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는 98권을 읽었다.


1. 자기계발 21권





























의도치 않게 자기계발의 해를 보냈다. 거의 15년쯤 쳐다보지도 않았던 책들이다. 올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자기계발 책들을 살펴봤고, 자기계발책 읽는 법대로 읽어봤다. 


◆습관에 대한 책들

<일독>, <미라클모닝>, <하루15분 정리의 힘>, <원씽>, <레버리지>, <아주 작은 반복의 힘>, <타이탄의 도구들>, <매일 아침 써봤니?>

 습관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좋아보이는 습관들을 하나씩 확인해봤다. 읽을 때 딱 한번 해보거나, 꽤 해보고 지금은 잊어버린 습관들도 있다. 그래도 책을 따라서 해보고 좋다는 확신이 들었던 습관들 중 반 이상은 지금도 몸에 착붙여서 잘 유지중이다. 그리고 그 결과와 그렇게 해보는 과정에서 스스로 조금 달라졌다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완전 만족! 읽었던 책을 반복해서 읽거나 새로운 자기계발서를 일정 비율 꾸준히 읽어갈 생각이다.


◆관계에 대한 책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미움받을 용기>

 너무 유명한 책들이라서 식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꾸준한 인기에는 이유가 있다. 식상하고 단순해보이는 것들이 행동이 가장 어렵다.


◆마음가짐에 대한 책

<시크릿>

 호불호가 강한 책. 나도 십수년간 굉장히 무시했던 걸 인정한다. 그래도 마음을 열고 예쁜 점을 뜯어보자고 작정하고 보니 또 좋은 책이었다. 좋은 점만 골라서 잘 취하면 되니까. 마지막엔 사고싶기도 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자마인드에 대한 책

<보도섀퍼의 돈>, <한국의 젊은 부자들>, <나는 오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나도 부자되서 맘껏 책읽을거얏! <보도섀퍼의 돈>이 특히 좋았는데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독일인 버전 느낌이었다. (더 직접적이고 실용적?)


◆도구에 대한 책

<토니부자의 마인드맵북>, <본깨적>,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당신도 지금보다 10배 빨리 책을 읽는다>, <끌리는 단어 혹하는 문장>, <몰입>,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

 이것저것 하고싶은 거나 할 것들이 많아지다 보니 점점 도구 탓을 한다. 스마트 도구를 쓰는 스마트 인간이 되고 싶다. 마인드맵도 이 책을 보고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 마인드맵이 없었으면 올해 했던 많은 일들 중 일부분은 이만큼 할 수 없었을 거다. 느릿느릿 자울자울 한글자 한글자 보는 걸 좋아해서 속독법도 굉장히 무시했던 건방진 나는.. 회개하고 속독법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맹렬하게 하는건 아니지만 속독 연습 훈련을 한지는 6주 정도 되었는데 읽는 속도는 2.5배가 됐다.(텍바텍큼) 적당한 명상책을 굉장히 찾아 헤맸는데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가 좋았다. 명상은 정말 잘 활용하고 있다. 명상이란 게 뜬구름처럼 보이지만 구글의 엔지니어가 굉장히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놓아서 도움이 많이 됐다. 


게으른 나... 진작 중간정리를 하면서 좀더 자세히 정리하면 좋겠지만 이 정도라도 정리하자.


2. 문학 15권






















은근슬쩍 문학을 15권 읽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재테크, 부동산 책을 열심히 읽어보려던 해였지만 왠지 문학보다 많이 읽을까봐 조마조마했다.


◆세계문학 

<오셀로>, <싯다르타>, <야간비행>,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뜻대로 하세요>, <체호프 단편선>, <사랑에 관하여>, <빨강머리 앤>

 겨우겨우 셰익스피어 희곡 2편과 체호프 단편선 3권을 챙겨 읽었다. 출가하고 싶은 마음으로 싯다르타도 읽고.. 예전과 달라진 건 신기하게 세계 문학이 한문장은 지루할 때가 있는데 다 읽고나면 재밌어서 또 다른 것도 계속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설

<녹나무의 파수꾼>, <가재가 노래하는 곳>, <체공녀 강주룡>, <달러구트 꿈백화점>, <나를 보내지 마>, <XX>

 꿈백화점만 4.5점이라면 다른 책은 모두 5점 만점이었다. 따뜻하거나, 뭉클하거나, 질질 짜거나, 먹먹하거나, 숙연해지거나. 대단했다. 6권 중 여성 작가가 넷, 남성 작가가 둘.


