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책>에 대한 이야기로 먼저 시선을 끈다. 그 앞에 시간과 공간에 대한 문장으로 문을 열지만 중요한 이야기의 시작은 알 모히드 바함의 <세계의 책>이다. 세계의 모든 책들이 결국 <세계의 책>의 주석서란 말로 사람을 현혹시킨다. 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이야기에 혹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책이길래 이런 표현을 할까 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만들려고 한 아랍 현자 이야기가 떠올랐다. 수 만 권의 책으로 역사를 기록했다가 왕이 더 간단히 줄여라는 말에 ‘사람은 태어나서 살다 죽는다’와 같은 간결한 문장으로 마무리했다는 이야기 말이다. 혹시 <세계의 책>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지만 그 답은 알 수 없다. 이렇게 의문을 품게 만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한다.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전직 책 사냥꾼 반디에게 어느 날 책 사냥꾼들의 중앙인 비밀조직 미도당의 총수로부터 한 권의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는 받는다. 그 책의 제목은 <베니의 모험>이다. 이 책은 책 사냥꾼들 사이에 전설인 <세계의 책>을 찾는 단서를 품고 있다. 하지만 그가 다시 책 사냥꾼의 길로 나선 것은 책에 대한 호기심도 있지만 그가 사랑했던 여자 소리의 안전을 위해서다. 이 부분은 은퇴한 고수나 킬러를 다시 현장으로 불러올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과 비슷하다. 그리고 펼쳐지는 반디의 활약은 잠시도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인 설정으로 이어진다. 한 권의 책을 찾는 모험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작가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소설 속에 나오는 수많은 가상의 책들은 그런 점에서 아주 성공적이다. 분명히 가상의 책이라는 것을 알고 읽지만 그 요약된 내용에 나도 모르게 찾아서 읽고 싶은 마음이 불끈 생기기 때문이다. 뭐 이런 경험을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경험은 더 많아진다. 작가들이 풀어내는 책 속의 책 이야기가 알을 까고 까면서 호기심과 궁금점을 점점 고조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읽고나면 약간 허탈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 충동을 좀처럼 억누르기는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지출한 돈이 적지 않은데 지금도 멈춰지지 않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쫓는 설정이지만 그 속에 음모와 배반이 중첩적으로 펼쳐진다. 책을 쫓는 모험은 어느 순간 반전을 펼치는 미스터리와 같은 전개를 보여주고, 그 사이사이에 나오는 책에 관한 수많은 목록과 가정과 설명은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면서 점점 사람을 매혹시킨다. 사실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바로 이런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면서 만들어내는 책 이야기다. 반전과 배신은 사실 작위적인 부분이 너무 많아 약간의 반감을 사지만 책 이야기는 나의 한계를 넘어 충동과 호기심을 자극한다. 문득 모든 것을 집어치우고 나도 책 사냥꾼으로 나서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생긴다.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하여 다음 책으로 이어지고 이를 쫓는 과정은 모험이자 현실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다. 방치된 공간에서 발견하는 책이나 문을 닫는 동네서점의 현실은 너무나도 낯익다. 한 해 동안 출판되는 수많은 책들이 독자들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폐지공장으로 사라지는 현실을 알기에 이 또한 가슴 아프다. 그러다가 한 사람의 서평에 의해 잊혀졌던 책이 관심을 받고 희귀본으로 변해 수집의 대상으로 변하는 현실을 보면 반가우면서도 아쉬움이 생긴다. 왜 그 당시에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했나 하고 말이다. 그리고 나중에 금서목록을 지정했다는 설정은 얼마 전 국방부의 금서 에피소드를 떠올려주고, 책을 태우는 행동은 <화씨 451>의 미래를 잠시나마 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었다. 책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 책은 정말 매력 있다. 작가의 풍부한 책 지식과 상상력은 약간은 진부할 수 있는 설정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 아마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가수 노래에 MR을 제거하듯이 책에 대한 풍부한 이야기를 제거한다면 정말 진부한 3류 모험소설이 나올 것 같다. 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수많은 책 이야기가 한 편의 멋진 환상소설로 변화시켰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책 사냥꾼으로 변신하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변함없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