리된다. 이 부분은 읽기 편하다. 그리고 은근히 뉴올리언스를 떠난 그가 다음 목적지에서 어떤 활극을 펼칠지 살짝 기대하게 만든다. 작가의 죽음으로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말이다. 이제 겨우 이 캐릭터에 익숙해졌는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내용을 요약하거나 캐릭터를 분석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경험이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이전에 앤 라이스의 소설을 읽으면서 느꼈던 뉴올리언스의 이미지가 이번 소설로 인해 많이 변했다는 것이다. 도시의 숨겨진 다른 쪽을 본 느낌이랄까. 언제 시간이 되면 이전에 출간된 <조롱>도 한 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