◆SF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좋으니까 돋보이게 따로 항목잡기.ㅋㅋ 정말 최고였다. 운좋게 첫 장편이 나오기 직전에 단편집을 읽은 나! 승리자여!


3. 에세이 11권















가만있어도 읽게되는 에세이. 신경써서 자제한 게 이정도.. 그치만 올해 읽은 에세이들이 진짜 대단했다. <여자는 체력>만 4.5점을 주고 모두 5점 만점이다. 그래도 역시 다 똑같이 좋은 건 아니다.


◆이 에세이가 특별히 대단하다!

<배움의 발견> 


◆이 작가를 특별히 애정한다!

<말하기를 말하기>,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시차가 있다)


◆이 이야기가 따뜻하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따로, 또 같이 살고 있습니다>(등장인물말고 작가님 마음과 말과 행동이 따뜻하다), <살고 싶다는 농담>,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이 에세이가 실용적이다! 나만보자!

<제인 오스틴의 연애수업>


4. 부동산 11권















이런 세상에 이미 태어나버렸는데. 슬슬 달팽이집도 준비해야할 시기다. 상황이 점점 안좋아진다는 뉴스가 가득하지만 그래서 언제 좋은 시기가 있었다는건지 나는 모른다. 그런 꿈같은 시기가 있었다고 해도 그때는 집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없었다. 마음을 먹었다고 당장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내 달팽이껍질이니까 공부는 해놔야지. 대부분 부동산 책 중 고전인 책들이라 좋았다.


5. 과학 10권















뇌과학책 서평(이 되고싶었던 에세이)을 꾸준히 써볼 생각이다. 처음엔 그냥 다 좋았는데 읽다보니.. 나름나름으로 다 좋다.ㅋㅋ 뇌과학은 분야가 다양하고 통합이 안되어 있는데 그래서 책 지도를 그리면서 자리를 정해주는 작업을 할거다. 한때 심리학을 오만 데 갖다붙일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뇌과학이 그런 접두사, 접미사가 된 것 같다. 책이 쏟아지고 있다.


6. 인문사회교양 10권















과학책방 갈다에서 다윈주의 문학비평 강의 때 추천해주신 책이 <뇌를 훔친 소설가>와 <보바리의 남자 오셀로의 여자>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문학분석을 시도한다. 새롭고 재밌었다. 오만과편견 읽고 직접 연습해보고 싶었는데 실패로 스쳐지나갔다. <지방도시 살생부>는 등골이 서늘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7. 재테크 8권















<28가지 재테크의 비밀>과 <마법의 연금 굴리기>를 보고 보험을 대부분 깼다. 이 세상에 나 대신 내 돈을 공짜로 불려줄 사람은 없다. 비용을 내고있는지도 몰랐던 유료서비스도 나만을 위해 불려줄 서비스는 없다.


8. 만화책 4권








다카기 나오코 이 배신자.. 아직도 알라딘에 제일 많이 읽은 작가 1등인데.. 그래도 혼자 살던 시절의 다카기 나오코는 책을 보면 언제나 그대로 거기 있다. 먹는 거 잘 그려서 먹는 얘기 자주 해서 좋아 >.< 부자사전은 요즘 나오는 다른 책들로 대체해도 충분하다.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너무 좋아.. 그러니까 2권 언제 나와요? 작전같은거뭐 다 은퇴한걸로 하고 새로 2권 쪄줘요. 


