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눈 April Snow K-픽션 21
손원평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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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단편 소설이다. 한영대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왼쪽의 한글과 오른쪽 편의 영어가 서로 완전히 맞물리지 않는다. 이런 불편함은 원문의 문장이 영어로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을 때 바로 찾아보기 쉽지 않다. 물론 영어 실력이 좋고, 두 글을 비교해서 계속 읽었다면 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읽으면서 영어 번역과 비교한다는 것은 그 소설의 재미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 문장을 공부한다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손원평. 솔직히 낯선 이름이다. 작년 한해 나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끈 표지의 작가지만 한 편의 글도 읽은 적이 없다. 작년에만 두 권의 장편소설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도 그 표지의 이미지와 엄청난 평을 들은 작가의 첫 단편이란 사실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여운을 남기는 구성 등은 다시 장편으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장편으로 바뀐다면 어떤 이야기가 더 풀려나올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기대였다.

 

두 부부가 이혼을 말한 날 한 통의 메일이 온다. 스웨덴의 마리다. 1월에 한국에 와서 이 부부의 집에서 자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취소한 그녀다. 한때 이 부부는 무료 숙박 공유 사이트에 자신들의 집 정보를 올려놓았다. 자신들도 외국에 나가 다른 집에서 자고, 자신들의 집에서 외국인을 상대하면서 외국에 간 듯한 느낌을 받기 위해서다. 마리의 취소는 이 가족의 불화와 연결되면서 숙소 정보를 취소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마리가 한 통이 편지를 보내 그들의 집에 머물겠다고 한 것이다. 자신들의 사정을 말하고 하루만 재우자고 합의한다. 이 결정은 잠시 현재와 다른 분위기를 만든다. 그리고 이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마리는 50대 여성이다. 한국에 온 이유는 한국 아이돌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1월에 온다는 것을 취소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정리된 후 한국에 갑자기 왔는데 이 부부가 자신들도 모르게 손님 접대한다고 분위가 좋아진다. 혹시 이러다 다시 사는 일이 생기는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무렵 이 부부의 비밀이 드러난다. 양수검사와 사산이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양수검사로 잘못될 확률이 10만분의 1정도라고 말한다. 초음파를 보면서 검사하기에 문제없다고. 기형아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키면서 고액의 검사를 독촉한다. 이 불안감을 안고 검사한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작가가 이 부분을 부각시킨 것은 아마 자신이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따뜻해야 할 4월에 폭설이 내린 서울. 이 이상 기온 속에 마리의 방문과 순간 따뜻해진 부부 관계 등은 아름다운 결말을 예상하게 만든다. 잘못된 기대다. 이 부부의 갈등 원인을 몰라서 그렇다. 남편이 “난 단지 우리가 행복하길 바랐을 뿐이야.”라고 말했을 때 아내는 “난 차라리 우리가 처음부터 불행했길 바라.”라고 대답한다. 이 엇갈림이 둘 사이에 결코 건널 수 없는 큰 장애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 둘이 어떻게 만나 결혼했는지 들었을 때 느낀 감정은 순식간에 휘발되어 사라진다. 이 부부의 싸움을 밖에서 마리가 들었다. 이때 마리의 늦은 한국행이 결코 좋은 일 때문이 아니었음을 암시한다. 생략된 이야기와 상황은 독자의 상상력을 끼운다. 장편을 기대한 것도 바로 이 상상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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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5-1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몬드작가죠! 전 이름보고 처음엔 남자인줄 알았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