9. 예술 3권








올해 예술 책을 조금 본 게 아쉽다. 이것도 그나마 모임에서 같이 봐서 겨우 읽은 거. <방구석 미술관>이랑 <클래식이 알고싶다>는 요즘 트렌드에 잘 맞는 가볍고 재미난 책이었다. 예술가 인생 이야기 위주로 흥미롭고 속도감 있게 볼 수 있다. <미술관 옆 인문학>은 제목에 유의해야 한다. 미술에서는 거의 소재만 추출한 인문학 책에 가까웠다.


9. 건강실용 3권








저탄고지 생활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인내심이 조금 있는 독자라면 <최강의 식사>보다는 <케톤하는 몸>이 훨씬 내용이 더 좋다. <한나의 저탄수화물 홈베이킹>은 명작이다! 레시피 몇 가지를 따라해봤는데 정말 된다!! 명작. 몇몇 레시피는 재료에 따라서 당분이 너무 적은게 있다. 


2021년에는 책은 50권 정도만 읽고 더 많이 써보는 것이 목표다.

사실은 목표하는 일정량의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에 읽는데

속독 스킬을 올려서 비슷하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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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8-19 0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kh-loves2 2024-04-18 0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밥먹고 일하시고 책만 읽으시나요? 어떻게 직장생활하며 이게 가능 한지 비결 궁금하네요
 














정말 문어도 영혼이 있을까?

답을 하려면 무엇을 두고 영혼이 있다고 할건지 먼저 약속을 해야 할 것 같다. 영혼이라는 게 너무 막연해서 우선 생명체를 하나 떠올리고 그 존재의 영혼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그것의 영혼이라고 할 만한 것. 성격이라던가 취향이라던가 다른 개체와 구별할 만한 점. 이런 게 혼합되어있는 하나의 생명 안에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부모님집에는 (강아지가) 어릴 때 나와 사랑으로 같이 살았던 소리라는 개가 있다. 소리는 아기때부터 정말 총명했다. 그래서 똑소리난다고 소리라는 이름을 지었다. 유전자의 1/4은 확실하게 진도인 시고르자브종이다. 나머지 유전자는 알 수 없지만 성격적으로는 진도 특징이 잘 드러난다. 쏘쿨녀라 같이 놀다가도 자기 놀이량이 차면 저만치 떨어져서 등돌리고 누워버린다거나. 사료도 필요한 양 이상은 절대 과식하는 일이 없다. 딸기는 싫어하고 사과는 좋아한다. 수많은 시고르자브종 누렁이들이 모여있어도 누가 우리 소리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올해는 자주 못 갔지만 오랜만에 봐도 반가워하는 걸 보면 아마 소리도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따뜻하고 작은 털뭉치 안에 나와 교감할 수 있는 영혼이 들어있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내가 소리의 영혼에서 추출했던 것들의 흔적을 찾아본다. 책에는 네 마리의 문어가 나온다. 그 중 칼리라는 문어는 열정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이고 옥타비아라는 문어는 온화하고 다정한 성격이다. 당연하게도 문어에게도 성격이란 게 있었다! 또 기호도 분명하다. 맘에 들지 않는 사람에게는 수관을 이용해 물대포를 쏘며 표현한다. 문어들은 피부색을 순식간에(0.7초) 바꿀 수 있지만 일부분 색이 변하지 않는 점 같은 부분도 있다. 만약 똑같은 크기와 점과 모양의 문어를 여러 마리 준비해도 작가는 팔을 내밀어 교감을 통해 친한 문어를 찾아낼 것 같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빨판을 내밀어 친근감을 표시하는 문어를 봐도 마찬가지다.

책으로 접한 야생문어의 일생은 너무 고독해 보인다. 문어는 평생 혼자 지낸다. 어미가 알을 부화시키고는 곧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생명일 때부터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구하는 일을 스스로 해야 한다. 이렇게 혼자서 살다가 평생 한번 번식을 한다. 수컷은 짝짓기 이후에 금방 죽는다. 암컷은 신기하게도 정포(사람의 정자)를 가지고 있다가 원하는 시기에 수정을 시키고 알을 낳는다. 부모의 사랑을 한번도 경험해보지도 못했고, 어깨 너머로 배울 기회도 없었지만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알을 정성들여 키운다. 그리고 알들이 부화하면 고생 끝에 어미가 죽는다.

책에도 나오지만 영리하고 감정적인 문어들이 수명이 너무 짧아 안타까웠다. 만약 수명이 좀더 길어질 수 있다면 더 많은 교감을 나눌 수 있을 거다. 야생에서야 이렇지만 책에 나오는 수족관에서는 문어들이 사육사와 자원봉사자와 이 책의 작가와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유는 모르지만 문어의 짧은 수명에는 딱딱한 보호껍질 없이 부드러운 피부만으로 외부 세계와 맞닿아야 하는 숙명적인 스트레스가 한 몫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만약 그렇다면 수족관에서 사는 문어들은 야생의 문어들보다 수명이 좀더 길어지기도 하는지 궁금했다.

수족관에서 모든 문어는 죽기 전에 노망이 난다. 활발하던 애들도 그 괄괄한 성격을 잃고 얌전하고 순순해지고, 피부색을 조절하는 근육들이 약해져 하얀색이 되버린다. 꼭 치매에 걸린 사람처럼. 만약 내가 소리에게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면 문어에도 영혼이 있다는 것을 믿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영혼이 진짜 있거나 없거나. 그 영혼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건 나라는 생물이다. 나라는 생물이 없다면 아무도 소리에게 영혼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사람의 영혼에도 다른 존재의 영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하나의 영혼을 비추어 보는 존재. 그 영혼이 거기 있다고 믿는 존재. 그 영혼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존재. 그렇게 내 영혼을 구별해 호명하는 존재가 있을 때 내 영혼도 확실히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여러분. 문어도 있다는 그 영혼의 생명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요. 우리.

+

그래서 김춘수를 호명하면 너무 촌스러우니까 장얼을 호명해요.

내 이름을 불러 불러 불러 불러 불러주세요

단 한번만이라도 단 한번만이라도오

[Official Audio] 장기하와 얼굴들 (Kiha & The Faces) - 내 이름을 불러주세요 - YouTube

+

아. 그래서 책은 랩걸보다는 더 건조한 에세이고

브로카의뇌보다는 재밌는 에세이에 가까워요.

그리고 냉장고에 혹시 두족류 식재료를 저장해두신 분은 꼭 읽기 전에 먼저 조리해서 드세요.

제가 읽을 땐 이런 주의사항이 없어서 좀 곤란한 상황이 됐어요. 당분간은.

책에는 실제 문어에 대해 신기한 내용들이 더 많았어요.

어쩌면 치유물이나 유명인의 에세이보다 이런 게 진짜 힐링물 아닐까 싶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문어는 솔직히 정말 귀여워요.

Shy Octopus Hides Inside Its Own Tentacles | Nautilus Live - YouTube

+

그래서 큰 문어를 전시하고 있는 수족관을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는 코엑스 하나뿐인 것 같다.

대문어씨. 전에 갔을 때는 못 봤는데 관심이 부족했나보다.

코엑스아쿠아리움 (coexaqu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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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2-13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먹고나서 읽는 책 ㅋㅋㅋ인간 외 생물 사랑하는 분들이야 말로 진짜 넓은 사랑이지 싶습니다. 나는 멀었어...

link123q34 2020-12-14 13:52   좋아요 1 | URL
남의집 냉장고자리 걱정..ㅋㅋㅋ 그러게요 진짜 그런 분들 참사랑인거 같아요. 숨만 쉬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건 어떤 기분일까요? 아 부러워라ㅋㅋㅋ
 


원래 가득찬 어둠

주위

충만한 빛

보잘것 없는 작은 별

-떨림과 울림, 김상욱


반짝거리는 시간이 담겼던

당연해 소중한 줄 몰랐던

언제나 예정된 즐거움

밖으로 걸어나가면

다시 더 차가운 밤

다시 새까맣고


고요한 시간

단 하나의

마음속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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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은 잔인한 달이고, 8월은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늦은 7월 읽은책. 챙겨놓은 글감들도 풀어내지 못하고, 장마도 다 쓰기 전에 장마는 진작 끝났고.. 7월은 모임에서 같이 읽은 책들이 두꺼운 책이 끼어있어 혼자 읽고 싶은 책들 진도를 못 나갔다. 에세이3권, 역사 2권, 소설.희곡 2권, 글쓰기 1권, 과학 1권, 자기계발 1권.


 <아무튼, 비건>은 아무튼 시리즈의 17권이다. 시리즈중, 채식에 관한 책 중 처음 읽은 책이다. 나는 의식적이고 엄격한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이 책을 보고 내가 비덩주의자(덩어리 고기는 안 먹는)쯤이라는 걸 알았다. 채식주의자 하면 떠오르는 완고하고 금욕적이고 공격적일 듯한 느낌이 아니어서 좋았다. 표지가 책의 느낌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 심각한 주제를 심각하지 않게. 채밍아웃 이후로 쏟아지는 감시와 비난에 대처하는 법이나 가죽제품이나 고기산업이 왜 문제인지, 톡톡튀는 채식운동의 시도들을 얘기하고 있다. 아무리 심각한 일도 사람을 움직이는 건 감정적인 일이다. 이 책을 읽고 채식이 굉장한 사회운동이라는 걸 알게 됐다. 채식에 관한 책들을 좀더 읽어보고싶다. 감동적인 표지의 문구. "당신도 연결되었나요?" 아무튼, 비건.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는 선물받아서 최대한 빨리 읽을책 목록에 욱여넣은 책이다. 모임책에 에세이가 한권 난입해 너무 많은 에세이의 달이 되었다. 이슬아의 책은 네이버에 소개됐을때 눈여겨보았다 읽어보고 싶었던 책인데, 이 책 너무 좋다는 친구가 선물해줘 더 좋았다. 많이 울컥하고, 무섭게 솔직하고, 먹먹하게 담담하고, 기특하게 사랑스럽다. 이 못생긴 그림체는 왜 예쁘고 난리야.. 

 <내 옆에 있는 사람>은 같이읽는 페이퍼에 책모임 후기가 간단하게 있다. 선생님은 별한개짜리 서평이 숭고하다 하셨다. 추천자 뿌셔..


 <5가지 사랑의 언어>는 모임책이라 읽었는데 완전히 기대없이 읽었던 책이다. 읽은후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부부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인간관계로 확대해 읽어도 큰 무리가 없어 자기계발로 분류했다. 사랑에 대한 많은 책들이 시작하는 사랑의 과정이나 설렘을 다루지만 이 책은 사랑을 끝?까지 잘 유지하는 요령을 다룬다. 사람마다 타고난다는 사랑의 언어를 5가지로 분류해 설명하고있다. 한 가지 언어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 다른 언어로 아무리 사랑한다 말해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므로 상대방의 언어를 탐색하고, 그 언어로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5가지 언어 중 '인정하는 말'이 주요 사랑의 언어인 사람에게 인정하는 말 없이 아무리 선물공세를 하거나 스킨십을 주어도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는 것이다. 뒷부분에서 내 사랑의 언어는 무엇인지 간단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모임하면서 느낀 건 한국인은 '인정하는 말'이 대부분 필요한 것 같다는 것.


 <서평 글쓰기 특강>은 제목 그대로에 깔끔한 책이었다. 서평 쓰기 강의를 여러차례 진행해본 저자가 강의 경험을 토대로 서평쓰기에 대한 특강을 해준다. 나도 올해 처음으로 서평을 써보면서 좌충우돌했던 시행착오들이 그대로 쓰여있었다! 좌충우돌했던 시행착오라고 하면 상황종료인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고기낚는 법을 배운다고 바로 숙련된 낚시꾼이 되는건 아니라도 서평쓰기에 도전하는 입문자들에게 좋은 책이 될 것 같다. 한가지 불만인 점은 참고할만한 서평집이나 추천목록에 선생님 책이 별로 없었다는 것 정도? 라곤 해도 대단한 불만이었다.ㅋㅋ


 <코.외투.광인일기.감찰관>은 산울림 소극장에서 하고 있는 연극에 맞추어 읽은 책인데, 아쉽게 일정이 틀어져 연극은 보지 못했다. 다음 기회가 또 있길 기대한다. 처음 읽은 고골의 책이다. 주로 다루어지는 것은 8등관, 9등관 정도의 하급 관리, 작은 인간들이다. 우습기도하고 가엽기도 하다. 많은 작가들이 고골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내가 읽기로는 주로 고골 이후의 작품들을 먼저 읽어서 새로운 기분이다. 라면에 무조건 계란풀어 끓여먹다가 어느날 순수라면을 먹는 기분. 어느날 아침 갑자기 코가 없어지는 <코>는 어느날 아침 갑자기 벌레가 되어있는 <변신>이 떠올랐다. <광인일기>에서는 <82년생 김지영>과 다음달에 읽을 <아Q정전>이, 제일 재밌었던 <감찰관>은 파스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가. <외투>는? 다음 기회에 생각해보자.

 <아버지와 아들>은 선생님 수업에서 읽은 책이다. 카라마조프와 같이 묶여 아버지들과 아들들 수업날로 이름지었다. 러시아문학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인물들은 아버지와 아들의 바자로프나 카라마조프의 이반, 안나 카레니나의 레빈같은 냉소적인 지식인 캐릭터다. 그 인물들이 작가에 의해 끝까지 몰아붙여지거나 좀더 넓게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고 호기심돋는 지점이다. 그래도 이반이나 레빈은 사랑을 한다. 바자로프는? 오딘초바를 사랑하는거 같긴 한데 나 자신이 사랑을 한다는 게 너무 수치스러워.. 볼만하다. 나는 왜 올해가 되어서야 러시아 문학을 읽기 시작했을까?.. 불만이다. 


 이번달에 읽은 역사책은 두권다 훌륭했다. <대변동>은 개인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인 12가지를 국가에 적용한 책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직접 살아보고 경험했던 나라들의 역사에서 위기라고 할 만한 것을 추려 12가지의 틀에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작가의 명성에 걸맞게 위기 앞에서 우리가 '아직' 미래를 위해 선택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마무리한다. 작가가 분석한 틀에 맞추어 책모임의 급진적 변화와 점진적 변화에 의한 위기,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에 의한 위기를 써보고 싶었는데.. 싶었다. 미루었다.

 <초목전쟁>은 월말에 준비하는 홍차 시음회를 위해 읽었다. 제목에서는 홍차와 아편을 반반으로 한 영국과 중국의 전쟁에 관한 내용같지만 실제 내용은 차나무 스파이 이야기다. 중국에서 차나무를 훔쳐오고, 차나무를 재배하는 기술자를 훔쳐온 세기의 스파이를 둘러싼 주변부의 역사까지 흥미롭게 풀어낸다. 제국주의 영국의 식물학 발전에 관한 내용과 홍차와 녹차나무에 관한 내용도 재미있다. 이렇게 재밌는데 실제 역사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여러모로 놀라운 책이었다. 비과학자가 쓴 과학책이라는 점이 그렇고, 방대한 주제도 그렇고, 읽기 좋게 풀어낸 점도 그렇다. 그중 최고는 이 모든 걸 그림 하나 없이 말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특히 그림없이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까지..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잠깐 보니 요약도 잘되어있고 그림이 같이 있어 이해하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모임에서 문과생들이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는 축약이 너무 되어있어 이해가 잘 안된다는 평을 들었다. 언젠가 좀더 다루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한 챕터 읽을 때마다 제목을 다시 붙여 달았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6장의 '성난 이빨을 드러낸 과학'은 '화석, 공룡'으로, 18장의 '망망대해'는 '바다, 심해, 해양생물'로, 23장의 '존재의 풍요로움'은 '린네 명명법, 분류학'으로. <대변동>과 같이 방대한 내용을 다루는 책을 읽다보면 도대체 마무리를 어떻게 하려나? 하는 의문이 든다. 과학적 발견이 이어지면서 수정해야할 부분들이 생겼음에도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는 멋진 마무리. 우리가 이렇게 여기 존재한다는 것이 엄청난 행운이라는 것과 이 행운을 유지하기 위해 행운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이렇게 보니 7월 한달은 처음 읽기의 달이었다. 처음 읽은 고골, 처음 읽은 투르게네프, 처음 읽은 재레드 다이아몬드, 처음 읽은 이슬아, 처음 읽은 채식주의책. 다섯권 모두 두번째 책 읽기의 시작점이 될 것 같다. 낭패다. 서평수업 이후로 혼자서 한달에 2개 정도씩 꾸준히 써볼 계획이었는데,(사실 마음속으로는 4개) 첫 달부터 하나도 쓰지 못했다. 여름이 가장 바쁘고 작년에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몸도 상했던 계절이라 서둘러 면죄부를 줬다. 서평쓰기에 관한 책을 한권 읽은 것으로 갈음한다. 올 여름은 아침마다 피로감은 있지만, 건강에 관해서는 선방한 기분이라 작년의 큰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했고 유지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름과의 대전쟁에도 거의 모든 시간을 책 옆에. 아무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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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2019년도 반이 지났다. 여전히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책읽기와 글쓰기 중 시간 배분에 실패하는 날들이 이어지는 중이다. 6월에는 글쓰기를 너무 게을리 한 것 같아 반성한다.


 6월에는 소설 5권,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한 책 2권, 인문 2권, 과학 1권, 예술 1권을 읽었다. 책모임에서 몇달 동안 소설을 안 읽은 후폭풍으로 소설의 달이 되어 세권이나 읽었고, 2권은 선생님 수업책이었고, 내가 보고싶던 소설까지 볼 짬이 안났다.. 다섯권 모두 재밌게 읽어서 용서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인어가 잠든 집>은 역시 이름값을 했고, 최근에 나온 신간을 보면 요즘 작가가 꽂혀있는게 뇌와 신경 이쪽인가 싶다. 보나마나 또 재밌겠지..? 언제든 재밌게 볼 수 있어 미뤄두면 안 본 책이 엄청 쌓이는 작가.<파우스터>도 정말 재밌었는데, 리더가 던졌던 주제에 대한 반응들이 흥미로웠다. 이거 따로 쓸려고 빼두었는데.. 6월이 지나가버렸네.. <넛셸>은 선생님 강의책 리스트중 골라 내가 추천했던 책인데 모임이 좀 폭망해서 속상했었다. 4월에 클래식 클라우드 셰익스피어 편을 같이 읽어서 햄릿과 연결지어 나름 신경쓴 리스트였는데.. 내탓이오 내탓이오..


 <채털리 부인의 연인>도 정말 흥미롭게 잘 읽었다. 결말도 마음에 들었다. 5월에 안나 카레니나에 이어 읽어서 그런지 나는 채털리 부인이 자아를 발견해내는 스토리로 읽었다. 민음사판 뒷부분의 역자 해설에는 기계화된 현대문명을 비판하며 인간성 회복을 주제로 한다는 부분이 나온다. 채털리 부인의 여성해방이 무대위에 펼쳐지고, 탄광과 기계들은 무대뒤 배경 정도로만 보여졌다. 그런데..! 수업에서 선생님도 그렇게 강의하셔서 소오름.. 너무 기뻤다. 안나 카레니나와 비교하면 대동소이하기도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부분도 있어 흥미로워서 부인 연작으로 쭉 읽고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3작품 정도는 되어야 부인 시리즈 읽기라 이름붙일 수 있을거 같아서.. 다음 만나고 싶은 부인을 물색중인데 러시아의 안나부인, 아일랜드의 채털리 부인에 이어 프랑스의 보바리 부인으로 넘어가볼까 한다. 아님 댈러웨이부인..? 부인 시리즈 읽기의 마지막은 적절한 작품이 있다면 역시 한국의 부인을 읽고 싶다. 


 <다시, 책으로>도 따로 글을 쓰고 싶어서 빼놓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내 인생의 책읽기를 바꾼 중대한 변화가 있었는데, 지금 조금씩 쓰고 있는 장마편에 이어서 쓰려고 했지만.. 암튼 한마디로 종이책 깊이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책을 읽고 나는 머리털 나고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밀리의 서재를 한달체험신청을 했다. 암튼 한마디로 일단은 대만족중. 올해 들어 서평을 써볼거에요! 글을 조..조금씩 써보고있어요! 라고 지인들에게 말하게 되어서 몇 가지 들었던 조언들이 있었다. 사실 창피해서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요즘 책보고 글쓰기밖에 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할 말이 없어서.. 그중 잘 기억해뒀던 두가지가 있는데 글을 쓰고 입을 한번 읽어보라는 것과 다양한 길이의 글을 써보라는 것. 그런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 모두 나오는 팁들이었다..! 그리고 정말 유용했다. 서평수업에 제출하는 서평의 분량이 A4 한장으로 정해져 있어서 거기에 맞춰 쓰다보니 다른 글을 쓰려고 하니 갑자기 어려웠다. 그래서 아.. 다양한 길이의 글을 써야하는구나.. 하고 절절이 느꼈다. 그래서 일기 겸 상반기 정리 겸 책얘기 겸 장마를 써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다른 타입의 글인데도 A4 한 장 분량을 쓰고나니 지쳐 나가떨어졌다.


 <자동화된 불평등>은 서평으로 써서 생략. <사피엔스>는 올해 전에 책모임을 같이 하던 멤버 2명과 하라리읽기를 하기로 해 먼저 읽은 책이다. 다들 하는 게 많아서 3개월에 한권씩 읽기만 하기로 했다. 4월부터 하루에 열쪽 정도씩 3개월에 한권씩 읽기로 해서 7월에는 호모 데우스로 넘어간다. 요즘 한달 한달 읽을 책들을 미리 정해두고 되도록 그 책들을 먼저 읽는데,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 읽는 건 처음이라 새로운 기분이다. 그것도 같이라서 더 새로운 기분. 다른 활동은 하지 않고 읽기만 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어 다들 만족한다. 빅픽처는 다른 멤버들도 옆에서 슬슬 좋아보여서 끼고 싶어하게 되는 건데 분위기는 아직 요원하게 느껴진다.


 <마음의 과학> 이 책도 정말 멋진 책이었다. 18개 꼭지 모두 마음에 쏙 들었다. 의식을 다루는 파트들은 조금 어려웠다. 관련 책들을 접하다 보면 좀 나아지겠지 하면서 조금 기대되기도 하고. 엣지시리즈에 반해서 다음 편들도 천천히 꼭 읽으리라 다짐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도 추천되있었고 뒤표지에 선생님 추천사도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도 정말 좋았다. 조금 아쉬운 점은 할머니의 그림들이 소소한 부분들이 정말 사랑스러워서 페이지 양쪽에 걸쳐서 그림들이 좀더 크게 실려있었으면 좋았을 뻔했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을 다룬 책이 국내에 한 권 더 있던데 다음에 위로가 필요할때 보려고 아껴둔다. 


 6월에 다 읽지 못한 책들 마무리를 하고 7월읽기를 시작하려 했지만 깨끗이 포기했다. 못 읽고 지나간 책들은 너무 아쉽지만, 7월에 읽으려고 골라둔 책들도 다들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에 읽은 책들 목록을 쭉 봤더니 별다섯개를 준 책들이 80% 이상이었다. 타율이 좋아 정말 놀라웠다..! 돌이켜보면 정말 책을 읽을때마다 대부분 크게 만족했고, 감탄했다. 계획독서로 책을 고르는데 공을 많이 들이기도 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책들을 골라 추천해주신 선생님 덕분이다. 내 눈이 느려 다 따라읽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지.. 아무튼, 책읽기는 계속되고 글쓰기는 조금씩 누군가 끝까지 읽어보는 글에 가까워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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